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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청소년에게 보내는 메시지

동행취재 - 연임 확정 후 첫 한국 방문!

정리·김명희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1.08.31 16:10:00

지난 6월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이 확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8월9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방한 기간에 반 총장이 가장 주력한 부분 중 하나는 미래 세대 주인공인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는 인천대, 모교인 충주고에서 청소년들과 만나 ‘세계를 품는 큰 인재가 돼줄 것’을 당부했다.
반 총장이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지상 중계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청소년에게 보내는 메시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8월10일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에서 열린 ‘유엔 새천년 개발 목표를 위한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가끔 한국 언론을 통해 청소년들이 저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됐습니다. 인천대학교에서 여러분에게 강의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고 ‘오늘이야말로 시험 날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연회 공고가 난 지 10여 분 만에 좌석이 마감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사람의 인생에는 몇 가지 전기가 있습니다. 책이나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지혜를 얻기도 하고, 아주 짧은 만남을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하죠. 저는 1962년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한 달간 적십자 대표로 미국에 가서 각지를 여행하고, 마지막에 백악관에 가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 1분 1초가 아까울 때 실컷 놀고 왔으니까 한편으로는 ‘이제 대학 시험은 끝났구나!’ 걱정이 됐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고3 때 한 달간 놀다 오라고 하면 그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일이 제 시야를 세계로 넓히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고 난 후 ‘내가 한국을 위해서 할 일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외교관이 돼서 우리나라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일종의 영감을 받은 거죠. 오늘 우리의 대화가 여러분에게 작으나마 영감을 주는 자리가 될 수 있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여러분과 같은 젊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려고 합니다. 그래도 한국어로 말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가족과 대화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영어를 쓰고 때에 따라선 프랑스어를 사용할 때도 있기 때문에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는데 여러분과 한국어로 말하게 돼 더욱 반갑습니다.

한국은 성공적인 롤 모델, 이제는 밖으로 눈 돌려야
올해는 한국이 유엔에 가입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1백93개 회원국 중 한국처럼 유엔과 깊은 인연을 지닌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6·25전쟁 때 맥아더 사령관이 유엔군을 이끌고 상륙한 곳도 바로 여기 인천이죠. 우리 세대는 유엔 각 기관과 우방국에서 보내준 물품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교과서에 적혀 있던 ‘이 책은 유네스코가 지원한 종이로 만든 것이다. 유엔에 감사하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자’는 문교부 장관의 메시지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후 6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회원국들이 한국처럼 되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유엔이 추구하고 있는 이상과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해온, 그야말로 성공 사례입니다. 그만큼 세계 많은 학생들이 여러분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엔 사무총장인 저에게 큰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개도국을 방문할 때는 ‘잘나가는 나라’ 출신 사무총장이라는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기도 하고, ‘반 총장에게 잘 얘기하면 뭔가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라고 은근히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럴 때마다 제가 그들에게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절대 희망을 잃지 마라. 나는 당신들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살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들을 도와주려 하지 않느냐. 노력하면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가 이룬 발전은 실로 대단한 것이지만, 성취에 대해서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향유하고 있는 부와 편리한 생활을 절대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여러분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피와 땀으로 일군 것이며 여러분은 이것들을 더욱 가꾸고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이제는 상호 공존의 시대입니다.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나눔의 정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청소년에게 보내는 메시지

반 총장은 8월11일 인천대 강연에서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에게 이웃의 아픔에 눈을 돌릴 줄 아는 사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청소년에게 보내는 메시지

반기문 총장은 8월12일에는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범국민 성금 모금 캠페인 발대식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f(x)·샤이니·소녀시대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과 배우 김윤진, 신현준, 성악가 조수미 등 유명인사가 동행했다.





‘목민심서’에는 ‘낙시자수덕지본야(樂施者樹德之本也)’, 즉 ‘베풀기 좋아하는 것은 덕을 심는 기본’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주역’에도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 즉 ‘덕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제가 사무총장에 취임한 이래 한국 청소년들의 유엔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유엔에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도저히 여기는 봉사자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곳에도 꼭 자원봉사를 하는 한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굉장히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도 눈을 바깥으로 돌릴 때가 됐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을 주며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기후 변화, 식량 문제, 핵 위협… 협력만이 해결책
또한 국제 사회에는 수많은 도전과 과제들이 있습니다. 기후 변화, 식량 문제, 에너지 부족, 물 부족, 질병, 여성 지위 향상… 이런 모든 것은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자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지난 7월 말 서울 중북부 지방에 얼마나 많은 비가 왔습니까. 제 나이 되는 사람들도 평생 처음 보는 극심한 수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근시안적이고 무분별한 개발을 포함한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저는 이 같은 문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지난 4년간 세상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남극과 북극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고, 거대한 바다였던 중앙아시아의 아랄 해는 소금밭으로 변했습니다. 아프리카의 강과 호수는 바닥이 드러나거나 사막이 됐고, 안데스 산맥도 눈이 녹아내려 마른땅을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또한 끊임없는 지역 간 분쟁과 핵 위협, 경제적 위기 등도 문제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빈곤과 취업난 등의 위기로 절망한 젊은이들이 소요를 일으키는 일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세계 각국이 이러한 문제들을 협력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자들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그들을 만나 ‘미래 세대에게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는 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후손들에게는 되도록 짐을 지우지 말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많은 지도자들이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범세계적인 도전을 효율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도자들뿐 아니라 기업인, 시민단체, 예술인, 과학자 등 지구촌 모든 행위 주체들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유엔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 가장 험한 환경에서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매일 74개국 1억8백만 어린이에게 세끼 식사를 제공하고 3천4백만 명의 난민에게 텐트와 위생 시설,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 40%에게 백신을 맞혀주고, 매일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또한 12만 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15개 분쟁 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평화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유엔이 하고 있는 일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유엔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에서 많은 진전을 이뤄왔습니다. 저는 사무총장으로서 이러한 노력의 최선봉에 서서 유엔을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제가 청소년 여러분을 만나는 걸 기쁘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래의 지도자인 여러분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저는 청소년 여러분과 대화할 때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게 됩니다. 한창 꿈 많은 시기의 여러분에게 가슴 속에 남을 수 있는 뭔가를 전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제 경우 중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께서 해주신 ‘머리는 구름 위에 두고 두 발은 땅에 굳게 디뎌라. 그리고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가라’는 말씀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해왔습니다. 머리를 구름 위에 두라는 것은 이상과 꿈을 높게 가지라는 말이고, 땅을 굳게 디디라는 말은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라는 것은 성실하게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여러분과 저 사이에 상당한 세대 차가 있지만 이 교훈은 세대와 장소를 떠나 여러분 가슴에 깊이 새겨둘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저는 여러분께 ‘세계를 품는 인재’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좀 더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청소년에게 보내는 메시지

소녀시대 서현은 반기문 총장을 특히 존경한다며 자서전에 사인을 부탁해 화제가 됐다.



“오늘은 제가 하겠습니다. 내일은 여러분이 책임져주세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청소년에게 보내는 메시지


첫째, 창의력을 키워 나가기 바랍니다. 청소년 여러분은 낡은 생각, 굳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상식의 벽을 뛰어넘고 상상의 날개를 펴기를 바랍니다. 달나라에 가고, 인공위성을 띄우는 등의 과학적 성과도 원래는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까. 그냥 과거에 하던 대로 한다는 자세로는 아무런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둘째, 가슴에 대의와 비전을 품고 열정적으로 실천해 나가길 당부드립니다. 제 학창 시절엔 꿈이 있어도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했습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중학교 다닐 때 충주에 비료 공장이 처음 생겼는데 그곳에서 일하던 미국인 직원을 찾아가 영어를 배우고 대화 내용을 녹음해 복습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아주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당부드립니다.
셋째, 매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비판적인 태도를 갖기 바랍니다. 요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수천 년 내려온 관습에 얽매여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아랍의 봄’이 실현될 수 있도록 수많은 지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아랍을 휩쓸고 있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과거 한국의 민주화 과정과 비교해보면서 교훈을 얻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제 안정된 민주화와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넓은 세상을 향한 더 큰 비전을 갖고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돼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지난 6월 유엔 총회에서 사무총장 연임 수락 연설을 하면서 국제 사회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함께 노력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Together, nothing is impossible)’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몇 가지를 참고해서 여러분 스스로 소화하고 실천한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존중받으며 공존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기대합니다. 오늘은 제가 하겠습니다. 내일은 여러분들이 책임져주십시오.

★ Profile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출생
1944. 6. 13(충북 음성)
학력
충주고 - 서울대 외교학과 -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주요 경력
1962 미국에서 개최된 ‘청소년적십자국제대회’에 한국 대표로 선발돼 참가, 케네디 대통령과 만난 후 외교관이 되기로 결심
1970 외무고시 합격, 외무부 입부
2000 외교통상부 차관
2001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
2003 대통령 비서실 외교 보좌관
2004 외교통상부 장관
2006. 12~2011. 12 제8대 유엔 사무총장(2016년까지 연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적
기후 변화를 글로벌 의제로 이슈화시킴. 유엔 내 여성 고위직을 늘리고 여성 인권 침해와 관련된 문제를 전담할 유엔 조직인 ‘유엔여성기구’를 발족시킴. 취임 후 자발적으로 재산을 공개하면서 유엔 고위직들의 재산 공개를 유도하는 등 유엔 개혁을 주도함. 아이티 지진 복구 사업 신속한 지원.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시위 당시 확고한 입장 표명으로 중동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
가족 관계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 유순택 여사(66)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둠. 유 여사는 반 총장과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 내조 스타일. 특히 자폐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
유엔 사무총장
임기 5년(연임 가능)
예우
국제적으로 국가 원수나 총리급 대우
주요 임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국제 분쟁을 해결.
주요 권한
유엔 총회를 비롯한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참여.
국제 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 역할에 있어 독자적 정치력 사용 가능.
1만6천여 명의 유엔 사무국 직원 인사 및 예산 집행.
연봉
22만7천2백54달러(약 2억원, 개인 판공비 및 경호 비용 등 추가 지급)

여성동아 2011년 9월 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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