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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우연에서 기적으로’ 삶을 노래하다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1.12.16 10:59:00

대충 보면 뭘 해도 어색한 것 같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보면 뭘 해도 ‘시’처럼 아름다운 그를 발견할 수 있다. 대화법도 남달라 국어책 읽듯 문어체를 주로 사용하지만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말하는 게 얼마나 당연한 일인지, 그와 대화를 하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인생의 나락에서 몇 번이고 화려하게 부활한 ‘국민 멘토’ 김태원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김태원 ‘우연에서 기적으로’ 삶을 노래하다


“우리가 흔히 우연이라 말하는 곳에 어쩌면 그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우연은 모든 기적과 연결되어 있음을 가상하고 있다. 늘….”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46)이 최근 펴낸 책 ‘우연에서 기적으로’(청어람미디어) 첫 페이지에 적혀 있는 말이다. 이는 곧 김태원 자신의 인생 모토이기도 하다.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화려하게 부활하라!’는 외침인 것.
책 앞뒤 표지에는 그의 아들 우현군(11)이 그린 그림이 삽입돼 있는데, 앞표지 그림 위편에 써 있는 ‘SCOPIPIS’란 단어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에게 단어의 뜻을 물었더니 김태원은 “아마도 미국 록 그룹 ‘Scorpions(스콜피언스)’를 말하는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우현군은 이미 알려진 대로 자폐증을 앓고 있으며 현재 엄마, 누나와 함께 필리핀에서 생활하고 있다. 요즘 들어 그림에 푹 빠져 있고, 록그룹 뮤직비디오 보는 걸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표지 속 그림을 보면 사람 손처럼 보이는 형상들이 반복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혹시 스콜피언스의 공연을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손을 그린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아들 이야기로 흘렀다.
“아이가 유일하게 하는 일이 그림 그리는 거예요. 어디 가서 배울 여건이 안 돼 매일 집에서 그림을 그리죠. 한동안은 밴드가 합주하는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요즘은 책에 실린 것 같은 그림을 자주 그려요. 꽃인지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웬만해서는 그 아이 속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래도 그 아이는 제가 평생 궁금해하는 ‘나이가 들어도 순수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많은 힌트를 주고 있어요.”
김태원은 아이가 처음부터 남들과 다른 인생을 타고났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 전까지는 그야말로 불행의 극치였다고 한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아이를 자신들에게 맞추려 하지 않고, 아이에게 맞춰가기로 마음먹은 뒤 서서히 행복이 찾아왔다. 처음 아이의 증상을 알았을 때 받은 충격은 매우 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들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아픈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많이 접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저는 그나마 밥 먹고 살 정도는 되는데, 그렇지도 못한 경우가 참 많아요. 정말 지옥 같은 삶이기도 하죠. 제가 음악을 팔아서 장애인 학교를 세우겠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가지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자식이 어떤 인생을 타고났든 간에 부모든 자식이든 분명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부모가 예수나 석가모니처럼 고행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아이를 성심성의껏 돌봐야 하지만 절대로 자기 자신까지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단 1초도요.”

김태원 ‘우연에서 기적으로’ 삶을 노래하다


책을 통해 인생의 작은 실마리 찾길 바라
김태원 역시 어려서부터 폐쇄공포증과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부활’ 1집이 나온 1986년까지 대인기피증이 심해 사람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정도. 그는 “나 역시 자폐 수준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그는 사람을 보고 싶어서 거울로 자기 자신을 보기 시작했다. 그때 그는 처음으로 온전한 사람의 형상을 보았다고 고백한다. 좀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눈동자를 볼 수 있게 됐지만, 상대가 불편해한다는 걸 안 이후로 자신의 눈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가 어떤 자리에서건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마 전 KBS ‘남자의 자격’에서 지휘자로 활약하며 눈이 보이는 안경으로 대체했을 때, 불편함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그들은 모두 제 눈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지휘자와 합창단원으로서 저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영적인 교감을 나눴습니다. 그토록 고귀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을 하나로 만들어냈다는 게 제게는 무한한 영광이에요.”
책 ‘우연에서 기적으로’가 탄생하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 “평생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그가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로 녹음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다 점차 글에 익숙해진 김태원은 나중에는 최종 교정 작업까지 직접 관여했을 정도로 책에 정성을 쏟았다. 빠듯한 방송 스케줄과 전국 투어 콘서트까지, 언제 책을 썼나 싶은데 그는 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행히 불면증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많은 분들이 ‘부활’을 사랑해주셔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습니다. 지방 곳곳을 차로 이동해야 했는데, 저는 차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어요. 남들처럼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늘 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지루했는데, 지난해에는 원 없이 글을 썼습니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죠. 하지만 제 생각을 긴 문장으로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책 서너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를 한 줄 혹은 두 줄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 책을 쓰면서는 두 줄이면 충분한 걸 열 페이지로 풀어내려니 힘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제 인생에서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가 책을 쓴 이유는 인생의 길잡이, 멘토를 찾아 헤매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터득한 인생의 진리를 소개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김태원은 “나는 지금껏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인생의 멘토를 찾아 헤맸지만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나보다 어린 후배들은 이 책을 보고 인생의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11년 12월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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