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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용 19금 공연, MC 김호영과 함께 ‘미스터쇼’ 뒷담화

글·구희언 기자 | 사진·이기욱 기자, 미스터쇼 프로덕션 제공

입력 2014.05.15 17:51:00

상반기 공연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박칼린 연출의 여성 전용 19금 공연 ‘미스터쇼’다.
남자 배우들이 찢고 벗고 구르고 춤추는 공연, 아찔한 수위만큼이나 짜릿한 뒷이야기를 MC에게 들었다.
여성 전용 19금 공연, MC 김호영과 함께 ‘미스터쇼’ 뒷담화
“그 공연 야하디?”

박칼린 감독이 구성과 연출을 맡은 ‘미스터쇼’를 봤다고 하자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3월 27일 서울 마포구 롯데카드아트센터 아트홀에서 오픈한 ‘미스터쇼’에서는 무대 위 헌칠한 ‘미스터(MC를 제외한 남자 배우들)’들이 셔츠와 바지를 찢고, 속옷까지 벗어 던진다. 노출 수위는 근래 공연된 작품 중에서도 최상위권. 반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실오라기 한 점 걸치지 않은 엉덩이를 보여주고, 때로는 물에 젖은 채 춤을 추며 섹시함을 과시한다. 써놓고 보면 야할 것 같지만, 퍼포먼스 자체만을 본다면 야하지 않았던 아이러니컬한 쇼. 남자 관객은 표를 사도 공연장 출입이 불가능해 궁금증을 더한다.

‘설마…’ 하는 부분까지 보여줘

이 공연,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다. 탄탄한 남자의 복근 위에 ‘여성들이여, 욕망을 깨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면 ‘성인 인증’ 창이 뜬다. 성인 여성 관객만 입장 가능한 이 쇼는 70여 분간 남자 배우들의 육체적 매력을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고민하다가도 어느덧 마음에 드는 남자 배우에게 시선을 고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MC의 진행 하에 8명의 배우가 8개 코너에 출연해 관능적인 댄스와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렇기에 코너별로 ‘테마’는 있지만 연결되는 이야기는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바바리 코트를 입고 지나가던 두 남자가 어깨가 부딪혀 시비가 붙는데, 옷을 하나씩 벗으면서 안무를 선보인다. 고대 무사로 변신한 배우들이 검무를 선보이며 은근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정장·교복·군복 같은 제복을 입고 나와 여성들의 ‘제복 페티시’를 자극하고 군무를 추기도 한다. 웨이터로 분한 배우들은 객석에 칵테일을 나눠주고, 선택받은 관객은 무대에서 그들의 몸을 쓸어내릴 수도 있다. 무대 위 관객이나 객석의 관객이나 그 순간 ‘광대 발사’하는 건 마찬가지.



배우 중 절반이 헬스 트레이너 출신이라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도 있지만, 박칼린 감독 말대로 ‘무심한 듯, 관심 없는 듯 지나치기엔 아름다운 남자의 육체’를 감상하기에는 최적의 캐스팅이다. 쉽게 분위기가 연상되지 않는다면 영화 ‘풀몬티’나 ‘매직 마이크’의 남성 댄서들을 생각하면 된다. 티켓 판매 사이트에는 뮤지컬로 분류돼 있지만 배우들이 노래를 한 곡도 부르지 않고 음악에 맞춰 춤과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이 쇼’에 가깝다.

이 쇼에 대한 기존 뮤지컬 팬들의 반발도 있었다.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여자만을 위한 쇼를 만들고 싶었다”던 박 감독에게 “이런 건 내 욕망이 아니다”라며 항변하기도 하고, 클럽이나 술집에서 있을 법한 쇼를 뮤지컬로 만들어 남성 상품화를 조장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공연, 잘 팔린다. 거부감만큼이나 잠재 관객의 기대감도 높고, 재관람 관객도 꽤 된다.

여성 전용 19금 공연, MC 김호영과 함께 ‘미스터쇼’ 뒷담화

1 박칼린 감독이 만든 성인 여성 전용 ‘미스터쇼’의 포스터. 2 ‘미스터쇼’의 MC 김호영은 능수능란한 쇼맨십으로 객석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5월 17일까지 예정된 공연이 절반가량 진행된 4월 15일, MC인 뮤지컬 배우 김호영(31)에게 피부로 느끼는 관객의 반응을 들었다. 그는 2002년 ‘렌트’로 데뷔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뮤지컬 스타다. 남자 배우 최초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하고, 자기 이름을 건 쇼를 진행할 정도로 입담도 인정받았다. 공연장 로비에서 만난 그의 화려한 복장에 “공연 연습하다 나온 거냐”고 묻자 홍보사 관계자가 “본인 옷”이라며 슬쩍 귀띔했다. 그는 “박칼린 감독님으로부터 섭외 전화를 받고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미스터 대다수가 무대 경험이 일천한 신인이다 보니, 공연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 MC의 역할이 상당하다. 그는 더블 캐스팅된 뮤지컬 배우 정철호와 돌아가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일조한다.

“대본은 따로 없어요. 8가지 테마가 있고, MC들이 중간 중간 멘트하는 구성만 정해진 상태였죠. 감독님과 멘트를 수정하고 더하며 극을 완성해나갔어요. 보셔서 알겠지만 관객 반응이나 연령층, 호응도에 따라 멘트가 달라지거든요. 재밌긴 한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목이 잘 안 쉬는 편인데도 이 공연만 하면 목이 칼칼해져요. 시작부터 분위기를 업시켜야 하지만, 너무 재미 위주로 가는 퀄리티 낮은 작품이 되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MC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에서 두 MC는 진행 스타일부터 복장까지 전혀 다르다. 알고 보니 그의 무대 의상은 전부 본인 소장품이라고 한다. 그는 “딱 떨어지는 슈트도 아니고, 캐주얼한 옷도 안 맞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제 옷을 입은 걸 찍어 감독님께 보냈는데 좋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여성 전용 19금 공연, MC 김호영과 함께 ‘미스터쇼’ 뒷담화
“여자들을 어려워하지 않는 점도 이 쇼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미스터들은 초반에 관객에게 많이 휘둘렸어요. 그럴 법도 했던 게, 반응이 이 정도로 폭발적일 거라고 생각을 못한 거예요(웃음). 저도 관객 반응을 보고 ‘되게 세다’고 느낀 상황이라, 무대에 처음 선 미스터들은 ‘헉’ 하고 놀라서 위축됐을 것 같아요. 다들 짐승남, 상남자 같지만 부끄러워하고 수줍어하는 면이 있어서 관객에게 더 어필하는 것 같아요.”

미스터들이 거의 모든 코너에서 탈의하다 보니 객석에서는 “헉”과 “꺅” 소리가 일상적으로 나온다.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보여드려요. 설마, 설마 하는 부분까지 보여주니 그건 공연장에서 체크하세요(웃음).”

이런 상황이다 보니 MC에게도 “벗어라! 벗어라!”를 외치는 분위기로 쏠리기도 한다. 그는 “과시할 수 있는 몸매를 가졌다면 벗는 것도 서비스 차원에서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랬다면 ‘미스터쇼’가 아니라 ‘김호영쇼’가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미스터들이 노래나 대사 대신 퍼포먼스만 하고, 신인이다 보니 MC가 쇼에서 본의 아니게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거든요. 안 그래도 공연 때 벗으라는 관객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일수록 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간혹 선을 넘는 분도 있는데, 무대에 서는 건 배우지 ‘벗어’라는 명령에 따르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자칫하면 경계나 수위 조절에 실패할 수 있어 더 신경을 써요.”

남자 입장에서 여성들이 ‘미스터쇼’에 열광하는 이유를 어떻게 볼까. 그는 “여성 전용 한증막 같은 분위기라 그런 것 같다”며 운을 뗐다.

“남성 관객이 없기에 50% 좋아할 것도 100%를 표현할 수 있는 거죠. 한증막에서 연예인이나 남편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옆 사람들이 호응하면서 판이 커지는 것처럼, 같은 감정을 공유하다 어느 순간 생판 남인 사람들과 박수 치고 웃게 되는 것 같아요. 미스터들이 춤만 추고 들어갔으면 이렇게 재밌지는 않았을 거예요. 관객이 뭔가를 공유하는 장이 된다는 게 포인트죠.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장치가 있고, 그게 좋다 보니 잘되는 것 같아요. MC로서 제가 가진 중성적인 느낌이 잘 먹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남자면서도 여자들 마음을 대변하는 멘트를 던지니 그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연습 분위기는 어떨까. “건장한 남자 배우만 한 무더기라 칙칙하지는 않느냐”고 하자 그는 “그런 생각할 겨를이 별로 없다”고 했다.

“일단은 다들 비주얼이 좀 되니까, 자기들끼리 서로의 몸에 감탄하고 연습과 단련을 도와서 ‘읏샤읏샤’ 하는 분위기가 더 커요. 몸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보다 발달한 부분을 보며 경쟁의식을 갖고 연습에 매진하더라고요. 칙칙보다는 후끈하죠. 공연 시작하고는 관객 호응이 커서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남자들이 음식 조절하며 몸 만들고 운동하는 데 그만한 동기부여가 없죠.”

수십 차례 무대에 오르다 보니 특이한 관객도 많이 만난다고 한다. 기자가 간 공연에선 객석을 오가는 미스터를 잡고 안 놔주는 사람부터 객석으로 던진 셔츠를 잡아서 플래카드마냥 흔드는 관객도 있었다.

“이 공연을 너무나 다른 코드로 생각하고 오신 관객이 노출 있는 옷을 입고 객석에서 배우들에게 섹스 어필을 한 일도 있어요. 공연을 여러 번 본 관객이 제 멘트를 한발 먼저 쳐서 김이 확 빠질 때도 있었죠. ‘MC도 벗으라’는 아우성이 지나칠 때도 있는데, ‘당신이 벗으면 나도 벗겠다’거나 ‘내가 벗는 걸 보려면 (티켓 값 10배인) 80만원을 내라’고 받아치곤 해요. 한번은 그 말에 누군가 신용카드를 꺼내들고 계산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우리는 전적으로 현금만 받는다’며 웃음으로 마무리했죠. 또 한 번은 코너 사이에 스태프가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을 보여줘서 빵 터졌는데, ‘미스터쇼 다녀오신 분들, 레이디스존에 앉으면 (미스터에게 줄) 현금(팁)을 준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었어요. 곧바로 다음 코너 시작 전 ‘그렇다. 우리도 팁을 받는다. 우리가 받는 팁은 여러분의 박수와 함성’이라고 말했죠.”

성 상품화? 와서 보면 생각 달라질 것!

여성 전용 19금 공연, MC 김호영과 함께 ‘미스터쇼’ 뒷담화

박칼린 감독은 ‘미스터쇼’ 같은 작품을 오랜 기간 구상해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작품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보는 시각에 따라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도 제 팬이 공연을 보고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했죠. 남성들이 옷을 벗고 공연하는 걸 보고 즐기기보다 되레 희롱당했다고 느낀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우리 공연은 새로운 콘셉트와 콘텐츠를 가진 개성이 확실한 작품이거든요. 작품이 다양성을 추구하듯 관객에게도 다양성이 있고,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풀어드릴 마음은 없어요. 우리 작품은 이런 거니까요(웃음).”

관객을 배려한 암묵적인 룰도 있다고 했다.

“관객 참여 코너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었거나 힐을 신은 사람은 고르지 않아요. 조심한다고 하지만 변수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고교생과 교생 선생님 장면은 연습하는 걸 보며 제가 뜨악해서 ‘불편해서 항의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웬걸, 관객이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하더라고요. 상상 밖이었던 거죠. 오히려 선택 안 돼 무대에 못 나가고, 셔츠 던졌는데 못 받고, 칵테일 못 받아서 생기는 항의가 많았어요.”

김호영은 “그냥 ‘미스터쇼’가 아닌 우먼 파워를 가진 유명 여성 감독 박칼린의 ‘미스터쇼’라서 더 화제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정 부분 성 상품화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 CF에서조차 섹슈얼 코드 없는 작품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시각을 넓혔으면 한다. 직접 와서 본다면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여성동아 2014년 5월 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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