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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톱스타와 1명의 감독 ‘도둑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지호영 이기욱 기자, 퍼스트룩 제공

입력 2012.07.16 18:02:00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이들이 한 작품에 출연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이 이들을 데리고 관객을 상대로 ‘한탕’ 하겠다며 판을 벌였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답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다.
7인의 톱스타와 1명의 감독 ‘도둑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동훈 감독 인터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던 그날. 옆 십자가에 같이 매달린 건 도둑이었다. 도둑은 오래된 직업이다. 사람들이 재물을 모으는 순간부터 도둑은 함께 있어왔다. 어떤 도둑은 돈을 훔치고 어떤 도둑은 마음을 훔친다. 그리고 어떤 도둑은 세상을 훔친다. 이 영화는 그런 도둑들에 관한 이야기다.’(최동훈 감독)

올여름 개봉을 앞둔 영화 ‘도둑들’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불린다. ‘오션스 일레븐’은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등 할리우드 스타를 대거 캐스팅해 별들의 잔치로 불린 범죄 영화. ‘도둑들’에도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등 뜨거울 대로 뜨거운 스타가 총출동했다.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를 흥행시킨 최동훈(41). 신선한 고급 재료에 숙련된 명품 셰프.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화려한 톱스타 캐스팅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7인의 톱스타와 1명의 감독 ‘도둑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둑들’ 제작발표회가 열린 6월 12일은 공교롭게도 영화가 크랭크인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간 여러 영화를 히트시킨 최동훈 감독이지만 이런 자리가 여전히 익숙지 않은 모양이었다.
“영화가 4편째인데도 이런 자리가 부끄럽고 떨리네요. 이 영화가 모두를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촬영하면서도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생각할 정도였죠. 배우들이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운데, 그런 느낌이 관객에게도 전달됐으면 하고요.”
웬만한 감독들이라면 한 명이라도 캐스팅하는 게 꿈인 톱스타를 대거 캐스팅한 심정은 어떨까.
“솔직히 무서웠어요.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들을 캐스팅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머릿속으로 ‘이분들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한데 술 마시면서 ‘이렇게 배우들이 훌륭한데 나만 잘하면 되는구나’ 하는 판에 섰다는 걸 실감했어요. 육체적, 정신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즐거움만큼은 컸어요.”
영화는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칠 목적으로 뭉친 도둑들의 이야기다. 한국 배우 외에도 임달화(런다화, 중국), 이심결(리신제, 말레이지아), 증국상(청궈샹, 중국) 등이 합류해 다국적 도둑 집단을 형성한 것이 특징. 10명의 도둑, 10명의 톱스타. 웬만큼 노련하지 않으면 각자의 분량과 완급 조절이 쉽지 않을 법하다. 스타 캐스팅과 도둑질을 한다는 설정 때문에 초기부터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과 많이 비교됐다.
“한 번도 ‘오션스 일레븐’을 염두에 두거나, 다르게 만들겠다고 신경 쓴 적은 없어요. ‘오션스 일레븐’보다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에 좀 더 가까운 영화예요. 이 영화는 절도 액션이면서 감정 액션이기도 해요. ‘오션스 일레븐’보다 더 재밌게 찍고 싶었죠(웃음).”
마카오박(김윤석), 팹시(김혜수), 뽀빠이(이정재), 예니콜(전지현), 씹던껌(김해숙), 앤드류(오달수), 잠파노(김수현) 등 독특한 별명 짓기는 최 감독의 전매특허. 그는 캐릭터 이름과 한국 배우 캐스팅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극 중 캐릭터가 관객의 기억에 남는 게 좋아서 별명 짓는 걸 좋아해요. 김윤석 씨의 극 중 이름 마카오박은 사실 쿠웨이트박(1989년 KBS2 드라마 ‘왕룽일가’에서 최주봉이 연기한 캐릭터)에서 힌트를 얻었어요.(마카오에서 하룻밤에 88억원을 딴 전설의 사나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 김혜수 씨는 저희가 ‘혜수 씨, 혜수 씨’ 부르다가 그냥 ‘팹시’가 됐어요.”
이정재가 맡은 ‘뽀빠이’는 예전부터 작품에 그 이름을 쓰고 싶었던 숙원을 푼 것이라고. 전지현의 ‘예니콜’은 원래 ‘애니콜’이라고 짓고 싶었지만, 브랜드 명을 그대로 쓸 수 없어 슬쩍 바꿨다.
“범죄를 저지르는 현장에 ‘예~’ 하고 달려가는 여자라서 ‘예니콜’이라고 지었고요. 시나리오를 쓰던 방에서 애니콜이라는 간판이 커다랗게 보여서 주저 없이 붙였습니다. 김수현 씨는 영화 ‘길’에 나온 앤서니 퀸의 극 중 이름이 ‘잠파노’거든요. 도둑이지만 계산적이지 않고 낭만적인 캐릭터죠. 김해숙 씨의 별명‘씹던껌’은 제가 붙여놓고도 가장 흐뭇했던 이름이에요. (영화에서는 그가 씹던 껌을 범죄에 활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오달수 선배에게는 영국 왕자 이름 ‘앤드류’를 붙였습니다.”

시나리오 바꾸게 한 전지현, 고생시키고 싶었던 이정재

7인의 톱스타와 1명의 감독 ‘도둑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둑들’은 배우 김윤석에게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등 최 감독의 전작에 모두 출연했다. 최 감독에게 영감의 원천 내지는 페르소나인 셈.
“마카오에 갔다가 ‘김윤석이 이곳에 도둑들을 다 불러 모은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구상했죠. 작품 준비 단계부터 참여한 김윤석 씨와 달리 김혜수 씨에게는 나중에 제의했어요. 처음엔 고민 끝에 거절하더군요. ‘타짜’의 정 마담 역과 비교가 될까봐 우려하는 눈치였어요. 그러다가 새벽 3시 반에 ‘하겠다’고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그런 여배우입니다, 혜수 씨는(웃음).”
마카오박에게 배신당한 과거가 있는 뽀빠이 역의 이정재는 ‘범죄와의 재구성’ 촬영 당시 출연을 고사했다고.
“(그때 거절했기 때문에) ‘나중에 같이 작업하게 되면 어떻게든 아주 힘든 캐릭터를 맡겨서 복수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이정재 씨가 연기한 뽀빠이가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첫날 연기를 보고 뒤로 넘어갔어요. ‘이게 맞다’라고 확신했죠. 촬영하고 기분이 좋아서 밤새 같이 술을 마셨어요.”
전지현은 얼마 전 결혼해 최 감독을 슬프게 한 장본인이다. 최 감독은 “전지현 씨가 결혼할 때 솔직히 슬프고 우울했다”며 “그래서 김혜수 씨에게도 결혼할 거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결혼은 상상도 하지 말라 하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지현을 위해 시나리오를 수정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6년 전 뉴욕의 자라 매장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눈도 못 마주쳤는데 그 사람이 전지현 씨였죠. 지현 씨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초고부터 지현 씨를 염두에 두고 썼는데 굉장히 잘한 것 같아요.”
김해숙은 최 감독 자신의 “영원한 명작”이라는 영화 ‘박쥐’에서의 연기와 눈동자에 혹해서 캐스팅을 제의했다고. 그는 운전면허증이 없는 오달수를 캐스팅하려고 운전 장면을 전부 빼기도 했다. 네 작품 만에 오달수와의 작업이 성사됐다. 도둑 중 막내인 김수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왕 이훤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캐스팅 당시에는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이었다.

7인의 톱스타와 1명의 감독 ‘도둑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수현 씨 역이 너무 작아서 주기가 미안하더라고요. 점심이나 먹으면서 ‘미안한데, 자기같이 훌륭한 배우가 하긴 좀 그럴 것 같다’라고 거절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참 배우가 존경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요물 같아요. 처음 만나서 밥을 먹는데 ‘내가 미쳤지, 왜 이런 애랑 안 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하자’고 했어요. 영화 촬영이 끝나고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잘되니까 기분이 좋다가도 불안해져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이 찍어놓을걸’ 하는 생각도 들고, 분량이 많지 않아서 걱정도 되고요. 다른 배우들은 편집실에서 촬영 분량을 들어냈는데 수현 씨 부분은 하나도 들어내지 못하는 상황까지…(웃음). 너무 매력적인 숏이 많아서 도저히 들어낼 수가 없더라고요.”

7인의 톱스타와 1명의 감독 ‘도둑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는 ‘섹시’ 아이콘 김혜수와 전지현이 함께 나온다. 영화 ‘여배우들’처럼 톱 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신경전이 있을 법도 한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솔직히 둘이 싸우면 어떻게 중재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친하게 잘 지내고, 알고 보니 둘이 대학교 선후배 사이더라고요. 혜수 씨는 두 번째 작품이지만 정말 현장에서 카리스마가 있어요. 허튼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요. 현장을 감싸 안는 대모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지현 씨는 즐거운 에너지가 넘치는 여자예요. 가끔 마릴린 먼로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둘이서 담소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으로서 흐뭇했고 영화 마지막에 둘이 부딪치는 장면은 찍으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죠.”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가내수공업 같은 영화

영화가 개봉하는 7월 말은 여름 방학이 한창이자 외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대공습이 있을 시기. 최 감독으로선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판이다. 공교롭게도 한 주 앞서 세계적으로 흥행한 ‘다크 나이트’의 속편 격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한다. 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맞대결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놨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아바타’처럼 세진 않겠지 생각하다가도 ‘그래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를 얼마나 잘 만드는데?’ 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오죽했으면 꿈에서도 배트맨이 나와요. 전 배트맨도 크리스토퍼 놀란도 좋아하지만, 그걸 피할 순 없고 ‘도둑들’에 나온 배우들의 매력이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여기 나온 배우들을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열망이 있어요.”
김윤석은 “최 감독의 영화는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한다”라며 “인간적이고 따스한 소박함이 늘 그의 작품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지만, 그 기저에는 인간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 슬픔과 희망이 있다는 것. 작은 다락방에서 가내수공업을 하듯 연필로 원고지에 무언가를 쓰면서 시작되는 최 감독의 작품이 올여름 반드시 훔칠 것은 관객의 마음이다.

#도둑 7인방 집중 인터뷰
최동훈 감독의 페르소나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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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44)은 ‘태양의 눈물’이라는 다이아몬드를 훔치려고 도둑들을 마카오로 불러들이는 작전 설계자 마카오박 역을 맡았다. ‘타짜’에 이어 두 번째로 그와 호흡을 맞춘 김혜수는 “작업하는 내내 배우로서, 어른으로서 많은 걸 케어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는 자연스러운 중국어 연기와 힘든 와이어 액션을 소화했다.
“중국어 연기를 해야 하는 날이면 오달수 씨와 숙소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못 마시고 계속 방에서 연습했어요. 후시 녹음이나 더빙으로 메우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요. 최동훈 감독이 추구하는 건 마카오에서 몇 년을 살았던 사람의 중국어였죠. 다행히 함께 촬영한 중국 배우들이 많이 늘었다고 해줘서 좋았어요. 와이어 액션은 영화 ‘전우치’ 때도 무지하게 해서 앞으로 액션은 안 해야지 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왜 몸 좋은 이정재와 무쇠라도 씹어 삼킬 김수현을 놔두고 40대 김윤석에게 와이어 액션을 시켰는지는 모르겠으나…(웃음).”
그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도둑들은 팀워크도 잘 맞고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저희는 아무리 해도 되는 일 없는 콩가루 집안이다”라며 웃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한국에서의 세트 촬영 때 이정재와 함께 찍은 엘리베이터 위 대치 장면을 들었다.
“영화 말미에 두 남자가 훔치려는 욕망 아래 깔린 인간적인 섭섭함과 배신감을 짧은 대사로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그렇게 목숨 걸고 한 일이 단지 이런 걸로 무너지나 싶었고 눈물이 맺힐 정도로 진한 장면이라 굉장히 기억에 남죠.”
김윤석은 최 감독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다.
“항상 최동훈 감독의 이야기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해요. 그러면서 캐릭터가 생기고 목표가 정해지죠. 이 작은 이야기 하나로 사람의 모든 면을 담아낼 수 있구나 생각했죠. 영화 끝나는 날까지 아주 작은 다락방에서 연필로 이야기를 쓰는 첫 느낌, 초심을 잃어버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작은 다락방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동무로서 함께하고 싶어요.”

현장을 아우르는 카리스마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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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를 갖춘 전설적 금고털이 팹시 역을 맡은 김혜수(42)는 과거 자신을 배신했던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고자 거대 범죄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그는 “눈 감고도 금고를 해체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최동훈 감독의 주문에 따라 해체된 금고 다이얼을 달라고 요구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돌리고, 자기 전에 돌리고, 실제로 눈 감고도 금고 해체를 연습해봤죠. 그 정도로 금고 다이얼을 항상 손에 쥐고 있었어요.”
그는 최 감독의 전작 ‘타짜’에서의 ‘정 마담’ 이미지가 강해 처음에는 ‘도둑들’ 출연을 고사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설득에 수락했다고. 최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김혜수는 “현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대모 같은 배우”다. 물속에서 수갑을 차고 연기한 장면은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
“수중 촬영 장면이 영화상에선 짧아요. 원래 저는 물을 좋아하고 무서워하지 않아요.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면서 집중이 안 될 정도로 불안하고 태어나서 처음 겪는 감정을 느꼈어요.”
결국 촬영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때 감독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감독님이 ‘혜수 씨, 한 번만 다시 하자’고 했는데 그게 되게 짠했어요. 왜 우리는 이 찰나, 이 일에 이렇게 매달리는가. 어떻게 보면 맹목적이고 무모할 정도로요. ‘관객을 위해서인가? 영화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서?’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영화라는 게 도대체 뭐기에 순간의 모든 걸 걸게 만드나 싶었어요.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그런 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캐릭터 잡으려 이발만 수차례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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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는 도둑 중에서 가장 욕심이 많은데, 가장 머리가 안 좋은 도둑 같아요. 결과가 굉장히 참담하더라고요(웃음).”
이정재(39)는 최동훈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 때부터 찍은 배우였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느냐는 물음에 “콧수염”이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콧수염이 잘 붙으면 연기가 잘되고 삐뚤게 붙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연기가 잘 안 되더라고요. 뽀빠이 캐릭터 잡는 게 초반에 많이 헷갈리고 어려움이 있었어요. 강해 보이고도 싶고, 얄미워 보이고도 싶고, 귀여워 보이고도 싶고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았죠.”
그는 캐릭터의 외형적인 면을 잡으려고 최 감독과 미용실에서 다섯 번 넘게 머리를 잘랐다. 자를수록 짧아져 지금의 스타일이 나왔다고. 밋밋한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려고 생각한 게 콧수염이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건 마카오박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그는 “마카오가 덥고 빨리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 예민할 수도 있었는데 모두가 격려하고 배려했다”라며 “그래서 홍콩 도둑들까지 모두 모였을 때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연하남과 진한 키스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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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 역을 맡았어요. 예고편에서 보신 것처럼 제가 도둑 중 비주얼을 맡고 있습니다(웃음).”
즐거운 에너지,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여배우. 때로 마릴린 먼로를 연상시킨다는 전지현(31). 결혼 후에도 변함없는 미모로 뭇 남성들의 영원한 뮤즈로 자리 잡은 그는 고층 빌딩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화려한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며 섹시한 도둑으로 변신했다. 마카오 카지노 외벽을 오르고 10m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몇 번이고 찍었다.
“사실 저는 뛰어내릴 줄 몰랐어요. 그런 식으로 콘티가 돼 있는 걸 전혀 몰랐거든요(웃음). 줄타기 전문 도둑이어서 전부터 액션과 줄 타는 법은 훈련을 해왔어요. 김혜수 씨가 물속 촬영을 하면서 두려웠지만 감독님이 짠해 한 번 더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안 뛰어내릴 수가 없었어요. 감독님은 제가 예니콜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주셨고 캐릭터에 매력을 주셨죠.”
얼마 전에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주연 배우 김수현과 찍은 진한 키스신이 공개돼 화제였다.
“감독님이 ‘이 신은 OK가 나든 NG가 나든 10번 이상 찍을 거야’ 하셔서 잘해도 못해도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심리적 부담을 안고 시작했죠. 그런 장면을 찍을 때 배우라면 누구나 긴장되고 설레지 않을까요. 국내에서 키스신도 사실 처음인데 김수현 씨와 해서 좋았죠. 심지어 연하니까(웃음).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첫 키스거든요. 수현 씨에게 ‘너도 혹시 처음이니?’ 하고 물었는데 얘는 아니더라고요. 조금 손해 보는 느낌은 들었지만 재밌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김혜수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거침없는 입담을 뽐낸다. 그는 “예니콜 대사 중에 주옥같은 게 많다”라며 “극 중에서 김해숙 선배와 모녀로 사기 행각을 벌이다 나중에 그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좋은 배우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앞으로도 ‘도둑들’이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영화 흥행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민 엄마의 강렬한 도발 김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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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57)은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친숙하고 진한 정이 배어나는 이미지로 ‘국민 엄마’ 칭호를 얻었지만 알고 보면 많은 작품에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무방비 도시’에서는 칼을 씹으며 전설적인 소매치기로 분했던 그가 이번에는 껌을 씹는 도둑으로 변신했다.
“씹던껌은 타고난 연기력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데 천재적 소질을 가진 전설적인 도둑들의 대모입니다. 술을 무척 좋아하고 가진 게 하나도 없어서 은퇴 설계를 위해 마카오박의 제안을 받고 홍콩까지 가죠. 그곳에서 중국 도둑의 우두머리 첸과 위험한 사랑에 빠져서 사람의 마음까지 훔치고 오는 멋진 역할을 맡았어요.”
그는 첸 역의 임달화와 주로 호흡을 맞췄다.
“임달화 씨가 중화권의 굉장한 스타라 걱정도 앞서고 그랬어요. 언어도 잘 안 통하고 그래서 연기 호흡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걱정했죠. 서울 촬영이 먼저라 만났는데 너무나 성격도 좋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강하더라고요. 말은 안 통했지만, 눈빛만 봐도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너무 멋있는 남자라 촬영 내내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눈에 아른아른거려요.”
그가 도둑으로서 훔치고 싶은 것은 김혜수의 몸매와 전지현의 청순한 미모. 다른 배우들의 장점을 나열하던 그는 김수현 차례에 이르자 “막내 수현이는 귀엽고 예쁘고 착하고 유머러스해서…, 사위로서 훔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진짜보다 진짜 같은 중국인 연기 오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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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자전’의 마 노인이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개장수처럼 극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로 신 스틸러 노릇을 톡톡히 한 오달수(44)는 말이 필요 없는 연기파 배우. 영화에서는 소심한 총잡이 앤드류 역을 맡았다. 품 안에 총을 항상 소지하고 큰소리를 뻥뻥 치고 돌아다니고, 세련된 이름과는 사뭇 다른 외모를 지닌 허약한 심성의 도둑이다. 운전면허가 없는 그를 캐스팅하고 싶었던 최동훈 감독은 시나리오에서 운전하는 장면을 없애면서까지 러브콜을 보냈다.
영화에서는 한국 도둑팀과 중국 도둑팀이 나오는데, 재미있게도 오달수는 임달화, 이심결, 증국상과 함께 중국팀 일원으로 나온다. 현지인 같은 중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대사가 있는 날에는 숙소에 틀어박혀 현지 선생님과 연습에 몰두했다고 한다.
“배우가 참 행복한 게 말은 안 통해도 연기하면서 눈빛을 보면 호흡이 잘 맞더라고요. 홍콩의 임달화 선배는 개인적으로도 존경하는 배우고 이번에 함께 촬영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배우가 천직이라는 오달수. 디자인을 전공해서일까. 과거 한 인터뷰에서 “연기는 미술처럼 그냥 나오는 거다”라며 “언제든 그리고 싶을 때 그리면 화가가 되듯 연기도 그런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대로 물 흐르듯 바람 불듯 자연스럽게 연기를 계속하고 있다.

순정파 왕에서 순정파 도둑으로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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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잠파노 역을 맡은 김수현입니다. 도둑들 가운데 가장 낭만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계산 없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 할 수 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쉽죠(웃음).”
김수현(24)은 영화에서 전지현이 맡은 예니콜에게 끊임없이 순정을 바치는 낭만파 도둑이다. 첫 영화 도전에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해 기가 죽었다고.
“지금도 얼떨떨해요. 첫 촬영 때 선배들은 가만히 계시는데 저 혼자 기죽어 있던 게 생각나네요. 공부도 많이 됐고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어 행복했어요.”
전지현과의 키스 장면에서 저돌적인 모습을 보인 김수현. 배우로선 전지현이 선배지만 키스신은 김수현이 선배.
“굉장히 많이 떨렸고요. 잠파노로서 집중하려고 했는데 좋았던 게 전지현 선배님을 보면 몰입이 잘되잖아요. 하하. 최선을 다했습니다. 영화 찍으며 어떤 장면보다는 상황 자체가 기억에 남아요. 마카오가 여름에 덥고 습하다 보니까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땀을 흘렸어요. 남자들은 젖으면 더러운데 여자들은 젖어서 (보기에) 좋잖아요(웃음). 그래서 그때 상황이 너무 기억에 남아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눈빛만으로 여심을 녹이는 왕세자 이훤 역을 맡았던 그지만 선배들 앞에서는 영락없이 혈기왕성한 장난꾸러기 20대 청년이었다. 그는 “모두가 최선을 다한 영화”라며 “정말 좋은 선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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