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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국가대표 김세진

은퇴·이혼·사업 부진… 인생 한 고비 넘고 다시 선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 2012.07.17 11:20:00

요즘 야구 열풍 못지않게 배구가 인기를 누리던 시절, 최고의 스타는 ‘배구의 신’ 김세진이었다. 하지만 서른두 살, 다소 이른 나이에서 배구계를 떠난 그는 이후 인생의 부침을 겪었다. 최근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에서 기대 이상의 예능감을 보이며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세진의 인생 풀 스토리.
불멸의 국가대표 김세진


197cm의 훤칠한 키, 연예인 못지않은 수려한 외모, 남다른 패션 센스까지. 실제로 본 김세진(38)은 과연 선수 시절 많은 소녀 팬을 확보한 주인공다웠다. 현역 시절 그는 최연소 국가대표이자 삼성화재배구단 라이트 공격수로 독보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1997년 리그 9연패와 77연승이란 기념비적 기록을 세웠으며 1995년 월드리그에서는 공격수 상을 수상해 세계적인 선수로도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김세진은 2006년 팬들의 예상보다 빨리 은퇴를 선택했다. 이듬해 그는 배구공 대신 마이크를 잡고 해설자로 변신했다. 올해 6년째 KBSN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최근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불멸의 국가대표’를 통해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불멸의 국가대표’는 한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 전설들’의 불꽃 튀는 대결을 담는 프로그램으로 김세진을 비롯해 이만기, 양준혁, 이봉주, 심권호, 우지원, 김동성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매회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에 도전, 전설의 감독과 코치들로부터 특별훈련을 받은 뒤 현직 최고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대결을 펼친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 표현하듯 촬영장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경기 결과가 펼쳐지고 선수들의 굴욕적인 몸개그 등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 주고 있다.
“어제 태권도 대결을 펼치다 잘못 맞았다”며 뒷목을 잡고 장난스럽게 통증을 호소하는 김세진은 요즘 자신에게 가장 큰 삶의 활력소로 ‘불멸의 국가대표’를 꼽았다. 함께 출연하는 선수들 모두 전성기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라 매주 모여 운동도 하고 수다를 떠는 시간이 즐겁다고 한다.
“제작진이 처음부터 예능이지만 실제 경기라 생각하고 열심히 뛰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막상 경기를 해보니까 역시 경기는 경기더라고요(웃음). 특히 출연자들 모두 내로라하던 분들이라 의욕이 만만치 않죠. 저도 처음에는 쭈뼛거리고 혹시 다칠까봐 몸을 사리기도 했는데, 하다보니까 자제가 안 되더라고요. 서로 친해도 경기할 때는 예민해져서 간혹 부상도 입고요. 하지만 다들 처음 접해보는 종목이다 보니 도전의식도 생기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양궁, 사격 같은 건 정말 생소한 분야라 너무 어려웠는데 지난주 방영된 컬링에서는 실력 발휘 좀 했죠(웃음).”

은퇴 6년 만에 다시 국가대표로 뛰는 기분

불멸의 국가대표 김세진


실제로 김세진은 6월 16일 방송에서 대한민국 남녀 컬링 대표 선수들과 맞대결을 했는데 세심한 전략으로 정확하게 하우스 안에 들어온 스톤을 쳐내는 등 만만찮은 실력을 뽐냈다. 지금껏 도전한 종목 중 가장 힘들었던 경기로는 마라톤을 꼽았다. 8시간 동안 뛰기와 걷기를 반복하면서 동료애도 생기고 나중에 완주했을 때 뿌듯함은 정말 컸다고 한다.
“요즘 ‘불멸의 국가대표’에 많이 빠져 있어요. 은퇴 후 운동을 하지 않아서 배가 많이 나왔는데 방송 시작한 뒤로 몸무게가 7kg이나 빠졌어요. 녹화 끝내고 가끔 출연자들끼리 뒤풀이도 하고 평소에도 서로 친하게 지내요. 양준혁 씨가 얼마 전에 선글라스도 줬고, 내일은 (이)봉주 형과 같이 골프 치러 가기로 했어요. (양)준혁 씨나 (우)지원 씨는 같은 삼성 소속이라 예전부터 친했고, 심권호 씨와도 20년 지기, (김)동성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예요.”
‘불멸의 국가대표’ 출연 이후 타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섭외도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선보였다. 특히 이날 김세진은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한때 결혼설이 돌기도 했던 같은 배구선수 출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혼 경력 때문에 공개 열애가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방송에서 그는 “2004년 이혼을 했고 올해 9년째 싱글이다. 이혼 경력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이지 못했다. 여자친구에게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재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세진은 이날 방송이 나간 뒤 오랫동안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는 팬클럽 회원들로부터 핀잔 아닌 핀잔을 받았다고 한다.
“한창 선수생활 할 때부터 알고 지낸 20년 지기 팬들이 있어요. 얼마 전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났는데 ‘라디오스타’ 얘기를 하면서 ‘가식적이더라’며 놀리더라고요(웃음). 또 여자친구와 언제 어떻게 될 줄 알고 연애 사실을 밝혔냐며 구박하대요. 그 친구들과는 이제 같이 늙어가는 사이가 됐어요. 대부분 결혼해서 아기 엄마가 됐고, 처음 만날 때 초등학생이었던 막내가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어요. 저에 대해 가족들보다 더 잘 아는, 제게 쓴 소리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에요.”



다시 돈 벌면 배구단 만들고 싶어
최근 들어 방송 나들이가 부쩍 늘었다 싶지만 사실 김세진의 방송 출연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는 배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해설을 맡고 있고, 얼마 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배구 관련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는 방송이 적성에 맞는다고 한다.
“방송국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서 이 길로 들어섰지만 예전부터 해설은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실수도 많고 부족한 점이 많았죠. 편파 방송을 한다는 오해도 많이 샀고요. 분명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제가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구단의 경우 아무래도 선수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다 보니까 그런 오해도 받게 되더라고요. 중립을 지키며 해설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길에 들어와서야 알았어요.”

불멸의 국가대표 김세진


김세진은 서른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선수생활을 그만뒀다. 당시 그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발목, 무릎, 어깨, 허리 등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을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했고, 그로 인한 경기 부진이 심리적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또한 향후 진로를 생각해서라도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섰다고.
“어느 선수든 서른을 넘기면 은퇴 시기를 고민해요. 저 역시 고민 끝에 은퇴를 결심했어요. 부상으로 훈련을 다 해내지 못하면서도 경기는 뛰고, 그런 제 모습이 정말 싫더라고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기량 면에서도 언제까지 자신할 수 없었어요. 당시 외국 용병 선수들이 막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저 자신을 냉정히 평가해보니 조만간 주전 멤버로 뛰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선수로 몇 년 더 버티느니 차라리 빨리 다른 인생을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울타리에서 벗어나니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은퇴 후 처음 투자한 사업에서 그는 큰돈을 잃었다.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사람에게서 받은 마음의 상처가 꽤 오래갔다. 그럼에도 그는 “사업 투자에 실패한 건 전적으로 내 실수다. 다행히 지금은 만회할 만큼 만회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그는 배구 해설가인 동시에 국내 한 IT 회사 신규사업팀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의 일정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발판 삼아 스포츠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진행 중이다. 나중에 사업이 번창하면 배구단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요즘도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제 그런 말에는 휘둘리지 않으려고요. 실제로 빌려줄 돈도 없고요(웃음). 은퇴한 지 벌써 6년이 흘렀어요. 그동안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경력과 인맥을 활용해 묵묵히 제 길을 가고 싶어요.”

불멸의 국가대표 김세진


이혼 후 6년 만에 만난 여자친구, 결혼은 아직
그의 인생에서 또 다른 고비는 이혼이다. 1999년 체조선수 출신과 결혼한 김세진은 2004년 결별 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역시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돌아서면 괴로운 마음에 혼자 술을 마신 날도 많다. 김세진은 “시간이 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더라. 사실 지금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5년간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 내 인생이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쉽게 결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한다. 이혼 경력도 그렇지만 그에게는 중학생 된 아들이 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아빠로서 그의 몫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아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한 달에 두어 번 만나는데, 아들의 이성 친구 문제도 상담해주고 최신 유행하는 게임 얘기도 나누는 등 허물없이 지낸다고 한다. 하지만 늘 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품고 있다고.
“아마 평생 안고 가야 할 마음의 짐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고 아이에게 특별히 잘해주진 못해요. 오버하고 싶지도 않고요. 아이가 정서적으로 헷갈리지 않도록 아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엄마한테 맡기고 있어요.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 아이한테 얘기하는 게 어떨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 같아서 고마워요.”
그동안 김세진은 몇 차례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같은 방송국 최희 아나운서와 열애설이 돌았다. 당시 최희 아나운서가 경기장에서 김세진에게 귓속말을 하는 사진이 포착돼 둘이 사귀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한량’ 소리 듣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열애설이라는 게 정말 터무니없을 때가 있어요. 저는 상관없지만 상대방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건 곤란하죠. 편견이란 게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에는 그런 시선이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세월이 흐를 만큼 흘렀고, 사람들이 잘 모르고 하는 말에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김세진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들려줬다. 그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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