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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FOOD AND THE CITY

남대문시장의 9가지 맛

그리운 할머니 손맛!

기획·한여진 기자 사진·현일수 기자

입력 2011.10.17 15:08:00

남대문시장의 9가지 맛


사람 냄새가 유난히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황량한 도시에서 사람의 정을 느끼고 싶을 때는 재래시장을 가보자. 시장 골목을 지나면서 상인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만원에 한 박스”를 외치는 과일 장수와 시장 입구에서 직접 다듬은 채소를 노상에 펴고 파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손으로 쓴 가격표와 간판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난다.
어렸을 적 엄마 손을 잡고 동네 시장에 가 따끈한 어묵 하나 입에 물고 신나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손뼉을 치며 “떨이~ 떨이~”를 외치던 채소 가게 아저씨와 “애들은 가~ 이것만 먹으면 요통, 두통, 치통 오백 가지 통증이 싹~ 나아~”라던 추억의 약장수 생각도 난다. 당시에는 수십 가지가 넘는 채소와 나물, 요상하게 생긴 생선, 알록달록 과일 등 시장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보다 떡볶이와 순대, 김밥, 만두, 핫도그 등 먹거리 가득한 시장은 신나는 놀이터였다. 해질녘까지 꼬불꼬불한 시장 골목을 누벼도 집으로 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다.
최근 편리하고 잘꾸며진 대형마트가 우후죽순 생기지만 진솔한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의 매력은 따라올 수 없다.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도 하나둘씩 늘고 있는데, 그중 일본·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최근 남대문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비록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덜 깨끗하고, 비좁은 골목을 걸어 다녀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남대문시장에는 골목마다 따뜻한 풍경과 맛이 가득하다.

풍경 01 세월의 맛 느껴지는 할머니 장아찌
늦은 밤까지 시장을 지키는 노점상 할머니들의 모습에는 녹록지 않은 우리네 인생이 담겨 있다. 무장아찌, 오이지, 나물, 밤 등을 파는 그들의 주름진 미소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손때 묻은 빨간 바구니에 가득한 장아찌는 할머니의 미소처럼 깊은 맛이 나지 않을까? 무장아찌를 도톰하게 채썰어 송송 썬 파와 다진 마늘, 된장,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버무리면 다른 반찬 없어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 수 있다. 남대문 노점상에는 장아찌, 나물, 밤, 콩, 채소 등 다양한 반찬거리가 있고 가격도 시중보다 10~20% 정도 저렴하다.

남대문시장의 9가지 맛


풍경 02 남대문 대표 명물 갈치조림 골목
시장마다 유명한 맛집이 있기 마련인데 남대문시장은 갈치조림이다. 정오가 되면 남대문 갈치조림 골목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장 초입의 본동 상가 사이에 있는, 두 사람이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 갈치조림 골목이다. 골목 양쪽으로 수십 개의 갈치조림이 든 뚝배기가 끓고 있는데 1인분에 7천원으로 값이 저렴하고 맛도 일품이다. 대표적 갈치집은 희락(02-755-3449)과 중앙식당(02-752-2892)으로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남대문표 갈치조림은 매콤한 맛이 입맛을 살려 찬바람 불 때 먹기 좋다. 갓 지은 따끈한 밥에 보글보글 끓는 갈치조림 한 뚝배기를 먹으면 하루 종일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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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03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쫄깃한 족발
남대문시장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족발은 가게마다 양념장이 달라 그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다. 대도시장 앞에 위치한 족발집 서너 곳도 각각 맛이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그중 35년이 된 중앙왕족발(02-777-4009)은 향신채소를 듬뿍 넣은 국물에 족발을 삶아 누린내가 나지 않고 육질이 쫄깃하다. 미용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좋은 젤라틴도 풍부해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꼭 들러야 하는 맛집 코스로 통한다. 시장 한 바퀴 돌아보고 속이 출출할 때 윤기 자르르 흐르는 통통한 족발로 출출함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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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04 반찬거리 고르는 재미 배추·무·생선…
언젠가부터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가는 이들보다 맛집을 찾아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세월이 변했다고 해도 시장 본연의 역할은 장보기. 대도시장 맞은 편에는 채소, 생선 등 반찬거리를 살 수 있는 골목이 있다. 고등어 한 손 사면서 값을 깎는 아줌마, “무값이 금값이다”며 하소연하는 상인, 양파 하나를 덤으로 달라는 이 등 반찬거리 하나 사고파는 모습에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이곳에는 식재료뿐 아니라 배추김치, 무김치, 전, 꼬치 등 식탁을 푸짐하게 만들 반찬이 가득하다. 해질녘에 가면 떨이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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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05 김이 모락모락~ 속 꽉 찬 왕만두
회현역 방향에 위치한 가메골손왕만두(02-755-2569)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맛집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먹음직스러운 왕만두가 보인다. 순한 맛과 매운 맛 두 종류가 있는데, 파와 양파, 부추, 돼지고기로 만든 소를 도톰한 만두피로 빚어 바로 쪄준다.
만두는 10개에 5천원으로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넉넉하게 구입해 냉동시켰다가 데워 먹어도 맛있다. 가게 한쪽에서 바쁘게 만두를 빚고 있는 모습도 재밌는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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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06 출출함 달래는 사람들 칼국수
가을밤 출출한 속을 달래기에는 면 요리가 제격. 칼국수 골목에 가면 손으로 수십 번 치대 만든 쫀득한 면과 유부를 넣어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진 남대문표 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칼국수뿐 아니라 냉면, 비빔밥, 국수 등도 있어 시장을 구경한 뒤 출출한 속을 채우기에 좋다. 모든 메뉴가 5천원으로 양이 푸짐해 상인들도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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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07 지글지글~ 담백한 녹두전
지글지글 기름에 지져 만든 전은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녹두 반죽에 다진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도톰하게 지진 녹두전은 아이들 간식으로도, 남편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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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08 어묵·호떡·꽈배기 주전부리 가득~
재래시장이 좋은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단연 다양한 주전부리다. 즉석에서 구워주는 따끈한 어묵과 한입 베어 물면 달달한 설탕물이 입 안 가득 고이는 꿀호떡, 설탕이 잔뜩 묻은 쫄깃한 꽈배기,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한 떡…. 없는 것이 없다는 남대문시장답게 주전부리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남대문 대표 주전부리는 1개에 1천원 하는 호떡과 2천원짜리 어묵이다. 꿀호떡도 유명하지만 채소와 당면을 넣어 만든 채소호떡은 오후 대여섯 시면 재료가 다 떨어질 정도로 인기다. 남대문로 방향 시장 입구에 호떡집이 있는데, 언제나 10~20분은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나무젓가락에 소시지나 맛살, 가래떡 등을 끼운 뒤 어묵 반죽을 씌워 기름에 튀긴 어묵튀김도 꼭 맛봐야 할 남대문표 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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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09 따끈한 꼬리곰탕 한 그릇
마음이 허하거나 기운이 달릴 때 따끈한 국물 요리를 먹으면서 땀을 빼면 기운이 난다. 갈치 골목에 위치한 진주집(02-753-9813)은 꼬리곰탕으로 유명한 곳. 뚝배기에 꼬리 두 토막이 나오는 꼬리토막은 푹 고아서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담백하다. 소꼬리를 하루 동안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은근한 불에 두 번 우려낸 뒤 밤새 끓여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고기 살을 부추가 들어간 새콤매콤한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국물에 밥을 말아 배추 겉절이나 깍두기를 올려 먹으면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기운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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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1년 10월 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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