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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주목받는 얼굴

‘불굴의 며느리’에서 완벽남으로 인기몰이 박윤재

“채림 동생이란 부담 떨쳐내… 조지 클루니가 롤 모델”

글·이혜민 기자 사진·이기욱 기자,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2011. 08. 17

연기자에게 주역을 맡는 것은 일생일대의 기회다.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서 ‘돌싱녀’ 오영심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배역을 맡은 박윤재는 그 기회를 10년간 기다린 끝에 연기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을 맛보고 있다.

‘불굴의 며느리’에서 완벽남으로 인기몰이 박윤재


주부라면 안다.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훈훈한 청년이 나오는 드라마에 왜 그토록 열광하는지 말이다.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설정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서 문신우 역을 맡은 박윤재(30)는 여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매력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배역의 매력지수가 전보다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에서 문신우는 미국 명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퀸스홈쇼핑의 완전무결한 황태자. 퀸스홈쇼핑에 입사하는 조건으로 콜센터에서 전화상담원 일을 하게 된 그는 일과 인간관계 모두 철두철미하다. 하지만 바람피운 남편이 이혼 후 죽었는데도 시집으로 돌아가 종부 노릇을 하는 오영심(신애라)을 만나 사사건건 얽히면서 사랑에 빠진다.

누나 채림은 연기 선배이자 든든한 후원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에게 드라마에 대한 주변 반응부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일일드라마 촬영에 매여 있다 보니 정작 달라진 시선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촬영하느라 하루 2, 3시간밖에 못 자니까 주변 반응을 확인할 시간이 없어요. 다만 촬영장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께서 ‘너무 멋있어. 너무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해주신 적이 있는데 쑥스러우면서도 으쓱하긴 했어요. 그래도 인기가 많아진 건 잘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가족의 반응이 달라진 것만큼은 확실히 느낀다. 얼마 전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잘 키워준 덕분에 드라마를 설레며 보고 있다는 인사를 들었다”고 기뻐하며 양파즙을 챙겨주었다. 그 누구보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이는 친누나이자 배우인 채림(본명 박채림). 차기작을 고르며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매일 ‘불굴의 며느리’를 모니터링하며 동생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면 누나랑 커피 마시면서 드라마에 대해 얘기해요. 연기자 가족끼리 ‘밥벌이’를 위해 머리를 싸매는 건데, 누나가 손동작 하나까지 지적하니까 아주 죽겠습니다(웃음). 문신우가 남성미도 있고 귀여운 구석도 있어야 하는데 어느 한 부분만 강조되면 누나가 바로 지적하거든요. 문신우가 아닌 박윤재의 모습으로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가족이 격려해주니까 힘이 더 납니다.”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그와 누나의 사이가 더 각별해졌다. 사실 그는 그동안 누나의 그늘에 가려 살았다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마음의 벽을 쌓아왔다고 한다.
“누나가 유명해져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싫었어요. 누나가 껌 CF를 찍고 오면, 그 껌 이름이 제 별명이 됐을 정도로 사람들이 누나와 저를 연관시키니까 반항심이 생겨서 자존심을 더 세웠죠. 그래도 누나는 제가 연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고,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이라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최근 누나의 존재를 인정했는데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이제는 누가 누나에 대해 물으면 싫지 않고 도리어 좋아요. 누나 홍보도 할 수 있으니까요.”
혹자는 그를 두고 ‘누나의 후광을 입고 주인공을 꿰찬 신인’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윤재가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햇수로 벌써 10년째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에 진학한 뒤 연기에 재미를 붙여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해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오디션을 거쳐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했고 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드라마 차기작 출연 제의를 거절하면서부터 그의 연기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50부작 드라마를 찍으면서 시간에 쫓기는 게 힘들어 긴 호흡으로 연기할 수 있는 영화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이 잘 안 풀려서 공백기가 길어졌어요. 제가 출연을 거절한 배역을 맡은 배우가 스타로 쭉쭉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참 미쳤구나’ ‘생각이 짧았구나’ 싶었죠. 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으니까 막상 연기를 접기도 쉽지 않더군요. 제대 후에는 독하게 마음먹고 덤볐죠. 데뷔 초반에는 대중의 관심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불편했는데, 그런 생각은 일절 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후 영화, 드라마, CF 등 장르를 불문하고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수백 번 오디션을 봐도 성과가 없자 곁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매니저마저 지쳐 그의 손을 놓았다. 박윤재는 당시 상황을 “심적으로 고름이 나오는 상태”라고 정리했다. 낙방을 거듭하며 자신감을 잃다 보니 모든 일에 무기력해졌다. 그럼에도 그는 ‘배우가 동심을 잃으면 생명력을 잃는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감수성을 키워나갔다.
“선배들이 10년만 버티면 된다고 해서 버텼는데, 외사랑에 지치더라고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방황했으니까요. 물론 가족들이 응원해주긴 했지만 격려도 한두 번이지 제가 힘든 걸 가족들이 대신 짊어질 수는 없잖아요.”

수백 번 오디션 끝에 잡은 행운

‘불굴의 며느리’에서 완벽남으로 인기몰이 박윤재




다행히 얼마 전 드라마 ‘신기생뎐’에서 남자 주인공의 친구로 출연, 비교적 비중 있는 역을 연기했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오디션을 봐서 어렵게 단역을 따내 연기를 지속하는 것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신기생뎐’에 나온 박윤재를 눈여겨본 ‘불굴의 며느리’ 오현창 PD가 러브콜을 보내온 것이다.
“드라마 촬영이 막바지일 때 오현창 감독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정장을 입고 오라고 해서 갔는데, 갈 때마다 ‘헤어스타일을 바꿔봐라’ ‘의상을 제대로 입어봐라’ ‘목소리 톤을 고쳐보라’고 하셔서 다섯 번에 걸쳐 찾아뵀죠. 아무래도 저를 못 미더워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죠. 문신우란 캐릭터의 깔끔한 느낌을 살리려고 양복을 맞춰 입고, 감독님이 ‘박윤재에게 조지 클루니와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데 그 느낌을 살리면 드라마 캐릭터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조지 클루니 영화를 반복해 보면서 특유의 제스처까지 익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지 클루니처럼 하고 간 거죠. 그러곤 감독님께 문신우 콘셉트 사진을 가득 붙인 보드지를 보여드리면서 ‘이게 문신우입니다! 머리는 이렇게 할 거고 의상은 이렇게 잡았습니다! 스타일은 이렇게 할 겁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그런 제 노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후 드라마에 투입돼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는 박윤재. 연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주일에 단 하루 쉬는 날에도 감독과 콘셉트 회의하랴 대본 외우랴 힘들 법도 하건만 “촬영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빙긋이 웃는다.
“피곤하니까 목소리도 잠기고 발음도 잘 안 되더라고요. 평소 수영하면서 몸을 관리하는데 그마저도 못하니까 계속 방전된 상태로 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현창 감독님이 아버지처럼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시니까 흐트러질 수 없어요. 감독님에 대한 감사함 때문에라도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들 때도 많지만 ‘그렇게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신이 번쩍 나요. 예전에는 연기할 때 다른 인생을 산다는 긴장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꼈는데, 이제는 연기와 정이 들어선지 연기가 너무 좋아요.”

연기 자체에 정든 진짜 배우로 거듭나
더욱이 박윤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있는 남자를 연기하게 된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할 만큼 자신이 맡은 배역에 푹 빠져 있다. 실제로 그 자신과의 싱크로율도 높은 편이다.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고 정에 약한 것은 물론 한 사람에게 푹 빠지는 연애 스타일마저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런 모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여자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문신우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남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어요. 물론 문신우는 외국에서 살던 친구이기 때문에 푸근한 상대를 좋아할 것 같지만,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완벽남이 이런 사랑을 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물론 저도 배역에 몰입해보니 이런 여자가 곁에 있으면 끌릴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이상형은 애슐리 주드처럼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저 역시 정에 끌릴 것 같거든요. 제가 뭘 잘 빼먹고 다니기 때문인지 모성 본능 있는 여자가 좋더라고요.”
그래선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성 본능의 아이콘’ 신애라를 볼 때면 각별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는 “신애라 선배님이 연기를 하나하나 잡아주시는데 가르쳐주신 대로 연기하니까 화면에도 좋은 호흡이 반영돼 덕분에 즐겁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보며 ‘사람에게는 다 때가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는 박윤재. 하지만 “섣불리 ‘운이 트였다’는 말을 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며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대중이 보고 싶어 하고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번 역을 통해 조지 클루니가 좋아졌는데, 천진난만하면서도 멋스럽고 남성적이고 유머러스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를 롤 모델로 삼으려고요. 오누이가 함께 배우로 성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미 발판을 잘 다져놓은 분들을 보면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불굴의 며느리’에서 완벽남으로 인기몰이 박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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