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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연극에서도 현실에서도 ‘러브러브러브’ 이선균 전혜진 부부

글·진혜린 |사진·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 DB 파트,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3. 04. 17

아내 전혜진이 3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 ‘러브러브러브’를 선택하자 남편 이선균이 동반 출연으로 지원 사격을 나섰다. 많은 연기자 부부가 있지만 부부가 동반으로, 그것도 부부 역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 2009년 결혼해 두 아들을 둔 진짜 부부가 연기할 연극 속 부부의 모습이 궁금하다.

연극에서도 현실에서도 ‘러브러브러브’ 이선균 전혜진 부부


꼭 닭살 커플이어야 잉꼬부부는 아닐 것이다. 만날 티격태격해도, 때론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라는 표정을 지어도 ‘이들 부부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드는 부부가 있다. 결혼 5년 차를 맞은 이선균(38)·전혜진(37) 부부가 꼭 그랬다. 손발 오그라드는 칭찬이나 애정 표현은커녕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둥, ‘끼어들지 말라’는 둥, 핀잔 아닌 핀잔을 해도 오히려 꾸밈없어 진짜 부부 같았다.
지난해 ‘골든타임’ 이후 차기작으로 아내와의 동반 출연작을 선택한 이선균을 아내와 같은 자리에서 만나니 그들이 결혼 소식을 알려왔던 때가 떠올랐다. 이선균이 ‘달콤한 나의 도시’와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여심을 녹이며 말 그대로 ‘잘나가는 연기자’의 반열에 올랐던 때였다. 물론 7년간이나 긴 연애를 했고 전혜진 또한 연극판에서 알아주는 연기파 배우였지만, 급격하게 불어난 이선균의 신생 팬들에게는 ‘무명 연극배우와의 결혼’일 뿐이었다. 솔직히 의아했다.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이선균은 인터뷰 때마다 아내 전혜진과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곤 했다. 지금은 전혜진이 ‘이선균의 아내’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오히려 자신이 ‘전혜진의 남자 친구’로만 불리던 때가 있었다고. 영화 ‘죽이는 이야기’를 통해 아내의 팬이 됐고, 연극 포스터에서 그의 이름을 보고 무턱대고 회식 자리에 찾아갔었다는 무명 시절 이야기는 유명한 그들의 러브 스토리다.
그렇게 십수 년이 흘러 두 아이의 부모가 된 두 사람은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이 아닌 ‘배우’라는 이름으로 한 무대에 섰다. “부부 관계 이외의 무엇인가가 필요했다”던 두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 맺어진 부부 관계를 잠시 내려놓고 ‘러브러브러브’ 속 산드라(전혜진)와 케네스(이선균)로 다시금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다시 쓰는 배우 전혜진의 이야기

연극에서도 현실에서도 ‘러브러브러브’ 이선균 전혜진 부부


3년 전, 그녀가 ‘올모스트, 메인’으로 연극 무대에 모습을 비쳤을 때, 배우 전혜진의 모습을 원 없이 보게 될 줄 알고 반가웠다. 첫째 아들 이룩이가 돌이 지나 막 걷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훗날 이선균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습을 시작한 지 열흘쯤 지나 몸이 이상하다고 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단 한 편의 연극을 끝으로 또다시 활동을 중단했지만 예쁜 둘째 아들이 태어났고, 이제 둘째 이룬이 또한 씩씩하게 걸어 다닐 만큼 자랐다. 그때 전혜진에게 건네진 연극 대본이 바로 이상우 연출의 ‘러브러브러브’였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복귀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출연 제의를 받은 곳이 어느 술집이었죠(웃음). 대본을 보고나니까, 잘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냥 좋았어요.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죠. 다시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작품을 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환희예요. 제 인생의 한 점을 찍는 느낌이 옵니다.”
그녀가 연극계에 발을 디딘 지 어언 17년. 1997년 미스코리아 경남 선 출신으로 같은 해 극단 차이무를 통해 연극계에 입문한 전혜진은 다음 해 이선균이 보고 반해버렸다는 여균동 감독의 ‘죽이는 이야기’를 찍었다. 그리고 수십 편의 연극에 출연하면서 대학로의 스타 배우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영화 ‘잔혹한 출근’ 등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착실히 걸어왔다.
하지만 2009년 임신과 함께 결혼을 하면서 배우로서는 기약 없는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한때 대학로에서 ‘전혜진의 남자 친구’로 불리던 남편은 그사이 ‘파스타’ ‘쩨쩨한 로맨스’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승승장구했다.



연극에서도 현실에서도 ‘러브러브러브’ 이선균 전혜진 부부

2009년, 7년간 열애 끝에 결혼한 이선균·전혜진 부부. 네 살, 두 살 된 두 아들이 있다.



“저는 결혼 전에 놀 만큼 놀아봐서 아쉬운 것은 없었어요(웃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그 상황을 즐겼던 것 같아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힘들었던 것만은 아니었어요.”
일전에 이선균은 아내에 대해 “한 성격 하지만 가식 없고 솔직한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 그렇게 솔직한 아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의 마음은 조금 달랐나 보다. 자신에게는 최고의 여배우이자, 대학생 시절 우상이던 아내가 아이들을 돌보다 지쳐 잠든 모습이 측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로 집안일을 하면서 배우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어요. 이제 아이들도 걸어다니니까 일을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막연하게나마 그 시작이 이상우 연출자의 작품이었으면 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진 셈이에요.”
아무리 아내를 걱정하는 남편이라지만 남자가 바라본 아내의 상황은 간단명료하다. ‘아이가 걸어 다닐 만큼 컸다’는 정황은 ‘이제 일을 시작해도 될 것이다’라는 간단한 사칙연산으로 완성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막상 복귀에 대한 아내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만 전념하던 사람일수록 ‘육아’와 ‘일’을 넘어선 ‘나’를 찾는 것이 어려운 수학 공식처럼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조금 다르잖아요. 제 자신을 찾고 싶다는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하고 좋은데,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탓해서도 안 되는 공허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혜진은 작품에서 자신이 맡은 산드라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좋은 집에서 예쁜 아이 둘을 키우며 자신의 일도 하고 있지만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고 그것을 찾아 떠나게 되는 모험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배우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고민했던 부분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러브러브러브’ 대본을 보고 남편과 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사실 이 친구(이선균)도 좋은 상태가 아니었거든요(웃음).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말은 아니에요(웃음). 대화를 하다 보니까 우리가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잘 달려왔지만 한편으로는 서로가 마음속으로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더라고요.”
두 사람도 느끼고 있는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모험을 하는 극 중 인물에게 매력을 느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티격태격 만담 같은 일상
이 작품을 연출한 이상우 감독은 ‘러브러브러브’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극 중 여주인공으로 전혜진을 떠올렸고, 이선균은 전혜진과 함께 낚싯줄에 엮여 끌려온 것이라며 부부 동반 캐스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우 감독은 전혜진이 22세 때 극단 차이무에 입단할 당시 만나 지금까지 친정아버지처럼 이어온 인연이라고 했다. 이선균도 이상우 감독이 장인어른 같다 했고, 이상우 감독 또한 이선균이 사위 같단다.
“제가 두 사람을 조금 알거든요. 어떻게 싸우는지, 어떻게 술을 마시는지, 술에 취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아니까 주인공들이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생각하면 환상적인 궁합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침 ‘골든타임’ 이후 새 작품을 물색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선균에게는 반갑고도 부담스러운 제안이었다.
“한때,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이 겁나던 시기가 있었어요. 이제는 그런 시기도 지났고, 하게 되면 재미있게 하고 싶었는데 그게 이상우 연출가의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죠. 때마침 저를 불러주셔서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겁도 나고 걱정도 됐죠. 우리 둘이 부부로 나오니까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요. 분명 시너지 효과도 있겠지만 우려되는 것도 많았죠. 막상 용기를 내서 시작해보니까 좋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되자 현실에서 웃지 못할 일들도 일어났다.
“어제 저는 아이들을 돌보는데, 혼자서 대본을 보고 있더라고요. 굉장히 질투가 났어요. 저는 대본을 못 보니까요(웃음).”
아내의 선제공격에 남편도 지지 않고 응수한다.

연극에서도 현실에서도 ‘러브러브러브’ 이선균 전혜진 부부


“아, 우려가 됩니다. 연습을 따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나는 아이 보는데, 너는 대본 보냐. 불 꺼라’라고 하더라고요.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테이블 리딩만 진행된 상태거든요. 이제 무대에서 연습을 시작하려면 뭔가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형광펜으로 줄을 긋고 있는데, 불 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일상과 연기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어요.”
남편의 구구절절한 설명에 아내가 대뜸 “연극이란 게 원래 그런 거잖아요”라고 끼어드려는 찰나 “아~ 끼어들지 말고요” 하며 남편이 방어를 한다. 이에 굴할 아내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더 색다른 공연이 될 수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래서 연습실에 올 때, 집에서 따로 나와요. 저는 운동 겸 집에서부터 연습실까지 걸어오고 혜진 씨는 제가 도착할 즈음에 함께 도착할 수 있도록 시간 맞춰 늦게 출발해요. 연습실에서 다른 배우들 만나듯이 반갑게 인사하곤 해요. 처음부터 부담스럽고 걱정됐던 부분은 전혀 없고요, 생각보다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만담 같은 두 부부의 대화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했다.
지금은 부부라기보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동료 연기자로 느껴진다는 두 사람. 그래서인지 배우자로서의 평을 부탁했더니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는 듯 보였다.
이선균은 “꼭 대답해야 하냐?”며 너털웃음을 짓더니 “아, 훌륭합니다. 사랑스럽고, 러브러브러브죠” 한다.
그런 남편의 말에 “아무 느낌이 없는 말이네요” 하며 맞받아치는 아내. 역시 지지 않고 무성의한 말투로 “네, 네, 훌륭하고요, 훌륭해야 하고요, 정말로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인 것 같네요”란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평가는 사뭇 진지하다.
“제가 방송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한 건데요. 배우 전혜진은 제가 대학생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좋아했던 배우고, 훌륭한 배우예요. 역시 함께 연습을 해보니 잘하더라고요. 아직 녹슬지 않았어요. 이번에 맡은 산드라 역은 대한민국에서 전혜진만큼 잘할 배우가 없을 것 같아요.”
아내의 연기에 대한 남편의 평가에 이어 아내 또한 남편에게 발견한 새로운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예전에는 연기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파고들더라고요. 굉장히 성실한 면을 많이 봐서 오히려 제가 조급해지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 연습실까지 걸어가면 두 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그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면들을 보면 자극이 되죠. 저 정도 위치에 있는 배우에게는 다른 부분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선균은 극 중 인물이 변화하려고 고민하는 부분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했다. 자유분방한 점도 똑 닮았다고. 전혜진 또한 ‘카르페디엠(현재를 잡아라란 뜻의 라틴어)’을 외치며 ‘오늘을 즐기는 법’을 연구하는 점이 극 중 인물과 닮았다고 말한다. 자유와 구속이 공존하는 작품 속 인물의 모습이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두 부부의 밝은 미소 위로 오버랩된다.
처음에는 실제 부부가 연극에서도 부부로 출연한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지만 이 또한 그들이 배우이자 부부로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균은 지금 아내와 함께 작품을 한다는 것을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 또한 한 장의 예쁜 사진처럼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시작 앞에 설렘을 감추지 않는 배우 전혜진과 그런 아내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이선균. 두 사람이 부부로, 또 한편으로는 배우로 그려나갈 내일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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