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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나는 연예인이다

추락하는 천하장사 강호동

탈세 논란부터 잠정 은퇴까지

글·구희언 기자 사진·박해윤 지호영 기자

입력 2011.10.14 13:55:00

강호동은 유재석과 더불어 수년간 방송가를 주름잡아온 양대 산맥이다.
커다란 덩치에서 나오는 우렁찬 목소리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호탕한 웃음소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넘치는 에너지로 웃음을 주던 명MC의 세금 탈루 소식에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눈물을 흘리며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 사태’의 전말을 알아본다.
추락하는 천하장사 강호동


“자자, 들었습니다. 들었습니다! 강호동! 이만기 선수를 들었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0cm, 120kg의 청년은 1989년 당대 최고의 씨름 스타 이만기를 꺾고 혜성처럼 모래판에 나타났다. 까슬한 모래의 질감을 발끝으로 느끼며 샅바를 잡고 벌이는 신경전. 온 힘을 모아 ‘한 방’에 상대방을 넘기는 집중력. 뒤집기 한판으로 단숨에 승부가 결정되는 곳. 예능판에 뛰어들기 전 강호동이 활약하던 모래판은 거친 남자의 세계였다. 승부사에게 중간이나 타협은 없었다. 오직 승리와 패배가 있을 뿐. 141전 109승 32패. 천하장사 5회, 백두장사 7회. 1992년 씨름판을 떠나기까지의 전적이다. 승률 77.3%. 지는 것보다 이기는 데 익숙했던 괴력의 사내를 방송으로 이끈 이는 이경규였다. 강호동은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입사해 ‘행님아~’라는 유행어로 단박에 스타가 됐다. ‘강호동 시대’의 개막이었다.
선수 시절 괴력과 승부 근성으로 유명했던 강호동. 국민적 사랑을 받은 KBS2‘해피선데이-1박2일’은 그에게 잘 맞는 옷이었다. 야생의 세계에서 펼치는 복불복 게임만큼 천하장사와 잘 맞는 콘셉트가 있을까. 게임으로 먹을 것을 얻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제작진에게 승부수를 띄웠다. 거래가 마음에 들면 경쾌하게 ‘콜!’을 외치던 강호동. 예능에서도 승부사 기질은 먹혔다. 선수 시절 모래를 뿌리며 포효하던 그의 모습을 예능에서도 볼 수 있었고, 국민은 그 모습을 사랑했다.
물론 모두가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혹자는 그의 개그 방식이 때로 너무 고압적이고 인위적이라 부담스럽다고 했다. 보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다운되는 걸 참지 못하는 강호동의 성격 탓이다. 웃음을 선창하고 큰 리액션을 유도하는, 동시대 예능을 이끄는 유재석과 곧잘 비교되는 그의 쇼맨십. 물처럼 유하게 흘러가며 게스트와 동화되는 유재석식 개그와, 불처럼 화끈하게 때로는 뜨겁게 달아올라 식을 줄 모르는 강호동의 개그는 시작부터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개그는 씨름과도 같았다. 이겨야 하는 게임이었다. 승리를 위해 달리는 강호동은 꺼지지 않을 용광로 같았다. 성공적으로 예능에 안착한 그는 인기와 명성을 얻고, 독보적인 ‘천하장사 개그맨’ 캐릭터를 구축했다. 언제 어디서나 스포트라이트는 그의 몫이었다. 22년간. 비상은 계속될 줄로 알았다.

천하장사의 마지막 카드 ‘잠정 은퇴’

“저 강호동이는 이 시간 이후로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고자 합니다.”

추락하는 천하장사 강호동

강호동은 9월9일 오후 6시경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A4 용지 1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낭독을 마친 그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자필로 쓴 발표문에는 고심한 흔적이 가득했다. 충격적인 발표를 마친 남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세금 과소 납부 문제가 불거진 지 나흘 만인 9월9일. 민족의 명절 연휴 이틀 전이었다. 젊어서는 씨름밖에 몰랐고, 씨름판을 떠난 이후에는 방송밖에 몰랐던 거구의 사내는 이날 한없이 작았다. 오랜 동료였던 유재석은 발표 직전까지 “다시 생각해보라”며 은퇴를 만류했다. 기자회견을 끝내고 강호동은 멘토 이경규와 통화하며 눈물을 흘렸다. 연휴 내내 세인의 화제는 온통 그의 ‘잠정 은퇴’. 속보가 나간 뒤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는 ‘강호동 은퇴’, 2위는 ‘잠정’이었다. 그만큼 초등학생 팬이 많은, 남녀노소 좋아하던 국민 MC였다.
승승장구하던 ‘강심장’의 발목을 잡은 건 세금.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의 소득세를 탈루한 정황이 포착된 것. 2009년 세무서 홍보대사로도 활동한 그가 중대 경제 범죄에 연루됐다는 보도에 국민은 분노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맞는 뒤통수보다 친한 사람에게 맞는 한 방이 더 아프다고 하던가. 그의 수입 대부분은 우직하고 성실한 이미지에서 나온 신뢰와 사랑의 산물이었기에 배신감은 컸다. 그중 한 명은 서울중앙지검에 강호동을 탈세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연예인으로서 완벽한 패배였다. 그는 패배에 익숙지 않았다. 장기간 연예인으로 활동했지만 비난 여론이나 안티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다. 환호하던 대중은 차갑게 돌아섰고, 인기란 연기처럼 덧없음을 알았지만 너무 늦었다. 비난 여론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손에 남은 패가 얼마 없었다. 그가 꺼내든 카드는 ‘잠정 은퇴’였다.
기껏해야 카메라 앞에서 큰절로 사죄하거나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이는 시나리오를 생각했는데, 자존심 강한 경상도 사나이를 너무 얕게 봤다. 여론이 술렁였다. 방송 퇴출을 외치던 포털 사이트에서 은퇴 번복을 위한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동정론이 물결쳤다. 은퇴 철회를 위한 ‘강호동닷컴’도 생겨났다. 그로부터 1주일도 안 돼 국세청은 그의 탈세 혐의에 고의성이 없어 고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징세액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가산세를 포함한 7억원가량. 이미 강호동은 집안에 틀어박힌 뒤였다. 추석 연휴에도 그는 압구정동의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다. 아파트 경비원도 “외출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강호동의 은퇴 선언은 방송가에도 숙제를 남겼다. ‘해피선데이-1박2일’, MBC‘황금어장-무릎팍도사’, SBS‘강심장’ ‘스타킹’은 방송 3사의 주력 프로그램. MC는 모두 강호동이다. 그가 하차하면 대안이 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의 빈자리는 독이 든 성배. 후임을 맡으면 어떤 식으로든 강호동의 그림자에 눌려 비교당할 것이 자명하기에 선뜻 앉으려는 용자는 많지 않다. 모두가 그의 후임을 고사하는 현상은 그간 예능계가 얼마나 ‘강호동 의존적’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바꿔 말하면 강호동의 영향력과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세금 과소 납부에 고의성이 있건 없건 국민으로서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강호동은 분명 잘못했다. MC 외에도 그는 CF 모델, 행사 진행, 고깃집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가 운영하는 고깃집 ‘육칠팔’의 직원은 “우리가 가타부타할 내용이 아니다”라며 그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앞으로 강호동이 국제화에 시동을 건 프랜차이즈 사업에 전념할지,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가 아들과 시간을 보낼지, 그가 말한 ‘잠정’의 기한이 잠시일지 영원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은 다시 보고 싶다. 반성하고 돌아와 브라운관에서 활약하는 그의 얼굴을. 국민을 기만한 죄를 그 이상의 웃음으로 보답하는 것, 그것이 예능인 강호동이 죄를 사하는 방법이 아닐까.

여성동아 2011년 10월 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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