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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장근석·윤상현…‘이모팬’ 활동보고서

“내가 스타에 빠져든 이유, ‘팬질’ 시작 후 달라진 인생”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0.12.16 14:28:00

첫사랑의 설렘을 기억하고 있는가. 상대 얼굴만 떠올려도 온몸에 전기가 흐르고, 소소한 애정표현에도 들뜬 마음에 잠 못 이루던 시절을. 어쩌면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설렘’에 목말라 있던 주부라면 뒤늦게 찾아온 ‘팬심’은 삶의 활력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모팬’의 활동이 무섭게 늘고 있는 요즘,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팬클럽 주부 회원 3인이 만나 그들이 스타에 열광하는 이유, 소녀팬과 차별화되는 그들만의 ‘팬질’에 대해 얘기했다.
참가자 1 박유천 팬, 문수현 37세, 인터넷 쇼핑몰 운영, 자녀 9·6세.
참가자 2 장근석 팬, 탁수진 36세, 회사원, 자녀 생후 11개월.
참가자 3 윤상현 팬, 이선형 37세, 전업주부, 자녀 10·6세.

박유천·장근석·윤상현…‘이모팬’ 활동보고서


한동안 인터넷 세상에는 ‘성스앓이’ ‘성스폐인’ ‘잘금 4인방’ 등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관련된 글이 넘쳐났다. 시청률은 10%를 조금 넘겼지만 체감 시청률은 대박 히트작 못지 않았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열성 팬들 중 주부도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각자 열광하는 배우도 달랐다. 대체로 드라마 핵심멤버인 꽃미남 3인방, 이선준(박유천)· 구용하(송중기)· 문재인(유아인)이 사모 대상이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흐뭇한 이들의 ‘안구정화’ 연기에 인터넷에는 드라마에 푹 빠진 주부가 가정을 돌보지 않아 집안 꼴이 엉망이 됐다는 카툰까지 등장했다. 주부팬들은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팬심’을 잃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팬덤(스타를 쫓는 팬들의 무리로, 인터넷 팬클럽 모임을 칭한다)에 가입해 스타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현상은 비단 ‘성균관 스캔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연예인들은 젊은 팬뿐 아니라 30~50대의 ‘이모팬’까지 거느려야 진정한 스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주부팬층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파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모팬’은 젊은 팬에 비해 스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이는 ‘내 새끼’라는 모성애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도 뒷받침된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이날 토크에 참석한 주부팬 3인은 3시간 가까이 테이블을 떠나지 않고 서로의 얘기에 공감하고 위로도 얻으며 진솔한 얘기를 풀어놨다.
Q 어떤 계기로 각자 좋아하는 스타에게 빠져들었는지 궁금해요.
문수현(이하 문) 원래는 (박)유천군이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조차 없었어요. 그러다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보면서 유천군의 매력을 발견한 거죠. 드라마 안에서의 캐릭터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잖아요. 비주얼은 또 어떻고요. 거기에 연기까지 정말 완벽했어요. 사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팬들은 냉정한 면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도저히 지지할 수 없거든요. 저 역시 유천군의 연기가 기대 이상이라고 느끼면서 ‘과연 이 사람은 누구지? 한번 알아보자’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동방신기’ 시절 음악부터 ‘JYJ’ 노래까지 다 찾아서 들었는데 ‘동방신기’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그룹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러다가 ‘JYJ’ 쇼케이스 현장에 다녀왔는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춤을 추면서 라이브를 그렇게 잘할 수 없더라고요. 쇼케이스에 다녀온 뒤 더 빠져들었는데 이후에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선준이라는 캐릭터가 보이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박 배우, 박유천이 보이더라고요.
탁수진(이하 탁) 2007년 영화 ‘즐거운 인생’을 보고 (장)근석군의 연기에 빠져들어서 좋아하게 됐어요. 영화 맨 마지막에 자막 올라갈 때 장근석이라는 이름을 확인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친구를 알면 알수록 나이는 어리지만 자기 철학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더욱 매력적이라 생각했어요. 사실 근석군은 10대 팬보다 이모팬이 더 많은데,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제 또래 팬들과 어울리면서 통하는 구석이 많았고, 근석군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알면 알수록 더 좋은 배우구나, 계속 지켜봐도 괜찮겠구나,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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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형(이하 이) 보통 저녁에 드라마 할 시간이면 아이들을 재워야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잘 못 봤어요. ‘내조의 여왕’도 본방 때는 보지 못했죠. 그러다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윤상현씨가 ‘내조의 여왕’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을 방영했는데, 그 모습에 한눈에 반했어요. 마치 나를 위해 노래하는 것 같았거든요(웃음). 사실 올해로 결혼 10년 차인데, 당시 ‘나란 존재는 온데간데없고, 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할 때였어요. 그렇게 삶의 공허함을 느낄 무렵 TV에서 윤상현씨를 만났고, 그가 부르는 노래에 큰 위로를 받았어요. 그 후로 인터넷 다시보기를 통해 ‘내조의 여왕’을 하루 만에 20회를, 윤상현씨가 나온 장면 위주로 다 봤는데 한 번에 몰아보니까 배우의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그 이후에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는데, 윤상현씨 팬사인회를 찾아갔고, 거기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팬클럽 회원들을 만났어요. 상현씨와 직접 만날 기회가 비교적 많은 편인데, 상현씨보다 제가 한 살 어려서 오빠라고 불러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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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정말 부럽네요. 저희는 박유천군과 따로 만난다는 걸 감히 상상하지 못해요. 지금 개인들이 운영하는 팬 페이지만 해도 10개가 넘고, ‘동방신기’ 때부터 활동하고 있는 팬덤이 우리나라에만 60개가 넘기 때문에 팬 숫자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만난다는 게 쉽지 않죠.
근석군은 팬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한 배우예요. 팬들이 행사장에 몰려가면 반드시 팬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대화도 나누고요.
팬클럽 활동하며 자기발전 기회 삼아
Q 팬클럽 활동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며 뭘까요.
사실 저는 그동안 아이들 키우는 데 굉장히 적극적이었어요. 큰아이가 학교 임원이 되면 저도 덩달아 학부모 임원이 돼 학교 일에 앞장섰고, 아이가 축구부에 들어가면 축구부 회장도 했고요. 그런데 팬덤 활동을 하면서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났어요. 처음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을 때 회원들 면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전문직을 포함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심지어 일본팬들과 일본말로 대화도 잘하는 거예요. 영어, 일어로 의사소통하는 걸 보고 ‘내가 그동안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때까지 컴퓨터도 다룰 줄 몰랐거든요. 한없이 작아지는 제 모습을 보면서 바뀌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러면서 팬클럽 친구들을 괴롭혀가며 컴퓨터 사용법부터 익혔어요. 처음에는 메일도 못 보내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동영상까지 만들 수 있게 됐어요. 또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했어도 지금껏 전공을 살린 적이 없는데,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자극받으면서 다시 의상 공부를 시작했어요. 지난 9월 상현씨 생일 파티 때는 직접 재킷을 만들어 선물했고요. 윤상현씨가 저를 사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웃음).
저는 작년에 결혼했는데,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무렵 근석군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인생을 무의미하게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 어린 친구도 열심히 사는데, 나도 다시 힘을 내야지’하는 위안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근석군처럼 기타를 잘 치고 싶어서 기타 학원에 다니고, 사내밴드에 들어가 공연도 하고요. 매우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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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장 바쁠 때 유천군을 만났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바느질 수업을 하면서 5년 정도 정말 열심히 살았죠. 더군다나 저희는 시아버지에 결혼 안 한 시누이까지 함께 사는 대가족인데, 바쁜 와중에 집안 살림까지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이 봐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그러던 중 박 배우에게 빠져들자 가족들 모두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어요. ‘그래,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까 이 정도의 돌파구는 필요해’하고요. 특히 남편이 굉장히 협조적이에요. 지난번 쇼케이스에 갈 때도 남편이 태워다주고, 데리러 왔어요. 이번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JYJ’ 콘서트에도 남편이 데려다주겠다고 했어요. 제가 한번은 “이 나이에 이렇게 하는 게 주책이지?” 했더니, “그러니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열심히 해” 하더라고요(웃음).
주위를 보면 대부분 남편이나 가족에게 인정받고 활동하는 것 같아요. 저희 남편도 더 나이 들기 전에 하라는 주의예요. 일본팬들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일본에도 가끔 가는데, 그럴 때 자신의 담뱃값을 모아서 여행경비 하라며 내놓기도 해요. 남편도 활기차진 제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남편과 시집 흉볼 시간에 자기계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웃음).
일본 팬들과도 자주 교류하세요?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인가 봐요.
세 번 정도 다녀왔는데 앞으로도 가끔 갈 것 같아요. 지난 10월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팬 분 집에 초대받아서 저녁식사도 하고 다음 날 여행가이드까지 받았어요. 사실 일본어도 배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중학교 1학년 정도의 의사소통은 돼요(웃음). 일본뿐 아니라 중국·홍콩·대만·말레이시아 팬들과도 메일을 주고받아요.

남편과 같은 사무실에서 10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데, 연애를 시작할 무렵 장근석 팬클럽 초대 회장직을 맡았어요. 연애를 조금만 늦게 시작했어도 아마 결혼 못했을지도 몰라요(웃음). 연애할 때는 제가 열심히 ‘팬질(팬을 좋아해서 하는 활동)’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불만이 없더니 결혼하니까 상황이 바뀌더라고요. 또 팬 입장에서는 배우와 팬의 관계를 남녀 간의 사랑으로 보지 않는데 남편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한마디로 질투를 하는 거죠. 남편한테 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 얘기를 하면서 “문근영과 장근석이 스물네 살 동갑이야” 했더니 갑자기 남편이 “그렇게 어려? 어차피 넘을 수 없는 벽이네” 하는 거예요. 제가 그 벽을 넘어서 뭐 하자고요(웃음).

남성적으로 끌리는 건 사실이지만, 연애 감정으로 발전되지는 않아

Q 그렇다면 정말 각자의 팬에게 남성적으로 끌리는 감정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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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남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처음에는 스타의 눈부신 외모나 남성미에 빠져들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인간적인 면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특히 윤상현씨는 ‘내조의 여왕’에서 태봉이가 천지애(김남주)를 여자로 극진히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고 주부들이 확 빠져든 거거든요. 누군가에게 배려받고,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스타를 완전히 남자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외간남자를 가슴에 품는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거잖아요(웃음). 동경, 흐뭇함… 뭐 이런 게 아닐까요.
저는 예전에 공유씨랑 고수씨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배우로서 연기를 잘하거나 캐릭터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들은 왠지 내가 꿈꾸는 사귀고 싶은 남자친구?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유천군은 정말 달라요. 존재감이 너무 커서, 그를 알면 알수록 저 먼 곳에서 빛나는 태양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히 내 남자친구로 여길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는다고나 할까요. 박유천 팬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유천군 팬들은 ‘조공(팬들이 스타나 관련 스태프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하루는 제가 팬클럽 회장님한테 물어봤어요. 그렇게 지극정성인데, 유천군과 거리감을 두는 것이 서운하지는 않냐고요. 그랬더니 솔직히 인간적으로 서울할 때가 있대요. 그런데 그 뒤에 따라온 답이 더 감동적이었어요.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그게 박유천이라서 더 좋아요” 하는 거예요. 유천군을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은 대부분 이래요(웃음).
사실 유천군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가끔 한 번씩 마음을 표현할 때면 너무나 진지함이 느껴지고, 팬들의 마음을 다 앗아가버려요(웃음). 이건 우스갯소리인데, 연예인들 경호하는 업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동방신기’ 팬이래요. 다 오래된 사람들이라 나이도 안 어리잖아요. 오랜 역사를 같이해 오면서 끝까지 남은 팬을 우리는 ‘악질 팬’이라고 하는데 일련의 많은 사건들을 겪어오면서 심장에 철갑 몇 겹씩 두른 사람이죠.

박유천·장근석·윤상현…‘이모팬’ 활동보고서


팬클럽 활동 오래 한 사람들은 다 철갑을 둘렀다고 보면 돼요(웃음). 일반인들이 모르고 하는 말들, 인터넷상의 악성 글 등을 대할 때면 너무 마음 아프거든요. 의도적으로 팬 사이트에 찾아와서 “쟤는 ~~ 그렇다며? 그렇다더라” 하고 악의적인 글들을 올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너무 상처 받았는데, 이제는 “저 정도는 그냥 넘어갑시다” 해요.
유천군도 ‘성스’에 캐스팅됐을 때 드라마 홈페이지에 “말도 안된다”는 의견이 1백 페이지 넘게 올라왔었대요. 그런 시련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유천군이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것에 대해 오랜 팬들은 거의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거고요.
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팬이었다가 돌아선 사람이에요(웃음). 누구보다 그 스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돌변할지 모르거든요. “내가 옛날에 다 해봐서 아는데, 누구누구는 이렇다”하고 폭로하는 식인 거죠.

‘동방신기’ 팬클럽에 들어가면 이런 명언이 있어요 ‘제일 부질없는 게 동방신기 걱정하는 빠순이의 마음’. ‘동방신기’ 멤버들은 니들이 걱정 안 해도 잘살 거라는 거죠(웃음). 실제로 이번 ‘JYJ’ 쇼케이스장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플래카드 문구가 ‘거봐라. 쟤네들은 밥 안 굶어. 니들 인생이나 걱정해’였어요(웃음).
정말 ‘내 새끼’ 개념이네요? 내가 감싸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대단하네요.

“스타 위해서라면 총알(돈) 얼마든지 쏠 수 있다”
Q 주부팬들의 강점 중 하나가 경제력인데요, 실제로 물질적인 지지는 어떤 식으로 하나요?
사실 저희는 팬과 스타와의 만남이 차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라도 원하면 선물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각자 어떻게 ‘물량공세’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단체로 하는 건, 드라마 제작발표회나 스타 관련 행사가 있을 때 ‘드리미(화환 대신 쌀을 보내 스타의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것)’를 보내거나, 촬영장에 밥차를 보내는 식이 있고요, 저희 팬들은 올 초에 ‘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 살리는 모자 뜨기’ 행사에 참여해서 손뜨개로 만든 모자를 윤상현씨 이름으로 기부한 적이 있어요. 연말에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가기도 하고요. 최근 들어 많은 팬클럽 회원이 스타 이름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죠. 배우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라 더 뿌듯하고 보람되죠. 결과적으로 배우에게도 도움 되는 일이고요. 스타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식은 아무래도 음반이나 화보집, 액세서리 등 스타와 관련된 상품을 구입하는 거죠. 물론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팬들 스스로 소장하고 싶어서 구입하는 거예요. 흔히 그런 상품들을 통틀어 ‘굳쯔’라고 부르는데 얼마 전부터 근석군의 굳쯔가 롯데백화점 면세점에 들어가고 있어서 일본팬들이 많이 구입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굳쯔도 기획사에서 나온 정품만 사야 해요.
저희는 유천군을 포함한 ‘JYJ’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팬들은 우리가 지지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에요. 이번에 ‘JYJ’ 한정 음반이 나왔을 때도 앞다퉈 음반을 구매했어요. 11월27~28일 열리는 콘서트도 양일 다 가는 팬들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그렇다고 주부들이 아무 때나 지갑을 여는 건 아니에요. 솔직히 콘서트 티켓 두 장에 20만원인데, 그 돈으로 아이 옷 한 벌 사줄 수 있고, 한 달 학원비도 되잖아요. 아줌마라서 돈을 잘 쓴다기보다는 그만큼 스타를 향한 열정을 보이는 거라 생각해요.
Q 요즘은 팬들이 홍보대행사를 자처할 만큼 스타 홍보에 적극적인 것 같아요. 기자회견장에 가보면 팬클럽에서 기자들에게 간식거리나 수첩 등을 나눠주는 게 흔한 일이 됐어요.

박유천·장근석·윤상현…‘이모팬’ 활동보고서


드라마를 시작하면 크든 작든 뭔가를 하려고 해요. 이번에 ‘매리는 외박 중’ 제작발표회 때는 기자 테이블에 생화를 올려 장식했어요. 또 어떤 팬덤은 얼음조각상을 행사장 입구에 세우는 게 전통이고, 또 어떤 팬덤은 기금을 모아 래핑버스(45인승 대형버스에 실사출력한 이미지를 입혀 차량 운행을 통해 홍보하는 방식)를 운행 중이고요. 또 손재주가 좋은 팬들은 자신들이 드라마 포스터를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해요. 포스터가 여러 군데 퍼 옮겨지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거죠. 무엇보다 요즘 드라마 제작이 거의 생방송처럼 진행돼 배우나 스태프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아니까 촬영장에 밥차를 보내는 이벤트도 자주 열어요.
유천군 팬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밥차를 보내요. 도대체 회비를 어떻게 충당하나 싶었는데, 일정 회비가 있는 게 아니라 일이 있을 때마다 모금 계좌가 오픈되고, 각자 알아서 돈을 보내는 거예요. 지난번 쇼케이스 때는 팬들로부터 쌀 8.38톤이 모아졌어요(웃음).
대부분의 팬덤이 그럴 텐데, 매달 회비를 내는 게 아니라 정회원될 때 한 번 연회비를 내고 그다음부터는 각자 알아서 성의를 보여요. 이벤트 할 때 보통 ‘총알을 쏜다’고 하는데, 학생들은 1만원 이하로 하기도 하고, 보통은 3만~5만원 정도, 많게는 10만원 정도예요. 간혹 아주 큰돈을 내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 회원들이 부담스러워하니까 자제해달라고 해요.

박유천·장근석·윤상현…‘이모팬’ 활동보고서

1 수많은 ‘성스폐인’을 양산한 박유천. 가수에서 연기자로 완벽 변신해 ‘신생 이모팬’을 만들었다. 2 KBS ‘매리는 외박 중’에 출연 중인 장근석. 아역배우 시절부터 ‘이모팬’을 거느린 장근석은 팬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3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스타덤에 오른 윤상현. SBS ‘시크릿가든’에 출연 중인 그는 여심을 흔드는 달콤한 노래로 많은 주부팬을 거느리고 있다.



팬들이 가끔 촬영에 직접 동원될 때도 있어요. 특히 콘서트 신에 많이 가는데, 스타는 촬영에 도움을 받아 좋고, 저희는 스타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 좋고요. ‘시크릿가든’에서 상현씨가 한류 가수 오스카로 나오는데, 얼마 전 오스카 콘서트 신 촬영이 있어서 여러 명 다녀왔어요. 그날 한국팬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팬들도 어떻게 알고 다들 찾아왔더라고요. 새벽 3시까지 다들 피곤한 기색 없이 끝까지 즐겁게 촬영을 마쳤어요.
그렇게 늦게 끝나면 집에는 어떻게 가세요?
주부팬의 특징 중 하나가 대부분 차가 있다는 거예요(웃음). 특히 우리팀은 기동력이 좋아요. “출동하자” 그러면 여기저기서 ‘삑삑삑’ 자동차 문 여는 소리가 들려요(웃음). 그날 저는 평소 친분 있는 일본팬 세 분을 호텔까지 모셔다드리고 집에 들어갔더니 새벽 5시더라고요(웃음).

나이 들어 활동 뜸해져도 언제나 마음으로 응원하고파
Q 외국팬들과 교류가 많으시네요. 특히 어느 나라에서 많이 오나요?
아무래도 일본팬이 가장 많아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일본보다 한국에서 스타들을 더 가깝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은 워낙 경계가 삼엄해서 무대와 바리게이트 사이가 굉장히 멀대요.
사진촬영도 우리나라가 제재가 조금 덜하다고 들었어요. ‘대포여신(대형 망원렌즈로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찍는 여자팬)’은 중국이 최고래요. 콘서트장에는 일절 카메라 반입이 금지되는데, 그런 분들은 팬들끼리 카메라를 최소 단위로 분해해서 몰래 가방에 넣고 들어갔다가 현장에서 조립해서 쓴다고 들었어요(웃음). 그들이 찍어서 올린 사진을 보면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대단해요. 무한한 애정을 담아 찍은 사진은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고요.
Q 과거 한류스타에 빠진 일본 아줌마팬이 자주 이슈화됐는데,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 한국 주부팬들도 열정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 끝으로 주부들의 팬클럽 활동에 대해 각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를 좋아함으로 인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는 건 감사한 일 같아요. 친한 동생들의 말을 빌리자면 “상현님이 선형이를 뛰게 한다” 딱 그거예요. 윤상현씨를 좋아하는 감정은 물론이거니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마음 통하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게 재미있고,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돼요.
솔직히 저는 근석군을 만나기 전까지 인생이 암울한 사람이었어요. 스스로 어두운 곳에 갇혀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근석군을 만나면서 내 안에 있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끌어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그런 사람이 됐어요. 스스로 변해가는 제 모습이 정말 좋고, 하루하루가 행복한 것 같아요. 점차 내 감정에 솔직해질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감정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고요. 닭살 돋는 멘트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써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대상이 잠깐 활동하다가 사라질 사람이면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제가 유천군과 같은 또래가 아니다보니, 유천군이 한창 앞으로 뻗어갈 때 그 모습을 편안한 마음으로 관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유천군의 20년, 30년 후의 모습이 기대되고,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됐을 때 ‘내가 30대 후반에 저 사람의 열렬한 팬이었지’하고 추억할 걸 생각하면 정말 행복해요.

여성동아 2010년 12월 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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