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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이긴 엄정화 댄싱퀸으로 돌아오다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레몬트리 제공

입력 2012.02.16 10:43:00

화려한 무대에서의 모습, 밝은 미소가 익숙한 엄정화가 KBS2 ‘승승장구’에서 갑상선암 투병 사실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가 눈물을 보인 순간은 가수로서 목을 쓸 수 없다는 고백과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였다.
갑상선암 이긴 엄정화 댄싱퀸으로 돌아오다


“작품 대본 리딩을 하던 중에 갑상선암에 걸린 사실을 알았어요. 다행히 초기였고 다들 큰일 아니라고, ‘착한 암’이라며 위로해줬어요. 하지만 암이라는 어감 자체가 너무 무서웠고, 언론의 관심이 쏠릴 것 같아 부담스러워서 (투병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엄정화(43)는 2010년 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초기에 종양을 발견한 덕에 완치할 수 있었다.
“막상 수술실에 들어가려니 ‘죽으면 어떻게 하지, 인생이 참 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건강해요.”

가수에게 치명적인 갑상선암 발병에 충격
그는 “지금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 편하지 않다”며 “의사가 100% 예전과 같은 키로 노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술 후 한동안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와서 남모를 고통을 겪었다. 엄정화의 고백은 의외였다. 그가 갑상선암 수술을 마치고 투병할 당시 전 국민적 인기를 끈 스타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입을 열기 전까지 누구도 그의 투병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쾌활한 모습이었기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프로그램 관계자도 새벽 1시를 훌쩍 넘기는 생방송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그가 암 투병 중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슈퍼스타K2 촬영 당시 목소리가 안 나와 많이 위축됐다”는 말을 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암 판정을 받고 가족이 많이 걱정했어요. 특히 동생 (엄)태웅이가 많이 울었어요. ‘누나 걱정하지 마, 괜찮아’라며 위로해줬죠. 과거 백수일 때는, 얘가 나중에 뭐가 되려나 싶었는데 이제는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죠. 그전에는 제가 용돈을 줬거든요. 아, 지난해 제 생일에 태웅이에게 좋아하는 브랜드의 무톤 점퍼를 선물받았는데 정말 감격해서 요즘 거의 매일 입어요.”
엄정화는 동생 엄태웅(38)에게 늘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다. 엄태웅이 백일 되던 즈음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코흘리개 동생이 예능 버라이어티 ‘1박2일’에서 ‘순둥이’ 캐릭터로 대중을 사로잡고 ‘엄포스’로 불리는 명품 배우로 성장한 모습이 누나로서 대견할 뿐이다. 동생은 이제 누나와 연기 맞대결을 펼칠 만큼 성장했다. 엄태웅이 주연한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가 엄정화의 작품 ‘댄싱퀸’과 같은 날 개봉해 남매간 선의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모든 것 버리고 사랑할 남자 있었으면

갑상선암 이긴 엄정화 댄싱퀸으로 돌아오다

엄정화는 영화 ‘댄싱퀸’에서 주부로 살다가 가수의 꿈을 이루는 ‘정화’역을 맡았다





엄정화가 아픔을 딛고 선택한 영화는 ‘댄싱퀸’. 서울 시장 후보의 아내가 가수의 꿈을 이루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뤘다. 그는 대학 시절 ‘신촌 마돈나’로 불릴 만큼 왕년에 춤 좀 췄던 에어로빅 강사 ‘정화’로 나온다. 주부로 살다가 우연히 어릴 적 꿈이었던 가수가 될 기회를 얻지만, 남편이 서울 시장 경선에 출마하며 ‘댄싱퀸즈’ 리더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남편 ‘정민’ 역은 배우 황정민이 맡았다. 둘은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과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2009)에 이어 다시 커플로 만났다. 엄정화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상형으로 황정민을 꼽으면서 “귀엽고 따뜻하면서 카리스마까지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마음이 따뜻하고 여유로운 남자가 좋다고.
“극중 황정민씨와 부부 연기를 했는데 남편과 티격태격하며 서로 아껴주면서 살면 외롭지 않겠다 싶었어요. 무조건 내 편이 돼주는 남편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전까지는 결혼하기에 스스로 미성숙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아프고 많은 일을 겪으며 결혼해서 예쁘게 사는 커플을 부러운 눈으로 보게 됐다. 최근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올해는 시집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올해 가장 이루고 싶은 소망이 뭐냐”는 질문에도 “싫어, 불쌍해 보인단 말이야. 저 (시집) 안 간 거예요, 못 간 게 아니라”라며 결혼하고 싶은 은근한 속내를 내비쳤다.
영화 ‘댄싱퀸’ 속 ‘정화’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엄정화는 무엇을 택할까.
“머리로는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가겠지만, 마음에는 열정이 너무나 많고 가야 할 길이 멀어서 굉장히 대답하기 어려워요. 과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라는 남편을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버릴 만한 남자를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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