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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의 남다른 한국 사랑

‘형제’에서 ‘남매’로 돌아온

글·구희언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영화인 제공

2013. 01. 16

‘매트릭스’의 창조자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이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래리가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자 이름인 라나로 개명한 사실이 알려지자 영화만큼이나 이들의 모습에 관심이 집중됐다. 배두나와 비 등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의 남다른 한국 사랑

한국을 찾은 톰 티크베어 감독(왼쪽)과 라나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감독.



“안녕하세요. 서울의 형제 자매여!” (앤디 워쇼스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이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2004년 발간된 데이비드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세기부터 미래까지 약 5백 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장르와 이야기를 한 편의 거대한 서사로 엮었다. 제작비만 1억2천만 달러(1천2백85억원)가 투입됐으며 톰 행크스와 휴 그랜트, 할 베리, 짐 스터게스, 벤 위쇼, 휴고 위빙, 수잔 서랜든 등이 출연해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한국 배우로는 배두나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매트릭스’ 3부작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워쇼스키 형제’로 불렸다. 그러나 형인 래리 워쇼스키가 지난해 7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홍보 영상에서 붉은 레게 머리에 가슴이 깊게 파인 옷차림을 하고 “안녕하세요. 라나예요. 래리가 라나로 바뀐 후의 모습을 처음 공개합니다”라고 인사하며 성전환 사실을 밝힘에 따라 ‘워쇼스키 남매’가 그들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한 말이 됐다.

라나 워쇼스키는 2002년 아내 테아 블룸과 이혼한 뒤로 여성 복장을 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포착돼 그간 크로스드레서(이성의 복장을 선호하는 사람)가 아니냐는 의혹과 성전환 수술 의혹을 숱하게 받았다. 앞선 10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권 캠페인 만찬 연설에서 성전환 수술 전 자살을 기도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어린 시절 또래 남자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들었고 결국 왕따를 당하는 삶이 힘들어 지하철 승강장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 “그때 한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결국 뛰어내리지 못했다”며 “그가 왜 나를 쳐다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난 여기 있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순수하면서 강인한 캐릭터
12월 13일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라나는 자줏빛 헤어스타일을 하고 밝은 표정으로 배두나와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소녀처럼 웃었다. 그가 배두나를 어떻게 섭외했는지 궁금했다. 라나 워쇼스키는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그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 뒤로 배두나 씨가 출연한 영화를 거의 다 봤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6가지 이야기 중 네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나오는 손미라는 캐릭터가 한국인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배두나 씨를 떠올리게 됐죠. 처음에는 오프라인이 아니라 스카이프를 통해 만났어요.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배두나 씨가 직접 대사를 번역하는 등 열정을 보여줬어요. 연기가 탁월하더라고요.”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의 남다른 한국 사랑

1 영화 홍보차 내한한 제작진과 배두나, 짐 스터게스(네번째) 2 3 배두나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작품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클론 ‘손미’, 멕시코 여자, 어윙의 아내 ‘틸다’ 등 다양한 역할로 변신했다.





이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배두나는 “감독님이 캐스팅된 사실을 영화 개봉할 때까지 함구하라고 하셨는데 줄곧 엄청 자랑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은 2008년 개봉한 영화 ‘스피드 레이서’에 비(본명 정지훈)를 조연 ‘태조’ 역으로 캐스팅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9년 영화 ‘닌자 어쌔신’의 주연으로 그를 추천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배두나, 비와 같은 한국 배우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떨까. 라나 워쇼스키는 “한국은 재미있는 영화와 뛰어난 배우를 갖고 있다”며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많이 생산해내는 걸 보면 훌륭한 배우를 배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배두나 씨는 순수하고 인간적이면서도 초인간적인,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진 어른의 역, 그러면서 혁명까지 이끌 수 있는 강인한 캐릭터를 잘 연기해줬어요. 촬영하면서 그녀와 렌즈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듯한 느낌이었죠. 정지훈 씨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Physical genius’라고 표현할 만큼 신체적, 체력적으로 대단했죠. 모차르트가 절대음감으로 멜로디를 재현하듯 지시하는 액션을 그대로 재현하는 능력을 가진 배우예요. 지금은 군대에 있지만 얼른 전역해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어요.”
서울은 ‘클라우드 아틀라스’ 다섯 번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다. 2144년의 네오 서울을 배경으로 배두나가 복제인간 ‘손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 곳곳에 한글 간판과 물건은 물론이고 한국어 대사도 나온다. 서울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고 한국 배우들을 연달아 캐스팅했지만 두 사람은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2009년 재혼한 아내와 함께 서울을 방문한 라나는 “아내가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을 가깝게 여긴다”며 “김치를 직접 만들고 한국 음식을 해 먹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고 밝혔다.
“아내가 영화에 서울이 나오니까 한 번 가보자고 했지만, 미리 와보면 미래의 서울을 상상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오지 않았어요. 일정이 끝나면 서울을 제대로 구경할 생각이에요. 아내 생일이 토요일이라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예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워쇼스키 남매는 함께 영화를 만든 톰 티크베어 감독, 배두나와 함께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무릎팍 도사’ 최초의 외국인 게스트가 됐다. 이들의 남다른 입담과 한국 사랑은 영화가 개봉하는 시점인 1월경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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