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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스포트라이트

배우 인생 절정 향해 가는 윤계상의 역습

글·구희언 기자 사진·홍중식 기자, MBC, 김기덕필름 제공

입력 2011.10.21 14:25:00

그룹 god 출신으로 얼마 전까지 MBC ‘최고의 사랑’에서 훈남 한의사, 영화 ‘풍산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사내를 연기했던 윤계상이 이번에는 일일시트콤으로 배우 인생에서의 역습을 꿈꾼다.
이 남자가 한 발 더 나아가고자 시청자 앞에서 수행할 미션 세 가지.
배우 인생 절정 향해 가는 윤계상의 역습


“제가 남자지만 볼 때마다 사랑스럽습니다.”
김병욱 PD는 분명 누군가에 빠져 있었다. 그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 촬영분을 모니터링하다가도 화면에 등장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남자. 함께 술을 마시다가 인간 자체에 반해버린 남자. 배우 윤계상(33)이다. 어떤 점이 천하의 김 PD를 매료시켰을까. 원래 ‘하이킥3’ 초기 시나리오에는 없던 배역. 시나리오는 남자를 만나며 바뀌었다. ‘어떻게든 그를 출연시키고야 말겠다’는 김 PD의 결심에서 나온 캐릭터가 ‘하이킥3’의 ‘윤계상’이다.

Mission 1 가장 윤계상다운 캐릭터 보여줄 것
극중 윤계상은 윤유선의 친동생. 명인대학교 장준혁 외과장 밑에 있다가 보건의로 전향한 외유내강의 유쾌한 남자. 해맑은 얼굴로 할 말 다하는 보건소의 숨은 실세. 명인대학교와 장준혁이라, 이름 패러디에서부터 캐릭터의 유쾌함이 느껴진다. (명인대학교와 장준혁은 2007년 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에서 김명민이 그가 근무하던 대학병원 이름과 연기한 주인공이다.)
자신만의 매력으로 연출가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윤계상. 어떤 역을 맡을지 모르는 상태로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투입돼 차승원과 4개월여간 ‘더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임’을 했다. 고도의 전략이었나, 아니면 한 작품에 몰입하는 성격 덕이었나. 그동안 ‘하이킥3’에서 뭘 하게 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윤계상은 국민 훈남 한의사 ‘윤필주’로 열연한 ‘최고의 사랑’으로 전성기 수준의 인기를 되찾았다. ‘하이킥3’에서는 공중보건의 ‘윤계상’으로 분한다. 이래저래 두 작품 연달아 하얀 가운을 입게 됐다.
윤계상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하늘색 풍선에 둘러싸여 지상으로 내려올 줄 몰랐던 아이돌은 배우로 전업을 선언한 뒤 처음으로 땅을 밟았다. 인터뷰할 때마다 솔직한 성격 탓에 직설적 발언으로 팬들의 서운함을 사기도 했다. 단맛 쓴맛 다 맛본 그에게 ‘최고의 사랑’은 새로운 이정표였다. 처음으로 대중성과 흥행성을 양손에 쥐여준 작품. 그간 다져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남자는 재도약을 꿈꾸기 시작했다.
국민 훈남 이미지를 좀 더 우려먹어도 다들 눈감아줬을 텐데, 금세 다기를 비워내더니 벌써 다른 차를 끓일 준비를 하고 있다. 장르 구별 없이 좋은 작품이면 한다는 것이 윤계상의 지론. 이전부터 ‘하이킥’ 시리즈의 팬이었던 남자. 출연할 기회가 온다면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잡을 것이라는 확고한 생각. 김병욱 PD는 손을 내밀었고, 윤계상은 잡았다. 꽉. 한 달 동안 촬영하며 잠을 설치고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와도 마냥 즐겁다. ‘하이킥3’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는 남자의 눈은 빛나고 있다.

배우 인생 절정 향해 가는 윤계상의 역습

그간 윤계상이 출연한 주요 작품.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드라마 ‘누구세요?’(2008) ‘로드 넘버원’(2010) ‘최고의 사랑’(2011),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영화 ‘풍산개’(2011).



Mission 2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시키는 대로 다 할 것



배우 인생 절정 향해 가는 윤계상의 역습


“너무 자기 복제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번에는 젊은 사람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김병욱 PD의 말이다. ‘하이킥3’에 없는 것. 바로 ‘빵꾸똥꾸’와 ‘야동 순재’.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지붕 뚫고 하이킥’과 달리 ‘하이킥3’에서 이야기의 중심축은 청년층이다. 강한 인상을 남긴 어린이나 연기 변신이 빛난 노장은 이번만큼은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발 비껴 섰다. 젊은 층의 주축이 될 배우의 이름은 윤계상.
“극중 러브 라인이 이뤄지면 계상씨가 여성 출연자와 듀엣곡을 부를 수도 있겠죠.”
‘하이킥3’의 음악감독인 가수 이적의 말이다. 출연진의 과반수는 전·현직 가수. 특히 윤계상은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대표적 케이스. 배우 이미지만 남기려고 무대에서도 god 시절 노래는 부르지 않던 남자. 하지만 그런 그가 노래를 불렀다. 반주도 없이. 무려 횟집에서.
윤계상은 말한다. “욕심이 있다”고. “(노래든 뭐든) 시켜주면 다 할 것”이라며 열정을 내비친다. 연인처럼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병욱 PD가 “아, 진짜?”라며 장난꾸러기처럼 들뜬다. 배우는 자기 신만 찍으면 차례가 끝나지만, 모든 신을 다 찍고 최종 모니터링하는 것은 PD. 윤계상은 그걸 잘 아는 영민한 배우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연출가 앞에서 ‘피곤하다’는 말을 뱉어 사기를 꺾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열심히 한다”는 재미없지만 정직한 대답. 늘 그래 왔다. 그냥 배역을 맡으면 열심히 한다. 작품에서의 역할을 유심히 살핀다. 거기에서 뭘 원하는지도. “이번에는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 처음부터 그의 머릿속엔 없다. 연기를 그 정도로 잘하지도 않는다며 껄껄 호탕하게 웃는 남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듯한 표정과 자세로 돌아온 윤계상은 “언제나 진실하게 연기하려 노력한다”며 ‘진실’과 ‘노력’에 방점을 찍는다.
‘하이킥3’의 윤계상은 인간 윤계상이 온전히 반영된 인물. 대본에 배우를 끼워 맞추는 대신 배우의 매력을 십분 반영해 캐릭터를 구축해온 건 김병욱 PD의 오랜 연출 스타일. 그래서 그는 ‘당신은 이러한 분인데 이런 특성을 드러내면 어떨까요’라는 질문부터 한다. 윤계상이 평소에 쓰는 말투나 사소한 행동까지도 고스란히 반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하이킥3’의 윤계상은 진짜 윤계상을 엿볼 수 있는 거울 같은 맞춤형 캐릭터다.

Mission 3 남자도 반하게 한 ‘싱그러움’ 한껏 어필할 것
확실히 윤계상은 김병욱 PD의 마음에 쏙 든 게 틀림없다. 장담한다. 안 그렇다면 남자가 남자에게 칭찬을 하겠는가. 그것도 ‘싱그럽다’는 간지러운 단어를 쓰면서. 좋은 면을 발견하면 바로바로 말해주는 연출가의 긍정 화법은 윤계상을 무럭무럭 자라게 했다. 야외촬영 장면에서 상대방에게 배구공을 던지던 남자. 연기를 모니터링하던 연출가의 뇌리를 스친 생각, 곧바로 툭 하고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너, 싱그럽다.” 이 말에 윤계상이 거울을 다시 본 것은 물론이다.
한창 연기에 물이 올라 싱그러울 대로 싱그러운 남자는 “타이밍이 생명”인 시트콤에 도전한다. 주로 정통 드라마에서 자신의 감정과 느낌 위주로 연기해온 윤계상. 배우가 느끼는 감정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이 정극 스타일이라면, 시트콤은 타이밍의 미학이다.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는 가운데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이 같은 과학을 남자는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다. 벌써 모니터링을 하면서 “왜 컷이 저렇게 넘어가는지를 깨닫는다”고 하지 않았나. 배우는 그러면서 하나 더 배운다. ‘하이킥3’의 이상한 나라에 푹 빠진 윤계상. 그는 김병욱 PD가 창조하는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다. 이상한 사람이 이상한 해프닝을 만들어도 거부감 없이 그저 웃긴 세상. 친근하면서도 사실적인 시공간의 느낌. 남자가 좋아하는 느낌이다.
god 시절 과묵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인상파 래퍼가 10여 년도 더 전에 ‘재민이’ 앞에서 무장해제돼 천진난만하게 뒹굴던 순간, 팬들은 일찌감치 될성부른 나무의 싱그러운 씨앗을 발견했다. 윤계상만의 개구진 캐릭터를 극도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촉매 김병욱 PD와의 만남. 천재적인 센스를 가지고 바보처럼 열심인 이들이 뭉친 ‘하이킥3’가 기대되는 이유다. 역습은 시작됐다.

여성동아 2011년 10월 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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