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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함을 가장한 소탈女 박탐희의 이중생활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2.02.16 15:55:00

인터뷰 때 여배우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저 보기보다 털털해요.”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화려한 외모에 자신의 진가가 가려진다는 아쉬움 때문일 터. 도회적인 이미지로 주목받는 박탐희 역시, 알고 보니 트레이닝복 차림의 외출도 서슴지 않는 소탈한 초보 주부였다.
새침함을 가장한 소탈女 박탐희의 이중생활

아이 낳고 사람 만나는 게 한결 편해졌다며 인터뷰도 ‘수다’ 떨듯 솔직하게 임한 박탐희.



이달 ‘여성동아’의 얼굴은 박탐희(34)다. 세련되고 상큼한 마스크를 지닌 그는 카메라를 응시할 때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편안하게 웃을 때는 영락없는 ‘베이비 페이스’로 변한다. 눈꼬리가 살짝 내려가면서 새침한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지고 해맑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어 보인다. 이런 ‘이중성’은 그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언제부턴가 늘 도회적인 캐릭터를 맡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속상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제 얼굴이 ‘청순과’는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연기할 때 청순, 청승 다 해본 적이 없어요(웃음). 예전에는 ‘처음 연기 시작할 때 깍쟁이 역을 맡아서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어버리는 거야’ 하고 저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화장한 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제가 보기에도 새침하게 생겼더라고요(웃음). 그렇다고 매번 하는 역이 비슷한 건 아니에요. 보시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연기자에겐 매번 다른 인물이거든요. 결국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연기력인 것 같아요. 언젠가 저도 청순가련형의 눈물 많은 캐릭터를 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웃음).”

“아이 낳고 연기도 생활도 털털”
2008년 네 살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한 그는 아이 엄마가 된 뒤 성격이 더욱 털털해졌다고 한다. 20개월 된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보면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아이 엄마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예전의 그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박탐희는 “아이를 낳으면 용감해진다고 하는데, 그 의미를 알 것 같다”며 웃었다.
“마음도 굉장히 편하고 자유로워졌어요. 뭔가 큰일을 겪고 나면 다른 일들은 수월하게 느껴지는 법이잖아요. 결혼할 때도 누군가의 딸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는 생각에 세상이 다르게 보였는데, 아이를 낳아보니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 스스로 훌쩍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엄마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저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절대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상대가 있고 그 감정을 통해 제가 느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를 아니까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생겨도 대범하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이제는 누군가에게 사과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자존심은 저 자신과의 약속만 지키면 되는 것이지,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쉬워졌어요. 촬영장에서도 다들 저보고 옛날과 달라졌다고 하세요(웃음).”
현재 그는 KBS 드라마 스페셜 ‘아모레미오’에 출연 중이다. 총 4부작으로 1월 말 종영하는 ‘아모레미오’는 결혼을 앞둔 딸(다나)이 아빠(정웅인)의 과거를 추적해가면서 비밀을 하나씩 풀며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 박탐희는 정웅인과 젊은 시절 비밀에 얽혀 있는 인물로, 20대부터 50대까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연기를 펼친다. 스물일곱 살 아들을 둔 노역에 처음 도전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시청률을 기대하고 시작한 작품은 아니에요. 오직 연기자로서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욕심이 났어요. 출연료를 포함해 모든 조건을 배제하고 출연하겠다고 했어요(웃음). 우선 작품 내용이 좋았고, 연출자에 대한 믿음이 컸거든요. 촬영하면서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정말 즐거워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서 연기할 때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꺼내는 작업이 흥미로워요. 50대 선배님들의 연기를 열심히 모니터링하면서 말투부터 행동, 헤어스타일까지 공부를 많이 했어요. 보시는 분들도 ‘박탐희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구나’ 하시면 좋겠어요.”
올해로 연기 경력 15년째인 박탐희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자로 두각을 나타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번이나 연기를 포기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운명처럼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어려서부터 연예인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특히 둘째 언니가 ‘너는 연예인이 돼야 한다’며 바람을 넣었죠. 하지만 막상 연예인이 되니까 어릴 때 꿈꾸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대중에 제 이름을 알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오랜만에 배역을 맡아 할 만하다 싶으면 또 이유 없이 쉬게 되고, 기복이 심했어요. 이제는 정말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접으면 또 누군가 찾아주었어요. 이런 사이클이 몇 번이나 반복됐죠.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그때 매정하게 연예계를 떠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저는 촬영장에 나오는 게 정말 즐거워요. 처음부터 스타덤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주면서 대사 외워

새침함을 가장한 소탈女 박탐희의 이중생활




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박탐희는 일단 맡은 역은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캐릭터 연구에 몰두한다. 신인 시절 연기 공부를 하면서 배운 대로, 캐릭터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까지 추적해나가는 작업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다른 연기자들이 들으면 촌스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그 작업이 정말 재미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본에 충실한 건 기본. 그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대본도 수없이 본다”고 말했다.
“죽어라 열심히 해야 인정받는 타입이에요(웃음). 제가 느끼기에 대충 했다 싶으면 항상 현장에서 들통이 나요. 열심히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죠. 하지만 집에 가면 아내로서 엄마로서 할 일이 있으니까 오직 연기만 생각하며 살 수는 없어요. 대신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죠. 아이한테 책을 읽어줄 때도 한 번은 읽어주고, 한 번은 아이 혼자 보게 하면서 저는 대본을 봐요. 처음에는 제가 허공을 보며 얘기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던 아이가 이제는 으레 엄마는 대본을 책 삼아 보는 걸로 아는 것 같아요(웃음).”
아들 얘기에 그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모성의 위대함을 깨닫고 있다는 그는 “아이는 최고의 피로회복제”라며 웃었다. 아무리 늦게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도 아침 7시만 되면 아이와 함께 눈을 뜬다고 한다. 비몽사몽간에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면서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한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어요. 제가 잠이 많은 편인데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깨우면 도저히 안 일어날 수 없어요. 그것만 봐도 제 안에 모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웃음). 비록 일하는 엄마지만 육아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하지만 아이도 언젠가는 자신의 가정을 꾸릴 테니, 이상한 시어머니 되지 않으려면 성인이 된 뒤에는 철저히 아이를 독립시켜야 할 것 같아요.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쏟을 시간이 20년도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아까워요(웃음).”
사업가인 남편은 오랜 세월 그가 기도하며 바라던 이상형에 일치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신앙이 같고 날마다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는 바랄 게 없다고. 연예계에서도 신앙심이 깊기로 유명한 박탐희는 부부싸움을 하겠다 싶으면 각각 다른 방으로 들어가 기도를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남편 성격이 다정한 편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주위에서 ‘유별나다’는 소리를 들어요. 하하. 얼마 전에도 친구들 모임에 함께 나갔는데, 한 후배가 남편이 저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며 ‘형부는 언니를 너무 사랑해’ 하면서 장난삼아 눈을 흘기더라고요. 저는 성격이 무뚝뚝한 데 비해 남편은 애교도 많고 곰살궂은 행동도 잘해요(웃음).”

함께 기도하는 다정한 남편, 꿈에 그리던 그대로
새침함을 가장한 소탈女 박탐희의 이중생활


집안일은 대체로 그가 맡아 한다. 뭐든 자신이 직접 해야 성이 차는 성격인 데다 살림이 적성에 맞아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그는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힘들다”라고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청소하고 요리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신혼 초 요리학원을 다니며 익힌 손맛 덕분에 요리 솜씨는 수준급.
“그때 배운 물김치 레시피는 해마다 잘 써먹고 있어요. 겨울 이맘때쯤 물김치를 담그는데 시댁과 친정에도 나눠드려요. 시아버님은 겨울만 되면 어머니한테 ‘이번에는 탐희가 물김치 안 담근대?’ 하고 기다리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시댁에서 신정을 쇠는데 지난 설에도 추도식을 준비하면서 30명분 음식을 마련했어요. 힘들긴 했지만 큰일을 해낸 것 같아 뿌듯하더라고요.”
박탐희는 일터에서는 화려한 연예인이지만 집에서는 영락없는 주부의 모습이다. 자칫 사치스러울 거란 오해도 받지만 그는 “쇼핑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옷을 사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한다. 촬영 때는 코디네이터가 준비해주는 의상이 따로 있으니 집에서 편하게 입을 옷만 몇 벌 있으면 된단다. 또 웬만한 아이 옷과 남편 옷은 직접 만들 만큼 솜씨가 좋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의상 패턴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거든요. 재봉틀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티셔츠나 바지 등은 직접 만들어요. 제가 만든 옷을 입고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를 보면 뿌듯하죠(웃음). 쿠션이나 커튼 같은 인테리어 소품도 자주 만들어요. 5남매 중에 셋째 딸인데 형제가 많으니까 어려서부터 갖고 싶은 것 다 누리고 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돈의 소중함을 잘 아니까 커서도 큰돈을 섣불리 못 쓰겠더라고요. 특히 저를 꾸미고 치장하는 데 있어서는 야박한 편이에요.”
외출할 때 모자나 선글라스로 무장해서 얼굴을 가리기 바쁜 연예인들과 달리 그는 집 앞 슈퍼마켓에 갈 때는 세수도 하지 않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설 때도 많다. 얼마 전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유명 남자 탤런트는 엘리베이터에서 그와 몇 번이나 마주쳤지만 아직도 그를 몰라보는 눈치라고 한다. 그는 “아줌마 포스 때문인 것 같다”며 “연예인 친구들은 제발 선글라스라도 끼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며 웃었다.
새해 그의 목표는 성경에 나오는 아비가일과 같이 현명하고 지혜로우며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든 일터에서든 지향하는 삶은 똑같다고 한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하루빨리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헤어 | 유성
메이크업 | 송유미(에스휴 02-3448-3007)
의상협찬 | 아돌프도밍게즈 타스타스(02-3442-0220) 아이그너(02-6933-7701) 블랙뮤즈(02-508-6033)
코디네이터 | 박상정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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