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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건강과 책

실내 공기의 습격, 우리 집은 안전한가?

글 | 김현미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Rex 제공

2012. 02. 07

하루 종일 실내에서 보내면 머리가 멍하고 콧속은 마르고 눈은 뻑뻑하고 가슴까지 답답해진다. 가습기를 틀자니 관리를 잘못하면 세균의 온상이 되기 쉽다. 이 때문에 선택한 가습기살균제가 폐 손상 위험을 47배나 높인다는 발표에 오싹해진다. 어쩔 수 없이 구입한 고가의 공기정화기, 과연 기대만큼 효과가 있을까?

실내 공기의 습격, 우리 집은 안전한가?


미생물학자인 마크 R. 스넬러가 40년 가까이 ‘실내 공기의 질’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이 ‘깨끗한 공기의 불편한 진실’이다. 영국의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깨끗해진 공기(실외 미세 먼지 감소) 덕분에 1980년대 이후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3년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천식 환자가 58%나 증가했고, 암 발생률도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매년 실외 오염 물질로 인한 암 발생은 3천여 건이 보고되는 반면, 실내 오염 물질로 인한 암 발생은 2만여 건이 보고되고 있다.
스넬러에 따르면 사람들이 실내에서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실외에서 노출되는 경우보다 5~10배나 더 높다. 어떤 경우는 1백 배나 더 높을 때도 있다. 유해 물질에는 살충제, 납, 중금속, 그 밖에 암을 유발하는 휘발성 성분이 포함된다.
일상생활을 떠올려보자. 외출 준비를 하면서 비누로 샤워를 하고 샴푸로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헤어스프레이를 뿌리고, 마지막에 향수를 살짝 뿌린다. 이러한 제품에는 휘발성 화학 물질이 잔뜩 들어 있다.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아로마오일이나 방향제도 마찬가지. 사무실 카펫은 온갖 유해 물질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걸을 때마다 공기 중으로 이 물질들을 뿜어댄다. 쇼핑을 하는 동안 옷 가게에서 기준치의 10~1백 배 많은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될 수 있다. 집으로 돌아와 광택제로 가구를 닦고 표백제로 주방을 청소하는 동안 휘발성 화합물질의 공기 중 농도는 수 분 내 10배로 증가한다.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도움이 될 거라고? 기껏해야 제품 근처 공기 중 먼지를 제거해줄 뿐이다. 침대보 위, 침대 아래, 카펫 안, 소파 위, 창틀 위, 텔레비전 스크린 위에 덕지덕지 앉은 먼지는 손으로 직접 제거하지 않으면 영원히 그 자리에 있다. 진공청소기로 매일 청소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겠지만, 청소기를 앞뒤 방향으로 빠르게 밀면 오히려 공기 중에 다량의 먼지를 뿌리는 역효과가 난다. 청소기의 성능보다 청소 방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실내 공기의 습격, 우리 집은 안전한가?

깨끗한 공기의 불편한 진실, 마크 R. 스넬러 지음, 더난출판, 1만5천원



일상에서 일어나는 실내 공기 오염을 줄이는 첫 번째 방법이 자주 창문과 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다. 천장 환기팬과 욕실 환기팬을 켜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방향제로 집 안 냄새를 감추려 하지 말고 냄새의 근원을 없애야 한다. 번거롭지만 벽이나 바닥, 캐비닛을 따뜻한 물 한 양동이에 베이킹소다 반 컵을 풀어 만든 용액으로 닦고, 역시 베이킹소다로 빤 걸레로 물기를 닦으면 적은 비용으로 상쾌함은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그 밖에 때를 잘 빼는 무독성 청소제로서 레몬과 살균·악취 제거에 효과가 좋은 식초를 활용해보자. 바닥에 까는 러그는 눈에 보이는 한쪽 면이 아닌 양면을 모두 청소해야 한다. 드라이클리닝을 마친 의류는 적어도 입기 하루 전에 꺼내서 화학용제인 퍼클로로에틸렌을 증발시켜야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실내 공기 오염의 문제점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내 환경 개선을 위한 청소법 등 내 집 관리 요령을 꼼꼼히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드는 순간, 아늑한 휴식처인 줄 알았던 집이 우리 몸을 괴롭히는 주범이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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