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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여신 수애 연기력을 말하다

“지금이 인생의 터닝포인트, 여자로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 많아졌어요”

글·윤효정 티브이데일리 기자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3.10.16 14:29:00

묘한 배우다.
가시를 숨긴 듯한 화려한 장미꽃이 아닌, 잔향이 짙은 이름 모를 들꽃 같은 배우.
붉은색을 바르면 붉은색으로, 파란색을 바르면 파란색의 매력을 보여주는, 그런 여배우 수애를 만났다.
비주얼 여신 수애 연기력을 말하다


이제 막 꽃을 피운 것 같은데, 연기 경력이 벌써 15년이나 됐단다. 무명에서 스타로 등극했다가도 단명하는 배우가 수없이 많은 가운데, 수애(33)가 보여주는 행보는 특별하다. 그저 예쁘고, 주도적인 남자와 함께하는 수동적인 여자 캐릭터가 넘쳐나는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능동적이고 극을 이끌어나가는 힘을 가진 캐릭터들을 소화해냈다. 그런 수애에게 관객과 시청자는 언제부턴가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자 이서연으로 분했다. 극의 흐름과 감정선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아 ‘수애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드라마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야왕’에서는 찢어지게 괴로웠던 가난을 탈피해 대통령 부인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인물 주다해 역으로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드라마는 개연성 면에서 허점이 있었지만 극을 끌고 가는 수애의 힘 덕분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감기’에서 수애는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오열하며 몸싸움도 불사한다. 영화에서 그는 하나뿐인 딸 미르(박민하)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자 감염내과의 인해 역을 맡았다. 인해는 전국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에 맞서 딸과 국민의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사실 ‘감기’는 수애가 한 차례 고사한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이 ‘무서운 분’이라는 소문을 듣고 출연 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했던 것. 김 감독은 결국 ‘촬영장에서 화도 안 내고 항상 존댓말을 쓰겠다’는 약속으로 수애를 설득했다고.
“영화는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 배우와 감독이 누구인지 신경을 쓰게 돼요. 사석에서 ‘김성수 감독님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서 ‘내가 그분과 함께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뵈니 연출자로서의 열정이나 배우를 존중해주는 모습이 오히려 존경스러울 정도였어요.”
이번 ‘감기’ 촬영장은 수애에게 고마운 인연을 계속해서 만들어주었다. 촬영장은 그야말로 ‘폭염과의 전쟁’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날씨에 배우와 수많은 엑스트라도 바람 한 자락 들어오지 않는 방역복과 마스크를 쓰고 하루종일 뛰고 구르며 촬영을 해야 했다.
“날씨 때문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신발을 거꾸로 들면 땀이 쏟아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힘든 촬영이었는데도 다들 배려해주신 덕분에 큰 부상이나 어려움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외롭기도 하고 촬영하는 동안 육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는데 이번 영화를 하는 동안은 혼자라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다른 현장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싶어요(웃음).”

먼저 다가와준 장혁·유해진 덕분에 ‘감기’ 유쾌하게 촬영해
‘감기’에 함께 출연한 유해진과 마동석은 영화 후반부 수애가 딸을 향해 대로를 홀로 뛰어가는 신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이들은 “육상부 출신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달랐다. 수애가 마치 우사인 볼트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로 활동한 수애는 달리기도 달리기지만 체력이 웬만한 남자배우 이상으로 강해 밤샘 촬영 강행군에도 끄떡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옆에서 스태프와 감독님이 같이 달려줬어요. 사실 이번 영화는 생생한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리허설을 많이 하고 실전에서는 자유롭게 하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그동안 제가 해보지 않던 방식이라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제 성격이 그게 잘 안되기도 하고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현장에 합류한 점도 핸디캡이 됐죠. 다행히 촬영 후 배우들끼리 맥주 한 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벽이 없어지더라고요. 나 혼자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가벼워지고요.”
장혁, 유해진 두 배우의 도움이 컸다. 수애는 장혁에 대해 정말 가식 없는 배우라고 말했다.
“저에게 배우로 다가왔으면 저도 배우로 대해야 했을 텐데 ‘좋은 오빠’로 다가와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촬영이 끝나면 파라솔 밑에서 유해진 오빠와 셋이 동틀 때까지 맥주를 마셨어요. 음악도 틀어놓고요(웃음). 그게 정말 잊히지가 않아요. 누구와 작업하는지가 이렇게 중요하더라고요. 지금도 서로 전화를 하면 인사도 없이 ‘어~ 수자’라고 받곤 해요.”

비주얼 여신 수애 연기력을 말하다


비주얼 여신 수애 연기력을 말하다




‘감기’에서 딸로 출연한 아역배우 박민하와는 촬영장에서 실제 모녀 같은 사이가 됐다. 수애는 ‘감기’ 촬영을 끝내고 만난 드라마 ‘야왕’의 제작진에게 딸 역에 박민하를 추천해 두 번이나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다.
“민하 눈에는 제가 참 좋았나봐요. 촬영장에서 잘 따라줬어요. 연기도 정말 잘하고요. 아이들에게는 순수함에서 우러나오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감정을 연기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놀랍죠.”
‘다들 수애를 차가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중의 반응을 빌려 질문을 던지자 수애는 “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실제로는 쾌활한 편인데, 일 때문에 사람들을 만날 땐 긴장하니까 차갑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나갔을 때도 짧은 시간 안에 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사실 방송의 파급력이 커서 그게 보는 사람들에게는 깊게 각인되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을 만나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제 단점이에요.”
수애는 지금 그 사이의 벽을 허물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모두 드러내는 것이 어려웠던 그는 작품과 연기를 통해 한꺼풀 벗겨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의지를 보였다. 기품 있는 얼굴과 늘씬한 몸매로 시상식마다 ‘드레수애’라는 수식어를 달며 베스트드레서로 등극하는 그에게 ‘드레수애’ 역시 자신의 실제 모습과는 동떨어진 일이다.
“저보다 제 스타일리스트가 좋아하겠죠? 저는 사실 조금 낯설어요. 실제로는 사실 ‘추레’하게 다니거든요. 그나마 요즘에는 고민도 하고 옷도 사러 다니는 편이에요.”
수애의 말에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사람으로서 일생 안고 가야 하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
“제 생각과 다르게 제가 비춰졌을 때 고민을 많이 해요. 어쨌든 배우로서 제가 추구하고 의도한 바와 저를 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다르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지금 이 변화를 뭐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서 지금을 돌아보면 이 변화가 무엇인지를 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여배우는 30대가 고비’라고 한다. 외모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맡을 수 있는 배역에도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는 슬슬 결혼도 생각해야 한다. 일찍 결혼했더라면 실제로 영화 속 미르만 한 딸이 있을 나이다. 그는 ‘1박2일’에 출연해서도 결혼이 별로 멀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애는 30대라는 자신의 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금이 제 인생에서 터닝포인트인 건 맞는 것 같아요.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졌거든요.”
이제는 조금씩 단단하게 둘러쌌던 자신의 벽을 깨고 나오는 이 여배우. 다음 도전 작품은 로맨틱코미디가 어떨까. 로맨틱코미디라면 지금까지 한 번도 내보이지 않은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나는 코미디는 안 될 거야’라고 지레 포기하고 그런 쪽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무조건 고사했어요. 그런데 ‘감기’ 초반에 지구(장혁)와 알콩달콩 연애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으니까 저도 모르게 애드리브가 나오더라고요. 이제는 로맨틱코미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전에는 늘 미뤄왔던 것인데 이제는 즐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앞으로 로맨틱코미디를 하면 ‘로맨수애’라는 별명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하자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로맨수애’. 도전해보고 싶네요. 하하.”
기존에 쌓아왔던 이미지에서 한 발 내디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배우들은 안다. 수애도 그 고민의 언저리에서 가끔은 몸을 사리기도, 또 한 번은 확 내지르기도 했다. 끝없는 작품 활동은 수애 속 또 다른 수애의 모습을 발견하는 작업의 하나다. ‘로맨수애’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는 날에는 지금보다 더 자신을 내려놓은 편안한 모습의 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성동아 2013년 10월 5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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