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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자·문화학교 이사장 그리고 탤런트 류덕환 엄마 정옥용 씨의 행복한 엄마 되기

“스캔들이요? 아들이 ‘남자’가 됐구나 생각하죠”

글·진혜린 | 사진·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 DB파트

입력 2013.02.18 15:55:00

대표 명함만 네댓 개였다. ‘대한댄스스포츠실업연맹’ 이사장, 뮤지컬 제작사 ‘뉴엔뮤’ 대표, ‘서울 유스뮤지컬 예술단’ 단장, 그리고 ‘제천문화예술학교’ 이사장 등이 그것이다. 예술계에 정통한 원로인가 싶었는데, 웬걸? 요즘 연기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류덕환의 어머니란다. 정옥용 씨가 지금까지 이룬 일들은 ‘배우의 어머니’ 노릇,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뮤지컬 제작자·문화학교 이사장 그리고 탤런트 류덕환 엄마 정옥용 씨의 행복한 엄마 되기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과 ‘천하장사 마돈나’ 이후 OCN 드라마 ‘신의 퀴즈’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드라마 ‘신의’로 얼굴을 알린 배우 류덕환(26)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이토록 바쁜 것은 절대 아니다.
여전히 한집에 살고 있는 아들이지만 ‘너는 너, 나는 나’로 살아온 지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들도 바쁘지만, 엄마는 더 바쁘다. 아들과 한 지붕 밑에서 잠을 자는 날은 일주일의 절반을 넘지 못한단다. 나머지 절반은 정옥용(55) 씨가 지난해 여름 문을 연 ‘제천문화예술학교’에서 보낸다.
7년 전까지만 해도 배우 류덕환과 정옥용 씨는 모자지간이라는 것과는 상관없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여느 아역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엄마가 아들의 매니저로 직접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 아들을 연예계에 입문시킨 것도 엄마였다.
“덕환이가 숫기가 없는 아이였어요. 저는 상업고등학교에서 상업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이를 유치원에 맡길 수가 없었어요. 엄마나 할머니가 지켜보지 않으면 하루 종일 울었거든요. 자신감을 키워주려고 웅변을 시킬까, 연기를 시킬까 고민하다가 무턱대고 극단 ‘마당’에 전화를 걸었더니 아역 배우가 한 명 필요하대서 찾아갔죠.”
연극 제목은 ‘벌거벗은 임금님’이었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진실을 말하는 꼬마 아이로 출연하기로 하면서 대본만 손에 쥐여준 채 아들을 연습실에 두고 돌아섰다. 유치원 문 앞에서 헤어지지 않으려고 펑펑 울기만 하던 아들이 웬일인지 엄마를 쉬 보내줬다.
“밖에서 기다리는데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들어가 봤더니 저를 쓱 한번 보고는 다시 대본을 보는 거예요. 그렇게 두 시간 넘게 앉아 있었어요. 자기 순서가 지나갈까봐 엄마도 아는 척 못했던 모양이더라고요.”
다섯 살 된 사내아이의 집중력은 5분을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 몇 시간이고 대본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니 아이가 연기를 좋아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처음에는 한 줄짜리 대사였지만 조금씩 대사도 길어지고 동작도 많아졌다. 한번은 극단을 따라 전국 순례 공연을 할 때, 거짓말처럼 피부가 한 꺼풀 벗겨지는데도 힘들다는 말조차 안 하던 아들이었다. ‘뽀뽀뽀’와 ‘전원일기’에 출연하면서 아들의 꿈을 위해 엄마의 꿈을 포기해야 했을 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고 했다. 재능은 둘째 문제이고, 최소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엄마의 몫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있다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죠. 하지만 과로하면 피부가 벗겨진다던데, 순례 공연이 마무리될 즈음 덕환이가 그랬어요. 손으로 쓱 밀면 하얀 껍질이 벗겨지더라고요. 그런데도 재미있대요. 그런 아이를 어떻게 말리겠어요. 요즘에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해요. ‘너 연기 안 했으면 어쩔 뻔했냐’고요. 그럼 덕환이가 그러죠. ‘그래도 어떻게든 연기를 했을 것 같다’고요(웃음).”

아역 배우 아들 덕분에 얻은 새로운 인생
그 숫기 없던 아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에 빠져들었다. 장교 출신에 대기업 임원이던 엄격한 아버지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단다. 대신 “너, 이런 식으로 하면 연기 못 하게 할 거야”란 말은 언제나 특효약이었다.
“특별히 혼내거나 야단칠 일이 없는 아이였어요. 아무리 촬영이 늦게 끝나도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학교에 가고, 수업을 못 들은 날은 친구에게 팩스로 노트 사본을 받아서 건네주면 공부도 곧잘 열심히 했어요. 또 모르는 것은 주말에 도서관에서 친구를 만나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했죠. 촬영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지만 덕환이는 불평 없이 잘 따라와줬어요.”
그렇게 아들은 ‘전원일기’에 8년간 장기 출연을 하면서 드라마 ‘오남매’, 영화 ‘묻지마 패밀리’ 등에 출연했고, 학업과 연기 생활을 병행했다. 하지만 아들만 배우로 성장해간 것은 아니었다. 정옥용 씨는 비록 자신이 뜻한 길은 아니었지만 매니저로서의 ‘아역 배우의 어머니’ 그 이상의 역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었다.
“덕환이가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매니저인 제가 연예계에 대해 잘 알아야겠더라고요. 어차피 제2의 인생을 아이를 위해 쓰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작은 경기도 안양에 신상옥 감독의 영화사인 신필름의 예술센터가 들어설 때부터였어요. 그때 저희가 안양에 살고 있었고, 안양경찰서 옛 부지를 신필름이 사용하게 되는 과정에 연이 닿아 신필름에서 일하게 됐죠. 그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아역 배우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정옥용 씨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자리만 조금 바뀌었을 뿐, 여전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던 바람을 학교가 아닌 연예계에서 차근차근 이뤄나갔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엄마들에게 고민 상담을 해주고 있더라고요. 20년 전에는 아역 배우의 위상이 지금과 달라서 엄마들의 고민이 무척 많았어요. 그때 아역 배우란 유명 배우가 들고 있는 가방 같은 소품이었거든요. 현장에서는 ‘이 새끼, 저 새끼’라고 부르는 경우도 허다했고요. 극 중 이름으로 불리면 그나마 감지덕지하던 때였죠. 방송국에서 지급한 출연료도 에이전트에서 악의적으로 빼돌리곤 했어요. 몇만원 안 되는 돈이지만 그 조그만 것들이 밤잠 못 자가며 번 돈인데 어떻게 그걸 안 줄 수 있을까요? 그런 돈도 대신 받아주곤 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역배우협회’ 회장이 됐고 아역 배우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와 예술은 성인 예술인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뮤지컬 제작자·문화학교 이사장 그리고 탤런트 류덕환 엄마 정옥용 씨의 행복한 엄마 되기

류덕환은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성공적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배우 중 한 명이다. 최근 SBS ‘신의’에서 공민왕을 연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가 주연한 영화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가 2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이 관람하는 뮤지컬은 있어도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뮤지컬은 없었죠.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것도 훌륭한 기회가 되겠지만 이미 충분한 재능을 갖춘 아이들이 긴 세월을 연습생으로만 보내야 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와 함께 성인 배우도, 그렇다고 아역 배우도 아닌 위치에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설 자리도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예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극단 ‘엔뮤’를 만들고 ‘서울 유스뮤지컬 예술단’을 꾸려나갔다. ‘라푼젤 구하기’가 그의 첫 작품이었다. 아역 배우가 직접 출연하는 어린이 뮤지컬이었다. 그 뒤 ‘소공녀’ ‘복실이’ 등 사회 문제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나 세계 최초 헤어쇼 뮤지컬 ‘마리’ 등을 무대에 올렸다. 때론 대본을 재구성하거나 아예 직접 쓰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아역 배우들 중에 자신이 진짜 좋아해서 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아요. 대부분 엄마들의 욕심으로 아이의 의중과 상관없이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거죠. 그런데 그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아이의 재능과 흥미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것도 힘들죠.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고 때론 정서적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어요.”
모든 것의 시작은 아들 류덕환 때문이었지만 그의 관심 영역은 ‘아들의 성공’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왕따 학교’,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 품다
그렇게 연예계에 문외한이던 아들과 엄마는 함께 커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하지 않은 변화를 맞았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도, 모든 것을 남편과 상의하던 정씨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출근길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터라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더라고요. 아들을 이제 놓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었죠. 그때까지 스케줄 관리부터 작품 선정까지 모두 챙겨줬는데, 더 이상 제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이 없으니 아들에게 더 의지하게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장진 감독님의 ‘필름있수다’로 덕환이를 보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놓아주어야 할 때, 놓아준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가장이 된 아들은 한꺼번에 나이를 먹은 듯 의젓해졌다. 그리고 응석부리는 아들에서 엄격한 아들로 변해갔다. 마음대로 하라고 놓아 주었더니 한층 더 신중한 배우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남편과 아들을 동시에 놓아준 셈이죠. 덕환이의 뒷바라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홀가분했지만(웃음)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한꺼번에 떼어놓았다는 생각에 허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죠. 그래서 더 제 일에 몰두한 것 같아요.”
그때까지 해오던 일에 빼기 없이 더하기로만 7년을 보냈다. ‘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경영기획실장으로 일하기도 했고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댄스스포츠 관련 협회인 대한댄스스포츠실업연맹 이사장직도 맡았다. 댄스스포츠는 할 줄도 모르지만 댄스스포츠 교습소에는 미성년자가 출입할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사실상 댄스스포츠계에서 손연재나 김연아가 탄생하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작년에는 충남 제천의 한 폐교를 매입해 ‘늘배움평생교육원’과 ‘제천문화예술학교’를 열었다. 제천문화예술학교에는 특기적성교육을 위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한편,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그 근방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찾아와요. 북 치고 장구 치며 ‘난타’를 배우고, 음악과 춤도 배우죠. 물론 연기도 배우고요. 서로가 서로의 관객이 돼서 포럼 형식의 연극도 하죠. 발표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요즘 연예인이 꿈인 아이들은 많지만 그런 아이들이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기 전에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으니까요.”

뮤지컬 제작자·문화학교 이사장 그리고 탤런트 류덕환 엄마 정옥용 씨의 행복한 엄마 되기

어린 시절 숫기 없고 엄마밖에 모르던 류덕환은 연기를 접한 후 자신감 넘치는 배우로 성장했다.



말하자면 수줍음 많던 아들에게 극단 ‘마당’이 해준 것을 돌려주고 싶은 거라고 했다. 그와 함께 ‘교육’과 ‘사회’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싶다고 한다. 최근 그가 공들이고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왕따 학교’다. 지난해 제천문화예술학교가 문을 연 후 2회에 걸친 왕따 학교가 운영됐다. 어린이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여러 번 소재로 삼았던 문제를 본격적으로 어루만져보고 싶었다고.
“가해자나 피해자가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지내면서 상황극을 만들어보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작년 7월에는 독도에서 ‘강강수월래 독도 댄스’ 플래시몹을 했고, 12월에는 충북 제천경찰서에서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상황극을 공연했어요. 그때 덕환이가 와서 봤는데,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 방송된 왕따 관련 다큐멘터리 SBS ‘학교의 눈물’의 내레이션을 맡았어요.”
사실 이 ‘왕따 학교’의 모티프도 류덕환의 학창 시절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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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환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짝꿍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엄마 없이 바쁘고 무심한 아빠 밑에서 자란 친구였는데 양말도 제대로 못 신고 다녔었죠. 하도 덕환이를 괴롭히기에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사줬더니 그 이후론 덕환이를 괴롭히지 않고 저를 무척 따랐어요. 그런데 왠지 저는 그 아이가 불편하더라고요. 나중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우연히 만났는데, 중학교 진학도 못하고 동네에서 아이들 돈을 빼앗고 있더라고요. 그때 울컥 후회가 밀려왔어요. 제가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작은 관심이라도 쏟았더라면 어땠을까? 명함도 주고 꼭 전화하라고 했는데 연락이 없었어요. 그때의 제 자신이 지금도 무척 미워요.”
그는 우리 모두가 왕따라고 말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그리고 그것을 방관하는 주변 인물이나 이러한 사회를 만든 기성 세대에게 모두 해당되는 사항이라고도 했다.
“그런 시점에서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왕따 사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봐요. 내 아이만 감싸 안으려는 엄마, 그래서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가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되는 거죠. 요즘 아이들은 PC방, 노래방, 학원이라는 ‘사각문화’에 갇혀 세상과 단절되고 있어요. 이러한 방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문화를 접하며 즐겁게 생활했으면 좋겠어요.”
아들을 연극 무대 위에 올려놓은 순간부터 스스로의 날개를 쫙 펴고 훨훨 날고 있는 지금까지도 어머니는 아들과 같은 곳에서 다른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잘나가는 배우’보다 ‘오래가는 배우’가 되길 바랐던 아들은 ‘오랫동안 잘나갈 배우’가 됐다. 이제 각자의 위치에서 단단한 입지를 굳힌 모자는 선한 눈매부터 풍기는 이미지까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대충 인생을 80세로 생각한다면 40세까지는 엄마에게, 나머지 40년은 아내에게 맡겨야 한다고 농담을 하곤 했어요(웃음). 그러면서도 얼른 손주를 안겨달라고도 했죠. 그럴 때마다 ‘잘 자라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하며 너스레를 떨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얼마 전에 정말 깜짝 놀랄 일이 있었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
연말을 맞아 함께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아들 류덕환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방에 들어왔단다. “어머니, 큰일 났어요. 너무 놀라지 마세요”하는 아들의 말에 평소 주고받던 농담까지 떠오르며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단다.
“막상 컴퓨터를 열어보니 (박)하선이랑 스캔들이 났던 거데요. 더 큰 일이 아니어서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오히려 상대가 하선이라서 미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랬어요. 젊은 아이들끼리 어울리다 보면 그런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선이는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덕환이와 남매로 출연했을 때, 시사회에서도 만나고 또 친구들끼리 함께 있을 때 얼굴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참 괜찮은 아이구나 했었죠. 하선이나 덕환이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하선이처럼 선한 아이라면 저야 감사하죠(웃음).”
아들이 부쩍 컸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린 이미지가 마음에 걸렸던 엄마에게는 배우인 아들이 ‘남자’로 보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란다.
돌아보면 남편을 만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고, 두 아이를 낳아 기른 것이 두 번째로 잘 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은 연기를, 딸은 발레를 시켰다. 아니, 엄마는 아이들 스스로 사무치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판을 벌여 준 것뿐이었다. 비록 딸은 평발 때문에 좋아하던 발레를 그만두고 방송기술이라는 또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어느 곳이든 자신이 뜻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성인이 되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기가 힘들어요. 무엇을 시작하든 아이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내가 하고 싶어서 했는데, 해보니까 이렇다’는 경험이 생기는 거거든요. 엄마가 하라고 등 떠밀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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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3년 2월 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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