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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의 5대 적 창업·사기·건강·부부·자식 조심하라”

여유로운 노후 위한 김진영 소장의 특급 조언

글·최은성 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REX 제공

입력 2013.06.04 09:22:00

수명은 길어지는데 퇴직은 빨라진다. 인생 1막은 부모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었다면 인생 2막은 노후 준비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퇴설계 전문가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이 들려주는 행복한 노후 준비법.
“노후의 5대 적 창업·사기·건강·부부·자식 조심하라”


“은퇴 후 5년이 인생 후반전을 좌우한다. 새로운 인생이 평화롭기를 바란다면 다섯 가지 변종 크레바스를 조심하라.”
20여 년간 쌓은 자산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은퇴설계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김진영(51)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그는 은퇴를 앞두거나 준비하는 중장년층 고객에게 늘 이런 조언을 한다. ‘크레바스(crevasse)’란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이다. 눈에 덮여 잘 보이지 않지만 발을 잘못 디디면 그 좁은 틈으로 자일에 엮인 사람들이 줄줄이 떨어지는 참사로 이어진다.
최근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서 제목을 따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홍익출판사)라는 책을 펴낸 김 소장은 “현실감 있는 은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은퇴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실감 있는 은퇴 준비란 단순히 재산 증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은퇴 이후 들어갈 생활비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 소득과 지출까지 모든 흐름을 고려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크레바스를 파악하는 일이다. 바로 창업, 사기, 건강, 부부, 자식이라는 5가지 위험 요소다. 김진영 소장은 “대체로 은퇴 후 5년 이내에 발생하는 이런 위험들은 노후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크레바스를 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

“노후의 5대 적 창업·사기·건강·부부·자식 조심하라”

김진영 소장은 은퇴 설계는 5년 단위로, 부부가 함께할 것을 권했다.



30~40대에 일찍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은 인생 2막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 업종은 주로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빵집이 대부분이다.
호텔 주방장으로 일하다 음식점을 차린 50대 박준수(가명) 씨는 시세 3억2천만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기존 주택 담보대출 9천만원에 1억5천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박씨가 재료비, 인건비 등을 빼고 집에 가져가는 돈은 기껏해야 월 2백50만원 남짓. 이 중에서 1백6만원을 대출 원리금으로 상환하고 나면 남는 돈은 1백40만원 정도였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생활은 빠듯해 얼마 전에는 대부업체에서 5백만원의 생활 자금을 대출받았다. 호텔 주방장으로 일했다면 연봉이 적어도 5천만원 이상은 됐을 텐데 그때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되는 돈을 벌고 있으니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평생 요리사로 일해왔기에 자신만만하게 창업에 도전했지만 돌아온 것은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 신세였다.
김 소장은 박씨처럼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실패한 경우, 평생 모은 재산을 잃는 것은 물론 가정불화, 화병, 빈곤층 전락, 자식들과의 단절 등으로 이어져 은퇴 후의 삶이 망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가 5년 동안 창업해 살아남을 확률은 35%밖에 안 돼요. 음식점의 경우 10개 중 7개가 5년 이내에 문을 닫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업 후 6개월 이내에 문을 닫는 곳도 7%나 돼요. 퇴직 전 했던 일과 관련된 분야에서 창업을 한다고 해도 직장 생활과 창업은 전혀 별개의 일입니다. 무조건적인 낙관이나 막연한 기대감을 떨쳐버리고 창업을 하려면 누구를 찾아가서 조언을 얻는 게 좋은지 창업에 내가 적합한지, 업종은 어떻게 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사기도 마찬가지. 김 소장은 “요즘은 퇴직금을 중간정산해서 노후 대비로 토지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한 사기 피해도 발생하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들려준 사기 피해 중에는 제주도에 있는 임야를 추천받아서 펜션을 지으면 노후 걱정은 안 하겠단 생각에 퇴직금 일부를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자동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숲 속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였던 사례가 있었다.
그는 “가보지도 않고 사람만 믿고 투자해서 생긴 일”이라면서 “투자 할 때는 지인을 통한 소개든 평소 친분이 있는 경우든 등기부등본이나 토지대장 등 부동산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무조건 자신의 발로 뛰면서 실제 부동산 가치가 있는지 현장 조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강 크레바스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지불하는 의료비는 2011년 기준으로 평균 1억3천6백만원이다. 2006년에는 6천4백만원이었는데 불과 5년 사이에 2배나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50세까지 들어가는 의료비는 전체의 22%에 불과한 반면 50대와 60대에 30%가 들어가고, 70세 이후에는 50%가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노후의 5대 적 창업·사기·건강·부부·자식 조심하라”


김 소장은 “건강 크레바스에 대비할 때는 의료비 증가도 염두에 둬야 하며 온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 가족 간의 공감대 형성과 책임의식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식 크레바스는 특히 은퇴를 앞둔 50대뿐 아니라 30~40대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취업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국내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2012년에는 59%에 불과해요. 졸업생의 절반 정도만 취업을 한다는 얘기죠. 나머지는 대학을 나오고서도 부모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캥거루족으로 전락합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성인이 된 미혼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50대 가구는 31.7%에 달한다. 60대까지 합쳐도 28.6%다. 문제는 다 큰 뒤 독립하지 못한 자녀의 상당수가 생활비를 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모는 함께 사는 성인 자녀 한 명당 월평균 90만원의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들이 독립한다고 해도 문제다. 2012년 기준으로 아들 한 명 결혼시키는 데 부모는 평균 4천6백31만원, 딸 한 명에 3천58만원이 들었다.
김 소장은 “은퇴자산 2억5천만원을 지닌 55세 퇴직자가 60세까지 자녀 부양비로 연간 5백만원을 쓰고, 결혼 자금을 평균 수준으로 지원하면 77세쯤 은퇴 자금이 바닥난다”면서 “분수에 맞지 않게 사교육과 결혼을 시키고 사업 밑천을 대주느라 부모는 부모대로 노후가 망가지고,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독립심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지 못하면 결국 자녀들이 불행해진다는 생각으로 지금부터 불필요한 사교육을 끊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 평소 용돈 관리 등을 통해 경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아직 본격적으로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30대는 부부가 힘을 합쳐 자식 크레바스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부가 함께 자녀 뒷바라지를 어디까지 어느만큼 할지 충분히 대화해서 ‘적당한 지원’의 선을 찾아야 합니다. 또 자녀가 대화가 통할 나이라면 온 가족이 함께 대화하면서 지원은 대학까지, 또는 어학연수까지 등으로 한계선을 정해야 자녀에게는 자립심을, 부부에게는 자식 크레바스로 발생할 수 있는 황혼 이혼이라는 또 하나의 위험 요소를 막을 수 있어요.”
또 부부 크레바스는 은퇴를 전후해서 새로운 배우자와 산다는 기분으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하며, 평소 부부간에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수라는 게 김 소장의 조언이다.

부부가 함께 자산을 리모델링하라
은퇴 크레바스에 빠지지 않으려면 경제 활동이 왕성한 30~40대부터 노후 준비와 자산 구조 변경을 시작해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자신의 순자산과 부채 그리고 투자자산의 수익률을 파악하는 것이다.
“의외로 자신의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은퇴설계를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실제 투자하고 있는 돈과 부채를 모두 공개할 필요가 있어요. 가계의 부채를 파악해야 정확한 투자 금액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연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넘는지, 이자도 별로 없는 곳에 넣어둔 예금은 없는지, 들어놓은 보험이 지금 우리 집의 상황에 맞는지, 손해가 난 펀드는 갈아탈지 말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특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투자 상품은 미련을 버리고 팔거나 갈아타기 등을 통해 재편할 것을 권했다.

“노후의 5대 적 창업·사기·건강·부부·자식 조심하라”


자산을 파악했다면 그다음 단계로 은퇴 후에 월 생활비를 얼마로 할 것인지, 이에 맞춰 부족한 은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한다. 그는 특히 최근 하우스 푸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30~40대도 지금 부동산 투자를 재편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대형 아파트를 깔고 앉아 정작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를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동안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지만 취득세 감면과 함께 이제는 적체돼 있던 매물들이 다소 빠지고 있고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금 시점을 평수를 줄이거나 입지가 좋은 곳으로 갈아탈 타이밍으로 삼을 필요가 있죠.”
실제 김 소장은 은퇴자산 리모델링 사례를 들려줬다. 현재 건설회사 중역으로 재직 중인 이민우(61) 씨의 자산은 거주 중인 대형 아파트에 금융자산 1억5천만원과 퇴직금 3억원이었다. 월 생활비는 5백50만원으로 예상됐다. 대형 아파트에 계속 산다면 이씨는 70세가 되는 9년 후 4억5천만원의 금융자산이 완전히 소진되는 상황에 처한다.
김 소장은 이 경우 아파트를 중소형으로 갈아탄 후 생긴 목돈을 금융자산 투자로 전환해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금융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종신형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브라질채권, 지수형 ELS, 은퇴신탁에 가입하면 연 5~6% 정도의 투자수익률을 올려 필요로 하는 은퇴 후 생활비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흑자 은퇴를 위한 포트폴리오
2009년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은퇴 준비를 하고 있는 가구 수는 전체 가구의 75% 정도. 그런데 그들이 갖고 있는 은퇴자산은 국민연금 42%, 개인연금까지 포함하면 연금이 70%를 차지한다고 나왔다. 나머지 25%는 예금이나 적금, 퇴직금 등 은행에 넣어둔 돈이고 5%는 부동산 임대수익에서 나오는 돈이라고 했다. 이런 자산 준비에 대해 김 소장은 은퇴자산 축적을 위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연금이 노후 준비의 기본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또 예금이나 저축은 돼지저금통에 돈을 넣어두는 것 정도밖에 의미가 없죠.”
은퇴자산 축적을 위해서 김 소장이 추천하는 단계별 전략은 크게 기본이 되는 연금과 중위험·중수익 상품 그리고 절세상품과 장기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1단계 기본이 되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과 더불어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에 가입해 최저 은퇴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연금저축은 1인당 4백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2단계 상장지수펀드(ETF)같이 여러 가지 지수에 적립식으로 투자함으로써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높이는 것이다. ETF는 주가지수, 금, 원유 등 다양하게 나와 있어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맞춰 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3단계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때 현재의 자산들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진 현금으로 투자금을 늘릴 수 있다면 좀 더 은퇴자산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조언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3년에서 5년 정도 투자하는 상품들로 ELS(주식연계증권), ETF, 채권, 자산배분펀드 등을 주로 신탁이나 랩을 구성해 패키지로 운영하는 것이 수익률 면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기대수익률은 연 6~9% 정도. 단 이런 상품을 고를 때는 제시하는 수익률은 보장수익률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 운용회사의 장기적인 안목과 능력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4단계 월지급식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월지급식은 처음에 거치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목돈이 필요하다. 이 경우 자산 리모델링을 통해 마련한 목돈을 투자해보는 방식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월지급식이 은퇴자산 마련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재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0~40대는 소득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월지급식에서 매월 나오는 금액만큼 ELS나 해외채권펀드 등에 투자하면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월지급식의 경우 매월 지급되는 금액을 높게 제시한다고 해서 좋은 상품은 아닙니다. 매월 같은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 원금이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반드시 원금상환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노후의 5대 적 창업·사기·건강·부부·자식 조심하라”


여성동아 2013년 6월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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