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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대학 선후배 정보석·전인화 결혼 생활 클리닉

“나이 들수록 씩씩해지는 아내가 걱정이에요” vs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이 짠해 보여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MBC 제공

2013. 02. 19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정보석과 전인화가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연인으로 만났다. 꽃 같은 20대, 서로의 가장 빛났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두 사람은 잠시 옛 생각에 빠졌지만 추억은 잠깐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곧바로 중년의 결혼 생활에 관한 적나라한 토크가 이어졌다.

대학 선후배 정보석·전인화 결혼 생활 클리닉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에 출연 중인 정보석(51) 전인화(48)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 대한민국 대표 미남 미녀 배우답게 나이가 들어도 매력이 여전하다는 점,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며 두 사람 모두 1989년에 결혼했다는 점이 그렇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동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이 이번에 드디어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다.

28년 만에 만난 대학 선후배, 지금도 첫인상 또렷해
아름다운 중년의 사랑 이야기지만 상황은 좀 묘하다. 정보석은 아내와 사별한 후 처가에 얹혀사는 효동 역을, 전인화는 카페 마담으로 효동과 결혼해 그의 처가에 함께 들어가 사는 춘희 역을 맡았다. 나이 들어서도 멜로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두 사람은 로맨스 그레이와 중년의 매력녀로의 변신에 신이 나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 배우에게 100%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대화로 이어졌다.
정보석 개인적으로는 전인화 씨 파트너를 꼭 한 번 해봤으면 했어요. 지금도 전인화 씨 대학 신입생 때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나요. 학교 체육대회 때 하얀 치어리더복을 입고 응원하는 모습이 굉장히 예뻤어요. 약간 마음에 걸리는 건 제 처가 전인화 씨 대학 동기라서…(웃음).
전인화 이번 드라마에서 제가 정보석 씨를 ‘오빠야’라고 부르는 대목이 있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대학 신입생 때도 ‘오빠~’ 하고 불렀거든요. 보석 오빠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워낙 훈남인 데다 캠퍼스에서도 항상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다녀서 선후배들이 다 좋아했죠. 그때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지만 그 모습 그대로 다시 만나니 옛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예전엔 몰랐는데 이번에 모니터링하면서 보니까 보석 오빠랑 저랑 닮은 것 ·#44681;갼?우리 둘이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웃음)….

정보석은 고등학교(성남고) 때 이름을 날리던 야구 선수였다. 하지만 허리 부상으로 뜻하지 않게 꿈을 접은 후 힘든 시기를 보냈다. 방황하던 그에게 이정표가 됐던 건 할부로 구입한 셰익스피어 전집. 책을 읽으며 다시 꿈을 갖게 됐다. 이후 중앙대 연영과(82학번)에 진학한 정보석은 지적이면서도 선량한 외모로 대학 때부터 영화와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출연하며 인기를 누렸다.
1984년 KBS 특채로 연기에 입문한 전인화는 이듬해 배우의 길을 확고히 하고자 중앙대 연영과(85학번)에 진학했다. 당시 85학번에는 전인화 외에도 김희애, 조용원 등 내로라하는 미인이 많았다. 정보석의 아내 기민정 씨도 이들과 동기다. 정보석은 신입생 환영회 때 기씨를 신붓감으로 점찍어 대학 4학년 때 결혼했다. 결혼 24년이 지났지만 정보석은 지금까지 아내와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아내를 부를 때 ‘누구 엄마’라는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그 나름의 애정 표현 방법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영원한 여자일 수 없을까



대학 선후배 정보석·전인화 결혼 생활 클리닉


전인화 오빠와 민정 씨가 연애하는 걸 아무도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한다니, 깜짝 놀랐죠. 이번에 저하고 연기한다고 했을 때 그 친구가 뭐라고 했을지 궁금한걸요.
정보석 굉장히 반가워하더라고.
전인화 만난 지 하도 오래돼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민정 씨 잘 지내죠?
정보석 아…(한숨). 집사람 굉장히 성실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지. 그 시원시원한 성격에 반해서 결혼을 했는데, 요즘은 너무 씩씩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 그 성격을 조금 누르면 어떨까 싶을 때도 많다니까.
전인화 원래 그렇대요. 부부가 살다 보면 처음엔 장점으로 보이던 것이 나중엔 단점으로 여겨진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보석 씩씩함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면 좋은데, 점점 도가 더해지니까 문제야. 결혼해서 20년 넘게 살다 보니 아내가 가끔은 여자이고 싶은 마음을 포기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잔소리할 때는 꼭 나를 아들 취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내가 나를 식구가 아닌 남자로 봐주면 좋겠어. 그런데 애교를 부리면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러느냐’는 핀잔이 날아오니 속이 상하지. 여자들은 죽을 때까지 남편의 여자가 될 수 없는 건지.

대학 선후배 정보석·전인화 결혼 생활 클리닉


전인화 민정 씨가 그런 얘기 들으면 속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보석 아내가 지금 집수리 중이라 나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어(웃음).
전인화 오빠가 말은 그렇게 해도 실제로는 정이 많고 민정 씨 엄청나게 사랑하는 거 다 알아요. 우리 동기들 사이에선 애처가라고, 민정 씨 시집 잘 갔다고 소문이 자자한데요 뭘. 저희 시어머니가 93세인데 여전히 고우세요. 시아버님께서 살아 계실 때는 물론이고 돌아가신 지금도 자식, 며느리한테도 절대 허점을 안 보이세요. 옆에서 지켜보니 그렇게 사는 것도 정말 힘들고 피곤하겠구나 싶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남편도 그런 점에선 조금 엄격하고요. 저더러 집에 있을 때도 항상 양말 신고 있으라고 한다니까요. 저는 여배우지만 화장하기 싫은 날도 있고, 밤샘 촬영한 다음 날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기도 하고 그래요. 그렇게 망가지기도 하지만 일하는 동안은 예쁜 모습을 보이니까 남편이 긴장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바쁘게 살림만 하는 주부들이 집에서 늘 예쁘게 꾸미고 긴장하면서 사는 건 쉽지 않죠.

나이 들수록 자상해지는 남편, 가끔 안쓰럽기도
전인화 역시 대학 졸업 이듬해 5월 선배 연기자 김을동의 주선으로 만난 아홉 살 연상의 유동근과 전격 결혼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경기도 판교의 단독주택에서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고, 슬하의 1남1녀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결혼 후 두 사람 모두 배우로서도 충실한 삶을 살았다. ‘용의 눈물’ ‘장녹수’ 등 사극에서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했던 유동근은 최근 영화 ‘가문의 귀환’에서는 코믹한 모습을,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는 더없이 자상한 아버지 역을 맡아 승승장구 중이다. 그간 강하고 단아한 여인상을 연기했던 전인화에게 다소 푼수기가 있는 ‘백년의 유산’ 춘희 역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출연을 망설이던 전인화에게 용기를 준 건 다름 아닌 남편 유동근이라고 한다.
“제가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일정한 틀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겉모습만 보고 코스모스 같다고 하시지만(웃음), 한쪽으로 방향을 결정하면 좀처럼 타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이들이 제 눈치를 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남편이 ‘당신은 융통성이 부족하다’면서 ‘한번쯤 다 내려놓고 풀어지는 역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망설였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또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아 재미있어요.”
유동근은 ‘가문의 귀환’ 시사회에서 “평소 아내 눈치를 보고 산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아내가 몇 점을 줄지 초조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인화는 “대역 없이 액션 장면을 연기하느라 힘들다는 말은 들었지만 영화를 보니 고생을 너무 많이 했더라. 화면 보고 짠 했다. 남편이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그런 마음이 생긴다. 영화는 관객 수가 곧 점수이니만큼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며 영화 홍보를 톡톡히 했다.

정보석 유동근 씨는 집에서 어떤 남편인지 궁금하네.
전인화 연기자는 작품 속 모습이 생활에서도 은연중 드러나는 것 같아요. 한창 사극에서 왕 역노릇을 할 때는 집에서도 왕처럼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어요. 요즘은 ‘무자식 상팔자’에서 세상에 둘도 없이 자상한 가장으로 출연 중인데, 그 최대 수혜자가 바로 저예요(웃음). 그 작품 하면서부터 남편이 사소한 것까지 잘 챙겨주거든요. 물론 실제로도 어머니께 효자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지만 더 따뜻하고 섬세해진 느낌이에요. 그 드라마 오래 하면 좋겠어요(웃음). 실제 우리가 사는 것도 그렇지만 드라마도 대가족이 나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어른들이 작품을 꽉 차게 만들고, 끝난 후엔 뭔가 잘 봤다, 따뜻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젊을 때 주인공을 많이 해봐서 ‘내가 나오는 장면에서만큼은 주인공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고 보는 분들께도 재미를 선사하지 않을까 싶어요.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선배 연기자 박영규가 “둘이 아주 쿵짝이 잘 맞는구먼. 이번 드라마에서 파트너 안 시켰더라면 어쩔 뻔했어”라며 은근히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두 사람이 유난히 잘 어울려 보이는 것은 살아온 세월과 고민이 비슷해서가 아닐까. 날이 갈수록 씩씩해지는 아내가 걱정이라는 남편, 남편이 안쓰러워 보인다는 아내…. 두 사람의 고민의 근본은 결국 행복한 결혼 생활과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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