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작업장을 수리했습니다. 남편과 같이 벽에 루바를 치고 페인트 칠도 하고, 바닥은 강화마루를 깔고, 벽에는 선반도 만들었습니다. 엉성하지만 무척 만족스러운 책상에 앉아 있으니 몇 년 전 집 지은 생각이 불현듯 났습니다. 인생을 아는 방법 중 하나가 자신의 집을 짓는 일이라는 동네분의 말씀은 차치하고라도, 집을 구경하는 사람에게도 세 부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쉽게 말해 고수, 중수, 하수.
저희 집이 시골 황토집이다 보니 지나가던 모르는 이들도 집 안에 들어와 보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집에 대해 잘 모르지만 황토집을 좋아하는 분은 마냥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희는 “네 고맙습니다. 하지만 허술한 곳이 몇몇 있지요”라고 웃으며 말씀드립니다. 한옥에 대해 잘 아는 대목수는 “고생하셨네요”라고만 합니다. 잘못한 곳을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집 지으면서 주인이 충분히 맘고생을 했을 것이니, 굳이 다른 말씀을 하지 않는 거지요. 그 맘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부류. 집에 대해 관심도 많고 일정 부분 아는 분들입니다. 꼼꼼하게 보면서 “여기는 이것이 잘못됐네요. 아!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하면서 갈 때까지 하나하나 지적을 하지요. 주인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자꾸 듣다 보면 피곤해지게 마련이지요. 세월이 지나면서 ‘집’에 대해서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마 저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고, 지금도 그런지 모릅니다.
재작년 누비장 선생님의 특강을 잠깐 들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시연도 물론 좋았지만 그날 하신 말씀은 아직도 제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힘들게 한땀 한땀 누빈 것을 혹 선물하게 된다면 절대로 힘들었다고 말하지 마라. 그러면 받는 이에게 선물이 아니라 부담을 주는 것이다. 시간이 나서 그냥 하나 만들었으니 너 가져라 이렇게만 말해라. 그래야 받는 이가 편하다.” 손바느질이 힘들다 보니 다른 이에게 선물해주기 쉽지 않았던 저는, 그 말씀을 듣고 제 자신이 작아진 느낌이었고 부끄러웠습니다.
고수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집을 짓고 알았고, 바느질 선생님께도 배웠습니다. 그런 분들처럼 되기 어렵다면 저는 그냥 하수로 지낼까 합니다. 부족하지만 마냥 좋아하고, 배우면서 꿈꾸는 바느질. 그래서 행복하게 바느질하는 하수로 말입니다.
가을 낙지로 차린 해물샤브샤브
제철 음식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각각의 음식 재료들이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시골 와서 알았지요. 예를 들면 도라지는 꽃과 잎을 떨구고 뿌리로 영양이 가는 가을에 더 좋다는 것을요. 그래서인지 남편은 가을이 오면 전어와 낙지 생각이 난다네요. 요리하기 쉽고 풍성한 해물샤브샤브를 만들어 남편 생일날 친구들과 같이 나누었습니다.”
■ 준비재료
무·당근½개씩, 대파 2대, 멸치 10마리, 양파 1개, 다시마 적당량, 소금 약간, 물 2ℓ, 조개 20g, 미더덕 50g, 새우 8마리, 낙지 4마리, 오징어 2마리, 쑥갓·미나리·버섯 200g씩, 쇠고기 400g
■ 만들기
1 냄비에 무, 대파, 멸치, 양파, 다시마, 소금, 물을 넣고 끓여 육수를 만든다.
2 ①에 조개, 미더덕, 새우, 낙지, 오징어, 쑥갓, 미나리, 버섯, 당근을 넣고 끓이다 쇠고기를 넣어 익힌다.
따뜻한 온기 가득~ 누비 조끼
목화솜을 넣어 만든 누비는 목화솜이 따뜻해서라기보다 한땀 한땀 정성이 들어가 따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올겨울이 오기 전에 가볍고 따뜻한 누비 조끼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준비재료
겉감용 명주 36×240cm, 안감용 실크 110×120cm, 목화솜, 실크실
만들기
1 가슴둘레, 가슴너비, 어깨너비, 등너비 치수를 잰다.
2 패턴대로 겉감과 안감에 재단한다.
3 안감과 겉감 등판은 시접 1cm로 이어 붙여 가름솔을 한다.
4 겉감은 겉감끼리, 안감은 안감끼리 어깨를 박음질해 붙인다.
5 겉감의 겉과 안감의 겉을 마주보고 창구멍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박음질한다.
6 목화솜은 겉감 위에 놓고 세 번 박음질한 뒤 0.1mm 바깥쪽으로 반박음질해 솜을 고정한다.
7 창구멍으로 뒤집은 뒤 공그르기로 막고 시침한다.
8 실크실을 초칠해 원하는 간격으로 누빈다.
9 옆선은 겉감은 겉감끼리, 안감은 안감끼리 감침질이나 공그르기를 한다.
김희진(41) 씨는…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그는 규방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초보 시골 생활의 즐거움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블로그(http://blog.naver.com/meokmul)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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