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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파격 토크 ①

조영남에게 윤여정이란…

황혼의 그에게 묻다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3.02.19 10:42:00

어느덧 일흔을 앞둔 나이, 조영남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최근 인생의 가장 큰 후회로 윤여정과의 이혼을 꼽은 데 이어, 현재 전시 중인 ‘안녕, 메가박스!’ 에서도 가족을 테마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조영남에게 윤여정이란…


사람들은 흔히 조영남(68)을 자유인이라 부른다. 하지만 과연 그는 모든 것에 초연한, 온전한 자유인일까. 1월 19일부터 2월 16일까지 서울 메가박스 목동점에서 ‘안녕, 메가박스!’라는 제목의 조영남 그림 전시회가 열린다. 한 가지 놀라운 건 그리움,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는 이번 전시에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 네이버 이미지 검색창에 등장하는 전처 윤여정과 조영남 자신의 모습을 캔버스에 옮긴 작품 2점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여정과의 첫 번째 결혼이 파경을 맞은 건 다 자신 탓이라고 밝혀온 터라 과연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궁금했다.
전시 오픈 사흘 전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조영남을 만났다. 점심 전 다소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하다”며 그림의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거실 한가득 펼쳐져 있는 그림들은 대부분 화투를 오브제로 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테마는 ‘가족’. 백마를 타고 빨간 카펫 위를 날아가는 화투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별히 가족을 소재로 한 이유를 묻자 “그냥 뭐, 화투들이 가족이 돼서 여행을 떠나는 거야” 하고 얼버무린다. 그다음으로 눈이 가는 작품은 윤여정과 조영남 사진으로 도배된 작품. 그때까지도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인터넷에 ‘조영남 윤여정’을 검색하면 이런 이미지가 쭉 나오더라고요. 전시 관련 일 봐주는 친구들이 알려줘서 알았어요. 우리가 헤어진 지가 벌써 수십 년이 됐는데 인터넷에 이렇게 올라와 있다는 게 재밌어서 전시하기로 했어요. 구글과 네이버 측에 저작권 관련 문의를 했는데 어차피 공개된 화면이라 괜찮다고 하대요.”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수치 반 자랑 반”이라고 말했다. 이혼이란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편 지금껏 두 사람 모두 각자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잘살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것. 그럼에도 그는 이혼을 후회한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이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을 때 주최 측과 약간 논쟁이 있었어요. 이 사람들이 계속 나보고 주제를 참회로 해야 한다는 거야. 당연히 윤여정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참회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미안한 마음 더하기 후회지, 후회. 주위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솔직히 나나 그 사람이나 계속 같이 살았다면 지금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특히 여정이가 내 마누라로 계속 있었다면 일 년에 영화 두 편을 칸영화제에 보낼 정도로 성공했을까? 이혼을 정당화하는 말은 결코 아니고,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지. 사실 나는 이혼을 통해 평생을 불편한 자유 속에서 살았어요. 양쪽 팔이 아닌 한쪽 팔에 쇠고랑을 끼고 산 셈이지.”
이혼을 후회한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라는 책에서도 그는 윤여정과의 이혼을 가장 후회하는 일로 꼽았다. 책에서 그는 ‘평생을 이혼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궁상맞게 살고 있다. 더군다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채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있다. 이혼을 꿈꾸는가? 내게 이런 말할 자격은 없지만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라고 적고 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전히 이혼을 수치스런 꼬리표로 여긴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인들이 그에게 부여한 자유인이라는 타이틀도 이혼에 초연할 수 있는 명분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초연?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러려면 내가 비인간적이 돼야 하는데? 그런 마음조차 먹는 순간 나는 인간이 아닌 거예요. 비인간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아요.”
혹시나 미안한 마음이 그리움과 일맥상통하지는 않을까. 이혼 후 개인적으로 윤여정과 만난 적이 있는지를 묻자 그는 “방송국에서 스쳐 지나간 적은 있지만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일어나기 힘든 일일 거라고 했다.

조영남에게 윤여정이란…

조영남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등장하는 윤여정·조영남 이미지를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 작품을 만들었다.



조영남에게 윤여정이란…


“윤여정 씨가 극도로 싫어해요. 그 사람으로선 당연하겠지. 그래도 둘 다 방송 일을 하니까 오며가며 얘기는 가끔 들어요. 또 가수 이장희랑 초등학교 동창이라 둘은 가끔 보는 모양이더라고요. 만약 우연히라도 만난다면… ‘잘 지냈느냐’고 안부 정도는 물어볼 것 같아요.”
윤여정도 2011년 ‘무릎팍도사’에서 조영남과의 결혼 생활을 처음으로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방송에서 그는 조영남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첫눈에 반하기는 힘든 얼굴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특별히 조영남에 대해 우호적으로 말한 것이 아님에도 그는 방송을 보고 윤여정에게 무척이나 고마웠다고 했다.
“윤여정 씨는 지구상에서 마음 놓고 나를 비난해도 되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더라고. 단 한 번도. 그것만으로도 정말 고맙지. 내가 고마워하는지 그 여자는 알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로 그래요. 한편으로는 그게 윤여정답다 싶기도 하고. 사실 윤여정 씨가 ‘무릎팍도사’에 나간 뒤 그녀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렸어요. 말을 어찌나 재밌게 하던지, 나는 결코 윤여정을 뛰어넘을 수 없겠다 싶었거든. 그런데 다행히 ‘세시봉’으로 히트해서 그 콤플렉스가 많이 줄어들었어요(웃음).”
조영남은 지난 연말 윤여정이 KBS ‘연기대상’ 사회를 본 것과 관련해서도 “그 사람의 능력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며 전 부인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부터 사람들한테 윤여정이 무지하게 웃기고 센스 있는 친구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때는 다들 ‘저놈이 그냥 옛날 여자 칭찬하나 보다’ 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몇 년 전부터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입증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윤여정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전까지 그림을 그리며 인터뷰에 응하던 조영남이 이 질문에서만큼은 잠시 붓을 멈추더니 한참 고민 끝에 이렇게 말했다. “짐.” 순간 무슨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조영남의 심정이 십분 이해됐다.
“시시포스처럼 영원히 산꼭대기에 커다란 바위를 올려놓아야 하는, 결코 내 마음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엄청난 무게의 짐이지. 사실 그것 말고 내 인생에 짐이랄 게 뭐가 있겠어요. 책임질 가족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하지만 유일한 마음의 짐이자 빚이 바로 윤여정이란 여자예요. 굳이 또 하나 비유를 하자면 얼마 전에 본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자베르 경감이라고 할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발장이고.”



처음 들려주는 딸 자랑
분위기가 다소 진지했다 싶었는지 조영남은 “생각해보니 나는 ‘레미제라블’의 코제트 같은 딸도 있어” 하며 농담을 했다. 두 번째 결혼 생활 중 입양한 딸 조은지(25) 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껏 한 번도 방송이나 언론에 노출된 적 없어 딸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조영남은 이날 선뜻 자신의 휴대전화 메인 화면에 저장돼 있는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을 보여주기 전 “엄청나게 예쁘다”는 그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아빠와 얼굴을 맞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딱 발랄한 20대 아가씨였다. “연예인 해도 될 것처럼 예쁘다”는 기자의 칭찬에 조영남은 “이놈이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마음 씀씀이가 그렇게 예쁘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보통 아이들 같으면 한번쯤 방송에 나와서 자기도 주목받고 싶어할 텐데, 지금껏 단 한 번도 인터뷰나 촬영에 응한 적이 없어요. 또 우리 집 살림살이 맡아 주시는 주복순 할머니라고 계신데, 나중에 할머니가 더 연세 드셔서 아프기라도 하면 자기가 끝까지 책임지고 할머니를 보살핀 뒤 저세상으로 보내드리겠다고 하더라고. 또 어릴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서 짠순이 기질이 몸에 뱄어. 하하. 뭐 하나 살 때도 나한테 일일이 보고하고, 카드도 함부로 안 써요. 그나마 요즘 남자친구가 생겼는지 멋을 좀 내더라고요(웃음).”
현재 그의 옆에는 늙어서 등 긁어줄 조강지처는 없지만, 끝까지 의리를 지킬 친구들은 많다. 다양한 분야의 ‘여친’들과 어울리며 인생을 논하고 예술을 탐닉하는 일상이 여전히 재미있다는 조영남. 그는 “평생을 가수로, 화가로, 방송인으로 이것저것 다 기웃거리며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멋지게 죽을 수 있는지만 고민하면 된다”며 허허 웃었다.

여성동아 2013년 2월 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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