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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엄마표 영어 꿈꾸는 초보 맘 실전 가이드⑦

키득키득 재미있는 영어책 읽기 놀이

글 & 사진·오미경

입력 2013.11.05 09:31:00

아이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싹 틔우는 단계라면 말 자체에 리듬감이 있어서 쉽게 입에 붙는 영어 동요집으로 시작해보자. 어느덧 아이가 영어 노래를 흥얼거리면 스토리가 있되 짜임은 단순한 책을 고른다. 즉 그림만 따라가도 아이가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좋다. 이런 책을 거의 다 외울 수준이 되면 글자 위주의 챕터북에 도전해보자.
키득키득 재미있는 영어책 읽기 놀이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영어책 읽기가 유행인 것 같다. 아파트 단지마다 사설 영어 도서관 간판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공립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다양한 영어책을 구비해 놓은 것은 영어책 읽기에 대한 국민적 수요를 증명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책 읽기의 출발점이 즐거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능력 향상이라는 목표만 염두에 두고 아이에게 영어책 읽기를 강요하면 이내 책 읽기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거부감만 남게 될 것이다. 영어책 읽기를 통해 아이가 편하게 영어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큰 수확이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의 특성을 파악해 인지 단계에 맞는 책을 골라주고 함께 읽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특히 아이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싹 틔우는 단계라면 책 선택이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읽거나 들었을 때 말 자체에 리듬감이 있어서 쉽게 입에 붙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은데, 영어 동요집(Nursery Rhyme)은 단연 유용한 교재다. 특히 한국어로 개사돼 널리 불리는 라임이면 그만큼 빨리 친숙해질 수 있으므로 더욱 좋다. 아이들에게 이런 동요집은 책이라기보다 노래에 가깝다.
영어 동요를 반복해 들어 아이가 소리에 익숙해지고, 어느덧 영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엄마가 책을 읽어줄 시기가 된 것이다. 아이가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들을 만큼 참을성이 형성되는 것도 이 무렵이므로, 스토리가 있되 짜임은 단순한 책을 고른다. 글씨보다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그림이 많은 책, 다시 말해 그림만 따라가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 좋다.
대표적인 책이 에릭 칼(Eric Carle)의 ‘배고픈 애벌레(The Very Hungry Caterpillar)’다. 에릭 칼의 책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책도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의 그림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배고픈 애벌레가 첫째 날인 월요일에는 사과 하나를, 둘째 날인 화요일에는 배 두 개를, 셋째 날인 수요일에는 자두 세 개를 먹는다. 그러다가 토요일엔 지금까지 먹던 과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 아이스크림, 막대사탕 등 무려 열 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일주일 동안 엄청난 양을 먹어댄 애벌레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배탈이 난다. 다시 애벌레의 주식인 신선한 나뭇잎을 먹으면서 배탈은 씻은 듯 사라지고, 먹성 좋은 애벌레는 무럭무럭 자라 번데기가 되고 아름다운 나비로 변신한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스토리라인뿐만 아니라 그림 자체가 흥미롭다. 알에서 막 깨어난 콩알만 한 애벌레에서 책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큰 애벌레로, 다시 마지막 두 페이지를 꽉 채우는 아름다운 나비로 변하는 과정을 보며 아이들은 환성을 지르고, 배탈 난 애벌레의 괴로운 표정에 공감한다.
또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는, 애벌레가 매일 먹고 지나간 음식이 그려진 페이지에는 실제로 파먹은 것처럼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당초 여러 페이지에 한꺼번에 구멍을 뚫는 ‘홀 펀처(Hole Puncher)’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책을 기획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각 그림에 뚫려 있는 구멍들, 즉 애벌레가 지나간 흔적이 스토리 구성에서 중심을 이룬다고 봐도 좋다.

아이가 직접 큰 소리로 읽을수록 재미있는 책

키득키득 재미있는 영어책 읽기 놀이

완벽한 운율 덕분에 소리 내어 읽는 것 자체가 즐거운 ‘모자 쓴 고양이’.



비슷한 영어 수준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책으로 닥터 수스(Dr. Seuss)의 책들을 빼놓을 수 없다. 닥터 수스는 미국 전국교육협회(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가 ‘책 읽는 날(Read Across America Day)’을 닥터 수스의 생일인 3월 2일로 정할 만큼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삽화가다.
닥터 수스의 책들은 영어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도 들으면서 즐거워할 만큼 운율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영어책이다. 그러나 닥터 수스의 책은 아이들이 직접 크게 소리 내어 읽을 때 그 재미가 극대화된다. 책에 쓰인 완벽한 라이밍(rhyming)과 쉬운 단어들의 조합 때문에 아이들은 직접 소리 내어 읽으면서 더없이 즐거워한다.
닥터 수스의 대표작인 ‘모자 쓴 고양이(The Cat in the Hat)’를 보면 글 전체가 책의 제목인 ‘The Cat in the Hat’과 같은 형식으로 쓰였다. 즉, 완벽한 운율에 따라 구성됐다. 우선 Cat과 Hat의 라이밍이 있으며, 흡사 한 편의 동시를 읽는 것처럼 강약이 자연스럽게 조절돼 Cat과 Hat은 강하게 나머지는 약하게 읽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닥터 수스의 책들은 한번 접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리듬감 및 라이밍과 함께 재미있는 캐릭터와 스토리 덕분에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들은 닥터 수스 책을 읽다 보면 친구와 끝말잇기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파닉스 학습에도 효과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아이의 심리 상태 잘 묘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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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굣길의 설렘과 두려움을 잘 묘사한 ‘프랭클린 학교 가는 날’(왼쪽)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인형을 소재로 한 ‘해리와 공룡 친구들’.



다음 단계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은 파울렛 부르주아(Paulette Bourgeois)의 ‘거북이 프랭클린(Franklin the Turtle)’ 시리즈 중 하나인 ‘프랭클린 학교 가는 날(Franklin Goes to School)’과 이안 와이브로(Ian Whybrow)가 글을 쓰고 아드리안 레이놀즈(Adrian Reynolds)가 그림을 그린 ‘해리와 공룡 친구들(Harry and the Bucketful of Dinosaurs)’이다. 두 책 모두 페이지를 꽉 채우는 큼지막하고 선명한 그림으로 아이들의 시각을 자극하고 흥미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이 두 책의 더 큰 장점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아이들이 경험하는 심리 상태와 생각하는 방식을 잘 보여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데 있다.
‘Franklin Goes to School’은 초등학교 등교 첫날을 앞둔 전날 밤 주인공 프랭클린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학교였는데 말이다. 프랭클린은 엄마, 아빠가 깊이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산을 떤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곳에서 프랭클린은 친구들을 만나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급기야 배가 아파서 학교에 갈 수 없다며 주저앉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까?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시작된 프랭클린의 학교 첫날은 어떠했을까? 부모의 시각에서 그리고 아이의 시각에서 궁금증과 흥미를 자아내는 책이다.
‘Harry and the Bucketful of Dinosaurs’는 다락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한 무더기의 공룡 인형을 우연히 발견한 해리가 그것들을 깨끗하게 씻긴 뒤 도서관에 가서 공룡의 이름을 찾아가며 하나씩 부를 때마다 그 공룡들이 살아나 크게 대답한다는 이야기다. 이제 해리가 가는 곳이면 늘 공룡들이 따라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차에 공룡 인형을 두고 내린 해리는 너무 슬퍼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가족들이 아무리 위로해도 해리는 다시 공룡 친구들을 보지 못할까 봐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 부분에서 아이들은 종종 빨리 읽어달라고 재촉하거나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뒷장의 그림들을 먼저 보기도 한다. 특히 해리가 크게 공룡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 아이들 자신이 해리가 돼버린다.

키득키득 재미있는 영어책 읽기 놀이

1 2 그림책에서 텍스트 위주의 챕터북으로 가기 전 단계에 보는 만화책 ‘캡틴 언더팬츠’와 ‘자이언트 로봇’. 3 4 아이들이 손에 잡자마자 푹 빠져드는 챕터북 ‘엽기적 헨리’. 5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인기가 많은 챕터북 ‘윔피 키드’ 시리즈와 사고뭉치 남자아이의 에피소드를 다룬 ‘빅 네이트’ 시리즈.



만화책을 거쳐 챕터북으로
아이의 영어책 읽기가 점점 재미를 더해가면서 지금까지 읽던 책들을 거의 외우는 상태가 되면 서서히 챕터북(Chapter Book)에 도전한다. 그러나 갑자기 화려한 그림이 사라지고 활자로만 채워진 책에 아이가 쉽게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재미있는 만화책(Cartoon Book)으로 시작해도 좋다.
정현이와 준용이가 빠져들어 읽던 만화책 중에 ‘캡틴 언더팬츠(Captain Underpants)’나 ‘자이언트 로봇(Giant Robot)’이 있다. 이러한 만화책은 그 자체로 액티비티 북(Activity Book) 노릇을 충분히 한다. 남녀 불문하고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만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멋지게 그려보고 싶어한다. 가려운 곳을 콕 짚어내 싹싹 긁어주듯 이런 책들은 몇 페이지 건너마다 아이들이 직접 시도해볼 수 있는 액티비티를 포함하고 있다. 자기 힘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의 주인공을 그려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고 책에 흥미를 가진다. 만화책은 아니지만 만화책만큼이나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윔피 키드(The Diary of Wimpy Kid)’의 ‘Do It Yourself’ 버전이나 ‘빅 네이트(Big Nate)’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액티비티 북들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액티비티를 동반한 만화책으로 흥미를 유발한 뒤 본격적으로 챕터북에 도전한다. 아이들이 푹 빠져드는 재미있는 챕터북으로 ‘엽기적 헨리(Horrid Henry)’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책이 재미와 그림의 요소를 모아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면 ‘Horrid Henry’는 주인공 Henry가 보여주는 상상 초월의 엽기적인 장난으로 주변을 골탕먹이는 에피소드로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다.
“Horrid Henry는 어떤 아이야?”
“Horrid(엽기적)! 킥킥킥”.
오죽하면 이야기 속에서 Henry의 부모가 Henry에게 늘 하는 말이 “Don’t be horrid!”일까.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때마다 키득키득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더구나 Horrid Henry, Perfect Peter, Moody Margaret, Beefy Burt, Dizzy Dave와 같이 두운법(alliteration: 인접해 있는 두 개 이상의 단어에서 보통 첫소리가 반복되는 것)으로 지어진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양념처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어른들 눈에는 이 책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나쁜 짓만 가르쳐 인성교육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최소한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아이들은 독자로서 매우 객관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엽기적인 말썽을 부리는 주인공 Henry뿐 아니라 그런 형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그래서 Henry를 더욱 ‘horrid’하게 내모는 동생 Perfect Peter에 대해서도 객관적이며 비판적인 태도를 갖는다.

키득키득 재미있는 영어책 읽기 놀이


외울 만큼 반복해 읽는 아이들
열성 엄마들 중에는 아이에게 일정 레벨 이상의 챕터북만 읽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책에 대한 흥미의 싹을 싹둑 잘라버리는 지름길이다. ‘영어책 읽기를 통해서 엄마가 영어 공부를 시키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이에게 영어책 읽기는 ‘재미’가 아닌 ‘지겨운 숙제’가 될 수 있다.
부모가 좋은 책을 추천해줄 수는 있지만 선택은 아이가 하도록 해야 한다. 책의 선택을 둘러싼 아이와 부모 간의 이러한 갈등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여러 권의 책들을 다양하게 읽어주고 싶은데 아이는 자꾸 같은 책만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누구나 한두 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아이들은 ‘재미’를 얻기 위해 책을 읽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같은 책을 원한다면 굳이 새로운 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반복을 통해 아이는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고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단어와 연관된 연어(collocation: 어떤 단어를 사용할 때 늘 함께 쓰이는 또 다른 단어)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 엄마가 보기에는 꼭 필요하고 재미있는 책인데 아이가 지루해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는 주저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책으로 바꾸어주는 것이 좋다. 역시 ‘재미 요소(Fun Factor)’가 모든 선택의 기준이다.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우 복합적이다. 상황에 맞는 어휘를 습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 나중에 배우게 될 문법적 구조를 미리 맛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문법을 알아야 읽기가 가능하다’는, 부모 세대가 갖고 있는 신화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효과와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잘 설계된 읽기 훈련이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읽기 훈련을 지루하지 않은 일상적 활동으로 만들 수 있는 요인은 ‘재미있는’ 책 읽기다. 요즘 영어 학원가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다독(多讀) 열풍을 따라잡기 위해서도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다음 호에서는 다독의 효과와 알맞은 학습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키득키득 재미있는 영어책 읽기 놀이


오미경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다 2005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 6년, 다시 미국에서 1년을 살다 최근 귀국했다. 서강대와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에서 각각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세 살과 한 살이던 두 아들은 열 살과 여덟 살이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성동아 2013년 11월 5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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