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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김성주·이종혁·송종국·윤민수

대한민국 스타 아빠 5인방이 아이와 단둘이 여행 떠난 이유는?

글·구희언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MBC 제공

입력 2013.01.25 15:42:00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의 ‘나는 가수다2’ 후속작 ‘아빠! 어디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성동일, 김성주, 이종혁, 송종국, 윤민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아빠와 자녀의 1박 2일 여행기.
‘붕어빵’과 ‘1박2일’을 묘하게 섞은 듯한 프로그램이 첫 방송부터 시청률 7%를 찍은 비결은 뭘까.
엄마 없이 아이와 단둘이 여행하는 게 처음이라는 다섯 아빠의 표정에는 걱정과 설렘이 한 큰술씩 담겨 있었다.
성동일·김성주·이종혁·송종국·윤민수


늘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얼굴 보기 어렵고, 주말이면 소파나 침대에 늘어져 리모컨으로 채널만 돌리다 잠드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대한민국의 아빠들.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의 새 코너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좋은 아빠란 어떤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아 스타 아빠들이 아이와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엄마도 스마트폰도 배달음식도 없는 곳. 강원도 춘천 소양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들어가야 나오는 강원도 춘천시 동면 품걸리. 스물세 가구만 사는 오지 마을에서 이 흔한 보통 아빠들은 좋은 아빠로 거듭날 수 있을까.

자녀 셋 둔 늦깎이 초보 아빠 배우 성동일(46)·아들 준(7)
“아빠랑 여행 처음 가는 거지? 좋아, 싫어?” (아빠)
“…조금 불안해.” (아들)
“…나 네 아버지야.” (아빠)
성동일은 무서운 아빠다. 버럭 소리를 지를 때가 많아 아이가 경기를 일으킨 적도 있다고. 첫째 아들 준이는 겁도 많고 소심해 카메라를 보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다섯 가족 중 성씨 부자는 유일하게 손을 잡지 않고 거리를 두며 걸을 정도로 서먹한 사이였다.
여기에는 속사정이 있었는데 성동일이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해 ‘아빠 노릇’이 어떤 건지 제대로 몰랐던 것. 그는 열 살 때 이후로 아버지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아빠’라고 불러본 기억도 없다”며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방법은 잘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아버지의 사랑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성동일의 어머니는 2011년 방송된 MBC ‘기분 좋은 날’에서 “남편이 생활력이 없었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수시로 때렸다”고 털어놨다. 성동일은 아버지가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이라는 생각에 아버지의 발인 때에도 찾지 않을 정도로 20년 넘게 아버지의 존재를 외면하고 살았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은 “나도 아버지가 됐으니 아버지의 제사를 모시기로 결심하고 매년 제사를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아빠와 아들, 아직은 어색한 관계지만 아빠가 시골 마을에서 길게 언 고드름을 신기해하는 아들에게 직접 고드름을 따다 주고 마주 앉아 감자를 먹으며 대화할 정도로 발전했다. 성동일은 쑥스러운지 “방송이라서 (고드름을) 따다 주는 거다”라며 성큼 앞서 걸어갔다.

성동일·김성주·이종혁·송종국·윤민수

성동일의 큰아들 준이는 여리고 신중한 성격.



노력하는 두 아들 아빠 방송인 김성주(41)·아들 민국(9)
평소 성동일 가족과 친하다는 김성주는 “동일이 형이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에, 아마 형이 나쁜 아빠로 비치는 게 부담스러워서 안 할 거라 생각했다”라며 “그 형보다는 내가 좀 더 좋은 아빠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육아 철학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강제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지만, 막상 아이의 감정을 읽다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결국 윽박지르게 된다고.
“아빠들은 좋은 모습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내에게 제일 자주 하는 말이 ‘쟤 왜 저러는 거야’거든요. 좋은 점은 ‘우리 아들 최고’라며 칭찬해주지만, 문제가 생기면 일부러라도 안 보려고 하죠. 그동안 아이가 울면 귀찮아서 타협해주고 상황을 모면하려 했는데, 오지에 와서는 그런 게 안 되잖아요. 떼를 쓰면 바꿔주겠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에 그간 제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내 진수정 씨는 “자기 전에 아이를 꼭 씻기고 양치질을 시켜라”라고 강조했다고. 그는 아들과 여행지에 머물며 아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고 했다.
“숙소 정하는 미션 때 다섯 가족 중 제일 허름한 집이 됐어요. 벌레도 많았고 새벽에 토끼만 한 쥐를 봐서 저는 동틀 무렵까지 잠을 못 잤거든요. 여기서 자기 싫다며 길바닥에서 엉엉 울던 아이가 다음 날에는 씩씩하게 ‘자도 괜찮네’ 하는 모습에 겁 많던 아이가 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들을 새롭게 알게 된 기회였죠.”
그는 “방송을 시작하고 아들이 이제는 울지 않겠다고 하더라”라며 뿌듯해했다.
김성주의 아내 진수정 씨는 과거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나와 “남편이 3대 독자라 집안일을 하나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로 처음 아침 밥상을 차려본 김성주는 김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놔 홀라당 태워먹고, 어묵을 자르지도 않고 통째로 조리했지만 그럼에도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서툰 아빠였다.

성동일·김성주·이종혁·송종국·윤민수

김성주의 큰아들 민국이는 아빠를 닮아 넉살이 좋다.





철부지 두 아들 아빠 배우 이종혁(39)·아들 준수(6)
“왜 다 우리만 찍는 거야?”(아들)
“오늘 아빠랑 하루 자는 거 찍으러 온 거야.”(아빠)
“왜?” (아들)
“왜냐고? 그냥 추억 만드는 거.”(아빠)
“왜?”(아들)
“감자나 먹어라 그냥….”(아빠)
감자를 앞에 두고 나눈 대화의 주인공은 이종혁과 둘째 아들 준수. 그는 “나이 차만 날 뿐 철부지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느 정도 내려놓고 촬영했기 때문에 아마 배우로서의 이종혁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집에서도 아이와 많이 놀아주는 편이라, 자연에서 놀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아들과 아빠가 단둘이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반색한 건 아내였다.
“아이들이 집이 아닌 밖에서 뛰어놀 수 있어서 좋아하더라고요. 한 명을 떨어내니까 아이끼리 싸우진 않을 거라 생각한 것 같아요. 준수가 너무 어려 카메라 앞에서 엄마나 아빠 흉을 보지는 않을까 걱정하긴 했죠.”
아이들과 촬영하다 보면 때로 통제 불능의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가 고집이 세서 하기 싫은 건 안 하더라고요. 노래를 배웠는데, 부르기 싫다는 거예요. 못 외울 것 같아서 안 한다고 했대요. 집에 돌아와서 노래를 외우는 걸 보고 ‘아이가 창피할 것 같으면 안 하려고 하는구나’라고 깨달았죠.”
새벽에 일어나 피곤해하다가도 카메라만 보면 정신이 번쩍 드는 준수는 아빠의 배우 기질을 그대로 빼닮은 듯했다.
그렇다면 이종혁과 아버지의 관계는 어땠을까. 이종혁은 배우를 꿈꾸던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 공부를 해 연극영화과에 가겠다는 의지를 불살랐다. 하지만 부모의 생각은 달랐다. 아들이 신학대학에 가길 바란 것. 이종혁은 아예 면접장에 가지 않은 사실이 아버지에게 들통 나 야구 방망이로 맞다가 실수로 머리를 맞아 여덟 바늘이나 꿰매기도 했다. 이에 미안해진 그의 아버지가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배우의 길을 허락한 덕에 이종혁은 서울예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성동일·김성주·이종혁·송종국·윤민수

철부지 아빠 이종혁과 호기심 많은 둘째 아들 준수.



딸 하나 아들 하나 ‘은메달’ 아빠 축구해설가 송종국(34)·딸 지아(6)
지난해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던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 송종국. 그는 SBS ‘강심장’에서 “2012년 2월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며 “축구 할 때 활력소였던 어머니가 안 계시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었다”며 은퇴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현역 시절에도 합숙 훈련이 잦다 보니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2007년 12월 탤런트 박잎선과 재혼한 그는 자타공인 ‘딸 바보’다. 딸이 원하는 건 다 해줘서 붙은 별명이다. 이번 여행에는 딸 지아와 함께했는데, 방송 내내 틈만 나면 딸과 뽀뽀하고 포옹하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미모의 엄마를 닮은 지아는 네 명의 남자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아이와 그동안 가까운 사이라고 여겼는데, 밤만 되면 엄마를 찾더라고요. 아빠들이 보통 여행 가면 어떻게 놀아야 할지 방법을 모르잖아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대한민국 아빠들이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국가대표 축구 선수로 활동하며 평생을 규칙적으로 살아온 송종국. 아내는 “아이가 방송에 예쁘게 나오도록 머리도 잘 빗어서 묶어주고, 옷도 예쁘게 입히라”며 신신당부했다고. 그는 “정작 가니까 딸이 혼자 알아서 해서 할 게 없더라”라며 “이렇게 의젓한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여행을 다녀온 뒤 엄마랑만 자려고 하던 딸이 아빠랑 자게 됐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 보면 엄마 옆에 가서 자고 있더라고요. 앞으로 지아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찾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성동일·김성주·이종혁·송종국·윤민수

딸바보 송종국은 지아가 엄마보다 자기를 더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가수다’ 명예 졸업한 젊은 아빠 가수 윤민수(33)·아들 후(7)
“질문 있어요! 여기에 호랑이하고 악어하고 공룡하고 사자하고 뱀이 있나요?” (아들)
“저기요~ 저 배고파요. 제가 먹고 싶은 건요, 짜파게티예요. (이장님이 아니라) 아빠가 해주셔도 돼요. 나 잘했지?”(아들) 방송이 끝나고 제일 화제가 된 건 윤민수의 아들 후. 또박또박 말도 잘하고 재치 넘치는 ‘방송 좀 아는’ 귀요미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짜파게티가 있던 자리를 미리 봐놓고도 이장님 앞에서 짐짓 모르는 체 연기하고, 송종국의 딸 지아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상기되는 모습이 깨알 같은 재미를 줬다. 스물다섯에 아이를 얻은 젊은 아빠 윤민수는 아이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직업 특성상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해서 아이와 마주칠 시간이 적었어요. 집에 자러 가면 아이가 저를 보곤 ‘엄마 쟤 또 왔어’ 이렇게도 말하더라고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노래를 불러보라는 말에 즉석에서 나탈리 콜의 ‘LOVE’와 아빠가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그리움만 쌓이네’를 미성으로 부른 후는 아빠의 재능을 쏙 빼닮았다.
윤민수는 여행을 통해 배려심 많은 아이의 모습도 발견했다.
“숙소 정할 때 원래 성동일 선배가 제일 안 좋은 집을 골랐는데 김성주 선배랑 바꿨거든요. 집이 너무 허름하니까 민국이가 우는 걸 보고 아들이 ‘아빠, 그냥 우리가 그 집에서 자자’고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처음 봤거든요. ‘아, 우리 와이프가 참 잘 길렀구나’ 그런 생각도 했어요.”
여행이 끝나고 부자 관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예전 같으면 방학숙제를 들고 오지 않았을 텐데, 처음으로 숙제를 같이 하자고 하고 책을 읽어달라고 하더라고요. 문제를 같이 풀어줬더니 ‘아빠가 잠만 자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하.”

성동일·김성주·이종혁·송종국·윤민수

윤민수의 아들 후는 애교도 재치도 넘치는 귀염둥이. 노래 실력도 아빠를 빼닮았다.



여성동아 2013년 2월 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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