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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edu talk

여름방학, 미국 부모들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이유

글·사진 | 김숭운 미국 통신원

2012. 08. 03

여름방학, 미국 부모들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이유


6월 넷째 주말, 뉴욕에 사는 L씨는 중학생 딸을 존스홉킨스대 영재 캠프(CTY:Center for Talented Youth)에 데려다주기 위해 워싱턴에 다녀왔다. 2~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존스홉킨스대 여름 캠프는 3주 과정으로, 문학·수학·과학 등 교양 수업과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온라인으로 미국 학과목 크레디트를 이수할 수 있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등록금이 3천~4천 달러(한화 3백40만~4백50만원)에 달하지만 시험을 봐서 학생을 선발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국 학부모들은 여름방학이 되면 고민에 빠진다. 9~10주에 이르는 방학 기간 동안 아이를 무작정 놀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유명 대학에서 운영하는 여름방학 캠프에 보내기엔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학기 중에는 학비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여름방학 캠프 비용을 ‘가욋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보통 집에서 다니는 여름 프로그램에 등록을 하는데, 교회나 사회 단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주당 2백 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이지만 명문 대학이나 사립학교 여름 캠프는 주당 1천 달러를 상회한다. 중·고등학생은 캠프 외에도 아르바이트나 자원봉사 등 선택의 폭이 넓어 주머니가 가벼운 부모들도 한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 전공 체험 프로그램은 5천~1만 달러 정도가 들어 역시 부모의 허리가 휘는 수준이다.

여름방학, 미국 부모들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이유

1 미국 한 대학 여름방학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 2 하버드 등 명문대학에서 운영하는 초·중·고 생들을 위한 여름캠프의 참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



수천 달러짜리 캠프가 끝나면 가족여행
보통 미국 가정에서는 자녀를 여름 캠프에 보내지만 한국 부모들은 한인이 운영하는 학원에 보낸다. 6~7주간 반나절씩 공부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등록금이 2천~3천 달러인데 다른 캠프에 비해 저렴하고 무엇보다 선행학습이나 SAT·SSAT 등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언론사에서 한국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SAT 캠프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렇게 아이들을 캠프나 학원에 보내는 걸로 여름방학 부모 노릇이 끝나는 게 아니다. 캠프가 끝나면 가족여행을 떠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여름방학 중 가족여행은 반드시 치러야 하는 행사로, 학교 수업의 토론 주제가 되기 때문에 그냥 넘기기도 어렵다. 아이들에게 최대한의 기회와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은 것은 어느 나라 부모나 같은 마음이다. 여름방학, 미국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뒤에는 부모들의 한숨이 있다.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28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원래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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