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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와 친해지는 기술

Part 3 넘을 수 없는 벽일까?

기획 | 한혜선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입력 2012.02.09 10:40:00

워킹맘에게 학부모 공식 회의와 사적인 모임까지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몇 번 모임에 빠지면 전업주부들끼리 친분이 두터워져 알게 모르게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모임을 소홀히 해 아이·학교 정보를 교류하지 못할까 안절부절못하지 말고, 전업주부의 마음을 얻자. 전업주부와 좋은 유대 관계 유지하는 워킹맘의 특급 기술.
※인터뷰이는 모두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진심 어린 전화 통화로 마음 얻었어요
“주변의 전업주부들을 보면 학교ㆍ학업ㆍ교육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없고 아이를 엄마가 케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워킹맘 아이와 전업주부 아이를 구분짓더라고요. 저나 아이나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소외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죠. 남자아이들은 운동도 그룹으로 하는 분위기다 보니 엄마가 정보가 없으면 아이도 친구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어요. 직장이 멀어 모임에 자주 나가지 못해 아이 친구 엄마들과 전화 통화를 많이 했어요. 진심을 다해 다가가니 그들도 제 자리를 만들어줬고, 지금은 바쁜 직장 생활을 이해하고 챙겨줘요. 단, 사소한 오해나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말조심을 하고, 아이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상대방도 아이를 좋게 봐준답니다.” 박수정(41)
가장 영향력 있는 주부 한 명을 공략하세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축구팀에 들어가지 못해 속상해 했는데, 알아봤더니 자주 모이는 전업주부 엄마들끼리 이미 팀을 짰더라고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가 기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죠. 여러 명을 포섭하려 하지 않고,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엄마 한 명에게 다가가 주말에 부부 모임을 갖고, 저녁 시간에 전화해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라고 고민 상담을 했어요.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엄마는 오히려 저를 응원하며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도록 도와줬어요. 자기 아이한테 저희 아이와 친하게 지내라고 말하고요. 그 엄마와 친해졌더니 다른 엄마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였답니다.” 김수민(39)
학교 행사 중 궂은일은 적극 참여해요
“전업주부들은 서로 ‘언니,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어쩌다 어울리면 ‘뜨내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학교 소식이나 학원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뒤떨어지고, 엄마끼리 친하면 아이들도 친해지기 마련이기에 우리 아이만 겉돈다고 느낄 때가 있죠. 전업주부와 친해지기 위해서 모임이 있을 때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밥과 차를 사요. 너무 비싼 식사를 사면 잘난 척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범위 내에서 지출하고, 학교·학부모 활동에 소홀한 것이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죠. 학교 행사 중 청소 같은 궂은일은 꼭 참석하는 편이에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불참하면 엄마들 사이에서 밉상이 되기 쉽거든요.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같을 거예요. 서로에게 배타적이기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게 도움이 돼요.” 김명이(38)
워킹맘 고충을 이해하는 전업주부를 찾으세요
“일하는 엄마를 뒀다는 이유로 아이 이야기가 안 좋게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화가 치밀더라고요. 이후부터 녹색어머니회에 가입하고, 같은 반 엄마들 모임에도 참석해 정보를 얻었죠. 아이가 소외당할까봐 전업주부들에게 쩔쩔매는 워킹맘도 있는데, 저는 뜻이 맞지 않는 주부들과는 거리를 두고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저와 소신과 뜻이 맞는 엄마들과 어울렸어요. 뜻이 맞는 이들과 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아이의 학교 생활이 편해지고 제가 받았던 스트레스도 덜해졌어요. 저와 친한 전업주부들은 일하면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워킹맘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제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이면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신현진(40)
워킹맘이었던 전업주부에게 마음을 털어놓아요
“전업주부 사이에서 소외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우리 아이만 소외당한다고 생각되면 속상하기 그지없죠. 저는 일하다가 그만둔 전업주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편이에요. 워킹맘의 힘든 부분을 알기 때문에 이해와 배려도 잘해주고, 저희 아이가 뒤처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답니다. 시간과 정보는 곧 돈이니 사례는 꼭 하세요. 저와 친한 엄마는 대가는 필요 없다고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고마움을 전해야 관계가 유연해져요.” 이혜경(37)
아낌없는 물량공세가 비결이에요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서 ‘친구가 없어 심심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걱정되는 마음으로 선생님과 상의했더니 전업주부끼리 아이를 어울리게 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아이 생각하는 마음에 ‘어떻게 하면 그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은 없지만 물질적으로 조금 풍요로운 것이 워킹맘의 장점이잖아요! 아낌없이 물량공세를 했죠. 아이 물건을 살 때도 여러 개 구입해 나눠주고요. 두세 달 공을 들였더니 바쁜 직장 생활을 이해해주며, 제가 없을 때 아이를 많이 챙겨준답니다. 유치원에서 아이 친구도 많이 생기고, 전업주부 사이에서 느낀 소외감도 없어졌어요.” 이수정(35)
전업주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노하우예요
“저학년의 경우 엄마의 친근함 정도에 따라 생일 파티 초대 여부가 달라지는데 친한 엄마가 없는 제 아이는 초대를 잘 못 받아 속상해했어요. 오죽하면 아이가 ‘엄마도 다른 엄마들과 친해져 밥도 먹고 함께 놀러 가면 안 돼?’라며 눈물을 글썽이더라고요. 전화도 자주 하고, 만날 때 밥은 꼭 제가 사는 편이지만 시간을 자주 낼 수 없다 보니 한계는 있어요. 하지만 전업주부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려고 노력했더니 친한 엄마가 몇 명 생겼어요. 전업주부들과 유난히 잘 지내는 선배 워킹맘의 조언에 따르면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말고, ‘아… 예… 그렇군요’만 잘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홍영주(43)

전업주부와 친해지는 기술


고급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듯 도도하게 보여요

전업주부와 친해지는 기술




“초등학교 저학년 때 친했던 아이의 친구들이 고학년으로 가면서 사이가 멀어져 알아봤더니, 친한 전업주부 엄마들끼리 모여 그룹과외를 시작했더라고요. 인원 제한이 있어서인지 저에게는 묻지도 않았고요. 주변 동료 중에는 전업주부 엄마들에게 밥 사주고 근무 시간 틈틈이 쫓아다니며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끼워달라고 애걸복걸하는 태도는 우습게 보여 역효과인 것 같아요. 오히려 고급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듯 도도하게 보이는 게 나아요. 선생님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선생님과 친분을 쌓으면, 다른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거든요.” 최선이(45)
워킹맘끼리 모임을 만들었어요
“전업주부를 쫓아다니며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하는 것은 저와 맞지 않더라고요. 그들과의 모임을 포기하고, 같은 반 워킹맘을 찾아 모임을 만들었어요. 엄마들끼리 의논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짜고, 주말에 돌아가면서 봉사활동, 미술관 체험 등을 하면서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웠죠. 품앗이 교육도 효과가 높았어요. 한 과목씩 맡아 퇴근 후 교육했더니 전문성도 생기더라고요. 엄마들끼리 교육에 관한 책도 돌려보고, 서로의 교육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누니 단결도 잘됐죠. 저희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보니 거꾸로 전업주부 몇 명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전업주부 대 워킹맘으로 편 가를 생각이 없었으므로 승낙했고, 지금은 엄마와 아이들 모두 잘 지내고 있답니다. 정지은(41)
사회생활 이야기는 가급적 자제하세요
“전업주부인 친한 친구가 학부모 모임에서 사회생활 이야기나 연봉, 직책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워킹맘을 ‘비호감’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엄마들 모임에 나갈 때 회사,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아요. 육아 문제도 절대 아는 척하지 않고, 그들의 교육 방법을 칭찬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죠. ‘부족하기 때문에 고수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청하고, 이야기를 무조건 경청하는 것도 친분 쌓는 노하우입니다. 모임에 비싼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를 치장하고 나가는 것도 삼가해요. 전업주부 아이의 칭찬은 많이 할수록 좋아요. 자식 자랑에 마음을 열지 않을 부모는 없거든요.” 최주혜(35)
주말 시간 이용해 전업주부 아이와 놀아줘요
“학교 행사에 갔을 때 다른 학부모들과 친하게 지내는 전업주부들을 보면 부러워요. 우리 아이가 더 주목받을 수 있고, 친구들도 더 많이 생길 수 있는데 바쁜 엄마가 기회를 막는 것 아닌가 속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주말을 이용해 아이와 놀아주며 친구들까지 함께 데리고 시간을 보내요. 아이 돌보느라 힘든 전업주부에게 주말 휴식 시간을 만들어줘 저에 대한 호감이 생겼고, 아이들끼리 우정도 쌓이면서 주눅 들었던 아이 성격이 밝아졌어요. 주말에 친구들 데리고 놀이공원이나 박물관에 가는 멋진 엄마로 인식이 바뀌었답니다.” 김진선(38)
인터넷 매체 통해 안부 묻고 정보 나눠요
“전업주부들 사이에 아이 친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1순위가 맞벌이 부부의 아이였죠. 충격을 받고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우리 아이가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전업주부와 친해지는 방법을 택했어요. 친해지려면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하는데, 상황상 만나는 것보다 전화를 자주 하는 것이 최선이었죠.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전화를 하려니 어색해서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고민 끝에 전화 대신 미니홈피, 카페, 클럽 등 인터넷을 이용해 안부를 묻고 친분을 쌓았어요. 전화하는 것보다 글로 남기는 게 쉽고,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죠. 육아와 교육에 대한 자료를 많이 수집하는 것도 노하우예요. 결국 정보가 힘이라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보다 박학다식한 워킹맘이 인기가 많답니다.” 안기영(38)
공연, 전시회를 보여주고 환심을 사요
“공연 기획하는 직업이라 문화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무료한 전업주부들을 주말에 불러 뮤지컬을 보여줬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뮤지컬 관람 한 번으로 저한테 연락하는 엄마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답니다. 문화 공연을 좋아하는 엄마들의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공연을 관람하고, 끝난 뒤 뒤풀이를 해요. 뒤풀이에서 아이 교육 문제뿐 아니라 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도 하게 돼 지금은 돈독한 모임이 됐죠.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친구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모임 엄마들에게 돌려 환심을 산다더라고요. 시간을 들일 수 없다면 전업주부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콕 집어 물량공세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김은진(41)

입장 바꿔서, Talk! Talk! Talk!
전업주부, 이런 워킹맘은 NO~

▶ 아이 교육 문제 이야기할 때는 벙어리, 직장 생활이나 연봉 이야기할 때만 말 많아지는 수다형은 진짜 싫어요!
▶ 풀 메이크업에 명품 백 들고, 향수 냄새 풀풀 풍기며 모임에 나타나는 워킹맘은 거리가 느껴져요. 세수만 하고 나갈 때도 있는데, 비싼 치장에 한껏 멋 내고 오는 것은 전업주부 기죽이려는 것 같아요.
▶ 똑똑한 척, 아는 척하는 워킹맘은 한 대 때려주고 싶어요. 아이 교육이 책만 많이 읽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실전이 중요한 거잖아요. 책에서 읽었다고 아는 척하는 것 보면 말도 섞고 싶지 않다니까요.
▶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과도하게 비굴한 태도를 보이거나 친절을 베푸는 워킹맘은 부담스러워요. 별로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인데 방청객이 된 것처럼 박수 치며 웃거나, 상사 대하듯 깍듯하게 하면 다가가려고 해도 망설이게 돼요.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는 게 좋을 듯해요.
▶ 밥값 잘 내는 워킹맘 반갑죠~ 그런데 유난히 생색내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이들이 있어요. 밥을 얻어먹었으니 당연히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식이죠. 직장 생활 안 한다고 밥값 못 낼 형편은 아니거든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속담처럼 계산하고 티 내지 않으면 고마움이 더할 것 같아요.
▶ 청소, 환경미화 같은 몸이 힘든 학교 행사에 꼭 빠지는 워킹맘이 있어요. 처음에는 일이 바빠서 그렇겠지라고 이해했는데, 한 학기 지나고 생각해보니 힘든 일 할 때만 빠지고 다른 모임은 참석하더라고요. 우연의 일치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의도적인 결석이라면 진짜 화가 날 것 같아요.


의상·소품협찬 | 크로커다일레이디(02-549-3130)
모델 | 박주연 심은지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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