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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역 전문인 연기 천재 신현준

“내 안에 아줌마 있다”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KBS 제공

입력 2012.11.15 15:59:00

바보 역 전문인 연기 천재 신현준


신현준(44)은 드라마에 4년에 한 번씩 출연했는데, 올해는 ‘바보엄마’ ‘각시탈’ 두 편이나 했다. 흥행 성적도 좋아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미 예정돼 있던 영화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그만 ‘울랄라 부부’ 대본을 보고 말았다. 너무 재미있어 사람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신나게 웃었다. 이 드라마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영화 제작사 측에 양해를 구하고 ‘울랄라 부부’에 합류했다. 신현준은 “촬영장에서 배우들끼리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아 촬영장에 나오는 것이 즐겁다”며 또 깔깔 웃었다. 상대 배우 김정은은 “신현준은 현장에서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에 몰입해 놀고 즐기는 느낌을 받으니까 나까지 즐겁다”고 귀띔했다.
신현준이 맡은 고수남은 밖에서는 자상하고 지적인 호텔리어지만 집안에서는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스타일에 바람까지 피우는 인물, 이혼과 동시에 아내 나여옥(김정은)과 영혼이 바뀌어 여자 역을 소화하는 그의 연기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 여성스러운 말투와 제스처를 효과적으로 재현하며 김정은의 하이톤 목소리에 근접한 연기 톤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돌리던 채널도 고정하게 만드는 신현준의 아줌마 연기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단연 시청률의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그의 연기는 철저한 노력과 계산의 산물. 색색의 펜으로 밑줄 치고, 대사를 더하고, 애드리브들을 메모해놓은 그의 대본은 흡사 수험생의 교과서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 극 초반에 아내와 영혼이 바뀌는 터라 아줌마 역을 오래해야 한다.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45년 동안 남자로 살다가 여자로, 아줌마로 사니까 대단히 재미있다. 위로 누나가 셋인 늦둥이 아들인데다, 조카도 다 여자다. 어느 날 누나가 집에 와서 내 대본을 보더니 ‘대한민국이 잘되는 건 다 아줌마들 극성 덕분’이라고 하더라.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1백원에도 벌벌 떠는 극성으로 각인돼 있지만 그 어머니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우리도 없지 않겠나. 아줌마들이 우습게 평가받는 걸 이번 드라마를 통해 좀 바로잡고 싶다.”
▼ 포스터 촬영 때는 웨딩드레스도 입었다. 쇄골 라인이 예쁘더라(웃음). 여자들도 일생에 한 번밖에 못 입는 건데. 기분이 어땠나.
“정말 창피했다. 생각보다 드레스가 무거워 입고 있기 힘들더라. 내 여조카를 보면 평소에는 말괄량이 같지만 예쁜 옷을 입고 립스틱 같은 거 하나만 발라도 행동이 조신하게 바뀌더라. 그런 것처럼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니 아이를 갖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상했다. 겨드랑이 털 때문에 난감했는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지웠다.”
▼ 김정은 흉내를 너무 잘 내더라. 말투와 동작도 비슷하고.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던데.
“김정은 씨가 출연한 모든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연구하고, 웃음소리도 녹음해서 들었다. 주부들이 실제 겪는 애환을 살리기 위해 트위터를 통해 아줌마들의 생생한 경험담도 수집 중이다. 드라마를 위해 많이들 보내주시면 좋겠다.”
▼ ‘바보엄마’와 ‘각시탈’에서 모두 바보 연기를 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도 그렇고. 신현준 하면 자연스럽게 바보가 떠오른다.

바보 역 전문인 연기 천재 신현준


“어떤 기사를 보니 대한민국에 3대 바보가 있다. ‘영구, 맹구, 그리고 신현준이다’라고 썼더라. 하하하. 내가 바보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똑같은 바보가 아니다. ‘바보엄마’의 최고만은 바보 같은 천재였다. 스티브 잡스 같이 완벽한 천재였다면 선영(하희라)을 사랑하는 것이 예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약간 빈 구석이 있는 인물로 설정한 것이다. ‘각시탈’의 이강산은 바보가 아닌데 바보인 척하는 인물이었다. 강산을 연기할 때는 기봉이와 차별화하려고 영화를 30번도 넘게 다시 봤다. 대본에 어떻게 연기할지, 의상과 신발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꼼꼼하게 적어뒀다가 현장에서 반응이 좋은 걸로 한다. 내가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가능성이다. 그동안 바보 역을 선택했던 것도 나만의 스타일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 혼기를 넘겼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다.
“점점 결혼과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 결혼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미혼이라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많다. 초반에 부부싸움을 많이 했는데, 그것 때문에 결혼이 두려워졌다.”
▼ 바람 피우는 남편 역이다. 주부들에게 비난받을 각오는 돼 있나.
“작품을 준비하면서 몰입을 하게 되는데 확실히 여옥(아내)과 있는 것보다 빅토리아(내연녀)와 있는 게 좋더라. 여옥과 사는 집은 대가족이라 내 동생도 있고, 어머니도 있는데 촬영을 하다 보면 기가 빠진다. 반면 빅토리아 집에 가면 ‘뽀샤시’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줌마인 여옥은 아프면 혼자 나가 약을 사 먹을 것 같은데 빅토리아는 내가 옆에 있어줘야 할 것 같고…, 그냥 극 중 감정이 그렇다는 거다(웃음).”
▼ 현장에서 김정은과 기 싸움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한 사람이 오버하면 다른 한 사람이 더 오버한다고.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승합차와 촬영장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여배우들을 많이 봤다. 그런데 김정은 씨는 양면성이 없다. 현장에서 열심히 하니까 남자인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경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런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서로 애드리브도 엄청나게 많이 준비해왔는데, PD님이 말리는 바람에 요즘엔 좀 자제하는 편이다.”
▼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바보 역 전문인 연기 천재 신현준

1 신현준의 애드리브는 철저한 대본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2 극 중 아들로 등장하는 엄도현 군과 함께.


“영화 ‘맨발의 기봉이’ 무대 인사를 돌 때 한 아주머니가 나를 붙잡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라. 아이가 기봉이처럼 몸이 불편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신현준 씨 덕분에 4년 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고 하더라. ‘울랄라 부부’ 대본을 보는 순간 그 관객이 생각났다.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아내들이 겪고 있는 외로움이나 어려움 등을 남편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아내에게 ‘수고했어’라고 한마디 해주면 더 좋고. 여배우가 얘기하면 같은 여자라 강요가 될 수 있지만 남자 배우가 말하니 예쁘고 귀엽게 받아줄 거라 생각한다.”

울랄라 부부 명품 카메오 3

‘울랄라 부부’가 시트콤 뺨치게 재밌는 건 신현준과 김정은의 코믹 연기 덕분이지만 톱스타들의 지원사격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카메오는 섭외가 관건. 연예가 마당발인 신현준과 김정은이 캐스팅을 담당하고 있다.



바보 역 전문인 연기 천재 신현준
1. 김병만 등장 장면 고수남과 빅토리아의 불륜 현장을 잡기 위한 몰래카메라 설치 기사로 등장. 인연 지난해 ‘개그콘서트’ 6백 회 특집 때 김정은이 ‘달인’ 코너에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불륜 잡는 달인’으로 분했다.

2. 김창렬 등장 장면 고수남의 얄미운 여동생 고일란(쥬니)의 맞선남으로 등장. 이날 나여옥은 친구인 변호사(최성국)를 만나 얼싸안고 남편과 영혼이 바뀐 사실을 털어놓는데, 고일란과 맞선남은 이를 여옥이 불륜을 저지르는 것으로 오해한다. 인연 2010년 김창렬이 소속된 DJ.DOC가 김정은이 진행했던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하며 친해졌다. 이날 DJ.DOC 멤버들은 서로 간에 마음에 담아뒀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아 잔잔한 감동을 줬다.

3. 유진 등장 장면 고수남의 첫사랑. 극 중 속물로 출연한 유진은 “난 결혼 같은 거 못한다. 역마살 있는 거 알지 않나? 일단 신부님 따라 외국으로 나갈 것이다”라며 고수남의 청혼을 다 듣기도 전에 거절했다. 인연 연출자 이정섭 PD의 부탁으로 출연했다. 두 사람은 ‘제빵왕 김탁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들 외에 남규리, 왕빛나, 남희석, 박상면 등도 카메오로 출연했으며 김정은 신현준이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품앗이로 이 프로그램 진행자와 고정 게스트인 유재석, 신봉선도 카메오 출연을 약속했다.


여성동아 2012년 11월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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