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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Daddy's diary

초보 아빠 정석헌의 7백30일 육아 무용담

우리 아이 시크하게 키우기

기획 | 강현숙 기자 사진제공&참고도서 | 아빠도 때론 어부바가 힘들다(낭만북스)

입력 2011.11.04 14:46:00

‘크루징 코리아’의 발행인 겸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에디터 정석헌. ‘에스콰이어’ ‘GQ’ ‘아레나’ 등에서 일하며 열혈 기자 정신을 발휘하던 그는 아들 우성이가 태어난 뒤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2009년 우성이가 태어난 후 7백30일간의 추억이 아롱아롱 피어나는 시크한 육아 일기와 아이를 키우며 터득한 육아 노하우를 들어본다.
초보 아빠 정석헌의 7백30일 육아 무용담


1일 반갑다, 정우성!
2009년 1월15일 오전 10시42분 우리 집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아내가 분만실에 들어간 지 1시간이 넘어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할 무렵, 보호자 대기실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아들이었다! 아이 이름은 일찌감치 정해놓았다. 도울 우(祐)에 이룰 성(成)이라 짓고 나니, 정우성이 됐다. 나중에 이름 때문에 아빠를 원망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겠지? 응? 우성아? 이름이 마음에 드는 걸까? 우성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158일 외출
아이와의 외출을 준비하면서 각종 블로그를 뒤지고 여러 사람에게 자문도 구했는데, 4~5개월부터 첫돌 사이 안심하고 외출하기 좋은 타이밍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우리 부부는 6개월 이후로 합의를 봤다. 집 근처 공원부터 시작해, 다음에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좀 더 용기 내어 분당으로, 지방으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면서 적응 훈련을 했더니 우성이도 외출에 제법 익숙해졌다. 흥미롭게도 우성이는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이미지 관리를 시작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떼를 쓰거나 우는 일이 거의 없다. 낯선 곳에 가면 엄마나 할머니 품에서 곤히 자거나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신사요, 대장부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헐크로 변신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아이와 외출할 때는 오만가지 걱정이 앞선다. 날이 좋으면 자외선을, 하늘이 흐리면 감기를 걱정하는 식이다. 유난히 작은 우리 차 안이 답답하지 않을까? 차가 막히거나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이런 식으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생각이 가지를 치다 보면 아이를 대범하게 키우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사라진다. 육아에서는 아빠가 먼저 대범해지자.

233일 아빠 혼자 아이 키우기
며칠 전 아내가 육아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시긴 하지만 지금은 프리랜서인 내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려 두 여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덕분에 요즘 우성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대책 없이 겁부터 났다. 나 혼자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트림시키는 일조차 실수투성이였다. 그런데 패닉 직전, 어머니와 아내가 매일 무언가를 기록해둔 수첩이 눈에 들어왔다. 안을 펼쳐보니 우성이의 식사 시간과 식사량, 똥 싼 시각 등 각종 알짜배기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유레카! 적힌 대로 시간을 맞추고 분유량을 조절하니 완벽했다. 육아는 남자가 죽었다 깨도 알기 힘든 ‘여자만의 성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내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을 뿐!

344일 그들만의 리그
김윤호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크리스마스 직후에 우성이와 처음 대면한, 우성이보다 한 살 더 먹은 ‘형’으로 후배의 아들이다. 윤호가 집에 다녀간 뒤 우성이는 새로운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승용 장난감인 ‘미니 베이비 레이서’를 거들떠도 안 보던 아이가 윤호가 놀다 간 직후 갑자기 오른쪽 다리를 벌리고 다시 살짝 올려서 엉덩이를 시트에 붙이고 앉더니 두 손으로 핸들을 부여잡고 좌우로 돌리는 게 아닌가! 가뿐하게 차에 올라 쌩 하고 달려가던 윤호의 모습이 자극이 됐던 걸까? 아이들 사이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열성적인 부모의 도움으로 아이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릴 순 있겠지만 아이들끼리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깨닫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고 효과적인 조기 교육인 것 같다. 엄마의 치맛바람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게 단짝 친구의 말 한마디인 것처럼.



초보 아빠 정석헌의 7백30일 육아 무용담


401일 장난감 고르는 재미
우리 집에는 부모 욕심에 미리 사놓은 장난감이 창고 한 가득이다. 그중에는 유치원에 갈 나이가 돼야 쓸 수 있는 퀵보드도 있고, 나도 어려워 맞추지 못하는 퍼즐 조각도 있다. 아이 마음에 쏙 들 거란 예상은 적중하기도 하지만 사실 빗나갈 때가 더 많다. 우성이는 퍼즐 맞추기에는 관심이 없는 대신 맞춰놓은 퍼즐을 ‘파괴’하는 데는 선수다. 카드 할부로 산 어린이 자동차보다 도쿄의 백엔숍에서 싼 싸구려 야구 방망이를 더 좋아하는 아이의 진심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제 ‘엄마’라는 단어를 확실히 발음하기 시작한 우성이, 요즘은 의사 표시도 분명히 한다. 좋으면 껄껄 웃고 싫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어쩌면 우성이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슬슬 우성이에게 장난감 선택권을 줘야 하겠지? 하지만 아직 나도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우리 집의 토이 스토리는 당분간 결말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다.
▼ 장난감 쇼핑의 원칙
· 아이가 태어나기 전 장난감을 미리 사놓지 않는다. 이론과 실제가 다르고 부모와 아이의 눈높이가 달라 번번이 예상을 빗나가기 일쑤다.
· 아이가 장난감 가게에서 떼를 쓰는 이유는 하나다. 그러면 엄마나 아빠가 사줄 거라고 믿기 때문. 애초에 그런 공식이 성립되면 안 된다.
· 집에 있는 것과 중복되는 아이템은 가급적 피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잘 갖고 노는 것이 바로 장난감이다.
· 한 번에 여러 개를 사서 품에 안기는 것보다 한 번에 하나씩 인색하게 사주는 게 백배는 효과적이다.
· 지금 집어든 물건이 아이가 아닌 내가 사고 싶은 건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본다.
· 교육 효과가 있는지 늘 염두에 둔다. 이미 집 안에 있는 것들, 심지어 빈 페트병이나 우유갑도 좋은 장난감이 될 수 있다.
· 원칙은 육아에 참여하는 어른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아빠 따로, 엄마 따로 들쑥날쑥한 원칙은 아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565일 맴매에 대한 상념
나의 부모님이 그러했듯이 나 역시 매를 들지 않고 가르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해서 잘못하는 게 있다면 아이를 위해 매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마음이 약해 때를 놓치면 나쁜 버릇이 여든까지 갈 수도 있으니 용기를 내야 하지 않을까? 일단 매를 든다면 원칙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아이의 눈물을 쏙 빼더라도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맴매 도구는 30cm 자가 적당할 것 같긴 한데…. 아, 그 작은 손바닥을 향해 힘을 실어 내리칠 수 있을까? 아이가 만만하게 여기는 할머니와 엄마를 대신해 악역을 자청했지만 내 아이는 매를 들 일이 없는 착하고 바른 아이일 거란 기대를 여전히 놓지 못한다. 그 기대가 산산조각 나는 날이 제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엄마보다 재밌게 아빠가 노는 법
· ‘아이와 놀아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빠와 아이가 함께 논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한 시간만, 두시간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 힘자랑이든 무엇이든 아빠의 장점을 십분 살린다. 같은 레슬링이라도 아빠랑 하는 게 훨씬 리얼하고 다이내믹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아이와 함께 매일 한 편씩 책을 읽고 한 편의 그림을 그린다. 퀼리티 일체 무관! 반복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가출을 일삼는다. ‘밖에 나가서 놀자’는 아빠의 손을 마다할 아이는 없다.
· 단둘이 놀기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법을 조금씩 알려준다.
· 놀 때 엄마의 교육 방침에 어긋나는 ‘선심’은 베풀지 않는다. 아이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637일 파파 파파라치
우성이는 무엇이든 아빠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통화하면 다른 휴대전화를 제 귀에 대고 통화 모드에 들어간다. 무심코 뒷짐을 진 채 집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내 뒤로 어설픈 ‘열중쉬어’ 자세에 고개를 땅에 박은 채 아장아장 걸으며 따라오고 있는 우성이를 발견했을 때 놀라움이란! 면도를 할 때면 욕실 문을 빼꼼히 열고는 제 턱밑을 손등으로 연신 비비고, 탄산음료를 마신 뒤 “캬아~” 소리 내는 것을 언제 들었는지 우유를 마신 후 소주 한 잔 마신 것처럼 걸쭉한 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사실 아빠의 사소한 행동까지 모두 스캔하는 아이의 특징을 역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나갔다 들어오면 손발부터 깨끗이 씻고, 콧노래를 섞어 양치질하며, 보란 듯이 모범 운전을 하고, 크게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등 아이를 위한 일이니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 아이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 ‘애가 뭘 알겠어?’ 이만큼 위험천만한 생각도 없다. 안 보고 못 듣는 것 같지만 아이는 아빠의 일거수일투족에 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 부부 싸움도 신사적으로 하는 약간의 가식이 필요하다.
· 누워서 TV 보거나 책 보기.
· 난폭 운전은 아이에게 그대로 입력된다.
· 우유갑이나 페트병에 입 대고 마시기.
· 사용한 물건 마구 늘어놓기.
· 가위질과 칼질은 몰래 하는 게 상책이다.
· 아이 앞에서 두통약, 소화제, 영양제 먹는 일. 아이가 그대로 스캔하고 있다.
· 누구랑 통화하면서 무심코 나오는 ‘치, 쳇, 씨’ 같은 소리.

721일 만세! 우성이가 혼자 논다!
우성이가 30분이고 1시간이고 아무 말 없이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줄 때가 있다. 책상에 앉아 뭔가를 그릴 때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낙서에 가깝지만 진지한 표정만큼은 고흐나 고갱이 울고 갈 정도다. 하염없이 동그라미만 그리던 아이가 내 휴대전화의 그림 메모장을 통해 컬러와 채색에 눈을 뜨고, 썼다 지우는 신비한 공책을 통해 다양한 선 긋기 세계를 접하면서 그림에 부쩍 재미를 붙이고 있다. 그 덕분에 우성이가 그림을 그릴 때는 옆자리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급한 업무를 처리하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만용까지 부릴 수 있게 됐다.

초보 아빠 정석헌의 7백30일 육아 무용담


‘아빠도 때론 어부바가 힘들다’는…
14년 차 베테랑 에디터 정석헌의 육아 일기다. 초보 아빠들이 흔히 겪는 해프닝 중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정보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1만3천원 낭만북스.

여성동아 2011년 11월 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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