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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REEN TABLE

삼척 신흥사 정관스님이 차린 공양밥상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건강한 맛

기획 | 한여진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2012. 11. 16

불교에서는 밥 먹는 것을 공양이라고 한다. 공양할 때는 발우라고 불리는 네 개의 나무 그릇에 밥과 물, 국, 반찬을 담는데, 발우에 담긴 음식은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 공양은 단지 끼니를 때우는 것만이 아닌 건강한 식문화의 기본인 소식과 절식의 의미도 담겨 있다.

삼척 신흥사 정관스님이 차린 공양밥상


사찰 음식은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 계율에 의해 채식 위주로 발달했다. 고려시대 불교가 융성해지면서 채식을 맛있게 먹는 법을 연구하다 보니 기름과 향신료 사용이 많아졌고 채소 본연의 맛을 살려 조리하다 보니 무침, 찜, 구이, 절임, 쌈 등의 조리법이 발달했다. 조선시대 들어 불교 문화가 쇠퇴하고 현대 들어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 육류 위주의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사찰 음식이 설 자리가 줄었지만, 최근 건강과 힐링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사찰 음식이 재조명되고 있다.
강원도 삼척 신흥사 정관스님은 “채식을 하는 사찰 요리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밥상”이라고 말한다. “채식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속이 편해져요. 채소가 주재료인 사찰 요리는 채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을 두어 가지만 사용하고 인공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죠. 조리법도 삶고 찌고 굽거나 발효하는 것이 대부분이고요. 조리법이 간단하고 자연 재료를 사용해 사찰의 공양간에서는 밥상을 차린 후에도 음식 냄새가 오래가지 않는답니다.”
사찰 음식의 계율이 담긴 ‘사분율(불교의 4대 계율서의 하나)’에는 ‘때에 맞는 음식을 먹어라’ ‘제철 음식을 먹어라’ ‘골고루 섭취해라’ ‘과식은 금하고 육식은 절제하라’고 쓰여 있다. 때에 맞는 음식이라 함은 아침은 죽을, 점심은 딱딱한 음식을, 저녁은 과일즙을 먹는 것. 아침은 뇌가 활동하는 시간이므로 가볍게 먹고, 낮에는 활동량이 많고 소화기관이 활발하게 활동하므로 거친 음식을 섭취한다. 저녁에 과식을 하면 신장과 간이 상하므로 과일즙을 마실 것을 권했다. 땅의 기운을 받고 자란 제철 재료에는 그 시기에 필요한 영양분이 풍부하고, 자연의 섭리도 거스르지 않는다. 과식을 하면 배설이 더뎌져 음식의 독성이 체내에 남기 때문에 절제해야 한다.
정관스님은 ‘소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식하기 위해서는 식탐을 버려야 한다. 사찰 음식은 식재료를 먹을 만큼만 사서 최소한의 양념을 써 요리한 뒤 음식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밥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는 것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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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두부무침
“사찰 음식에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 제피와 산초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제피는 열매와 잎을 모두 먹지만 산초는 열매만 먹는다. 산초 열매는 장아찌를 담그거나 기름을 짜 사용하는데, 두부를 산초기름으로 부치거나 부친 두부에 산초장아찌를 곁들이면 맛있다. 산초장아찌는 가을에 산초 열매를 따서 담근다. 산초에 팔팔 끓는 물을 부어 6~7시간 담가뒀다가 찬물에 헹둔다. 물과 간장을 1:1 비율로 섞어 팔팔 끓여 식힌 뒤 산초에 붓는다. 일주일 후 간장물을 따라 다시 끓여 식힌 뒤 그 물에 맛술과 간장을 약간 넣고 다시 산초에 부어 한 달 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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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두부 1모, 들기름·산초장아찌 약간씩
만들기
1 두부는 2cm 두께로 썰어 들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2 그릇에 구운 두부를 담고 산초장아찌를 곁들인다.







가을열무함초보리밥
“함초는 염전에서 소금을 흡수하면서 자란 식물로 짠맛이 난다. 가을이 제철로 사찰 음식에 즐겨 사용되는데, 인터넷 식료품 쇼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함초장아찌는 간장과 물, 메실엑기스를 2:1:1 비율로 섞어 함초에 붓고 3개월 숙성해 만든다. 보리쌀에 열무와 함께 함초장아찌를 넣어 밥을 지으면 향긋한 열무와 짭조름한 함초 맛이 어우러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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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보리쌀·쌀 ½컵씩, 함초장아찌 80g, 가을열무 100g, 된장 2큰술, 들기름·물 1큰술씩
만들기
1 보리쌀은 씻어 푹 삶는다.
2 쌀은 씻어 체에 밭친다.
3 열무는 삶아 손으로 치댄다.
4 쌀 위에 삶은 보리쌀을 얹고 열무와 함초장아찌를 넣어 밥을 짓는다.
5 된장을 보글보글 끓여 밥에 넣고 비벼 먹는다.

고추잡채
“고추, 우엉, 버섯 등으로 잡채를 만들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당면은 따뜻한 물에 10분 정도 불리거나 끓는 물에 삶아 물과 들기름, 설탕을 넣고 볶아 사용한다. 당면에 고추나 우엉, 버섯 등을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하면 담백한 맛이 일품인 채소잡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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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당면 200g, 청·홍고추 3개씩, 물·유기농 설탕·들기름·간장 약간씩
만들기
1 당면은 따뜻한 물에 10분간 불린다.
2 고추는 채썬다.
3 팬에 물, 유기농 설탕, 들기름을 넣어 끓이다가 불린 당면을 넣고 투명하게 윤기가 날 때까지 볶는다.
4 ③에 고추를 넣고 볶다가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함초장아찌묵구이
“요리할 때 함초를 넣으면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도토리묵과 메밀묵을 들기름에 구워 함초장아찌와 함께 먹으면 별미다. 메밀엔 루틴과 아미노산 성분이 풍부해 성인병과 암 예방에 효과적이며 변비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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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함초장아찌 300g, 간장·깨소금 약간씩, 도토리묵·메밀묵 ½모씩, 들기름 3큰술, 양념장(다진 청양고추·깨소금·간장 약간씩), 비트 100g
만들기
1 함초장아찌는 찬물에 한 번 헹궈 간장과 깨소금으로 버무린다.
2 도토리묵과 메밀묵은 2cm 두께로 썰어 들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4 그릇에 채썬 비트를 깔고 구운 묵과 함초장아찌를 올린 뒤 양념장을 곁들인다.

들깨·방아꽃부각
“방아는 들깨와 비슷한 향이 나는 토종 허브다. 향이 강해 처음 맛보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입맛에 길들여지면 그 맛에 매료된다. 봄과 여름에는 어린잎으로 쌈 싸 먹고, 가을에는 보라색 꽃으로 부각을 해 먹는다. 깻잎과 들깨꽃대, 방아꽃대에 찹쌀풀을 발라 그늘에 말려 부각을 만든다. 찹쌀풀이 바짝 마른 뒤 튀겨야 부각이 바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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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깻잎·들깨꽃대·방아꽃대·튀김기름 적당량씩, 찹쌀풀·깨 약간씩
만들기
1 깻잎과 들깨꽃대, 방아꽃대는 찹쌀풀과 깨를 발라 1~2일간 바싹 말린다.
2 말린 깻잎과 들깨·방아꽃대를 튀김기름에 튀긴다.






감자부각
“감자는 얇게 저며 물에 담가 녹말을 뺀 뒤 삶아야 부서지지 않는다. 감자가 투명해질 때까지 삶은 뒤 채반에 널어 말린다. 감자부각은 포테이토칩과 비슷한 맛이 나 아이들 간식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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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감자 5개, 소금 1큰술, 튀김기름 적당량
만들기
1 감자는 껍질을 벗겨 2mm 두께로 저며 썰어 찬물에 1시간 정도 담가 녹말을 없앤다.
2 소금 넣은 끓는 물에 감자를 넣고 살짝 데쳐 채반에 널어 1~2일간 바싹 말린다.
3 말린 감자를 튀김기름에 튀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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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는 모든 식물에 본래 그만의 성질이 있으므로 이를 거스르지 않는 식생활을 해야 한다고 여긴다. 이를 위해 가능한 채소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하고 재료를 구입할 때는 농약이나 합성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채소 먹을 때는 잎이나 열매뿐 아니라 줄기, 뿌리까지 전체를 먹는다.
사찰 음식은 채소를 맛있게 조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장류·부각·튀김·저장 음식과 함께 천연조미료가 발달했다. 특히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을 대비해 저장 음식이 발달했는데, 대표적인 저장 음식으로는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등과 장아찌가 있다. 장아찌는 거의 모든 채소로 담글 수 있어 사찰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또한 사찰 음식에는 부추, 파, 마늘, 달래, 흥거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다. 향신채는 양기가 강해 심신 안정을 방해하고 식욕을 높여 소식하는 사찰 음식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 대신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제피가루, 제피잎, 방아잎, 들깨가루, 콩가루 등을 이용해 요리에 풍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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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솎음배추열무제피김치
“사찰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 파, 마늘, 젓갈 등을 넣지 않는다. 배추나 열무의 풋내가 나지 않도록 물에 살살 씻고 소금물에 절일 때 뒤적이지 않는다. 김치에 제피가루를 넣으면 매콤한 맛이 더해진다. 제피가루는 제피열매와 껍질을 말려 가루를 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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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솎음배추·열무 ½단씩, 굵은소금 1컵, 보리쌀가루 5큰술, 청· 홍고추 2개씩, 생강 2쪽, 제피가루 1작은술, 고춧가루 8큰술, 매실청·간장 2큰술씩
만들기
1 배추와 열무는 다듬어 2등분해 굵은소금에 살짝 절인다.
2 보리쌀가루는 물을 동량으로 해 풀을 쑨다.
3 고추와 생강을 믹서에 간다.
4 배추와 열무에 보리쌀풀, 고춧가루와 매실청, 간장과 ③을 넣고 버무리다가 제피가루를 넣고 다시 버무린다.

우엉양념구이
“노스님이 설이나 추석 차례 음식으로 올리던 음식이다. 우엉은 껍질 부분에 몸에 좋은 성분이 많으므로 물로 씻은 후 칼등으로 긁어 손질한다. 우엉에 물을 많이 넣고 데치면 좋은 성분이 빠져나가므로 쪄서 사용한다. 우엉 특유의 떫은맛은 리그닌이란 성분 때문이다. 리그닌은 중금속을 해독하고 암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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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우엉 3개, 다시마물·들기름 2큰술씩, 양념(고춧가루 ½큰술, 고추장·참기름·참깨·조청·간장·유기농 설탕 1큰술씩)
만들기
1 우엉은 칼등으로 껍질을 벗겨 다시마물을 넣은 찜통에 쪄 5cm 길이로 잘라 반으로 가른 뒤 도마 위에 놓고 방망이로 살살 두드려 편다.
2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우엉을 노릇하게 지진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4 우엉에 양념장을 바르고 10분 정도 재웠다가 석쇠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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