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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낭창낭창 휘적휘적 가고 싶은 길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길이 감긴다

남한강 자전거길 팔당대교~양평 양근대교 29km

글 | 김화성 동아일보 전문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2011. 12. 07

남한강 자전거길이 열렸다. 팔당대교에서 충주댐까지 128.8km 거리. 자전거로 보통 8~9시간 걸린다. 이 중 팔당대교~양근대교까지(29km)의 풍광이 으뜸이다. 느릿느릿 해찰하며 달려도 왕복 4시간이면 거뜬하다. 요즘 이 코스엔 평일에도 하루 수천여 명이 몰린다.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길이 감긴다


너무 오랫동안 타고 다녀서
핸들이며 몸체며 페달이 온통 녹슨 내 자전거
혼자 힘으로는 땅에 버티고 설 수가 없어
담벽에 기대어 서 있구나
얼마나 많은 길을 바퀴에 감고 다녔느냐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많이 알수록
삶은 여위어 가는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자전거야…
자전거야…
왼쪽과 오른쪽으로 세상을 나누며
명쾌하게 달리던 시절을 원망만 해서 쓰겠느냐
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잘 잡았기에
우리는 오늘,
여기까지,
이만큼이라도,
왔다.
- 안도현의 ‘낡은 자전거’에서

자전거는 초식동물이다. 얼룩말이나 사슴이다. 자전거 안장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풀을 뜯는 영양의 엉덩이다. 마름모꼴의 자전거 프레임은 암소의 갈비뼈다. 톱니바퀴로 이뤄진 자전거 크랭크는 코끼리의 기다란 이빨이다. 자전거는 우직하다. 불평이 없다. 그저 페달을 밟기만 하면 군말 없이 나아간다.

도보 여행자와 라이더들로 꽉 찬 주말 중앙선전철
휴일 중앙선전철은 울긋불긋 옷차림의 승객으로 꽉 찬다. 운길산, 예봉산을 찾는 등산객과 남한강 자전거길을 찾는 라이더에 걷기 여행자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평일엔 40대 이상 여성들이 많고, 주말엔 50~60대 남성들로 왁자하다. 중앙선전철 맨 앞칸과 맨 뒤칸은 늘 자전거로 만원이다. 양평경찰서에선 자전거순찰대도 운영하고 있다.
팔당대교~양근대교 자전거길은 중앙선 폐철로 위에 시멘트 등으로 메워 길을 냈다. 자전거전용 2차로(폭 3m)에 보행자용 1차로(폭 1.5m). 중간중간에 녹슨 옛 선로를 남겨뒀다. 터널도 봉안, 용담, 부용1·2·3·4, 도곡, 원복, 기곡 등 9개나 된다. 기곡터널이 570m로 가장 길다. 북한강철교(560m)와 터널 대부분엔 CCTV가 설치돼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팔당~양근대교 코스가 가장 아름답지만 빨리 달리긴 무리다. 주말이나 휴일엔 도보 여행자와 라이더가 너무 많아서 위험하다. 자전거는 빨리 달려야 시속 30km 정도고 이 코스에선 시속 15km 이하로 달리는 게 적당하다. 그래야 숲 속 새소리와 한강의 물소리 바람 소리가 들린다. 연보라 쑥부쟁이가 보이고 노란 감국의 진한 향기가 콧속을 간질인다.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길이 감긴다


남한강 자전거길 달려보니
정동창 주한 세이셸공화국 명예총영사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길이 감긴다
11월5일 남한강 자전거길(팔당역~이포보)을 다녀왔다. 서울 도봉구 창동 집에서 중랑천으로 나가 서울숲까지 한숨에 내달렸다. 한강 자전거도로(행주대교~팔당대교) 구리 구간이 뚫려 남한강 자전거길로 곧바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서해에서 경인 아라뱃길 자전거도로~한강 자전거도로~남한강 자전거도로~새재 자전거도로~낙동강 자전거도로까지 연결되는 셈이다.
남한강 자전거길 시작점인 옛 팔당역에 도착했다. 옛 중앙선 폐철로를 이용해 자전거길과 인도를 만들었다. 군데군데 살려놓은 옛날 철길의 모습이 운치를 더했다.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팔당댐의 물안개가 황홀하게 피어올랐다. 참 아름다웠다. 그동안 세계 1백여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아늑하고 정감 있는 곳은 없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적지 부근인 옛 능내역을 거쳐 두물머리의 북한강철교에 도착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함께 만나는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낡은 철교는 멋진 예술품이 돼 있었다.
하루 종일 달렸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구석구석 우리 산하가 이렇게 아기자기할 줄 몰랐다. 어느덧 경기도 여주의 군조(郡鳥) 백로를 형상화한 이포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로소 ‘내가 멀리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오는 밤길도 행복했다. 다음에는 부산까지 내처 달려보리라! 참 가슴 뿌듯하고 의미 있는 하루였다.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길이 감긴다

1 팔당대교~양근대교 자전거길에는 옛 철로를 따라 9개 터널이 있다. 사진은 봉안터널로 사람이 들어가면 저절로 불이 켜진다. 2 한강의 물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맛. 3 줄을 맞춰 단체 라이딩을 하는 모습. 4 유료 자전거 대여소.



다산 정약용의 고향 남양주를 달리며
남양주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고향이다. 다산은 옛 능내역에서 1km 떨어진 마현리(馬峴里)에서 태어났다. 그곳엔 다산과 그의 부인 풍산 홍씨(1761~1838)의 합장묘가 있다. 자전거길을 따라 가다가 옛 능내역에서 한강 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2005년 4월1일 폐쇄됐던 옛 능내역(1956년 개장)은 갤러리로 다시 태어났다. 통학생, 동네 주민, 촌로 등 지난 세월 능내역을 배경으로 찍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추억의 사진전시장’인 셈이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금세 훈훈해진다.
두물머리(二頭水)는 양수리다. 두 큰 물,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첫물이 솟는다. 철원·화천·춘천·가평을 거쳐 두물머리에 이른다. 남한강은 삼척 대덕산이 뿌리다. 영월 단양 제천 충주를 휘돌아 나온다.
도보 여행자들은 어린아이들처럼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걷는다. 깔깔대거나 수다를 떨며 자전거길을 따라 간다. 가끔 그 옆으로 자전거들이 휙휙 지나간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길섶 황갈색 참나무 잎들이 우수수 진저리를 친다.
자전거는 ‘땅 다리미’다. 부드럽게 둥근 ‘쇠 다리미’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살며시 스며들면, 말랑말랑 흙길이 된다. 딱딱한 시멘트 길도 “또로록 또도로록~” 바퀴살에 한번 감겼다 나오면, 고슬고슬 부드러운 길이 된다. 자전거 바퀴살은 바람을 감고, 햇살을 감고, 빗물을 버무려 꿈을 자아낸다. 두 동그라미가 굴러간다. 사람은 동그라미 두 개 위에 앉아서, 길을 돌돌 둥글게 말며 나아간다.

자전거 타기 하나 둘 셋
● 자전거를 처음 살 땐 선배들의 귀띔을 참고하라.
● 헬멧은 처음부터 튼튼하고 비싼 것을 사는 게 낫다.
● 장갑은 여름용 반장갑과 겨울용 긴 장갑이 필요.
● 자전거 가방은 색(Sack)보다 등에 메는 것이 편리.
● 자전거 의류는 쫄바지(여름용·겨울용 패드 부착)와 상의(반팔·긴팔 저지)가 필수.
● 방풍 재킷은 라이딩할 때 바람막이로 꼭 필요.
● 고글은 눈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먼지가 눈에 들어가면 눈동자가 말라 눈이 아프다.

● 자전거 공구는 펌프, 펑크패치, 육각렌치가 기본.
● 속도계, 자물쇠, 클릿페달이 있으면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다.
● 자전거 타기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 종아리 근육을 주물러 풀어줘라.
● 뒤 브레이크를 먼저 잡고 앞 브레이크는 나중에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
● 안장 높이는 양발이 지면에 닿을 정도로 한다.
● 페달은 발바닥 앞쪽으로 밟아라. 페달 밟는 발의 위치가 잘못되거나, 고르지 못한 힘으로 페달을 밟으면 무릎과 발목에 통증이 올 수 있다.
● 핸들의 위치는 팔꿈치가 가볍게 굽혀질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 핸들 잡을 때 가끔 힘의 위치를 바꿔준다. 한 방향으로만 잡으면 몸에 통증을 부를 수도 있다.

자전거 교통법규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취급된다.
운행 중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5년 이하 금고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땐 반드시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 탄 채 횡단보도 건널 땐 자동차로 간주된다. 끌고 걸어가야 보행자로 인정된다.
뺑소니 자전거도 형사 처벌 대상이다.
도로 주행 땐 반드시 우측 통행이며, 역주행, 인도 주행, 중앙 선침범 땐 제재를 받는다. 또한 자전거는 2대 이상 나란히 달리면 안 된다.

자전거 대여소
팔당역 시작 지점 유료대여소-한 시간 1인용 3천원, 2인용 6천원. 양평 쪽으로 가더라도 다시 돌아와 반납해야 한다. 문의 011-9706-8570.
양수역 무료대여소-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제시. 오전 9~오후 5시까지 운영. 분실 시 실비 보상(남 17만원, 여 15만원). 역시 양수역에 다시 돌아와 반납해야 한다.

중앙선전철 자전거길 진입 가능역
중앙선전철은 일주일 내내 맨 앞칸과 맨 뒤칸에 자전거 탑승이 가능. 남한강 자전거길 진입 가능역은 ▽덕소역 ▽팔당역 ▽운길산역 ▽양수역 ▽신원역 ▽국수역 ▽아신역 ▽오빈역 ▽양평역.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길이 감긴다


●교통
▽중앙선전철=용산~이촌~옥수~왕십리~청량리~회기~구리~도농~양정~덕소~도심~팔당~운길산역 ▽시외버스=서울동서울터미널, 상봉터미널↔양평 ▽시내버스=서울 청량리↔양수리(2228번), 서울 강변역↔양수리(2000-1번) ▽자가용=서울 내부순환도로→북부간선도로→구리→덕소→팔당역, 서울 올림픽대로→미사리조정경기장→팔당대교→팔당역, 서울 강변북로→구리→덕소→팔당역, 서울 청량리→망우리고개→도농삼거리→덕소 방향 직진→팔당대교→팔당역(주차=남양주역사박물관이나 팔당역에서 유료 주차)

●먹을거리
▽시골밥상(031-576-8355), 봉안터널 아래 보리밥집 ▽팔당촌두부집(031-576-4110), 팔당역 부근 ▽양수추어탕(031-772-6053, 031-773-5995), 양수사거리 서종 방면 250m 기찻길 아래 ▽옥천냉면황해식당(031-773-3575), 양평 옥천 옥천리 ▽중미산막국수(031-773-1834), 양평 옥천 신복리 ▽옹화산방(031-771-8838), 한정식 양평 강하 전수리

낭만 카페 봉주르(031-576-7711)-장작불 페치카에 몸을 녹이고, 항아리수제비, 고추장삼겹살, 쌈밥, 산채비빔밥, 해물파전, 커피 막걸리 등을 맛볼 수 있다. 1982년 서울 대학로에서 문을 열었던 장안의 소문난 카페. 1992년 지금의 남양주 기찻길 옆으로 이사 와 자리를 잡았다. 입구엔 조각가 김원근의 우스꽝스러운 조각이 서 있다. 조각상은 보리 알갱이같이 퉁퉁하고 둥글둥글하다. 시멘트 조각에 색을 칠한 것. 휴일엔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새통.

●주변 볼거리
▽주필거미박물관-김주필 박사가 2004년 설립. 거미 표본 5천여 종이 있으며 살아 있는 거미와 곤충 표본 화석 등을 볼 수 있다. 031-576-7908
▽우석헌자연사박물관-광물 암석 화석 공룡 등 다양한 전시물. 031-572-9555
▽남양주역사박물관-팔당에 있음. 봉선사대종 문양, 현판 탁본, 석기, 토기, 생활용품 등 유물 전시. 031-576-0558
▽몽골문화촌-몽골식 가옥 겔, 몽골 음식, 몽골 전통악기, 장신구, 전통의복, 춤, 노래 등 체험. 031-590-2793
▽들꽃식물원-몽골문화촌 앞 소재. 31개 테마의 야생화 눈길. 031-559-9380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양평 서종면 수능리. 징검다리, 수숫단, 오솔길 등 황순원 단편소설 ‘소나기’ 배경 재현. 031-773-2299
▽세미원(洗美苑)-양평 양서면 용담리, 물과 꽃의 정원. 4백 평 수련관에 50여 종 수련과 60여 종 수생식물. 031-775-1834
▽애벌레생태학교-양평 양수 신양수대교 아래. 1만5천여 평 부지에 1천여 마리 나비생태하우스 눈길. 곤충 양서류 파충류 전시실에서는 50여 종 1천여 마리 동물 관찰 가능. 개인 2만원 단체 1만3천원. 031-771-0551
TIP 단체 라이딩 주의사항

·보호장구는 필히 착용(헬멧, 장갑, 야간에 전장 라이트, 후방 깜빡이)해야 손목인대 파열, 손목뼈 골절, 쇄골 골절을 막을 수 있다.
·교통 신호 준수
·안전요원 외 한 줄로 라이딩
·단체 라이딩 시 선두 추월 금지(개별 행동 금지)
·라이딩 시 이어폰 및 음악(스피커) 금지
·앞 사람과의 거리는 자전거 한 대(2m) 정도 거리 유지
·수신호 숙지 및 준수
·기본 수리공구 지참(예비 튜브, 공구, 펌프 등)
·항상 개인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 인터체인지를 지나가는 경우 대열 중간에 빈틈이 크면 그 사이를 차량이 지나가려 한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할 땐 2열 종대로 밀착 대기
·지친 사람이 있을 경우 안전요원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먼저 추월하지 않는다.
·두 도로가 합류되는 지점을 지날 때는 선두 안전요원이 도로의 합류되는 지점의 차량을 막아준다.
·차선 변경 할 땐 후미의 안전요원이 먼저 진행하려는 방향의 차선을 확보한 후에 대열의 후미부터 역순으로 차선을 변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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