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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의 변신은 무죄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40kg 감량에 성형까지

글 | 진혜린 자유기고가 사진 | 박해윤 기자

입력 2012.07.17 10:58:00

한때 방송에서 콜라 1.5L를 단숨에 들이켜던 개그맨 백재현.
자신의 육중한 몸을 이용한 개그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평범치 않은 몸매와 생김새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그랬던 그가 완전히 달라진 외모로 돌아왔다. 120kg에 달하던 체중을 40kg 넘게 감량하고 성형수술까지 감행한 백재현이 변신한 이유.
백재현의 변신은 무죄


다이어트에 성공한 개그맨 백재현(42)을 만나러 가는 길, 약속 장소가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라는 점이 어쩐지 의아했다. 파르메산 치즈가 듬뿍 들어간 크림소스 스파게티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치려는 것일까?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런데 웬걸? 지난 10개월간 40kg을 감량했다는 백재현은 식탁 위에 먹음직스럽게 올라온 카르보나라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후루룩 먹기 시작했다. 칼로리 높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되는지 묻자 그는 “그럼요. 다이어트할 때는 절대로 굶으면 안 돼요” 하며 당당하게 말한다. 결국 그는 후식으로 나온 티라미수 케이크도 절반 정도 먹은 뒤 원두커피로 깔끔하게 점심 식사를 마무리했다. 아직은 요요 현상을 걱정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그는 여유만만이었다.
“10년 전쯤 ‘한방 다이어트’를 해서 초반에 효과를 좀 봤어요. 그것이 계기가 돼 혼자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운동을 해서 단기간에 30kg이나 뺐죠. 그런데 안 먹고 살을 빼서 그런지 금방 되돌아가더라고요. 당시 굶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다이어트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군대 갔을 때도 초반에 순식간에 살이 빠졌는데 고참이 되니까 다시 찌더라고요(웃음). 두 번 다 방법이 잘못된 거죠.”
실제로 백재현은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한 게 세 번이나 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한때 120kg이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늘어진 살 없이 탄탄한 근육을 자랑한다. 한 달에 4~5kg씩, 적당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며 차근차근 체중을 줄였기 때문에 요요 현상도 두렵지 않다. 지금도 운동과 식사 조절을 계속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몸매만 봐도 예전의 백재현은 어디 갔나 싶지만 더 믿기 힘든 건 몰라보게 달라진 얼굴. 특히 과거에 비해 정갈해진 입 매무새가 눈에 확 들어온다. 외모가 달라지니 나이도 훨씬 더 젊어 보인다. 오히려 10년 전보다도 더.
한편 다이어트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대적인 성형수술이 과연 필요했는지 묻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개그 콘서트’ 하차 이후 그가 살아온 13년의 세월을 듣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가 생각만 해도 고통이 밀려오는 다이어트와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양악수술을 감행한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가슴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그맨으로 잘나가던 시절의 오만

백재현의 변신은 무죄


“꼴값을 떤 거죠.”
개그맨으로 한창 잘나가던 시절, 방송을 박차고 나왔던 때를 두고 한 말이다. 방송을 그만두기 직전 그는 프로레슬링에 도전하는 방송에 출연 중이었다. 180cm의 큰 키에 몸무게가 118kg이던 그는 체구 면에서는 프로레슬러로 제격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즐겁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레슬링 시합이 있는데 MC를 보라고 하더라고요. 출연료로 몇천만원을 주겠대요. 단순한 MC가 아니었던 거죠. 레슬링복을 입고 미국 선수와 시합을 하라는 거였어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흘러가고 있더라고요. 프로레슬링은 아무나 하는 운동이 아니에요. 개그맨인 데다 레슬링이라고는 고작 몇 개월 배운 게 전부인데, 결국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거거든요. 그래도 나름 꿈이 아티스트였는데…, 그동안 꿈꿔온 제 모습과는 너무 먼 느낌이었죠. 그렇게 예술인이 아닌 방송인으로 끝나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게 고마운 일인지도 몰랐어요. 방송인으로 꾸준히 사랑받는다는 게 얼마나 복 받은 것인지를요. 그래서 꼴값을 떨었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웃음).”
이후 그는 뮤지컬 연출에 도전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던 중학교 시절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예술가의 길을 제대로 걷고 싶었다. 자신의 인생을 그때로 되돌리고 싶었다. 다행히 시작은 순조로웠다. 작곡가 권오섭, 황선영(현재 MBC ‘라디오 스타’ 작가로 활동)과 즐겁게 창작 뮤지컬 ‘루나틱’을 만들었다. 하지만 뮤지컬 제작 현실이 이토록 열악하고 처참한지는 그 세계에 발을 내딛고 나서야 알았다. 실제로 대학로 무대에 오르는 수많은 작품 중 인지도를 확보하고 오픈런에 이를 수 있는 작품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뭣 모르고 시작했죠. 뮤지컬을 예술로만 본 거예요. 그것도 일종의 경영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시작한 지 3년이나 지나서야 가수금(假受金)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 정도였으니까요. 성남에 위치한 40평대 아파트, 가지고 있던 현금, 어머니 쌈짓돈까지 탈탈 털어 부었죠. 보험, 적금 다 깨고 빚지고 담보 잡히고 대출 받아도 늘 돈이 없었어요. 매일 밤무대에 올라 받은 돈까지 쏟아부어도 10원도 손에 쥐질 못하더라고요.”
처음 ‘루나틱’을 무대에 올렸을 때는 관객이 한 명도 없는 날이 허다했다. 2명, 4명이 오면 그날이 ‘대박 터진 날’이었다. 2004년의 일이다. 하지만 해가 바뀌자 입소문이 나면서 객석이 차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는 ‘루나틱’ 성공 신화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루나틱’이 이제야 대학로에서 빛을 보나 싶었다.
“돈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악으로 깡으로 버텼죠. 그러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길거리에서 ‘로드쇼’라는 것을 시작했죠.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단지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라고 자신했어요. 처음 사람들은 TV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백재현을 돈 주고 연극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공연장 앞에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더라고요. 물론 그때도 ‘백재현이 만든 거? 차라리 컬투를 보겠다’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때 처음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는 김태웅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기도 했다. 뮤지컬 연출가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지만 대중에게 그는 여전히 개그맨 백재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폭풍우 같던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의 곁에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뮤지컬은 빛을 봤지만 경제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루나틱’이 1백만 관객을 모은 지금도 그는 “몸 안에 있는 기생충만큼 빚이 있다”고 할 정도로 힘든 상황. 더군다나 그 시절 그는 이혼이라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고, 안면마비를 겪을 만큼 건강 상태도 최악이었다. 하지만 ‘루나틱’이후에도 창작 뮤지컬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죽음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다이어트

백재현의 변신은 무죄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부작용 없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백재현.



오로지 뮤지컬만 생각하며 10여 년을 숨 가쁘게 달려왔던 백재현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특별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초 생애 첫 건강검진을 받고 휴식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공복에 당 수치가 120이 넘으면 당뇨병이라는데 저는 딱 120이었어요. 의사가 가족 병력을 묻더라고요. 아버지가 당뇨 환자였고, 49세에 혈압으로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의사가 지금 이 상태로 살다가는 얼마 못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체중부터 줄이라고 하는데, 사실 처음엔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그에게 다이어트는 고통과 동의어였다. 다이어트란 단어만 떠올려도 10년 전 혹독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이어트란 말은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차선책으로 위밴드 수술을 선택했다. 위의 일부분을 묶어 강제적으로 식욕을 조절하는 수술인데, 수술 후 일주일 만에 7kg이 빠졌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바쁜 삶의 패턴이 바뀌지 않았고, 운동도 식이요법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앞날을 생각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의 SNS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의 글을 올렸는데 그게 화근이 된 것.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네티즌들이 그를 무차별 공격했다. 일부는 인격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특히 “돼지 새끼, 나가 죽어라” 등의 외모 비하 글들이 그의 가슴을 후벼 팠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백재현은 죽음까지 결심하고 한강을 찾아갔다고 한다. ‘루나틱’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았을 때 이후 두 번째였다. 하지만 10년 전, 죽으려고 간 한강에서 다시 재기를 다짐했듯이 그날도 그는 한강에 많은 눈물과 한탄을 쏟아붓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동네 인근 헬스클럽을 찾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작은 희망 하나만 있다면 버틸 수 있을 텐데,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런 소리까지 들으며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죽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에 잠시 나쁜 마음을 먹었죠. 하지만 그것보다는 나쁜 이미지의 백재현은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자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먹었죠. 방법은 운동밖에 없다는 생각에 제 발로 직접 헬스클럽을 찾았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하진 못했다.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퍼스널 트레이너’란 존재를 알게 됐다. 순간 섬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식단을 짜주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침에 잡곡밥 한 그릇에 고등어 두 토막을 먹으라는 거예요. 점심도 잡곡밥에 보통 식사를 하고, 저녁에만 탄수화물 없이 닭가슴살과 채소를 먹으래요. 이 정도면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운동은 하루에 2시간으로 충분했다. 1시간은 유산소 운동, 나머지 1시간은 근력 운동에 썼다.
“근력 운동을 시작하고 2주간은 제대로 움직이기조차 힘들었어요. 어제는 하체 운동을 하고 오늘은 상체 운동을 하기로 돼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하체가 움직이질 않는 거예요.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사용하니 엄청난 근육통이 온 거죠. 함께 운동하던 친구한테 업히다시피해서 운동을 하러 갔어요. 이렇게 힘든 운동을 계속해야 하나 싶어 막막하기도 했죠.”
그러다 정확히 2주 후 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운동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은 것. ‘다이어트가 이렇게 쉬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는 신이 났다. 백재현은 “규칙적인 운동이 사람의 몸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당뇨 수치가 떨어지고 근력이 생기자 몸에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일에도 활력이 넘쳤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운동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무려 30kg을 감량했다.
하지만 한 가지 후유증이 있었다. 근력 운동을 하면서 하도 이를 악물다 보니 치아가 많이 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치과를 찾았다가 뜻하지 않게 양악수술 권유를 받았다. 돌출된 입 모양이 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치아교정을 문의했지만 워낙 치아 구조가 난해해 교정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소견이었다. 양악수술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주변인들을 통해 수차례 들었지만 더 이상 외모 때문에 손가락질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 결국 그는 수술을 강행했다.
“마취에서 깨기 전까지는 그렇게 아플 줄 몰랐어요. 더욱이 저는 구강 구조상 남들보다 절개 부위도 많았거든요. 보통은 수술 후 2, 3일 만에 퇴원하는데 저는 2주나 병원 신세를 졌어요. 매초 얼굴을 스테이플러로 찍어대는 느낌이라면 이해하시겠어요? 출산의 고통보다 더 심하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악몽이에요.”
양악수술로 바뀐 얼굴 형태에 맞게 눈과 코, 이마를 성형했다. 이후 사람들의 반응은 그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그를 보는 시선이 예전에 비해 훨씬 따뜻해졌다고 느끼는 건 비단 그 혼자만의 착각은 아닐 터. 백재현은 “상대가 나에게 친절을 베푸니까 나 역시 자신감이 생기고,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고 고백했다.
요즘 그는 달라진 자신의 외모 덕분에 미소 짓는 일이 많아졌다. 거울을 볼 때, 쇼핑을 할 때, 이웃 주민들과 마주쳐 눈인사를 나눌 때, 모두가 행복한 순간이다. 백재현은 자신의 변화가 과거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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