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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문영남·임성한·김은숙…시청률 제조기 드라마의 법칙

글·구희언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KBS MBC SBS JTBC 제공

2013. 10. 08

보다 보면 ‘이거 누구 작품 같은데…’ 생각이 드는 드라마가 있다. 대부분 시청률 제조기인 유명 작가의 작품이다. 명성만큼이나 자기 색깔도 분명한 그들의 법칙.

김수현·문영남·임성한·김은숙…시청률 제조기 드라마의 법칙


속사포 대사 작렬 | 김수현
올가을 방송을 앞둔 김수현 작가의 SBS 새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첫 방송을 2주 미뤘다. 주연급 캐스팅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대본 리딩에 참여한 천정명, 한가인, 조한선, 김사랑, 하석진 등이 김 작가에게 퇴짜 맞거나 스스로 물러났다.
자진 하차한 배우도 있겠지만 대본 리딩 단계에서 김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작품 특유의 대사를 소화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작가는 배우에게 애드리브나 대본의 토씨 하나 바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때로는 대사보다 지문이 더 많을 정도로 꼼꼼한 대본을 소화하려면 연기력은 기본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에는 연기력 구멍인 배우가 없다. 혹자는 작품 속 인물들의 대사를 ‘송곳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속사포 랩을 하듯 다다다 쏴댄다. 힙합 ‘디스전’처럼 공백 없이 받아치는 대사는 핑퐁 게임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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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출연진이 김수현 톤으로 말한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호불호 강한 특유의 톤과 호흡이 있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수애가 캐스팅됐을 당시 그의 느릿한 말투 때문에 사람들이 우려를 표한 것이 좋은 예다. 김 작가와 꾸준히 작업한 윤여정에 따르면 김 작가는 “배우가 노래를 잘하면 노래하게 하고, 춤을 잘 추면 춤추게 하고, 배우가 안 되는 발음이 있으면 그걸 피해서 대사를 쓴다”고. 이순재는 김 작가의 대본에 대해 “원고 속 대사가 문학 작품에 가깝다. 애드리브를 하거나 내 입맛에 맞게 고칠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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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이름 자체가 스포일러 | 문영남
문영남 작가는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김수현 작가 이후 한국 드라마 작가 가운데 임성한과 함께 1세대 격으로 꼽히며,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만큼 작품에 대한 논란도 많다.
일단 그의 작품은 인물 이름부터 독창적이다. 좋게 말하면 개성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막 지은 듯한 이름은 이제 그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인물의 성격을 이름에 그대로 드러내기를 즐기는데, ‘왕가네 식구들’에 나오는 다섯 남매의 이름은 수박·호박·광박·해박·대박이다. 시놉시스를 읽지 않아도 인물 관계도를 보면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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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폼나게 살거야’에서는 모성애, 나대라, 천연덕, 신기한 등의 이름이 등장했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주인공 삼형제의 이름은 김건강·김현찰·김이상이었다. 전과자, 왕재수, 계솔이 등 말장난 같은 이름도 있다. ‘수상한 삼형제’에서 김희정이 맡은 도우미는 말 그대로 집안의 도우미 같은 존재였고, 도지원이 연기한 엄청난은 이름 그대로 엄청난 일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벌였다. 김희정은 문 작가의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에서는 모지란 역을 맡아 그야말로 모자라서 속 터지는 역을 맛깔 나게 연기하기도 했다. 조연급으로 갈수록 되는 대로 이름을 짓는 경향도 있다.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극 중 황태자 역이었던 이승기의 친구들 이름은 오칠구(579), 이사팔(248)이었다. 한편 문 작가는 배우가 작가의 의도를 알아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회식 자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과의 회식 자리에서 알게 된 배우의 특성은 곧잘 대본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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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 다섯 글자의 비밀 | 임성한
당초 1백20회 예정이던 임성한 작가의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1백50회로 연장이 확정됐다. 작품은 스토리의 막장성과 개연성 논란에도 동 시간대 시청률 1위에 평균 시청률 15%로 안정적인 항해 중이다. 그야말로 ‘욕하며 보는 드라마’인 셈.
임 작가의 작품에는 꼭 한 명씩 ‘네이버 지식인’ 내지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유형의 캐릭터가 나온다. 요리 이야기를 할 때 특히 그렇다. 드라마 ‘신기생뎐’에서는 단사란이 음식의 조리 과정과 영양, 몸에 어떻게 좋은지를 장시간 할애해 설명했다. 반찬 하나를 집어먹어도 어떤 식으로 요리해야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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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이나 종교적인 행태도 빠지지 않는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오로라가 키우던 개의 사주를 보고, 황마마의 누나들이 동생 옆에서 불경을 외는 장면도 등장한다. ‘초짜’ 신인이나 중고 신인을 주인공으로 기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히로인 장서희는 “임성한 작가는 평생 못 잊을 은인”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랫동안 스타덤에 오르지 못하던 장서희는 ‘인어아가씨’로 대박을 치고 그해 MBC 연기대상을 받았다.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마님’ ‘보석비빔밥’ ‘오로라 공주’까지 ‘신기생뎐’을 제외하고는 작품명이 모두 다섯 자다. 임 작가의 말에 따르면 다섯 글자가 입에 딱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이들 드라마의 방영 전 가제는 늘 ‘손짓’이다. ‘보석비빔밥’ ‘신기생뎐’은 물론 ‘오로라 공주’의 가제도 ‘손짓’이었다. 그의 행보는 여러모로 문영남 작가와 비교되는데, 특이한 작명 센스도 그렇지만 배우와의 만남을 선호하는 문 작가와 달리 임 작가는 대본 리딩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사생활 노출을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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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리는 사랑의 언어 | 김은숙
장동건과 김하늘을 기용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중년의 멋을 제대로 보여준 김은숙 작가는 10월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로 돌아온다. 김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드라마 주요 시청층인 여성의 입맛에 딱 맞는 작품을 만드는 실력 덕에 히트작 제조기로 불린다. 그 탓에 ‘간지럽다’ ‘오글거린다’는 반응도 있지만 그의 작품이 여성의 로망과 판타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맛깔스럽게 톡톡 튀는 대사는 김 작가의 전매특허. ‘신사의 품격’을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등 중년들이 이끌어 갔다면 ‘상속자들’은 이민호, 박신혜 등 젊고 통통 튀는 배우를 캐스팅해 어떤 ‘젊은’ 대사가 나올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안에 너 있다” “애기야 가자”(파리의 연인),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이 여자가 내게는 전도연이고 김태희입니다”(시크릿 가든) 등 사랑에 관한 명대사를 잘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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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작품의 패러디도 자주 선보인다. ‘신사의 품격’에서 임메아리는 김 작가의 전작인 ‘시크릿 가든’을 보며 감탄하고, 이정록은 밥에 든 반지를 삼키곤 “이 안에 너 있다”고 말한다. 주연 배우의 전작도 패러디 요소로 쓰인다. ‘신사의 품격’에서 김광규는 장동건에게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라며 영화 ‘친구’의 명장면을 패러디했다. 극 중 선생님으로 나온 김하늘은 반 학생이 자기에게 대들자 드라마 ‘로망스’에서 김재원에게 했던 대사인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를 말했다. 드라마 ‘시티홀’에서 김선아는 “제 옛날 남친이 현빈이랑 똑같이 생겼거든요”라며 전작인 ‘내 이름은 김삼순’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시크릿 가든’에서 녹음실에 있었다고 거짓말하는 윤상현에게 김사랑은 “뻥 치고 있네! 너 천지애랑 있었잖아!”라며 윤상현이 ‘내조의 여왕’에서 러브라인을 형성한 천지애(김남주)의 이름을 언급했다.
김 작가가 이런 패러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작가 자신과 배우, 시청자에게 추억을 선물하기 위함이다. 그는 “전작의 패러디는 과거 작품을 색다르게 표현해서 시청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작가와 배우, 시청자에게 추억을 선물한다는 점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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