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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달의 건강 테마 | 두통

‘아이고 머리야’ 두통은 왜 여자의 적인가

글 | 최영철(주간동아 기자) 사진 | Rex 제공

2012. 02. 07

두통은 한국인 10명 중 7~8명이 1년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의외로 적절한 대처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통의 원인은 스트레스나 생활습관에서부터 뇌졸중과 같은 뇌 질환의 위험신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올바로 관리할 수 있다. 내 머리를 괴롭히는 적, 두통의 정체를 파헤쳐보자.

‘아이고 머리야’ 두통은 왜 여자의 적인가


직장 경력 8년 차인 박수정씨(34)는 아침마다 몰려드는 두통 때문에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해본 적이 거의 없다. 지끈지끈 아픈 머리 때문에 업무 능률도 저하될 뿐더러 멍하니 오전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 정작 더 큰 문제는 두통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커녕 그저 ‘머리가 아파 죽겠다’라는 넋두리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씨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6~2010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편두통 환자 4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일하는 여성의 경우 20~40대 젊은 층에서 편두통을 겪는 이가 많고, 전업주부는 40~50대가 많았다.
편두통은 강박적이라 할 만큼 지나치게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나 전문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대체적으로 경쟁이 심한 전문직 여성이 이에 해당된다. 긴장형 두통 역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편두통이 심한 이유는 스트레스와 여성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에 예민하고, 일생 동안 배란, 월경, 임신, 수유 등 여성호르몬 분비에 많은 변화가 따른다.
사람들은 흔히 두통이 뇌 자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작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뇌가 아니라 두개골 밖에 있는 피부, 동맥, 근육, 골막 등의 구조물이나 얼굴 주위 구조물, 두개골 내의 혈관들과 주위 조직,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경막, 뇌신경과 상부 경추부 신경 등이다. 두통은 두개강 내부와 외부에 있는 예민한 구조물들이 어떤 원인에 의해 압력을 받거나 당겨지거나 변형되면서 일어난다. 물리적인 변화, 염증, 혈관 확장 등이 그 원인이다. 따라서 두통이 심하다면 자신의 증상을 잘 알아야 원인 파악이 가능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증상별 두통의 종류와 원인

‘아이고 머리야’ 두통은 왜 여자의 적인가


두통은 크게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으로 나눌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쳐서 나타나거나 혈관이 뛰는 듯한 박동성 두통이라면 편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머리 전반에 걸쳐 나타나기도 하는데 두통과 함께 안구 부위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머리를 흔들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식욕 부진, 오심, 구토, 눈부심과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빈도와 강도가 달라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이와 달리 긴장형 두통은 머리가 ‘무겁다’거나 ‘누르는 듯하다’ ‘조인다’ ‘어깨에 무엇을 올려놓은 것 같다’는 게 주된 증상이다.
편두통이 있을 경우 스트레스와 생활습관 관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적포도주나 초콜릿, 아이스크림, 식품첨가제 등의 음식물과 카페인 음료, 흡연 등은 일상에서 편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기 쉬우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섬유질이 많은 식사는 혈당치를 안정시켜 두통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한 해외 조사에 의하면 고섬유질 저지방으로 식사 습관을 바꾼 편두통 환자 중 75%에서 편두통의 발작 횟수와 강도가 감소했다. 일단 편두통이 시작되면 소음이나 광선 등 외부 자극이 덜한 어두운 방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것도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긴장형 두통은 심리적인 긴장과 함께 근육의 긴장이 주요 원인이다. 컴퓨터 사용이 늘면서 어깨 근육과 목 근육의 경직으로 인한 긴장형 두통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 가지 자세로 오랫동안 일하는 직종이라면 틈틈이 목과 어깨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가능하면 잠시 바람을 쐬며 명상하는 게 좋다. 이 밖에도 매일 15분에서 20분씩 목과 어깨에 온찜질을 하면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혈액순환이 잘돼 두통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수면 부족, 피로, 불규칙한 식사, 탈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잠이 부족하거나 지나치지 않도록 하되 취침과 기상을 규칙적으로 하고, 아침 식사를 꼭 챙겨 먹고, 특히 수분을 자주 섭취한다.



심리적, 신체적 노화와 갱년기 두통
또 다른 두통의 원인은 갱년기다. 갱년기 두통의 원인은 심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신체 기관의 약화, 위장 기능의 저하 등이 있다. 40대 후반의 주부 K씨는 요즘 들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쉽게 우울해지는 등 신경이 날카롭다. 40~50대 중년 여성의 갱년기 증상이 찾아온 것. 식은땀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온몸이 아프고 무기력한 것은 물론 두통이 잦아 누워 있는 일이 많아졌는데 실제 한 조사에 의하면 중년여성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갱년기 증상은 ‘신경이 예민하다’ ‘팔다리가 쑤신다’ ‘이유 없이 심한 피로를 느낀다’ ‘머리가 아프다’였다.

40대 중반 이후 수시로 머리가 아프다면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병원을 찾아 효과적인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되고 갱년기 증상이 여타 질환으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처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몸을 충분히 쉬게 한다. 그렇다고 잠을 많이 자라는 말은 아니다. 너무 많은 잠은 갱년기 두통을 악화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불면증이나 열감, 발한 증상으로 잠을 설친 경우에는 짧은 낮잠으로 보충하는 것이 좋다. 입맛이 없더라도 식사는 거르지 말고 소량이나마 꼭 한다. 그 대신 초콜릿, 커피 등 두통을 유발하는 카페인 함유 음식은 피한다. 특히 갱년기에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부족으로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카페인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전신 상태를 호전시켜 두통과 골다공증 방지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근심, 걱정, 분노, 스트레스는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감정 변화나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로 마음을 편히 하고 항상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것만큼 좋은 대처법도 없다. 물론 가족은 아내나 엄마의 심리 상태와 신체 증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고 머리야’ 두통은 왜 여자의 적인가


40대 이후 첫 두통은 뇌 질환에 대한 경고
두통은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아침에 머리 뒤쪽(후두부)의 두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또한 뇌종양이나 외상에 의한 뇌출혈 등 기질성 뇌 질환의 위험 신호로 두통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40~50대 이후에 새로운 종류의 두통 증세가 나타나거나 통증이 심해질 경우, 졸리거나 혼미한 증상이 동반되는 두통, 벼락 치듯이 갑자기 시작된 두통 등의 경우 기질성 뇌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만약 고혈압과 뇌종양, 뇌출혈 등의 병력 또는 가족력을 지닌 사람에게 이런 두통 증상이 반복된다면 기질성 뇌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아래 <표> ‘기질성 두통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비교해보고 질환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두통 전문의를 찾도록 한다.

두통약, 먹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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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하는 말로 약은 두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특정 질병이나 증상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몸을 축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의 부작용이나 질환에 따른 고통의 정도에 비해 증상 치료 효과가 더 클 때만 약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 때문인지 사람들은 두통약을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두통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무조건 참기보다 두통약을 복용하는 게 이익이다. 약은 두통이 심해지기 전 초기에 복용하는 게 권장되는데, 진통제 성분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으므로 선택하기 전에 미리 성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가벼운 두통으로 진통제를 복용할 때에는 성분을 반드시 확인하고 카페인이 없는 단일 성분의 진통제를 선택하는 게 좋다. 이 중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의 진통제는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이 들어 있지 않으며 위장 장애가 적어 공복에도 복용이 가능하다. 주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카페인 그리고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이란 약제를 함유한 복합 제제는 두통 치료에 효과가 빠른 편이나 너무 자주 복용하거나 많이 사용하면 만성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 복용 시 반드시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지키고, 복합성 진통제는 주 3회 이상, 단일 성분 진통제는 주 5회 이상 복용할 경우 전문의의 정밀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대한통증학회 회장 문동언 교수는 “두통 치료에서 정확한 진단이 필수인데, 가벼운 두통이라면 단일 성분의 진통제를 안전하게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되고, 두통이 지속되거나 약을 먹어도 완화되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생활습관과 두통이 나타나는 시기, 진통제 복용 횟수 등을 기록하는 두통일기를 작성하면 두통 유발 인자는 물론 약 복용 횟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약물 남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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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 문동언(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대한통증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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