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용산 일대의 모습.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언급으로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7월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은 2017년보다 5.26%나 올랐고 아파트는 더 많이 올라 6.96%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개발을 언급하면서 해당 지역에선 매물 품귀 현상도 빚어지고 있으며 이 외에도 서울 전역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은 호재에도 부동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7월 경기도 안양시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여의도 · 용산 개발’,
부동산 급등의 기폭제 될까?
“이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 허파 역할을 할 거대한 생태자연공원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용산 개발’을 언급하면서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쳤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표 이후 국토교통부가 서울 해당 지역 일대 중개업소를 단속하며 부동산 투기 잡기에 나섰지만 문 대통령의 ‘용산 센트럴파크화’ 발언으로 용산의 집값 상승은 당분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광수 용산 미군 부대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됐던 일이다.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은 모든 이슈를 호재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시장이 과열됐다는 이야기다.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물론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우리나라의 여러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KIF)은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9%로 하향 조정했고 주택담보 대출은 6백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의 가장 큰 구매층인 ‘제2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대출을 잔뜩 받아 집을 매수했는데, 집값이 떨어지거나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다. 더불어 경제성장률 자체가 둔화되고 내수 경기가 위축돼 다가올 부동산 하락 시장에 또 하나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김인만 결론부터 말하면 용산의 다양한 개발 이슈는 현실화될 것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기 중에 용산을 얼마나 개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용산 개발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는 아주 새로운 내용이 아닐뿐더러,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밝힌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의 용산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지 못했고, 시장에서는 이를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보유세 개편이 집값에 미칠 영향은?
지난 7월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 세제개편안’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적용할 때 기준이 되는 공시 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80% 수준에서 매년 5% 포인트씩 인상해 2022년까지 100%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과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적용되는 종부세율은 구간에 따라 현행 0.75~2%에서 0.85~2.5%로 인상된다. 과표 6억원 초과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여기에 0.3%를 추가 과세해 세 부담이 최대 2.8%로 증가한다. 또한 2014년 이후 비과세돼온 2천만원 이하 임대 소득을 내년부터 분리과세로 전환, 정상 과세하기로 했다. 이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19년부터 적용된다.이광수 8·2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고 과도한 투자, 투기 수요, 투기 공급에 대해 규제를 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를 확실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보유세 인상은 다주택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부동산 가격을 안정·하락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김인만 이번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후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이 정도면 버틸 만하다’는 다주택자들이 많다. 정부의 보유세 개편 카드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이것이 ‘여의도·용산 개발’ 이슈와 맞물리면서 서울 영등포구,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일대는 부동산 매물이 없다. 이미 매도한 사람은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10년 주기설에 따른 폭락,
현실화될 가능성 있나?
부동산업계에는 10년을 기점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과 침체를 반복한다는 이른바 ‘10년 주기설’이 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강남을 중심으로 시작된 재건축 열풍이 신도시 및 노후 지역 재개발 이슈로 이어지며 전국 부동산 시장이 들끓었다. 이에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규제책을 도입해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켰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더해져 2011년 강남구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유가 급등,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정부 부동산 규제 등의 변수까지 더해져 2008년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광수 정부가 규제와 부양을 반복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은 제자리인데 세금이 계속 나가는 시대가 이제 곧 시작될 것이다. 세금이 버겁거나,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을 것이다. 서울은 3~4년 후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이며, 그 이후 반등을 한다 해도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인만 10년 주기설이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 상황,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했을 때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구매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동산의 가격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강남 기준으로 평당 9천만~1억원 선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선 몇 년째 이어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까지 가격 상승이 이어지다가 3~4년 후에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은 우상향할 것이다. 10년 전, 서울 집값이 급등할 때도 ‘강북 10억원 아파트’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0억원을 받아들인다. 서울은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여유가 있으면 서울에 집 한 채 갖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또 외국인들도 서울, 특히 강남에 집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
지방 아파트 살까, 말까?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2018년 8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6.60% 올랐지만, 지방은 1.70% 내렸다. 6대 광역시 등을 제외한 9개 도의 아파트값은 평균 3.18% 하락했다. 문제는 지방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5만2천5백42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9천7백84가구(22.9%)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은 같은 기간 미분양 주택이 4천8백42가구(33.7%) 감소한 9천5백8가구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47가구에 불과했다. 하반기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도권 일부 및 지방의 경우 미분양 물량 증가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할 여지가 있다.이광수 부동산은 사용가치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그만큼 오를 이유도 생긴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중심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이 침체되면 부양책을 내놓기도 한다. 규제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지만 부양책은 일단 시작하면 변경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부양하는 곳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가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이 세종시다. 이후 세종시는 다양한 개발 계획들이 하나 둘씩 실현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정부의 개발 계획을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
김인만 2000년대 중반 서울 집값이 급등했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부동산은 시차를 두고 오르고 내리는 것이 반복된다. 지금 당장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가 아니라면 결국 안정화될 것이다. 어쩌면 위기가 곧 기회다.
현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부동산 투자는?
이광수 부동산 투자 초보자들은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당장 이 열차를 타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 것’이란 불안감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거래량이 감소하는 때가 변곡점이다.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거래량이 감소하면 고점이고,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거래량이 감소하면 저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에서 입지, 즉 교통·교육·인프라 등을 따진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를 사느냐가 아니고 언제 사느냐다. 거래량을 관심 있게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거래량은 감소했다. 이것은 고점의 시그널이다. 조바심을 갖지 말고 기다려도 된다는 뜻이다.김인만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주택자에게는 지금 시점에서는 그만 사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서울 집값은 목까지 찼다. 다가올 조정기를 기다렸다가 사도 늦지 않는다. 반대로 무주택자라면 자신의 자금 상황에 맞는 매수를 권한다. 무주택자들은 당장은 부동산이 비싸서 못 사지만 조정기가 와서 집값이 억 단위로 떨어지면 그때는 무서워서 못 산다.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은 우상향할 것이다. 혹시 3년 후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안 팔면 그만이다. 너무 계산하지 말고 서울, 신도시 위주로 매수를 추천한다.
이광수 애널리스트
GS건설 출신으로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건설·부동산 파트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투자의 법칙’ 저자.'
김인만 부동산 컨설턴트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대표이며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배움e’ 부동산 자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도 꼬마 빌딩을 갖고 싶다’ ‘아파트 투자는 타이밍이다’ ‘문재인 시대 부동산 가치투자’ 등 출간.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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