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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24인용 텐트 치기 ‘되는데요’ 이광낙의 승부수

글 | 구희언 기자 사진제공 | 이정명, 유스트림 영상 캡처

2012. 10. 04

장정 여러 명이 달려들어야 가능한 24인 군용 텐트 치기를 혼자서 할 수 있을까. 한 남자의 ‘되는데요’라는 댓글에서 촉발돼 10만 명이 열광한 소셜 축제 그 뒷얘기.

혼자 24인용 텐트 치기 ‘되는데요’ 이광낙의 승부수


9월 8일 토요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원초등학교 교정에 3천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연예인이 온 것도 아니고 대규모 집회가 벌어진 것도 아니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오직 하나, ‘Lv7.벌레(28·본명 이광낙)’가 24인 군용 텐트를 2시간 안에 혼자서 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T24 소셜 페스티벌’로 명명된 이 행사는 ‘댓글’ 하나에서 시작됐다. 8월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SLR클럽 자유게시판에 ‘흔한 군필자 허세’라는 글이 올라왔다. ‘군대에서 작업까지 해봤다’는 남자들의 허세 섞인 무용담을 다룬 것이었다. 그중에서 ‘혼자 24인용 텐트 치기’라는 내용을 본 네티즌 대다수가 ‘절대 불가’ ‘진정한 허세’ ‘거짓말이다’라는 부정적 댓글을 달았다.

댓글 하나가 불 지핀 대규모 소셜 축제

혼자 24인용 텐트 치기 ‘되는데요’ 이광낙의 승부수

9월 8일 미션에 성공한 뒤 이광낙 씨가 텐트 위에 올라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되는데요.”
단순히 ‘온라인 허세 비웃기’로 끝날 법했던 상황은 닉네임 ‘Lv7.벌레’의 댓글로 급변했다. 육군에서 8년간 부사관 생활을 했다는 그는 “평평한 땅에 24인용 텐트를 칠 준비가 돼 있다면 2시간 내에 칠 수 있다”라며 성공 시 50만원을 받고, 실패 시 텐트 값을 물어주는 내기를 제안했다.
24인용 군용 텐트는 훈련 시 임시 막사로 사용하기 위한 텐트로 천 자체도 무겁지만 상동과 용마루를 결합해서 들어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 매뉴얼 상으로는 8명이 1시간 동안 설치하게 돼 있다. 국방부 신문고와 트위터에서도 각각 ‘시간이 걸리지만 가능할 것 같다’와 ‘힘들다’는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이를 지켜보던 한 광고대행사가 텐트 제공과 내기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판이 커졌다. 행사 운영진이 꾸려지고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행사 홍보 동영상과 로고, 포스터를 만들었다. 개인적인 협찬도 줄을 이었다. 호텔 숙박권부터 앨범, 외장하드, 카메라 렌즈, 건강음료, 침구, 식사권, 대형마트 상품권, 피자, 여행 상품권 등 다양한 협찬 제의가 들어왔다. 사태가 커지며 연예인들도 가세했다. 개그맨 남희석은 ‘성공 시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스위트룸 1박 숙박권을 쏘겠다’고 했고, 가수 렉시는 현장에서 축하 공연을 하겠다고 밝혔다.
결전의 날인 9월 8일 오후 2시. 카퍼레이드를 하며 운동장에 등장한 이씨는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텐트 지주대를 땅에 박고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장을 메운 3천여 명의 눈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이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텐트를 치는 와중에도 틈틈이 퍼포먼스를 하고 인증샷을 찍는 등 쇼맨십을 발휘했다. 예정했던 2시간보다 빠른 1시간 25분 만에 여유롭게 텐트를 친 그는 텐트 위에 올라가 드러누우며 텐트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텐트의 용마루가 올라가는 순간에는 온라인 생중계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 명을 넘기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날 행사는 대기업의 후원 없이 네티즌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행사라는 점에서 온라인 문화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전에 성공한 이씨는 자신의 유행어인 ‘되는데요’가 쓰인 금빛 트로피와 제주도 여행권, 일본 여행 상품권 등 다양한 포상을 받았다.



Focus on
의지, 도전, 패기의 아이콘 이광낙은 누구?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 SLR클럽 닉네임은 ‘Lv.7벌레’. SLR클럽에서는 활동량에 따라 회원 레벨이 정해지는데 그는 2005년부터 가입해 활동해왔다. 실제로 이씨는 집에 표본 상자가 가득하고 수백 장의 곤충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릴 정도로 벌레 애호가다. ‘간고등어’ 최성조 코치를 닮은 훈훈한 외모로 화제가 됐지만 아쉽게도 딸 가진 유부남. 포천과 철원에서 8년간 군 생활을 하고 육군 부사관으로 제대한 그는 ‘24인 군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군대는 갔다 왔냐’ ‘못한다에 손목을 걸겠다’는 식의 비난 댓글이 달려 실제로 보여줘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하지만 사실 혼자서 직접 쳐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행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전화와 쪽지 등 연락이 폭주한다, 최근에는 길 가던 사람들도 알아보더라”라고 전했다. 9월 13일에는 ‘만남과 나눔의 길! 걷기 캠페인’ 홍보대사로도 발탁됐다. 그는 “‘정글의 법칙’에서도 잘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도전 기회가 생긴다면 흔쾌히 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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