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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병만 씨 대차게 사는 인생

글·진혜린 | 사진·지호영 이기욱 기자, 실크로드 제공

입력 2013.06.17 17:18:00

당장 집이 필요하면 집 한 채를 뚝딱 지어 줄 것 같은 남자.
배가 고프다고 하면 수풀을 헤치고 먹음직스러운 것을 잡아 올 것 같은 남자. 무인도에 떨어져도 이 남자만 있으면 두렵지 않을 것 같다. ‘개그콘서트’의 달인에서 이제 정글의 달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생존, 김병만 선생’이다.
소심한 병만 씨 대차게 사는 인생


소심한 병만 씨 대차게 사는 인생


어느새 녹음이 짙어진 5월의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스킨스쿠버 수영장 앞이 운동하러 나온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분명 이미 도착해 있다던 김병만(39)이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자 그제야 그가 보인다. 작지만 다부진 김병만과의 첫 만남이 반가웠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방금 좋지 않을 일이 있었나?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낯가리는 것’이란다.
“화가 났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냥 워낙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한건데….”
연극 무대까지 합해 ‘18년간 개그만 하고 살아온’ 개그의 달인 김병만에게 ‘낯가림’이라니! 그의 긴장된 표정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무뚝뚝하고 거칠었지만 그의 진중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솔직했으니까.
“벽을 탈까요?”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고 했더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발을 벗고 훌쩍 벽을 타고 오른다. 김병만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김병만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짠하고 나타날 수 있는 기동성 좋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위아래 세트로 꼭 맞는 운동복 차림. 그는 이게 자신에게는 ‘정장’이라고 했다.
“아, 저는 지금 굉장히 차려 입은 겁니다.”
“16년간 운동복만 입고 살아온~”이라며 ‘달인’을 소개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병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개그 코드다.
‘정글의 법칙’에서의 옷차림을 생각해보면 ‘운동복은 정장’이라는 그의 말이 아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 ‘정글’에서 돌아온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글에서의 생존을 위해 도시에서도 정글처럼 살고 있는 김병만의 일상은 육해공 작전을 방불케 했다.

자격증의 달인, 김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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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을 할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수많은 달인을 하다보니까 나중에는 아이디어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달인을 찾아다니며 직접 만나서 배우고 그랬죠. ‘정글의 법칙’에서도 어떻게 하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밥을 먹다가 포크를 보면 이걸 어떻게 작살로 만들까를 생각하거든요. 항상 새로운 곳을 찾아가지만 기본적인 틀이 비슷하면 금방 식상해져요. 매일 똑같은 방법으로 사냥하고, 요리하고, 똑같은 것을 먹으며, 매일 똑같은 방법으로 이동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더 편한 방법이 있지만 좀 더 다양한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위험하거나 힘들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는 거죠.”
김병만이 족장으로서 ‘정글의 법칙’에 갖는 책임감은 의외로 컸다. 그것은 좀 더 재미있는 모습, 다양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함께 간 멤버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 어찌 됐건 본인은 족장이고 달인이니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신기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일종의 부담감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김병만을 못하는 것 없이 다 잘하는 ‘달인’으로 생각하니까. 고산병의 위험에도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가고, 사냥을 하다가 살이 까지고 피가 나는 정도는 두렵지 않았단다.
“나무를 타도 더 높이 올라가고 싶고, 물속에 들어가도 더 깊이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옆에 안전요원이 있어도 정글에서는 늘 위험에 노출돼 있거든요. 안전요원이 옆에서 샷건을 들고 있지만 악어가 사람을 낚아채는 속도보다 샷건을 들어 올리는 속도가 더 느릴 수밖에 없어요. 사고는 찰나에 벌어지는 거라 늘 조심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전문가가 되고 싶고, 안전요원이 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정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카이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있어요.”
‘매번 목적지로 이동할 때 차를 이용했으니까, 다음엔 광대한 정글을 배경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스카이다이빙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이왕 배운 김에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 하고 싶었고, 혼자 탈 수 있을 만큼 배울 생각이라면 아예 머리에 카메라도 달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싶었단다. 그래서 벌써 스카이다이빙 A라이선스 자격증을 땄다. 50회 강하를 완료하면 머리에 카메라를 달 수 있는데, 지금까지 25번을 뛰어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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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뛰어 내렸어도 정작 프리 폴(자유낙하) 시간은 한번에 45초 내지 50초밖에 안 돼서 모두 합해봐야 19분 정도예요. 낙하산을 편 순간부터는 시간을 재지 않거든요. 그런데 말레이시아에 가면 1시간을 프리 폴 할 수 있대요. 이제 거기 가서 50회 강하를 마무리하려고요(웃음).”
프리다이빙도 마찬가지다. 산소통을 이용하는 스쿠버다이빙으로 물고기를 잡으면 불법이란다. 하지만 산소통 없이 본인의 호흡으로 잠수하는 프리다이빙은 사냥을 해도 무방하다. 정글에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김병만 사전에 ‘그냥’이라는 것은 없다. 하려거든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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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다녀 온 후부터 다이빙에 관련된 자격증을 8개 땄어요. 종류가 다양하거든요. 보트다이빙, 내비게이션다이빙, 나이트다이빙, 어드밴스드다이빙, 드라이슈트다이빙까지. 아, 드라이슈트다이빙의 장비가 가장 비싸요. 풀 세트로 장만하면 1천만원 정도 들거든요. 프리다이빙은 기본 자격증에 레벨 1까지 따서 두 개의 자격증이 있죠. 가장 기본이 되는 스쿠버다이빙은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있는 마스터 자격증까지 따려고요. 이미 CPR(심폐소생술)과 레스큐(구조) 교육은 다 받아서 바다에 몇 번만 더 들어가면 마스터 자격증이 나올 거예요.”



뉴질랜드에서 귀국한 지 겨우 석 달 남짓. 그 사이 히말라야까지 다녀왔으니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자격증을 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스쿠버다이빙에 레벨 10까지 있어요. 서울스쿠버다이빙협회 소장님 말씀이 레벨 1을 한 번에 통과한 사람은 1백 명 중 2명 있을까 말까래요. 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했다던 중위 한 명과 저랑 둘뿐이라고 해요. 레벨 1부터 공중에서 아치, 터치, 공중돌기 등 미션을 수행해야 하거든요. 보통은 적게는 14회 정도에서 많게는 18회 정도 해야 통과하죠.”
말로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달인’의 경지다. ‘개그콘서트’의 ‘달인’이 대충 흉내는 내도 실패하는 게 미덕인 허당 캐릭터였다면 ‘정글의 법칙’을 거치면서 김병만 족장은 진짜 달인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내친 김에 자격증을 더 따고 싶다는 거다. 그가 도전하려는 자격증 리스트에는 보트자격증과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이 들어 있었다. ‘개그콘서트’의 ‘달인’ 때 이미 배워 본 적도 있고 최근 들어 경기도 가평에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 종종 실전에 활용하는 굴착기는 이제 시험만 보면 될 정도로 수준급이다.
“단순히 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 정글에 갔을 때, 어느 순간 보니까 족장이 돼 있더라고요. 제가 나이도 제일 많았고, 시골에서 자라 이런 저런 것들을 하다보니까 족장을 시켜주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더 책임감이 생기고, 진짜 정글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정식으로 배워야겠더라고요.”

소심한 남자의 통 큰 스트레스 해소법
시작은 ‘족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익스트림 스포츠가 자신의 취미이자 탈출구가 됐다고 했다. 사실 최근 몇 달은 그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때로는 ‘연예인의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단다.
얼마 전 ‘정글의 법칙’을 둘러싸고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조작 논란’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에 쏟아진 ‘의도적 연출’에 관한 논란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프로그램에 정성을 쏟았던 만큼 ‘조작 논란’은 큰 상처가 돼 돌아왔다.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고 해야 하는 일이었죠. 아무리 10개 중 8개가 진실이라고 해도 2개가 꾸며진 거라면 2개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하는 건데, 저는 진실인 8개를 가지고 인정해 달라고, 억울하다고 변명하려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매일 좋은 일만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할 수도 있을 텐데, 자신의 성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다.
“제가 원래 좀 소심하고 내성적이거든요. 누가 악성 댓글이라도 달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나요. 언젠가 한번은 우연한 기회가 닿아서 (네티즌과) 직접 만나 해명하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아,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잘 정도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사람의 본성은 어디 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막상 사건이 터지니까 한 명, 한 명 다 찾아가서 설명해 드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죠. 언젠가는 이해해주고 알아주실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서울로 상경. 1996년 연극 ‘나 쫄병 맞아?’로 데뷔한 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달인’으로 진득한 속도로 스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그는 또 다시 긴 무명의 시절을 묵묵히 걸어왔다. ‘잘 곳도 없고 끼니를 때우지 못할 만큼’의 가난을 경험하면서도 그때는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어서 무서울 게 없던 시절이었다.
“그전에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면 됐어요. 누가 시비 거는 사람도 없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앞뒤, 좌우를 다 봐야 해요. 뭐 흘린 것(잘못)은 없는지 뒤도 돌아보면서 앞으로 가야 하죠. 그러다 보니 주변 상황에 대해 자꾸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눈치가 보이고 위축된다고도 했다. 마치 신나게 놀던 아이가 어른에게 꿀밤 한 대 맞고 슬금슬금 눈치 보는 것 같다고.
“처음 한두 번 정글에 갔을 때는 진짜 신났어요. 제가 모르던 신기한 것도 많이 보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위험한 일도 여러 번 겪고 좋지 않은 상황까지 경험하게 되니까 모든 것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더 빈틈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게 자꾸 표정으로 드러나는지, 방송에서도 예전처럼 개구쟁이 같고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이 많이 없어졌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에게도 답답한 마음을 풀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런데 정글에서 써먹으려고 배운 익스트림 스포츠가 자신의 숨통을 풀어 주고 있었다.
“스쿠버다이빙도, 스카이다이빙도 철저히 저 혼자 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특히 물속에 있으면 마치 수행하는 기분도 들죠.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집중하지 않고 잠깐이라도 딴 생각을 하면 순식간에 수십 미터 아래로 가라앉아버리거든요. 처음에 수심 50m로 급강하한 상태에서 더 깊이 가라앉아 버리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죠. 다른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운동하듯이 저는 매일 극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거죠.”
극한 상황을 일상처럼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위험을 체감하는 감각도 무뎌진 것 같아 매사에 조심하려고 노력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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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병만 씨 대차게 사는 인생

1 파푸아뉴기니에 갔을 때 원주민 코로와이 족의 나무 위의 집. 보통 8m 높이의 다른 집과는 달리 45m 높이의 집에 올라가려다 실패했다. 하지만 며칠간 원주민을 관찰한 끝에 맨 손으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2 솔로 다이빙 강하 훈련 모습.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아 훈련 때마다 전남 고흥까지 가야한단다. 3 김병만은 일주일에 한두 번 스킨스쿠버 연습을 한다.



그나저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려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터. “인기 스타라 협찬의 스케일도 다르다”고 했더니 김병만은 그런 오해에 이미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사실 ‘달인’을 할 때는 장비만 제가 사면 됐어요. 선생님들이 그냥 돈도 받지 않고 가르쳐 주셨죠. 석궁이니, 외발자전거니 하는 것들은 제가 다 샀어요. 사용하다가 망가지면 죄송하잖아요. 지금은 그보다 수십 배의 돈이 들죠. 낙하산은 기본적으로 맞추는 데 1천만원 정도 들거든요. 사실 저도 부담스러워요. 아무리 그래도 작은 회사에서 수작업으로 힘겹게 만든 물건을 협찬받는 게 좀 그렇잖아요.”
장비부터 수강료까지 모두 사비를 털어 배우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단다. 더구나 ‘달인’ 때부터 사들인 장비를 모으는 것도 김병만의 또 다른 취미다. 그가 따로 마련한 작은 작업실은 각종 장비로 만물상이 됐다.
“술 마시고 놀면서 돈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요? 사치는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 갔는데 이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것 자체가 좋아요.”

무뚝뚝한 남자의 따뜻한 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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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의 시작과 함께, 그전까지 어림잡아 예닐곱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그는 ‘상류사회’를 제외한 모든 방송을 정리하고 ‘정글의 법칙’에만 매진해 왔다. 평소 임하룡이나 주성치, 찰리 채플린처럼 되고 싶다던 김병만. 정통 희극인을 꿈꾸던 그에게 ‘정글’은 어떤 의미일까?
“희극인에 대한 꿈이 달라진 것은 아니에요. 지금 JTBC에서 준비하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도 있고, 영화감독과 독립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 중에 다른 장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대한민국에 정글 캠프를 만드는 거예요. 아이들이 와서 실제의 정글을 체험하는 거죠. 캠핑 가서 단순히 고기를 구워 먹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정글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아요. 그것도 하나의 감동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정글을 오가면서 문뜩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유야 어찌 됐건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인가를 훼손했고 어떤 형태로든 다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최근 ‘김병만 나눔 센터’도 그런 취지로 문을 열었다. 6월이면 네팔에서 김병만의 이름을 딴 학교를 짓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것 또한 저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가 가진 마음의 짐을 덜어 내는 거죠. 그것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자니 방송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그냥 개인적으로 하는 거예요.”
듣고 보면 참 멋있는 말인데, 이 남자, 말도 참 무뚝뚝하게 했다. 평소 성격도 그러냐고 했더니, 무드는 없는 것 같단다. 솔직한 거 하나는 일등이다.
“아기자기한 게 없어요. 생일이라고 하면 일단 ‘뭐 갖고 싶어?’라고 물어봐요. 뭘 갖고 싶다고 하면 ‘그래? 그럼 가져’ 하고 말아요. 그리고도 그냥 말없이 구해다 주면서 툭 놓고는 ‘이거 가져’ 하는 식이죠. 어머니한테도 ‘엄마, 짜잔’ 하면서 뭘 드린 적이 없어요.”
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정은 뜨거운 남자다. 그의 순애보는 이미 2011년 지금의 아내와 결혼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였다.
“딸아이가 벌써 중학교 1학년이 됐어요. 어느 날은 가위를 가지고 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머리를 깎아 달래요. 여자아이가 무슨 용기로 머리를 깎아 달라는 거냐 했더니 ‘달인이잖아’ 하더라고요. 제가 뭐든지 다 하는 줄 알고 있어요(웃음). 키가 아마 172cm는 될걸요. 어느 순간 쑥 크더라고요. 아직도 가끔 팔베개를 해달라고 해서 해주는데, 이제는 제가 동생 같아요.”
듣기만 해도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인터뷰 내내 심각할 만큼 진지한 태도를 보였던 그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드디어 웃음을 보였다. 딸에게 영원한 ‘달인’으로 뭐든지 해결해 주려고 하다가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도 한다고.
“가끔 아내가 제게 이런 말을 해요. ‘뭔가를 물어 봤을 때 즉각 대답해 주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어쩔 뻔했냐?’고요. 저는 책 읽는 것도 싫어하고 공부하는 것도 싫어하는데 알고 싶은 것은 많거든요. 그래서 아내에게 듣고 배우는 게 가장 많아요.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아내에게 물어보고, 아내는 인간 신문이 되죠. 아내의 직업이 교사니까 설명을 또 워낙 잘 하고요. ‘종합병원2(2008~2009)’를 촬영할 때도 아내가 전화로 의학용어를 다 설명해 줬죠. 그런 부분에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제게 정말 잘 맞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참 멋있어 보였다’며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기자가 받은 개인적인 느낌을 말했더니 그는 “남자는 같이 살다가 혼자가 돼도 땅을 파든 뭘 하든 살 수 있거든요. 그런데 여자는 더 힘들다고 봐요. 그래서 살면서 뭐든 여자에게 몰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결혼식은 나중에 하고 싶어요. 지금 아이가 사춘기잖아요. 엄마의 결혼식? 그거는 아직 아이에게 힘들 것 같아요. 아이가 대학생이 됐을 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뭐 혼인신고는 이미 했으니까, 아내만 괜찮다면 나는 괜찮다고 했죠.”
‘정글의 법칙’ 팀은 히말라야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음 출국을 준비하고 있단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프리다이빙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는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끝난 후 물속으로 힘차게 헤엄쳐 들어갔다. 그 심연 속에서 분명 김병만은 또 다른 모습의 따뜻한 감동을 낚아 올리고 있을 것이다.



일러스트·‘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실크로드)’중에서

여성동아 2013년 6월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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