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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고백

“신정아 사건은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자 불찰,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연합뉴스

입력 2012.02.15 15:23:00

지난 2007년 신정아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온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5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신정아 사건이 자신의 “뼈아픈 잘못”이라고 밝히면서도, “그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고백

변양균씨는 ‘신정아 스캔들’이 자신의 인생과 노무현 정부에게 그토록 큰 타격이 될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한때 변양균(63)이라는 이름에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잘나가는 관료이던 그는 한순간에 비리와 불륜의 대명사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2007년 신정아(40) 학력 위조 사건이었다.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변 전 실장과 신씨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났고, 신씨가 동국대 교수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가장 촉망받는 경제 관료 중 한 명이었으며 글쓰기와 미술에 조예가 깊어 문화계에서도 인정을 받던 그는 이 사건으로 날개 없이 추락했다. 검찰 수사를 받은 신씨는 학력 위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2009년 보석으로 풀려났다. 변 전 실장은 뇌물 수수와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신씨와 관련된 혐의에서는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흥덕사 등에 특별교부세가 배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길게 이어진 법정 공방을 끝내고도 오랜 기간 침묵했던 변 전 실장이 지난 1월 초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바다출판사)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처음으로 신정아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책 후기에 “(신정아 사건은) 나의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또한 자신의 사건이 “노무현 정부에 그토록 치명타가 될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그를 따뜻하게 대했다. 그가 2007년 가을 사표를 내러 갔을 때 노 전 대통령은 ‘제일 상처받을 사람이 부인이니, 부인을 잘 위로해드리세요’라며 부하 직원을 품어 주었다. 또한 영부인 권양숙 여사를 통해 변 전 실장의 아내를 따로 불러 위로를 전하게끔 했다고 한다.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은 그가 노 전 대통령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펴낸 책이다. 한 지인으로부터 ‘변양균(사건이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냈기) 때문에 2007년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는 그는,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죄하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한이 된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제 참모이자 복지 비전의 설계자였던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제대로 알리는 것으로 속죄를 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책에서 노무현 정부의 장기 미래 전략인 ‘비전 2030’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며 “강화된 사회 연대 속에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성이나 학력 등으로 차별받지 않고 계층 간 원활한 이동이 보장되는 사회,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이라고 말했다.

신정아 사건에 대해 “내가 야단칠 일을 왜 국가가 나서냐”며 의연하게 대처했던 아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고백

변양균씨는 신정아 사건 때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줬던 노무현 전 대통령께 보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는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강조하면서도 “개인적인 일”이라며 사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또한 그 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았을 아내에 대해서는 “그 후 오랜 시간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와 신씨에 대한 과장되거나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나돌 때 힘이 돼준 것도 아내였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남편에게) 야단칠 일을 가지고 왜 국가가 나서서 야단인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으며 신씨에 대해서도 ‘정도 이상으로 고생하고 있지 않느냐, 너무 욕할 필요 없다’며 지나친 비난을 경계했다고 한다.
현재 의료기기 제조업체 코리아본뱅크 고문으로 재직 중인 그는 아내와 함께 교회에 다니며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무원이 된 이래 탄탄대로를 달릴 때는 일 때문에 늘 가정이 뒷전이었고, 아내는 묵묵히 자신의 뒷바라지를 했으나, 이제 부부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새삼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신정아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의 수인 번호를 제목으로 한 자서전 ‘4001’을 내며 변 전 실장에 대해 “오랜 시간을 친구로, 연인으로, 선배로, 아빠로 있어주었다. 사건이 터지고 우리 관계가 만천하에 폭로된 후 나는 똥 아저씨(신씨가 변 전 실장을 부르는 애칭)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돼 실망도 컸지만, 그간 나를 아껴주고 돌봐준 것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가 내내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책에 변 전 실장에 대해 언급한 이유에 대해 “수인 번호와 헤어지려면 스캔들과도 헤어져야 한다. 과거사라 해도 서로 털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씨와 변 전 실장이 법의 심판을 받고, 번갈아 심경 고백을 함으로써 신정아 스캔들도 일단락됐다. 이로써 2007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또 한 사건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공 참고도서 |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바다출판사)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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