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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든든한 남자 ‘내 딸 서영이’ 이상윤 성장기

글·강민정 스포츠한국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MBC KBS SBS 제공

입력 2013.04.16 10:25:00

50회 평균 시청률 33.3%.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해를 넘겨 방송된 국민 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온 가족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최고의 소득을 꼽으라면 이상윤의 재발견을 빼놓을 수 없다.
바라만 봐도 든든한 남자 ‘내 딸 서영이’ 이상윤 성장기


시청률 고공 행진으로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KBS2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전국 시청률 47.7%(닐슨코리아 기준)를 넘기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종영했다. 드라마는 서영이와 아버지의 화해는 물론 남편 우재와의 사랑까지 회복하며 온 가족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얻은 수확은 시청률만이 아니었다. 서영이의 든든한 남자 우재 역으로 인기를 끈 이상윤(32) 역시 이 작품으로 연기 인생에서 한 계단 더 도약할 수 있었다.
올해로 서른두 살이 된 이상윤. 결혼을 서둘렀다면 이미 아버지가 됐을 법한 나이다. 그에게서 한 집안의 든든한 가장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 건 순전히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드라마로 “지난 6개월 동안 인생 경험을 제대로 했다”는 말처럼 이상윤은 어딘가 모르게 중후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내 딸 서영이’가 방송되는 내내 이상윤이 아닌 드라마 속 강우재로 살았다. 그에게 강우재는 ‘멘토’가 됐고 ‘내 딸 서영이’는 ‘인생 교과서’로 남았다. 그가 들려준 ‘이상윤 인생 실습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강우재의 위기vs이상윤의 극복
이상윤은 강우재와의 첫 만남을 ‘위기’로 기억했다. 시작 전부터 쏟아진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그를 흔들었다.
“여전히 저를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둘째 아들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내 딸 서영이’의 장남으로 묵직한 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였죠. 결국엔 저 역시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흐려졌었어요. 하지만 극본을 쓴 소현경 작가님의 ‘특훈’으로 드라마 방영 4, 5회부터 캐릭터의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었어요.”
그러나 드라마가 10회를 넘기면서 안심하고 있던 순간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서영(이보영)에게 까칠했던 우재가 순간 자상한 남편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 달라진 캐릭터 설정에 그는 ‘멘탈 붕괴’를 체험했다고 했다. “이렇게 빨리 한 여자에게 빠질 수 있는 건가”라는 의아함 때문이었다. 우재를 제대로 연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처음보다 더 큰 위기감이 몰려왔다. 이상윤은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넘겼을까.
“캐릭터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우재와 나는 왜 이렇게 다르지?’라며 힘들어 했던 건 어쩌면 그만큼 연기에 임하는 제 자세가 진정성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우재를 배워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니 위기가 저절로 극복이 되더라고요.”

강우재의 성장&이상윤의 성장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상윤은 많은 걸 배웠다. 그중 가장 피부에 와 닿은 건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었다. 그는 “남녀뿐 아니라 남자와 남자, 아들과 아버지, 형과 동생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사람 대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극 중 강우재는 재력가의 아들로 태어난 운 좋은 사람이었다. 인생에 구김 없이 자랐고 아버지 회사의 후계자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집안부터 능력, 헌칠한 외모까지 모자람 없는 우재는 실제 이상윤과 많이 닮았다. 이상윤에게도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바로 ‘엄친아’다. 그가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대부분은 이 같은 엄친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한층 더 성숙한 남자가 됐다는 점이다.
우재의 다소 이기적인 성격은 서영을 만나며 이타적으로 바뀌었다. 동생 성재(이정신)의 출생의 비밀과 부모의 이혼 위기, 서영 아버지(천호진)의 사고 등 갑작스레 찾아온 인생의 굴곡으로 우재는 때늦은 성장통을 겪었다.
“자기 방식대로 감정을 밀어붙일 줄만 알던 우재가 사랑하는 게 뭔지 알게 된 거예요. 자신만 보던 시선이 상대방을 향하게 된 거죠. 왜,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거라고들 하잖아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법을 우재가 알게 되면서 이상윤이라는 사람도 성장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여자를 사랑할 때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알게 됐고, 연기자로서는 멜로 감성을 표현하는 테크닉을 터득하게 됐어요.”

강우재의 상상&이상윤의 미래

극 중 우재의 엔딩은 서영이와의 재결합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룬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딸 소리를 얻었고 부모이자 각자의 일에 열심인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내 딸 서영이’의 후속편으로 ‘내 딸 소리’가 나온다면 이상윤은 어떤 아버지상을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그런 상상은 한 번도 못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일단 ‘내 딸 소리’의 소리는 서영이처럼 천륜을 거스를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드라마에 세 유형의 아버지가 나왔잖아요.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아버지 민석, 딸을 위해 온 몸을 바치는 삼재, 물려줄 유산이 많은 기범. 우재는 세 아버지의 장점만 닮은 아버지가 되지 않았을까요? 하하.”
아버지가 된 강우재를 그려보면서 이상윤은 자신의 미래도 내다봤다. 상상 속의 완벽한 우재처럼 자신도 ‘완전체’가 될 때까지 노력할 거라고. 그 첫걸음은 ‘나만의 매력 찾기’라고 했다.
“‘내 딸 서영이’는 스스로 인생의 깊이를 재보게 한 작품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해지더라고요. 최민식, 하정우 선배를 보며 우리는 그 배우가 가진 매력 자체를 사랑하잖아요.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이상윤만의 매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강우재를 떠나보낸 이상윤은 확실히 내면이 성장한 어른이 됐다. 겉으로 보기엔 티가 나지 않아도 말이다. 이상윤은 강우재를 연기하면서 다진 내실과 함께 외면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학생’ 꼬리표를 떼지 못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2000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한 이상윤은 여전히 00학번 재학생이다.
“같이 학교에 다니는 ‘동기’가 13학번이더라고요. 그런 친구들과 학교에 다니는 기분을 짐작이나 할 수 있으세요?(웃음)”



바라만 봐도 든든한 남자 ‘내 딸 서영이’ 이상윤 성장기


강우재와 작별&이상윤의 지금

바라만 봐도 든든한 남자 ‘내 딸 서영이’ 이상윤 성장기


드라마에서 듬직하고 차분한 우재의 모습을 보여주던 이상윤은 ‘학생 이상윤’이 되니 어딘가 모르게 들떠 보였다. “띠 동갑 나이 차를 넘긴 새내기들과 대학 교정을 거닐고 있다”는 그는 왠지 모르게 장난기 많은 옆집 오빠 같았다. 밤늦게까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야 눈을 붙이더라도 오전 7시면 눈이 떠진단다.
“아무리 피곤해도 학교를 가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더라고요. 이래서 다들 젊은 기운을 받는다고들 하나 봐요(웃음). 파릇파릇한 친구들과 햇빛이 쏟아지는 교정을 걷는 건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인 줄 알았는데, 어찌 보면 학교도 마치 작품 촬영하는 것처럼 극 중 인물에 빠진 채로 다니는 것 같아요.”
당장 이상윤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목표는 졸업이다. 그간 군 복무에 연기까지 병행하다 보니 졸업이 차일피일 미뤄졌지만, 더는 연기 활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빨리 학교생활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는 당초 올해 2월 졸업을 목표로 드라마 촬영 틈틈이 학교에 갔지만, 5학점이 부족해 졸업이 미뤄졌다. 다행히 어려운 전공 수업은 모두 마쳤고 필수교양 수업과 논문 쓰기를 위해 주 2회 등교한다.
“연기에 몰입하고 싶어도 학업을 끝내지 못했다는 찜찜함이 늘 마음에 있어서 불안했어요. 뭔가 스스로 어른답지 못한 처신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고요. 빨리 연기를 하고 싶어서라도 당분간은 학교생활에 충실할 생각이에요. 논문 쓰기도 쉽지 않고 요즘 영어 수업도 수준이 상당히 높더라고요. 일단 어린 친구들을 맛있는 간식으로 포섭해서 점수를 좀 따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어느덧 배우 경력 7년 차가 된 이상윤. KBS2 ‘연예가중계’와의 인터뷰 말미 “묘비명에 어떤 문구를 쓰고 싶은지” 묻는 리포터의 말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마음을 움직였던 연기자’라고. 학업을 마치고 재도약할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다.

여성동아 2013년 4월 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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