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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청장 진익철이 중매쟁이로 나선 까닭은…

“복지천국이 목표, 다자녀 가구에게 더 많은 혜택을”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서초구청 제공

입력 2012.02.15 14:35:00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출산·보육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그중 서울시 서초구청은 지난 2010년 출산율 증가 1위를 달성했다. 운동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현장 곳곳을 누비는 진익철 서초구청장에게 남다른 구정 철학을 들었다.
서울 서초구청장 진익철이 중매쟁이로 나선 까닭은…


누구나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이유 또한 복지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서초구는 지난 2010년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경진대회’에서 출산율 증가(15.1%) 1위를 차지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또 지난해에는 같은 대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과거 서초구 하루 평균 출생 인원은 10명 미만이었지만 요즘에는 하루에 12명의 아기가 태어난다고 한다. 진익철 서초구청장(61)이 부임하고 1년 만의 일이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진 구청장은 서울시 환경국장과 재무국장, 한강시민공원사업소장 등을 지낸 뒤 2009년 퇴직했다. 이듬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구청장에 당선됐다. 30년 넘게 행정가의 길을 걸어와 ‘행정의 달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인터뷰는 구청장실에서 진행됐다. 방금 전까지 회의를 주관했던 진 구청장은 회의 때 열기 때문인지 다소 상기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일에 있어서는 어물쩍 넘어가는 법 없이 완벽을 추구한다는 게 일선 직원들의 귀띔이다.
진 구청장 앞에 놓인 태블릿PC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초구는 종이 없는 맨손행정을 모토로 모든 회의 때 태블릿PC와 노트북을 사용한다. 원탁 옆에 놓인 대형 모니터 역시 회의 때 종이 문서를 대신한다. 행정에도 인터넷 소통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진 구청장은 취임 직후 간부 60여 명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줬고,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활용 경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주민의 뜻을 읽으려면 당연히 인터넷과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서초구는 2010년, 2011년 연달아 한국인터넷소통협회에서 주관한 ‘대한민국 인터넷소통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인터넷 사용은 종이 사용을 줄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진 구청장은 “서초구청은 과거 복사용지 사용이 매년 20%씩 증가했다. 직원 한 명당 30년생 나무 한 그루를 벤 거나 마찬가지”라며 행정기관에도 전자 문서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청 OK민원센터에는 양방향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민원신청서를 쓰지 않고 직원이 보는 앞에서 바로 컴퓨터에 내용을 입력할 수 있다. 구청 내 주차장 차량번호판 인식 시스템에 ‘자동차세 체납 차량 알림 장치’를 장착해 체납 자동차세 1억4천만원을 징수했다는 것도 뉴스거리가 됐다.

“국가 존폐 걸린 저출산 문제 반드시 극복”

서울 서초구청장 진익철이 중매쟁이로 나선 까닭은…


이처럼 스마트한 행정은 진 구청장의 최대 관심사인 출산·육아 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중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두 자녀 이상 가정 돌보미 서비스’는 구민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소득 수준·맞벌이에 상관없이 생후 12개월까지, 두 자녀 가구는 월 40시간, 세 자녀 이상은 월 60시간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 존폐가 달려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자체가 나서 적극적으로 출산을 권장하고 또 그럴 만한 기반을 만들어줘야죠. 출산지원금 같은 일회성 지원으로는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아이돌보미 서비스입니다. 대부분 셋째 자녀 이상부터 지원을 해주지만, 실제로 요즘 셋째까지 낳는 집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전국 최초로 두 자녀 이상 가정으로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신청자가 몰려 돌보미가 부족할 정도인데, 3개월에 한 번씩 돌보미 양성 교육을 실시하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습니다.”
돌보미 교육도 서초구가 직접 하고 있다. 중년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바가 클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는 손자를 돌봐주는 할머니들도 아이돌보미 교육 과정을 52시간 수료하면 구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즉 친할머니 외할머니에게 돌보미 대우를 해주는 것. 진 구청장은 “내 손자를 돌보면서, 이웃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작게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더욱 보람되지 않겠냐”며 허허 웃었다.



“구청 문화행정과장 부인도 얼마 전 돌보미 과정을 이수한 뒤 아이를 돌보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 아내도 태어난 지 석 달 된 손녀를 키우고 있는데, 돌보미 과정을 이수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꼴이 되니 하지 말라고 말렸죠.”
이 밖에 서초구는 보건소에서 출산 전후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출산준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뿐 아니라 예비 할머니 할아버지 교실도 운영 중인데, 처음에는 할머니만 대상으로 했지만 반응이 좋아 할아버지까지 확대했다고 한다. 또 보건소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전문 간호사를 출산 가정으로 파견해 직접 육아 관련 상담 및 산모 산후우울증 검사를 해준다. 모유 수유 요령을 알려주는 1:1 멘토링 서비스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출산율 증가와 더불어 진 구청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혼인율 증가. 진 구청장은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해야 출산율도 오르지 않겠냐”며 구청에서 실시하는 결혼중매상담코너도 소개했다. 구청이 그야말로 중매자가 되는 것인데,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구청에 신청 가능하다.
“구청 내에도 미혼인 직원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총무과 여직원 한 명도 미팅 파티에서 운명의 짝을 만나 결혼에 성공했어요(웃음). 지난번 연말 미팅 때는 무려 13쌍이 성사됐고요. 부모님들도 서초구청장이 중매쟁이라고 하니까 더 믿고 맡기시는 것 같아요. 회원 등록을 해놓고 수시로 구청을 방문해 새로 들어온 회원은 누가 있는지 살펴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서초구에도 골드미스가 많은데, 빨리 짝을 찾아서 가정을 이뤄 아이도 많이 낳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아이가 자라면 부모의 관심도 육아에서 교육으로 옮겨간다. 서초구는 정보에 목말라하는 부모들을 위해 서울교육대학교에 위탁해 ‘부모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법의 원리와 방법이 무엇인지, 부모가 가정에서 어떻게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해 4월부터 구청 내 서초입학정보센터를 마련해 학생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각종 고민을 상담해주는 1:1 맞춤 멘토링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입학사정관제 컨설팅, 정보지 제공 등 실속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최초로 구청이 직접 ‘2012년 대입설명회’를 열었다. 진 구청장은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는 세상인 만큼 정보에 목마른 학부모들을 위해 구청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무실에 CCTV 단 사연

서울 서초구청장 진익철이 중매쟁이로 나선 까닭은…


구청 현안을 꿰뚫고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열정적으로 대답하는 진익철 구청장은 끊임없이 구민과 소통하고 융합하길 원한다. 그가 집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운동할 시간도 아깝다”는 그는 현장을 나갈 때 늘 양쪽 발목에 2kg짜리 모래주머니를 찬다. 신발도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주로 신는다. 인터뷰를 하던 날도 진 구청장은 검정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정장 차림에도 어색하지 않고 현장에 나가는 데 편하다고 한다. 서초구는 지난해 인센티브 예산으로 전 직원에게 5만5천원짜리 검정색 업무용 운동화를 지급했다. 나이에 비해 ‘동안 외모’와 탄탄한 체구를 자랑하는 그는 구청장 취임 후 술을 끊는 등 자기관리에도 철저한 편.
소통의 일환으로 그는 모든 정책 과정을 구민에게 공개하고 스스로 감시하기 위해 구청장실에 CCTV를 설치했다. 무리한 청탁 내지 뇌물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방패막이 돼주기 때문이다. 누군가 미심쩍은 행동을 하려고 하면 그는 바로 말없이 CCTV를 가리킨다.
“만약 제가 책을 쓴다면 제목은 ‘CCTV에 비친 구청장실’이 될 겁니다. 하하. 취임 초기에 조건 없이 돈 봉투를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물론 받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토지용도 변경 등 민원을 넣으려 하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바로 CCTV를 달았어요. 반대로 나중에 돈 봉투를 받지 않았는데도 받았다는 누명을 쓸 수도 있으니 증거를 남겨놔야죠(웃음). 실제로 선배 공무원들 중에는 그런 불미스러운 일에 억울하게 연루된 분들도 있습니다. 나중에 무죄를 확정받아도 사람들은 구설에 오른 것만 기억하지 진실은 알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본인의 명예는 물론 가정까지 파탄 나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간혹 CCTV가 안 보이는 곳에서 비리를 저지를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데, 그래서 저는 업무와 관련된 사람을 만날 때는 항상 담당 국장을 대동합니다(웃음).”

서울 서초구청장 진익철이 중매쟁이로 나선 까닭은…

1 2012년 1월1일 서초구 내곡동 신흥마을에서 미8군 특전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을 나르고 있는 모습. 2 지난해 말 주민들과 함께 방배동 카페골목 청소에 나선 진익철 구청장. 3 진 구청장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저장돼 있는 미모의 아내와 딸.



밤낮없이 구민을 위해 애쓰는 그가 가족들의 ‘민원’도 잘 해결해주는지 궁금해하자 그는 크게 웃으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해서 10년 동안은 아내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해달라고만 했다며 “3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이제는 서로가 끊임없이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의 남편들이 아내한테 늘 밥 달라, 옷 달라 투정을 부리잖아요. 젊은 시절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저는 퇴근하자마자 아내한테 밥을 빨리 달라고 독촉했어요. 나중에 아내가 ‘당신 퇴근하는 발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두근두근한다’고 털어놓고서야 제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깨달았죠. 아내는 갓 지은 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에 늘 퇴근 시간에 맞춰 밥을 지었는데, 그 마음도 모르고 밥을 빨리 달라고 했으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어요. 그 일을 계기로 아내의 처지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또 외국 근무를 하면서(중국에서 6년, 미국에서 2년 근무했다) 가장 노릇이 어때야 하는지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평화로운 가정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하루를 일 년처럼, 일 년을 하루처럼
진 구청장은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의 제자 소개로 아내를 만났다. 당시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남도청에서 수습 중일 때라 맞선을 보러 서울까지 갈 시간이 없었던 그는 여자에게 대신 부산으로 와달라고 했다. 한겨울 먼 곳까지 와달라는 남자의 요구에 마음이 상했는지 여자는 도무지 선을 보는 여자답지 않게 두툼한 겨울 바지 차림의 털털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번엔 여자의 태도가 무성의하다고 생각한 남자가 마음이 상했다. 남자는 다시 부산에서 만나자고 고집을 부렸다. 두 번째 데이트를 앞두고 부산역에 아내를 마중 나간 그는 장난기가 발동해 기둥 뒤에 숨어서 아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아내의 조신한 행동에 반해 그 자리에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두 번째 만나는 날 살짝 말아 올린 머리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인 거예요. 부산까지 오는 내내 저 머리를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꼿꼿한 자세로 왔을 걸 생각하니 흐뭇하더라고요. 곧장 울산으로 가서 아버지께 인사를 시켰어요. 결국 만난 지 한 달도 안 돼 결혼했습니다(웃음).”
진 구청장은 자식 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도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결혼한 큰아들은 미국 CPA(공인회계사)를 취득하고 홍콩에서 근무하다 최근 국내 유명 회계법인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을 졸업한 둘째딸은 3년간 직장에 다니며 유학 자금을 마련해 스탠퍼드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에서 직장을 다닌다.
진 구청장은 자신의 자녀 교육 노하우로 끊임없는 칭찬과 대화를 꼽았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허물없이 지낸 딸은 지금도 수시로 휴대전화 인터넷 메신저로 그와 대화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한다.
“요즘 만나는 남자 친구 얘기는 물론이고, 10만원짜리 옷을 사려는데 살까말까 고민이라는 아주 소소한 얘기까지 들려줘요(웃음). 어려서부터 저는 아이들에게 이 지구상에는 엄청난 기운으로 덮여 있다는 얘기를 끊임없이 들려줬어요. ‘이 우주의 중심은 너다. 너는 네 인생의 총감독이자 주연배우다. 너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남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니 남의 처지에서 이해하고 사랑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려줬어요. 이는 곧 제 인생 철학이기도 한데, 저는 전적으로 정신력의 기적을 믿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발산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나오게 마련이에요. 언제나 나 스스로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태몽을 과대해석해서 자녀에게 멋들어지게 들려주는 것도 아이가 자신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소중한 존재이고, 뭐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웃음).”
진익철 구청장의 또 다른 신조는 ‘하루를 일 년처럼, 일 년을 하루처럼’이다. 젊은 시절 고시 공부를 하며 날마다 냉수마찰을 했다는 그는 요즘도 아침마다 샤워를 하며 속으로 ‘오늘도 새로운 아침이다’라고 외친다. 출근길 그의 발걸음이 늘 가벼운 이유다.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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