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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신장 떼어준 이수근 장인 박순기씨 심경 토로

“아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했을 뿐, 딸이 건강해지기만 간절히 원해”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2.01.26 17:54:00

얼마 전 개그맨 이수근의 아내 박지연씨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신장 기증자는 다름 아닌 친정아버지. 인천 강화군 면장으로 재직 중인 박씨의 친정아버지 박순기씨를 만나 딸에게 신장을 떼어준 사연, ‘아들 같은’ 사위 자랑을 들었다.
딸에게 신장 떼어준 이수근 장인 박순기씨 심경 토로


지상파와 종편 채널을 넘나들며 데뷔 이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맨 이수근(37). 언제나 웃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지난 몇 달간 이수근의 마음속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얼마 전 방송을 통해 밝혔듯, 그의 아내 박지연씨(26)가 지난해 11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것. 둘째 아이 임신 중 임신중독증(임신성 고혈압)으로 신장에 무리가 온 박씨는 2010년 1월 둘째를 낳은 뒤 투석을 받아오다 결국 이식 수술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 결과 이수근의 아내 박씨는 친정아버지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박씨의 오빠도 동생에게 신장을 주겠다며 조직 적합 검사를 받아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아버지 박순기씨가 “내 딸의 일인 만큼 잘못돼도 내가 잘못되는 게 낫다”며 수술대에 올랐다고 한다.
박순기씨는 현재 강화군 송해면 면장이다. 올해로 37년째 공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지난해 이수근이 출연 중인 ‘1박 2일’에 잠깐 ‘목소리 출연’을 한 적 있다. 당시 이수근은 사진을 보고 강화도 부속 15개 섬 중 어딘가를 찾는 미션을 부여받았는데, 마침 강화군청 토지관리국에서 근무하는 박씨가 전화로 사위에게 미션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1월17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박씨가 근무 중인 면사무소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면민들과의 대화’ 행사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호리호리한 체구에 서글서글한 눈매가 인상적인 박씨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기자의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한 듯했으나 딸 이야기가 나오자 “아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인터뷰에 응하는 걸 다소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아버지로서 딸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 역시 수술 후 별다른 후유증 없이 지금껏 잘 이겨내는 중이라고 했다.
“수술받고 6개월 정도는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 조절도 잘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두 달쯤 돼서 아직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불편한 점은 없어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6개월 정도 지나면 남아 있는 한 개의 신장 크기가 20~30% 더 커진다고 해요. 그때는 안심해도 된다고 하네요.”

수술대 위에 누운 딸 보며 만감이 교차
딸 박지연씨도 수술 초기에 비해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소변이 잘 배출되지 않아 걱정을 했지만 퇴원 후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소변 양도 많이 늘고 컨디션도 한결 좋아졌다고. 박순기씨는 “제 자식들 보면서 많이 웃어서 그런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수술 날 받아놓고 딸의 건강이 좋아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어요. 혹시라도 그렇다면 저나 딸이나 애써서 수술한 보람이 없잖아요. 처음에는 금세 좋아지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점차 나아지는 모습 보니까 마음이 놓여요. 아직 투석을 하고 있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분명히 말끔히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연씨의 신장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둘째를 임신한 지 6개월에 접어들면서부터. 결국 박씨는 임신 8개월 만에 제왕 절개로 예정일보다 일찍 아이를 출산했다. 박순기씨는 “아기 몸무게가 2kg은 넘어야 한다고 해서 그때까지 기다렸다. 엄마로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딸을 측은하게 여겼다.
신장 이식 수술을 받던 날도 아버지의 마음은 애잔함으로 가득했다. 병원 측 배려로 딸과 같은 층 병실을 사용했던 박씨는 수술 날 아침, 딸에게 용기의 말을 전하러 병실을 방문했다가 준비했던 말을 미처 하지 못한 채 ‘홱’하고 돌아서야 했다. 병실에 누워 있는 딸의 얼굴을 보자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 왈칵 솟은 것. 만감이 교차한 건 딸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에 이어 이내 수술실로 들어온 박지연씨는 터지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한테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제 가족 생각이 많이 났겠죠. 토끼 같은 자식과 남편을 두고 큰 수술을 받아야 하니,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서러웠겠어요. 저 역시 같은 마음이었어요. 벌써 두 아이의 엄마지만 나이는 한창 때잖아요. 스물여섯이면 꽃처럼 예쁘고, 세상 두려울 것 없이 마음껏 활개치고 다닐 나이인데…. 왜 우리 딸이 저기에 누워 있나 한탄스러웠죠.”
박씨는 마취에서 깨어난 뒤 수술이 잘됐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자신보다 딸을 더 걱정하는 박씨에게 의사는 “소형차에 대형 세단 엔진을 달아줬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며 그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딸에게 신장 떼어준 이수근 장인 박순기씨 심경 토로

1 박지연씨 미니홈피 사진. 사진 속 아이는 큰아들. 2 사위 이수근은 장인을 ‘아버지’라 부르며 아들같이 싹싹하게 잘한다고 한다.



아내에게 지극정성인 사위, 처가에도 잘해



딸에게 신장 떼어준 이수근 장인 박순기씨 심경 토로


한 달가량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이수근은 매일같이 아내의 병실을 찾았다. 일이 아무리 늦게 끝나거나 새벽 일찍 나가더라도 병원으로 퇴근했다.
“병원에서 보니까 딸도 딸이지만 사위가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몰라요. 그렇게 바쁜 사람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병원에 와서 새우잠을 자곤 했어요. ‘1박 2일’ 녹화하느라 지방에 다녀온 날에는 녹초가 됐을 텐데도 마누라 얼굴 보겠다고 꾸역꾸역 오더라고요. 피곤한데 얼른 가서 쉬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더군요. 지난 연말에 시상식에서 사위가 상을 받고 소감을 발표하는데 TV로 보면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사위 바람대로 빨리 딸아이가 완쾌하는 것 말고 소원이 없어요.”
이수근은 장인인 그에게도 아들처럼 살뜰하게 잘한다고 한다. 딸을 시집보낸 게 아니라 아들을 하나 얻은 기분이라는 그는 “보통 사위가 장인한테 ‘아버님’ 하지만 우리 사위는 나한테 ‘아버지’라고 부른다”며 뿌듯해했다. 이수근은 면사무소에서 주관하는 ‘면민의 날’ 행사 때도 참석해 마을 어르신들과 즐겁게 놀아드리며 장인의 기를 세워주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입고 있는 외투도 우리 사위가 사준 거예요. 하하. 엊그제가 제 생일이었거든요.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 난다면서 두툼한 걸로 사줬어요.”
사위가 나오는 방송은 잘 챙겨보는지 궁금해하자 그는 “솔직히 ‘1박 2일’ 본방 사수는 힘들다. 그래도 일요일 아침 재방송은 빼놓지 않고 본다”며 웃었다.
박순기씨는 처음 딸이 이수근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못내 미덥지 않아서였다. 당시 이수근은 ‘개그 콘서트-키 컸으면’ 코너로 차츰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딸과 나이 차도 많은 데다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연예인의 인기를 생각하면 선뜻 승낙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도 둘이 좋다는 데 어쩌겠어요(웃음). 또 나중에 직접 만나보니까 ‘이 정도면 내 딸을 맡겨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처음 사위가 결혼을 승낙받으러 왔을 때 ‘둘이 결혼 합의는 보고 온 거냐’고 물었더니, 우리 딸이 대뜸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이유를 들어보니 아직까지 사위가 딸한테 출연료 들어오는 통장을 안 내놨다는 거예요(웃음). 쓸모없는 통장은 다 주고 제일 중요한 걸 안 줬다면서요. 딸이 그렇게 말하는데 어쩌겠어요. 그 길로 사위를 돌려보냈어요. 둘이 알아서 합의를 본 뒤 다시 오라 했죠. 그랬더니 결국 결혼 전에 큰손자부터 만들었더라고요(웃음).”
이수근·박지연 부부는 일터에서 사랑을 꽃피웠다. 이수근은 당시 개그맨 박준형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던 박지연씨에게 첫눈에 반해 1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둘이 결혼하기 전에도 동료 연예인들과 강화도로 놀러오곤 했어요. 그때 사위를 몇 번 봤는데 어른한테 깍듯하게 대하는 것 하며, 마음 씀씀이가 착하고 인품이 좋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얼마 전 이수근의 둘째 아이가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는데, 이에 대해 박순기씨는 “처음 태어났을 때 엄지손가락을 잘 펴지 못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아직 완치된 건 아니지만 재활 치료를 받으며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전문의 소견으로는 아이가 스스로 두뇌를 쓰는 나이가 되면 자신의 의지대로 충분히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주말이면 가끔 아내와 함께 딸네 집에 가요. 사위가 좋아하는 밑반찬 좀 만들어서요. 손자가 둘이나 되니까 집 안이 북적북적한 게 사람 사는 맛이 나요. 요놈들이 이제는 저만 오면 TV를 가리키며 만화영화를 틀어달라고 졸라요(웃음). 딸아이는 아이들 교육에 안 좋다고 잘 안 틀어주는 모양이더라고요. 이렇게 예쁜 아이들 생각해서라도 얼른 딸이 기운 차리고 완쾌해야죠.”
박순기씨는 딸의 건강이 회복되고 추위도 누그러지면 가족 여행을 제안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성실하고 착한 사위에 건강하고 예쁜 두 손자까지, 이제 딸만 건강해지면 여한이 없다”며 웃는 그에게서 진한 부정이 느껴졌다.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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