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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rom Beijing | 한석준의 유학 에세이

중국 ‘깡통집’의 합리성

인테리어는 입주자 마음대로

글·사진 | 한석준 KBS 아나운서

2011. 12. 08

중국 ‘깡통집’의 합리성


우리나라에선 인테리어가 완성된 상태에서 아파트를 분양한다. 요즘은 미리 세 가지 정도 모델을 제시하고 집주인이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건설사에서 제시하는 스타일이 모두 마음에 안 들어도 무조건 그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그래서 입주하기 전 베란다 구조 변경부터 붙박이장 만들기, 현관과 거실 사이 중문 달기 등 인테리어를 다시 하기도 한다.
중국은 다르다. 전기, 상하수도, 가스 등 기본 설비만 갖춘 상태에서 분양한다. 인테리어는 직접 들어가 살 사람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하면 된다. 이 경우 개인이 발주하는 공사이기 때문에 건설사에서 일괄적으로 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 게다가 임대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은 인테리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처음 중국에 와서 살 집을 찾는데 소개받은 아파트가 이런 경우였다. 내 손으로 새집을 꾸미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기숙사에 살기로 했다.

마루 대신 타일, 취향에 안 맞는 중국식 인테리어

중국 ‘깡통집’의 합리성

중국의 아파트 단지 앞에 선 필자.



물론 중국의 방식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인테리어 비용이 안 드니 그만큼 분양가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들에게는 취향에 맞지 않는 집에서 억지로 살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바닥에 타일이 깔려 있는 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실은 당연히 마룻바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대부분 바닥에 타일을 깔고, 벽지 대신 페인트칠을 한 집에서 산다.
중국 유학을 온 지 1년 가까이 되면서 나도 중국 문화에 젖어드는지, 아파트 인테리어만큼은 중국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막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단지 구석마다 산더미처럼 폐건축 자재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애초에 집주인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이런 쓰레기가 나올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도 중국처럼 ‘깡통’ 상태로 집을 분양했으면 좋겠다. 폐건축 자재의 발생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세 가지 스타일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억지도 없다. 마루도, 벽지도, 부엌도, 벽장도, 신발장도 왜 남이 결정해주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내 스스로 ‘남과 다른 나’에 관대한 만큼 ‘우리와 다른 저 사람’에 대해서도 관대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중국 ‘깡통집’의 합리성


한석준 아나운서는… 2003년 KBS에 입사.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현지 경기 중계를 하며 중국에 관심을 가진 후 기회를 엿보다 올 2월 중국 칭화대로 연수를 떠났다. 직장인에서 학생으로 돌아간 그는 중국에서의 유학 생활 중 느낀 점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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