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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수치심 주는 노래 부른 초등 1학년 정학 처분

글·사진 | 김숭운 미국 통신원 사진제공 | REX

입력 2012.07.06 15:28:00

성적 수치심 주는 노래 부른 초등 1학년 정학 처분


최근 미국 텍사스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무단 결석과 지각을 한 여학생에게 구금형과 함께 벌금 처분을 내려 한국 신문에까지 보도된 일이 있었다. 결석과 지각을 한 이유가 소녀가장으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고, 또 이 학생이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모범생이었다는 점에서 동정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법은 법”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의 법 적용의 엄격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탈세로 유죄가 입증된 재벌들은 예외 없이 실형으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언론에서는 이들의 교도소 생활을 실시간 보도한다. 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법의 예외를 먼저 배웠다가는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 부정과 부패에 물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규칙과 법 집행이 더욱 엄격하다.
한 예로 지난 4월 콜로라도 주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수준에 맞지 않는 노래를 불렀다가 정학 처분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 흑인 남학생은 학교 급식을 받으러 줄을 서 있는 동안 LMFAO라는 가수가 부른 랩송 ‘I’m sexy and I know it’을 불렀다는 죄로 3일 정학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이 학생이 노래 부를 때 그의 앞에는 1학년 여학생이 서 있었는데, 노래가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이 여학생 치마를 들친 것도 아니고, 몸을 만진 것도 아닌데 정학 처분은 너무 지나치다”며 항의했지만, 교육위원회에서는 “학칙에 남에게 수치감을 주거나 교육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정학 처분을 하도록 돼 있어 이 처분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대응했다고 한다. 미국 사회에서는 이 노래의 정확한 뜻을 알 리 없던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의 정학 처분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처지를 먼저 고려한다’는 교칙 때문에 정학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이 남학생은 전에도 같은 노래를 같은 여학생 앞에서 부른 죄로 교장실로 불려가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재범인 셈이다.

성적 수치심 주는 노래 부른 초등 1학년 정학 처분

1 미국 학교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사소한 것이라도 단호하게 대처한다. 2 셔틀버스에 타기 위해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



미국식은 법대로, 한국식은 정으로
학교 측이 이렇게 학생들의 문제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지 않을 경우 ‘교육적 환경 조성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혐의’로 피해자 부모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소송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는 건전한 학생들의 권리를 먼저 보호할 의무가 있고, 학생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교육은 당연한 책임이기 때문에 예외 없이 정학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반면 한국 학교에서는 엄청난 죄가 아닌 한 학생을 정학으로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공동 사회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미국식 교육 철학과 어린 나이의 실수나 범죄를 눈감아주고 반성과 개선을 기다린다는 한국식 도덕적 접근의 차이를 보여준다. 어쩌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 구조, 즉 ‘혼합 민족의 법대로 사회’와 ‘단일 민족의 정(情)의 사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이런 교육적 처벌에 대한 개념의 차로 인해 한국의 조기 유학생이나 이민자 자녀들이 학교에서 ‘사소한’ 일로 정학을 당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다른 학생에게 “너 죽어” 따위의 말을 하거나, 집에서 흔히 쓰는 연필 깎는 칼과 같이 무기가 될 수 있는 학용품을 가지고 등교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미국식과 덕으로 교육하는 한국식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사회구성원과 교육가들의 의견에 달려 있다.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28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원래 공학을 전공한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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