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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해체 후 다시 온 고영욱의 봄날

미움 받아도 인기는 하이킥!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MBC 제공

입력 2012.01.17 14:14:00

‘나는 가수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유행어 3종 세트에 CF 출연까지, 요즘 고영욱이 대세다.
1994년 룰라로 데뷔, 대박을 터뜨렸지만 이후 긴 시간을 슬럼프 속에서 보내야 했던 고영욱의 반전 인생에 숨겨진 비밀.
룰라 해체 후 다시 온 고영욱의 봄날


역습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룰라로 활동하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고영욱이 요즘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과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세남에 등극했다. 트레이닝복에 검정색 뿔테 안경, 능청스럽게 찌질한 고시생 역을 해내는 그를 보면 원래 연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얼마 전 팬 사인회를 했는데 룰라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초등학생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너희들 아저씨 알아?” 하고 묻자 “하이킥에 나오잖아요”라는 대답과 함께 여기저기서 “너 양아치니?” “주접들 떨고 있네” “촤하하하” 등 유행어 3종 세트가 터져 나왔다. ‘하이킥3’ 출연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툭툭 던진 말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야말로 고영욱 전성시대를 연 것이다.

1Round 고영욱 vs 고영욱
“난 그렇게 찌질하지 않다”

‘하이킥’ 출연은 그의 오랜 소원이었다. ‘순풍산부인과’ 때부터 김병욱 PD를 흠모했던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개똥 치우는 역이라도 좋으니 김병욱 PD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것이 마침 김 PD 눈에 띄어 오디션 기회를 잡게 됐다.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걸 보면 고영욱의 절실함이 김 PD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 같다.
그가 연기하는 고시생 고영욱은 가난한데 식탐이 있어 고시원 자신의 반찬통에 자물쇠를 걸어놓고, 좋아하는 여자(박하선)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 난처하게 만드는 인물. 눈치 없이 박하선·서지석 커플 사이에 끼어들어 사랑의 훼방꾼 노릇까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의도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이킥3’ 시청자 게시판의 절반은 고영욱에 대한 비난으로 도배돼 있다. ‘별 볼 일 없는 고시생에 성격도 모난 영욱이 박하선을 사랑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게 비난의 주된 내용이다. 게시판을 살피던 그는 그것이 인간 고영욱이 아닌, 캐릭터 고영욱에 대한 원망임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 가수가 연기를 하면 초반에는 좀 고생하던데, 고영욱씨는 자연스럽다. 연기력 논란도 없고.
“따로 연기 수업을 받지 못했는데,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다. 처음 캐스팅됐을 때 긴장을 많이 했더니 ‘세바퀴’ 녹화 때 만난 조형기 선배가 대본을 가져오라더니 밑줄 쳐가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코치해주셨다. 첫 방송 때는 내가 출연한 장면을 고개 들고 보지 못했다. 요즘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데, 내 생각만 하는 것 같아 다시 찍자는 말을 잘 못하겠다.”

▼ 김병욱 PD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는.
“‘순풍산부인과’ 때부터 팬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얘기들, 때로는 못난 캐릭터까지 등장시켜 유쾌하면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게 와 닿았다.”



▼ 극중 배역이 좀 찌질하다.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극중 캐릭터를 평하자면.
“하선 선생을 너무 좋아해서 가끔 잔머리를 굴리기도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순수한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착하는 것도 연애를 해보지 못해 여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데이트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자 입장에선 선수보다 오히려 그런 남자가 좋지 않을까.”

▼ 실제로는 어떤 성격인가.
“트위터나 인터넷을 보면 나도 꼭 그런 사람일 것 같다고들 하는데 장조림 하나에 목숨 건다든지, 악착스럽게 할인 쿠폰 챙긴다든지 그런 건 잘 못한다. 그렇다고 사치하는 건 아니고, 돈 없으면 안 먹고 안 쓰고 만다. 혈액형이 A형이라 소심한 면은 있다. 상대가 약속에 늦는다거나 하면 문자 폭탄은 보내봤다.”

룰라 해체 후 다시 온 고영욱의 봄날


▼ 사랑은 어떤가. 사랑에도 집착하는 스타일인가.
“누구를 정말 좋아하고 설레면 그렇게 되는 거 같다. 그런 감정이 자주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 자랑은 아닌데 5~6년 동안 여자 친구가 없다. 클럽도 자주 가고 잘 놀 것 같은 이미지지만 모르는 사람들 앞에선 낯가림이 심하고 춤도 잘 안 춘다. 나는 왜 탁재훈이나 붐처럼 넉살이 좋지 못할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이상형은 센스 있고 얘기 잘 통하는 사람이다. 놀러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 보게 되는데 결국은 착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더라.”

▼ 시청자 게시판에 찌질한 고시생이 어떻게 단아한 박하선 선생을 넘보느냐고 비난이 많던데.
“글을 읽어보면 나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극중 캐릭터를 비난하는 건데, 실명으로 등장하니까 처음엔 당황도 했고 상처도 받았다. 한창 그런 분위기가 일 때 김병욱 PD가 전화를 주셨다. 내가 이런 일 처음 겪어 걱정이 됐던 것 같다. ‘너 그런 일에 신경 쓰면서 방에 혼자 박혀 있는 성격은 아니지?’라고 물어보더니 ‘이제 네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대본을 만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온 게 고영욱이 한강변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대사 중 하선 선생에게 ‘좋아해서 미안하다, 너를 만나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당당하지라도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장면이 나가고 나서 욕하던 사람들이 ‘그동안 미워한 게 미안해지네, 오늘은 고영욱 좀 괜찮았어’라며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 고시생 고영욱은 상황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미워한다고 생각하나.
“재벌 2세, 본부장 같은 캐릭터들이 여성을 구원해주는 기존 드라마에 대한 환상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응원해주는 고시생도 많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며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하이킥3’은 진심이 담긴 작품이다. 웃긴 장면이 많지만 여운이 남고, 공감이 되지 않나. 많은 분들이 보고 관심 가져주시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Round 고영욱 vs 나가수
“나를 울고 웃게 한 운명적 만남”


룰라 해체 후 다시 온 고영욱의 봄날


‘하이킥3’이 본격적인 고영욱 전성시대를 열었다면 MBC 일요버라이어티 ‘나는 가수다’는 그 전초전이었다. 그는 여기서 가수 김연우, JK김동욱, 김조한 등의 매니저를 맡아 예능 신고식을 치렀다. 가수 출신으로서 가수 매니저를 하는 건 어쩌면 굴욕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일. 하지만 고영욱은 그런 사소한 일에 목숨 걸 만큼 어리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트위터에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해 그냥 지나치는 사진을 올리며 ‘굴욕’을 웃음의 소재로 활용할 만큼 여유가 있다. 2001년 룰라 해체 후 이렇다 할 수입이 없어 악기와 자동차를 팔아 생활하고,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면서 활동할 무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지, 자신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깨달으면서 작은 풍파에 흔들리지 않는 내공이 쌓인 것이다.

▼ ‘나는 가수다’에 매니저로 출연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자존심 상하지 않았나.
“다른 매니저들은 다 개그맨이고, 가수는 나 혼자였다. 그래서 안됐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 매니저 노릇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섭외하고 출연 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그냥 매니저라는 설정 하에 예능을 하는 것일 뿐이었으니까. 김연우 형을 그전부터 워낙 좋아했고 좋은 노래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또 예전에 룰라로 활동할 때도 나는 중간에 랩 몇 마디 했을 뿐이라 ‘나가수’에 가수로 출연하고 싶다는 건 생각도 안 해봤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방송국 화장실에서 임재범 형을 만났다. 형 딴에는 반가움을 표시하고 싶었던지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한참 얘기하시더니, ‘상민아’ 그러시더라(웃음). 룰라 멤버였던 이상민 형과 나를 혼동하신 거다.”

▼ 속상한 일은 없었나.
“정엽군이 탈락하던 날 에피소드가 있었다. 내가 연우 형 매니저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가수로 등장하는 것처럼 속이고 무대에 올랐다. 관객뿐 아니라 가수들도 누구야 누구야, 하면서 술렁였다. 그때 내가 ‘안녕하세요 이현우입니다. 촤하하하’ 하고 성대모사로 분위기를 띄운 다음 ‘여러분을 긴장하게 할 새 가수 김연우씨를 소개합니다’라고 하는 거였다. 그러고 나서 연우 형이 무대에 올라 노래까지 불렀는데, 재도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우리 촬영분이 통째로 편집됐다. 오랜만에 공중파에 비중 있는 분량으로 나가는 거라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했고, 가족들도 그랬다. 그런데 그 부분이 빠진 것뿐 아니라 PD도 바뀐다고 하고, 방송도 중단되고 일이 점점 커지더라. 하고 싶었던 일요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 기회를 잡았는데 방송이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 되니까 속상했다. ‘아, 나한테 오는 기회는 이 정도까진가’라는 생각에 의기소침해 있는데 다행히 방송이 재개되고, 임재범 형 출연으로 화제가 되면서 다시 힘을 내게 됐다. 그다음부터는 라디오 DJ도 잠깐 하고, ‘컬투쇼’에도 나가게 되고, 내가 바라던 일들이 하나씩 이뤄지더라. 바쁘지만 즐겁고 행복하다.”

3Round 고영욱 vs 신정환
“어려울 때 가장 힘이 돼준 사람, 안타깝다”

고영욱 하면 신정환을 떼어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고교 동창으로, 학창 시절부터 가방 등으로 변장을 하고 클럽에 놀러 다니던 단짝이었다. 고영욱은 같은 반임에도 한 살 위인 신정환에게 꼬박꼬박 형이라는 존칭을 사용했다. 94년 룰라를 결성, 연예계에 데뷔해 신정환이 군 입대를 하기 전까지 함께 활동했으며 룰라 해체 후인 2004년에는 ‘신나고’라는 그룹을 만들어 음반을 내기도 했다. 연예계에서는 한솥밥을 먹은 시간보다 각자 따로 활동한 시간이 더 길었지만 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고영욱의 유행어 ‘너 양아치니?’도 신정환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탄생한 것이다. 과거 두 사람이 룰라에서 활동하던 시절, 껌으로 장난을 치다가 자고 있던 김지현의 머리에 붙게 됐는데, 이 사건으로 머리를 자르게 된 김지현이 두 사람에게 ‘너 양아치니?’라고 울면서 쏘아붙였던 것이 예능에서 여러 번 회자되면서 고영욱의 유행어가 된 것이다. 이렇게 우정을 쌓아왔기에 해외 상습도박으로 구속된 신정환을 바라보는 고영욱의 심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공인으로서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 걱정되고 안타깝다는 것이다.

▼ ‘하이킥3’와 ‘나가수’에 출연하기 전 공백기에는 어떻게 지냈나.
“상민이 형을 도와 음식 장사를 했다. 그 당시 ‘이럴 때가 아니라 방송을 하나라도 더 하라’고 말했던 사람이 정환이 형이다. 당시에는 형의 진심을 모르고 ‘나만 보면 잔소리한다’고 투덜거렸는데 생각해보면 나를 위해 한 소리였다. 그때는 아무 기반도 없는 내가 방송에 나가서 뭘 보여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가게 나가면 생활은 되니까 매일 돈 벌러 가게 나가고, 연예인들 놀러 오면 같이 술 마시는 생활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2009년 룰라 프로젝트 음반을 내고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게 대박이 나 방송 활동의 물꼬를 텄다. 그 일을 계기로 자신감도 생기고 욕심도 갖게 됐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 나름인 거 같다. 지금도 자리를 완전히 잡은 건 아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나서 하나하나 바뀌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다.”

▼ 룰라 멤버들과 자주 만나나.
“상민이 형은 강남에서 가게를 해서 가끔 얼굴을 보고, 지현이 누나는 내가 하도 방송에서 ‘너 양아치니?’에 얽힌 사연과 짓궂게 굴었던 이야기를 많이 해서 예능에 동반 출연하는 일이 잦아졌다. 채리나도 얼마 전 엠넷(M.net)에서 음악 다큐드라마 ‘문나이트90’에 함께 출연하면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니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았다.”

▼ 신정환은 언제 만났나? 면회 간 적이 있나.
“면회 가려고 매니저에게 얘기했는데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다고 본인이 사절했다고 한다.”

▼ 신정환이 자존심이 강한가 보다.
“자존심보다 방송에서 생각 없이 말을 툭툭 내뱉는 캐릭터로 비쳤지만 실제로는 속이 넓다.”

▼ 지금 신정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가족이나 주변 분들이 힘드실 것이다. 형이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그렇다고 친구가 실수했다고 해서 다시는 안 보는 건 아니지 않나?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면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다리도 안 좋은 상태라 건강하게 일단 다시 만나면 좋겠다.”

▼ 연예인들은 잘나가다 인기가 떨어지면 잘못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각종 사건에도 연루되고, 사생활 관리도 안 되고.
“허전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져서 그런 것 같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재테크에 능하지 못해 재산을 모아놓지 못한다. 잘나갈 때는 그래도 생활이 되는데 활동하지 않을 때도 그 생활 패턴을 유지하려고 하니까 힘들어지고 주변 사람과 마찰도 생기는 것 같다.”

▼ 결혼 적령기를 넘겼다, 외롭지 않나.
“별로 그렇진 않다. 어머니, 자식 같은 강아지 8마리와 함께 산다. 개똥 치우는 것 같은 궂은일은 어머니가 다 하시고 나는 그저 사랑만 주면 된다. 그런 어머니가 계셔서 행복하다.”

▼ 앞으로 고영욱이 보여줄 역습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중저음의 목소리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룰라 때는 랩을 했지만 사실 노래방에 가면 잔잔한 발라드를 즐겨 부른다. 음악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보이지 못했던 면을 보여드리고 싶다.”

여성동아 2012년 1월 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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