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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인생 사용설명서 아홉 번째 | 죽기 전에 꼭 한 번

“작은 용기가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죠”

‘꿈 찾은 아줌마 삼총사’ 레이디스텔라, 오세연·실비아 정·문현경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2.07.17 14:21:00

수다스럽고, 드세고… ‘아줌마’라는 단어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한 겹 더 들춰보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아내와 엄마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가슴 한켠에 묻어뒀던 꿈을 뒤늦게 꺼내든 주부들이 있다. 아이돌 스타만큼 빛나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숙성시킨 열정은 그 이상이다.
“작은 용기가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죠”


나 이제 먹이를 구하러 저 넓은 바다로 가요
우리 아기들의 배를 든든히 채우러
자 이제 빙하 위로 오르자
아싸 오 영차 더 빨리 걸어가자
이런 북극곰이에요
어떻게든 이겨야만 해요…
-펭귄엄마(오세연·실비아 정 작사, 실비아 정 작곡) 중

영화 ‘댄싱퀸’은 젊은 시절 춤과 노래로 대학가를 주름잡던 신촌마돈나 엄정화가 결혼 후 잊고 지냈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댄싱퀸’을 연상시키는 3인조 주부 그룹이 탄생했다. 오세연(37, 작사·보컬) 실비아 정(36, 작곡·건반) 문현경(31·보컬)으로 구성된 레이디스텔라가 그들이다. 이들은 6월 초 음반을 발표하고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앨범에 수록된 3곡 모두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다. 그래서 주부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타이틀곡 ‘줌마파워’는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으로 주부들의 바쁘면서도 즐거운 삶을 유쾌한 가사를 통해 표현한 곡. ‘여자가 있는 곳’은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문득 우울해지는 여성의 마음을 차분하게 표현했으며, ‘펭귄엄마’는 아이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엄마의 모성을 담은 곡으로 가슴 찡하면서도 무겁지 않다.
세 사람이 꿈을 찾아 의기투합 한 계기는 2009년 정씨의 막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 오씨의 막내가 입학한 것이다. 작곡을 하며 가수 활동을 꿈꾸던 정씨의 눈에 오씨가 들어왔다. 오씨는 학창 시절부터 노래를 잘해 선생님이 오씨에게 음악 시간에 배울 노래를 미리 가르쳐주고 선창을 하게끔 했을 정도. 전국노래자랑을 비롯한 아마추어 가요제에 출전해 여러 번 수상도 했다. 팀의 막내인 문씨는 부모의 반대로 음대 진학을 포기했지만 꿈을 버리지 못해 영어 학원 강사로 활동하면서 CCM 가수를 겸했다.
“결혼해서는 아이 둘을 낳고 좀 쉬었는데 그동안 내가 이룬 건 다 어디로 사라지고, 아줌마의 모습만 남았더라고요. ‘나는 과연 뭔가’라는 생각이 들어 의기소침 해 언니들이 활동을 제안해와 단번에 하겠다고 했죠.”(문현경)
세 사람은 교회의 밴드 연습실과 장비를 빌려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육아와 살림도 병행해야 하는 터라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다른 주부들이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고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시간에 이들은 연습에 매달렸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어린이집, 학교에 보낸 뒤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가족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면 집으로 달려가 청소하고 살림하고 빨래하는 신데렐라 같은 생활을 2년 이상 계속했다.

꿈이 현실로 다가오자 자기관리에 더 신경 쓰게 돼
막연하게 생각했던 ‘가수’라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자 자기관리에도 신경을 쓰게 됐다. 정씨는 2년 동안 10kg을 감량했고, 둘째 임신 때 18kg이나 불었던 문씨는 예전 몸무게를 되찾았다. 원래 날씬한 편인 오씨는 배에 ‘왕(王)’자 복근을 만들었다. 처음엔 아이들을 위한 동요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아줌마 노래’가 자꾸 만들어졌다. 그즈음 정씨와 알고 지내던 한 주부가 우울증을 앓다 투신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주부들의 시선에서 주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 아무리 애를 써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 살다 보면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정말 많잖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집 일이 저 집 일이고 사는 모습이 다 비슷비슷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교육 문제, 나날이 치솟는 전셋값,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 보육 문제… 할 말이 정말 많아요.”(실비아 정)
보통 연예인들은 자신만 잘하면 되지만 레이디스텔라의 멤버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족도 챙겨야 하고, 특히 아이들을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번갈아가며 봐주는 문현경 씨의 경우엔 부모님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주변에선 이들의 열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분위기라고 한다.
“저를 좀 아는 친구들은 ‘포기하지 않더니 드디어 꿈을 이루는구나’라며 놀라는 눈치예요. 아이들은 엄마가 가수가 됐다는 걸 신기해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는 것 같고요. 데뷔를 앞두고 연습한다고 며칠 늦게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집안일도 도와주고, 힘들지 않냐며 걱정도 해주더라고요. 이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오세연)
처음에는 아줌마 가수라는 타이틀로 반짝 조명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대중은 언제나 냉혹하다. 결국은 스타성과 음악성이 동반돼야 오래도록 사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경쟁력은 뭘까.
“연예인들은 길거리에서 캐스팅이 되거나 친구 따라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얼떨결에 붙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희는 하고 싶은 걸 못 참아서 누가 불러주지도 않는데 스스로 나왔다는 점, 그만큼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게 장점 아닐까요(웃음).”(실비아 정)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 부를 수 있다는 게 좋아요.”(오세연)
“살림만 하던 우리가 예전에 갖고 있던 꿈과 열정을 이루기 위해 다시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러워요. ‘저렇게 평범한 여자들도 하는데 나도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저희의 작은 용기가 다른 주부들에게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면 좋겠어요.”(문현경)

“작은 용기가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죠”

레이디스텔라의 실비아 정, 문현경, 오세연 씨(왼쪽부터). 이들은 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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