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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에서 만난 캡틴 아메리카의 소탈한 매력

글·구희언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4.05.08 13:37:00

영화 ‘어벤져스2’가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국내 촬영을 마쳤다.
소문난 잔칫집 먹을 것 없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행운. 블록버스터급 관심을 모았던 촬영 현장 스케치.
마포에서 만난 캡틴 아메리카의 소탈한 매력

보닛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크리스 에반스.

다사다난한 2주간이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이 종료됐다. 3월 30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시작된 촬영은 4월 13일 문래동 철강거리와 14일 소스(블루스크린에서 배우가 연기할 배경) 촬영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어벤져스2’ 촬영팀은 4월 2~4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일대, 5일에는 청담대교 북단 진입램프, 6일에는 강남대로, 7~9일에는 경기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10~12일에는 강남 탄천 주차장 인근 도로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대형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한국에서 촬영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다들 반신반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이 제대로 묘사된 적이 없었기 때문. 한국은 어딘지 모를 아시아의 정체불명 국가로, 미개한 국가로, 혹은 악당 소굴이거나 북한과 묶여 전시 체제의 위험한 나라로 묘사돼 왔다.

캡틴 아메리카 등장, 구경꾼 환호

2월 19일 제작사 마블에서 ‘어벤져스2’의 장면 중 일부를 서울에서 촬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어벤져스2’는 2012년 개봉돼 6억2천3백만 달러(한화 약 6천5백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으며 국내에서만 7백7만 관객을 모은 ‘어벤져스’의 후속편이었기에 국내 팬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한국이 IT 강국으로 그려질 거라는 이야기에 반색했음은 물론이다.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등 주요 스타들이 내한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국내에서 촬영한 건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 한명 뿐이었다.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요한슨은 임신 중이라 국내 촬영에 합류하지 못해 아쉬움을 안겼다.

촬영에 앞서 온라인에 ‘어벤져스2 보조출연자 모집 공고’가 돌기도 했는데, 이는 컴퓨터로 합성한 ‘가짜’였다. ‘어벤져스2’ 측은 “엑스트라 아르바이트 모집 게시물로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글은 사실이 아니다. 엑스트라 모집은 이미 종료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3월 30일 첫 촬영이 개시되고, ‘어벤져스2’ 측은 스포일러성 장면 촬영과 유출을 자제해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한 외국인이 현장을 몰래 찍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삭제되는 일도 있었고, 언론에서 현장 촬영 영상을 내보냈다가 삭제 조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전방위로 광범위한 통제가 이뤄지자 팬들이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제공하는 마포대교 북단 CCTV를 통해 촬영 현장을 엿보는 상황도 발생했다.

마포에서 만난 캡틴 아메리카의 소탈한 매력

4월 4일 캡틴 아메리카 역 크리스 에반스의 촬영 모습을 보려 모여든 사람들.

4월 2일부터 촬영이 시작된 상암동 DMC 월드컵북로는 마포대교와 달리 건물 숲이라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쉽지 않은 장소였다. 이에 ‘어벤져스2’ 측은 이례적으로 크리스 에반스의 촬영분이 있는 4일 촬영 현장을 취재진과 시민에게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촬영을 위해 크리스 에반스는 3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는데, 그의 내한은 지난해 7월 영화 ‘설국열차’ 개봉 때 이후 두 번째였다. 그가 연기할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 멤버들의 정신적 리더 역할을 하는 강직한 히어로다. 공항에는 취재진을 비롯한 5백여 명의 팬들이 몰렸다. 그는 선글라스에 야구모자, 점퍼를 착용한 편안한 차림으로 입국장에 들어섰다. 영화 속 캐릭터의 깔끔한 이미지와 달리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팬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4월 4일 오전 11시경부터 크리스 에반스의 촬영이 시작됐다. 깔끔하게 면도하고 촬영장에 들어선 그는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인 방패를 들고 나타나 구경꾼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의 유니폼을 입고 촬영용 차량 보닛 위에 올라탄 장면을 찍었다. 그와 똑같은 옷을 입은 대역도 같은 자리에 있어 사람들이 그를 크리스 에반스로 오인하기도 했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대역이 나머지 장면을 소화했다. 이날 차량 액션을 보여준 그는 촬영 도중 보닛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차 앞에 서서 갈비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소탈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스칼렛 요한슨의 대역 배우가 오토바이 질주 신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날 인근 건물들의 테라스는 현장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4월 6일 서울의 최고 번화가인 강남대로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많은 이들이 ‘헬게이트’가 열릴 거라 예상한 대로 주말을 맞아 시내로 나온 시민들과 구경꾼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이후 7일부터 9일까지는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 인근 도로에서 촬영을 이어갔는데, 7일 오전 스태프라 주장하는 한 남성이 영화 관계자에게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성은 폭행도 당하지 않았고, 스태프로 가장해 촬영 현장을 계속 따라다니던 일반인이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게 꾸지람을 듣고 “다시는 촬영 현장에 오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벤져스2’로 한국 이미지 바뀔까?

이런 저런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후 촬영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어벤져스2’ 국내 촬영으로 4천억원의 직접 홍보효과와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어벤져스2’에 대한 지원과 기대가 과하다는 비판 여론도 나온다. 실제로 경찰청은 촬영 내내 앞장서서 교통 통제를 도왔고, 서울시는 촬영 일정에 맞춰 버스 노선을 조정했다.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등 촬영지 인근 지하철역의 출입구를 폐쇄하고, 전동차를 무정차 통과시키며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는 1백억원이 넘는 ‘어벤져스2’ 한국 촬영비의 30%를 관광진흥기금에서 지원하는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로 환급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호들갑을 떤 ‘어벤져스2’ 촬영에서 한국 촬영분은 얼마나 될까. 추격전과 폭파 장면 등이 담긴 한국 촬영 분량은 약 15~20분 정도 담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강 세빛둥둥섬은 한국의 첨단과학 연구소로 그려진다. ‘어벤져스2’는 북미에서 2015년 5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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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4년 5월 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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