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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동안 차린 이영애식 ‘만찬’, 그 후일담

글·진혜린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SBS 제공

입력 2014.03.14 14:27:00

신비주의의 대명사였던 이영애가 최근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자신의 일상을 공개해 화제다.‘만찬’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쌍둥이 엄마로 살아가는 모습, 요리 실력 등을 가감 없이 보여준 것. 그가 이제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13개월 동안 차린 이영애식 ‘만찬’, 그 후일담
문호리 주민 이영애

푸르른 잔디밭 위에서 어린 두 아이가 물장난을 치고 있다. 승권·승빈 쌍둥이 남매다. 두 아이의 평화로운 시간은 오빠 승권이가 물벼락을 맞고 울음을 터트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우는 아이에게 품을 내주며 불끈 안아 올리는 엄마, 이영애(43).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고, 스타일을 따질 것 없는 편안한 복장을 한 채 그는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하루하루가 아쉬워 일을 고사하다 보니 어느새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어요. 익숙한 서울을 떠나 문호리에 터를 잡은 것도 두 아이들 때문인데 자라서도 추억할 수 있는 고향을 두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이영애는 2009년 정호영 벨애틀란틱코리아 회장과 결혼해 2011년 쌍둥이 남매를 낳고, 이듬해 서울 한남동에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뜨문뜨문 인터뷰를 할 때마다 “문호리의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말할 만큼 그의 문호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아이들은 여름이면 맨발로 풀밭을 뛰어다니고, 겨울이면 눈싸움에 지쳐 눈밭을 뒹굴어도 좋은 한적한 곳이다. 이영애 또한 같은 계절을 두 번 보내는 동안 동네 이웃들에게 직접 키운 농작물을 얻어먹고, 상추나 고추 같은 채소들은 직접 키우며, 이웃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는 푸근한 쌍둥이 엄마이자 문호리 주민이 됐다.

이영애는 배변 훈련을 하는 아이들 무릎을 잡고 앉아 ‘또또또또또또옹’ 해가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엄마다. 물김치도 벌컥벌컥 마시는 시골 입맛 아이들의 밥숟가락 위로 손으로 찢은 김치를 올려주고는 자연스럽게 손가락에 묻은 국물을 빨아먹는 이영애의 모습은 여느 엄마와 다를 바 없이 친근하다. 아들은 남편과 재우고, 딸을 옆구리에 끼고 누워 책을 읽어 주는 이영애의 모습도 정겹다.



“쌍둥이여서 두 배로 힘든 게 아니라 여섯 배로 힘들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보다 더 힘들게 키우시는 분들도 많은데,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쌍둥이 키우는 엄마) 심정을 제가 정말 잘 이해해요. 그래서 길 가다가 (다른) 쌍둥이 엄마를 만나면 그쪽에서 먼저 인사를 하세요. ‘힘드시죠? 저도 이란성 쌍둥이 키워요’ 하시면서요. 쌍둥이 엄마들은 처음 만나도 그렇게 인사를 하게 되더라고요.”

한창 앙증맞은 목소리로 한두 문장 따라하는 쌍둥이를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를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는 ‘대장금’(2003~4),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2005)가 마지막 작품인 지라 길어진 공백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 터. 이제 두 아이도 네 살이 됐고, 조금씩 복귀 계획을 구체화해도 될 시기가 된 듯싶다.

“저에 대해 설명할 때 ‘신비주의’나 ‘거리감 있다’고 하시잖아요. 그동안 그렇게 이미지화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 일만 열중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팬과 스타가 아닌, 인간 대 인간, 혹은 이웃과 이웃으로 편하게 만나고 싶었어요.”

그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장르에 상관없이 출연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런 참에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로 설을 맞아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췄다. ‘SBS 스페셜-이영애의 만찬’(이하 ‘이영애의 만찬’)은 그렇게 7개월의 준비기간,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13개월 동안 차린 이영애식 ‘만찬’, 그 후일담

1 미용실을 싫어하는 딸, 승빈이를 위해 가끔 이영애가 직접 머리카락을 다듬어주기도 한다. 2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전원주택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영애 가족의 모습. 3 이웃집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고구마를 직접 수확해 먹기도 했다.



13개월 동안 차린 이영애식 ‘만찬’, 그 후일담

1 지난해 9월, 구찌와 이영애의 공동 주최로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구찌 뮤제오에서 한식 만찬이 열렸다. 2 그는 ‘대장금’ 촬영을 위해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이사장에게 궁중요리를 배운 바 있다. 이번에도 촬영을 위해 3개월간 궁중요리를 직접 배웠다.

이영애의 만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아이들 때문이에요. 제작진이 주문한 건 우리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만찬’에서 풀어가자는 거였죠. 하지만 저는 거창한 계획보다 아이들이 좀 더 자랐을 때 밥상에 오르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어요.”

‘이영애의 만찬’의 홍주영 작가는 이영애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주제로 작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식의 세계화 기점을 드라마 ‘대장금’이라고 했다. ‘대장금’을 통해 정부 차원의 추진 사업도 생겨났고, ‘대장금’을 통해 많은 세계인들이 한식을 처음 접하게 됐다. 한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이영애가 이끌어야 할 가장 명백한 이유였다.

이영애에게는 ‘대장금’의 주인공으로서의 사명감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이번 방송에 등장할 단 1분의 분량을 위해 3개월간 궁중요리 코스를 직접 수료하고, 이웃들을 초대한 집들이나 마장동에서 친정 부모님과 식사하는 장면 등의 아이디어도 냈다. 국적 다른 손님들에게 비빔밥을 선사하고 한식 만찬이 열리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찾아 한국 음식을 소개하며 행사를 이끌기도 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고기 요리에 많은 영향을 미친 원나라의 흔적을 찾아 몽골까지 다녀온 그녀다.

처음 이영애의 집에서 요리하는 장면을 촬영하겠다는 제작진의 요청을 받아들인 후부터는 화장실 문까지 열어주는 ‘프로 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리려면 한식 전문가가 아닌 그녀 자신이 한식에 관한 의식의 변화와 태도의 변화를 보여줘야했기 때문이다. 그는 ‘느끼는 것을 느끼고, 느낀 것을 보여 주겠다’고 했단다.

“한번은 하루 종일 힘들게 촬영한 내용인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사용하지 못할 거라고 했을 때 ‘왜?’라거나 ‘싫다’거나 하지 않고 ‘그래, 재미없으면 빼야지’ 하더라고요. 소골탕을 끓이는 장면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찍었죠. 그 뒤로 식사하는 장면을 촬영했으니까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힘들다거나 왜 해야 하냐고 하지 않았어요. 진짜 열심히 하는 배우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죠.” (홍주영 작가)

아내, 엄마로서의 모습 또한 그렇다. 제작진 앞에서조차 주인공인 자신보다 남편을 더 존중하는 태도는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물론 아이들에게 가장 관심이 많더라고요. 늦게 엄마가 됐으니까, 또 ‘배우’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하면서 열심히 해보려는 노력도 느껴졌어요.”(홍주영 작가)

엄마 이영애의 식탁에는 불고기와 잡채가 자주 오른다.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고기 반, 채소 반인 국적 불명의 요리로 둔갑해 버리지만 그것이 이영애표 음식이다.

“저는 기존의 레시피를 보고 똑같이 하지 않아요. 책도 보고, 인터넷 블로그도 들어가 보고 저에게 맞는 맞춤 레시피를 만들거든요. 제가 국물을 좋아해서 불고기라기보다 전골이 되 버리곤 해요(웃음). 달게 먹이면 안 되는데 자꾸 단 음식을 만들게 되네요.”

‘이영애의 만찬’이 방송된 이후 그의 본격적인 복귀가 가까워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 또한 부인하지는 않는 상황. “복귀를 한다면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일상 속 이영애를 만나고 보니 아무렇게나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도, 앞치마를 두르고 조리대 앞에 서 있는 모습도 조금씩 익숙해진다. 늘 산소 같아야 하던 이영애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엄마로, 이웃으로, 그리고 진솔한 한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여성동아 2014년 3월 6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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