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자발적 생계부양자가 돼라
“생계부양자는 두 가지가 있어. 자발적 생계부양자와 원초적 생계부양자. 대부분 남자들은 원초적 생계부양자고, 여자들은 자발적 생계부양자야. 남자들은 직장을 안 다니면 이상하니까 ‘그냥’ 다녀. 하지만 여자들은 직장을 다니기 위해 하루에 열두 번씩 자신과 싸워. 아이가 아파서 입원하면 ‘내가 간호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고,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내가 집에서 공부시켜야 하나’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는 거지. 일한다고 누가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어. 즉 자발적 생계부양자로 직장 다니는 여자들은 일하는 이유를 자신에게 수없이 물으며 근성을 키울 수밖에 없어.
자발적 생계부양자로 살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자신이 일하는 이유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자기 안의 근성을 끌어내야 해. 자기가 쳐놓은 바리케이트에 걸려서 넘어지지 말고, 내가 바꾸지 않으면 세상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도록 해. 복잡한 문제를 다 끌어안고 견딘 선배들 덕분에 그나마 여자가 임원이 되는 등 회사 분위기가 바뀐 거야. ‘내가 오랫동안 일하면 일할수록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버티라고. 자발적 생계부양자로 당당하게 견디란 말이야.”
집이냐 일이냐, 너의 선택이야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기쁨 속에서 살아야 행복한 거야. 그게 없으면 늙으면서 초라해져. 직장 다니는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보상을 받아. 신체적으로는 늙었지만 커리어에서는 강해진 거지. 여기서 자존감이 생기는 거야.
그런데 이런 것도 없이 나이만 먹고 주변의 관심도 사라지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지. 여기에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1년씩 출장을 가면 우울증이 극에 달할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평생 새로운 도전 속에서 살아야 해. 도전해야만 관심을 받을 수 있으니까.
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해. 그걸 외면하지 말라고. ‘너는 직장에 들어가 일해야 살아’라고 목소리가 말하면 시키는 대로 해. 일하느라 살림하느라 힘들어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와도 해야 하는 거야.
내가 어느 곳에서 관심을 받아야 기쁜지, 내 정체성과 자존감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결혼 전에는 잘 몰라. 결혼 전에는 빨리 가정을 꾸리고 쉬고 싶어서 내면의 소리를 못 듣는 거야. 그러다 애 하나 낳고 나면 무슨 소리가 들릴 거야. 그때 들리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네가 뭘 하며 살지 다시 결정해.”
제발 ‘종 발상’을 버려라
“남편에게 네가 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절대 안 돼. 이런 얘기 들으면 시어머니는 화내시겠지? 우리 시어머니도 그랬어. 그래서 나도 일하고 이 사람도 일한다며 설득시켰지. 내가 이 남자한테 불만 가져서 싸우길 원하시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며 우리 스타일대로 살게 내버려달라고 했어. 시어머니는 충격을 받으셨지만, 내가 바꾸지 않으면 내 딸의 삶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싸웠지.
우리 남편은 이불 개는 것부터 방 청소, 설거지까지 못하는 게 없어. 입었던 옷도 빨래통에 알아서 집어넣고 베란다 물청소도 싹 해놔. 중요한 건 습관이야. 원래 못하는 게 아니라고. 혹시 안 할 수 있나 해서 결혼했다가 ‘아!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발상만 전환시키면 누구나 해. 교육을 제대로 시켜놓으면 나중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야. 육아도 마찬가지야.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과 함께 책 읽기,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 영화 보기 등 훈련이 돼 있는 남자들은 다 한다고.
여자들이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버려야 할 말이 ‘우리 남편이 많이 도와줘요’야. 그런데 이 말 하기 전에 ‘그래도’가 꼭 붙더라고. ‘그래도 우리 남편은 청소는 해줘요, 그래도 우리 남편은 빨래는 해줘요’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남편이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돼 있어. 사람은 통하는 대로 사는 거야. 아내를 종으로 부려도 통하면 계속 그렇게 살게 되는 거지. 부부는 파트너십을 갖고 살아야 해. 누가 누구의 종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이고 서로의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청소도 같이 하고 설거지도 같이 하고 육아도 같이 하면서 집안을 이끌어나가는 거라고.”
아이는 강하게 키워라
“워킹맘은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 옆에 붙어 있을 수가 없잖아. 엄마가 없는 동안 아프거나 배고플 수도 있어.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어. 여기에 전제가 하나 붙어. 혼자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거야. 강하게 큰 아이는 중학교에 들어가면 스스로 알아서 하니까 돈이 별로 안 들어. 자기가 알아서 판단하고 분별할 줄 알게 되면 비용이 크게 안 든다고.
아이들에겐 혼자서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있어. 이런 일들을 스스로 하다 보면 저절로 강해지더라고. 첫째 병원 혼자 가기, 둘째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 혼자 먹기, 셋째 학원 혼자 가기와 알아서 공부하기야.
일하는 엄마는 전업주부보다 아이한테 혼자 하는 일의 목록을 두세 배는 더 줘야 해. 밥 먹고 그릇 설거지통에 넣어놓기, 자기가 밥 먹은 자리는 휴지로 닦기 식으로 하면 돼. 이런 일은 여섯 살만 돼도 할 수 있고, 나중에 초등학생만 돼도 자기가 먹는 밥에 창의성을 발휘해. 김치만 있어도 볶아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냉동실 만두가 다섯 가지 요리가 되는 것을 발견하게 돼.
또 일하는 엄마를 존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 그러려면 우선 아이한테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해줘. 존경도 알아야 할 수 있지 모르면 못하는 거잖아. 엄마 일에 대해 아이한테 자세히 말해주면 아이도 엄마를 존경하게 돼 있어.”
남자들의 전우애에서 배워라
“여자들은 직장에서 나만 똑똑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 똑똑함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열 가지 중에 한두 가지밖에 안 돼. 나머지는 대부분 뜨거운 전우애와 팀워크로 풀어야 해결돼. 내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장점을 끊임없이 흡수하지 않으면 몇 달도 못 버티는 게 바로 직장이야.
내가 똑똑하고 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절대 착각하지 마. 이 세상 최고의 리더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흡수하는 사람이야. 자신의 장점만 내세우려 하면 절대 승자가 못 돼.
여자들의 문제가 뭔지 알아? 대부분 자기 장점만 발휘하려는 거야.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협업을 통한 단체생활이 얼마나 시너지를 내는지 별로 경험한 적이 없어.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 고등학교, 대학교 가도 똑같잖아. 그냥 혼자 공부해서 1등 하면 되는 거야. 게임의 룰이 무척 단순해. 그런데 직장은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어떤 프로젝트든 팀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팀워크를 발휘하는 게 중요해. 게다가 직장에서 대부분의 상사가 남자들인데, 남자 상사들은 여자들을 껄끄러워해. 그들이 여자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의심하는 게 하나 있어. 바로 전우애야. 남자들은 여자들이 전우애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실제로도 없고. 전우애 발휘해본 적 없지 않아?
프로젝트를 잘 끝내고 팀장이 회식하자고 얘기하면 여자들은, 특히 결혼한 경우에는 십중팔구 빠지곤 해. 피 흘리는 전쟁은 낮에 하지만 그 상처는 밤에 봉합하는 법이야. 그런데 여자들은 그 봉합하는 자리에 안 나타나는 거지. 그러다 보니 깔끔한 일처리, 톡톡 튀는 똑똑함만 남는 거야. 밤에 술 취해서 형제애, 남매애로 서로의 상처를 봉합하고 나온 아이랑 원래 똑똑한데 아침에 더 똑똑해져 나온 아이랑 누구한테 정이 더 가겠어?
사실 직장에서 처리되는 일 중 정으로 헤쳐나갈 일들이 무척 많아. 외부의 적도 많고, 내부의 적도 많은 상황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싸울 일이 얼마나 많냐고. 그런데 그냥 일만 하고 가버리면 남자 상사들은 낮에만 일하는 ‘알바’ 같다고 말하곤 해. 게다가 회식 자리에서는 끈끈한 전우애와 더불어 중요한 정보도 오고 가. 회사에서 일 잘하는 건 기본이고, 꼭 필요한 건 팀원들과 끈끈한 팀워크를 다지고 상처받은 상사를 위로해주는 거야. 회식도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핵심적인 몇 가지만이라도 꼭 챙겨. 절대 ‘열외’되지 말라고!”
센 선물로 시어머니를 파트너로 만들어라
“워킹맘에게 시어머니는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만들어야 하는 존재야. 나는 다이어리에 시어머니 생일을 표시하고 생일이 가까워지면 날 잡아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백화점에 가. 예전에 돈 없을 때 12개월 할부로 생전 안 입어보신 비싼 투피스 사드린 적도 있어. 사람들한테 우리 며느리가 사준 거라고 자랑하시면서 10년쯤 입으시더라고. 투피스 약발이 떨어질 때쯤에는 알 굵은 진주 반지를 해드렸어. 또 보는 사람마다 우리 며느리가 해준 거라고 자랑하셔. 전에 10만원짜리 블라우스 열 개 사드린 건 기억도 못하시면서.
블라우스 열 개 찔끔찔끔 사드리는 거나 1년에 한 번 12개월 할부로 큰거 하나 사드리는 거나 돈은 비슷해. 하지만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야. 그렇게 한 번씩 탁탁 ‘센’ 걸 해드리면 집안 대소사 엄청 잘 챙기는 며느리로 각인되는 거지. 시어머니는 돈 버는 며느리 둔 게 자랑이잖아. 돈 버는 며느리가 돈 안 버는 며느리보다 짜게 쓰는 게 최고로 미움받는 지름길이야. 가끔씩 세게 안겨드리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정치적 야심을 적절히 드러내라
“회사에서 야심 안 드러내면 착한 여자로 봐줄 거라는 편견은 버려. ‘쟤는 일 욕심이 없어. 시키는 일만 하지. 회사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니까’라고 평가받기 일쑤야. 착한 신하가 아니라 게으른 신하가 되지. 항상 뭔가 해보겠다는 정치적 야심을 드러낼 필요가 있어.
‘제가 그 분을 30년 모셨습니다’라는 식으로 남자들은 쫄따구로 있어도 그걸 뜨거운 전우애로 여겨. 반면 여자들은 위계가 없고 자꾸 동그라미만 그리려고 해. 직장은 위계질서가 전부인데 그걸 인정 안 하고, 여자 상사에 대한 예우를 남자만큼 안 해. 내가 여자 상사를 깍듯이 모시면 그녀가 나를 끌어줘. 내 후배도 내가 하는 걸 보고 배워서 뒤에서 든든히 받쳐줘. 내가 먼저 선배의 위치, 직장 상사의 위치를 확보해주지 않으면 언젠가 내가 그 자리에 가더라도 똑같은 처지가 된다는 걸 명심하도록 해.
그리고 제발 직장에서 ‘언니’ 소리 좀 하지 마. 언니 동생하는 자매 근성이 좋은 점도 있지만, 직장에서의 자매 근성은 오히려 여성들의 권리를 방해할 수 있어. 자매 근성보다는 상사와 부하 간의 뜨거운 전우애가 더 필요해.
누군가를 모시는 것도 오너십이야. 오너가 되기 위한 전초작업이지. 정치적 리더십도 필요해. 여자들은 스펙 갖췄지, 똑똑하지, 디테일에 강하지, 겁낼 거 없어. 오너십과 정치적 리더십 두 가지만 갖추면 게임 끝이야.”
‘머릿수’로 이길 때까지 10년만 죽기 살기로 버텨라
“얼마 전 대기업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이 있어. 가서 보니 큰 대기업에 여자라고는 대리부터 임원까지 다 합쳐야 80명이야.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 중에 고작 80명이라니 얼마나 기가 막히니. 딱 10년만 죽기 살기로 버텨. 그럼 세상이 변하는 걸 보게 될 거야.
15년 전에 삼성그룹에서 견디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어. 여기 있는 수백 명의 여자들이 다 부장 될 때까지 무조건 버티라고. 실제로 그들 중 상당수가 부장이 됐고, 회사 시스템이 달라지기 시작했어. 모유 수유실이 생기고 육아휴직이 생겼지. 지금은 여성의 임원 진출에 대비해 회사 분위기를 남성 중심에서 양성 평등으로 바꾸고 있어. 이제 곧 여성 임원들이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10년 뒤 기업 분위기가 얼마나 더 바뀌겠어. 다행히 요즘은 죽기 살기로 버티는 여자들이 많아졌어. 이게 바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야. 버티든 드러눕든 끝까지 살아남아. 회사에 들어왔을 때 여성 리더가 3%에 불과했다면 30%가 될 때까지 밀어붙이라고.
지금 직장생활 하는 30대 여성들은 불만이 많아. ‘우리 회사는 남성 중심적이에요. 여자가 당하는 불이익이 너무 많아요’ 등 만나면 모두들 하소연이야. 그런데 그 모든 차별은 우리가 만든 원인이 누적돼 나온 결과라는 걸 인정해야 해. 그게 차별을 대하는 건강한 자세야. 모든 것을 세상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피해의식으로 웅크려 있기만 하면 내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 물론 세상이 바뀔 리도 없지.
옆자리 언니가 청첩장 내밀고 튀었다면 나는 튀지 말아야지, 앞자리 동생이 아이 하나 낳고 집에 들어갔다면 나는 들어가지 말아야지, 그동안 집안일 핑계 대고 회사 행사에 안 나왔다면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그렇게 모든 것을 나로부터 바꾸란 말이야. 남자들 욕만 하지 말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인간관계도 편하게 마음 먹어라
“여자들은 남자보다 인간관계에 민감해. 표정과 몸짓 하나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잖아. 또 감성이 예민하다 보니 저절로 위축돼 상사가 한 달 동안 싸늘하게 대하면 무척 힘들어져. 이 회사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엄청 받지.
하지만 회사 내 힘든 인간관계도 쿨하게 일처럼 대해. 어려운 프로젝트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좋아. 프로젝트는 언젠가 끝나게 돼 있어. 다른 부서로 옮기기도 하고 그가 회사를 떠날 수도 있어. 가족처럼 평생 보고 살 일 없으니 걱정 말라고. 중요한 건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나한테 어떤 압박이 오든 간에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처리한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머릿속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놔. 그러지 않고 문제를 계속 피하려고 하면 결국 또 만나게 돼 있어. 다른 데서 최악의 상황으로 마주치면 내 직업이 끝날 수도 있다고. 애먼 인간 때문에 내 인생의 방향키를 절대 흔들지 마.”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언니의 독설 1, 2’는…
라이프 코치 김미경이 30대 워킹우먼에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통찰을 들려주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일러준다. 각 1만2천원 21세기북스.
■ 일러스트 | 배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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