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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생활 10년 차 윤손하, 일본 탐구생활

글 김명희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페이퍼북 제공

입력 2010.10.05 17:40:00

히라가나도 모른 채 일본에 건너간 지 10년, 윤손하는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배우 중 한 사람이 됐다. 남편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와 귀여운 아들 시우도 생겼다. 그가 말하는 일본, 그 속에서의 성장기.
도쿄 생활 10년 차 윤손하, 일본 탐구생활


어렵게 얻은 것은 그만큼 더 가치 있다. 윤손하(35)에게는 일본 생활이 그렇다. 지난 1994년 미스 춘향 선에 선발돼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눈꽃’ 등으로 인기를 얻었고 이를 발판으로 지난 2000년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연예인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로 일본 진출 10년째. 한류 바람을 타고 쉽게 성공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윤손하는 바닥부터 시작해 어렵게 현재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달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뒷머리를 만졌는데 뭐가 걸리는 것 없이 미끄덩하더라고요.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였죠. 그 순간엔 놀라서 울며불며 친구한테 전화했지만 일본에 간 걸 후회하거나 포기하려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힘들 때마다 ‘내가 원해서 온 건데 뭔가 남겨야지. 중간에 포기하고 가면 안 되지’ 라는 생각으로 견뎌냈어요.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고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소중한 시간이었죠.”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덕분인지, 새침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만난 윤손하는 연예인답지 않게 털털했다. 지난 2006년 사업가 신재현씨와 결혼해 두 살 난 아들 시우를 두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그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그가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윤손하’s 소소한 도쿄 이야기’(페이퍼북)를 썼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인 롯폰기나 시부야가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에비스를 비롯해 아티스트들의 아지트인 나카메구로, 지유가오카 등 구석구석 숨겨진 보석 같은 동네를 소개하고 있다.
“제가 사는 에비스만 해도 작고 예뻐서 산책하기 좋아요. 아침마다 옆집 할머니가 빗자루로 사각사각 마당을 쓰는 소리에 잠을 깨곤 해요. 제가 시골(전주)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그런 소박한 것들이 참 좋더라고요.”

도쿄 생활 10년 차 윤손하, 일본 탐구생활


야무진 살림꾼,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도 따
윤손하는 결혼 후 보금자리를 한국에 꾸미고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야무진 살림꾼인 그는 발품을 팔아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일본 친구들을 초대해 한국 요리도 자주 대접한다고 한다. 친구들은 그가 만든 감자전·파전 등 부침개를 특히 좋아한다고. 얼마 전에는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 채소 · 과일 마이스터)도 땄다고 한다.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와 과일의 적합한 산지부터 신선한 제품 고르는 법, 맛과 영양을 살릴 수 있는 요리법 등을 알려주는 채소 전문가다.
“엄청나게 많은 채소와 과일 이름을 외워야 했어요. 예를 들어 포도 하면 그냥 포도가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나는 어떤 품종인지까지 다 알아야 했으니까요. 또 공부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채소 요리 레시피를 만드는 과정도 있었죠. 자격증을 따서 뭘 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다만 일본에는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과일과 채소가 있는데 그것들에 대해 알고 싶었고, 한국 친구들에게도 설명해주고 싶었어요.”
흔히 한국과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는 책에 두 나라의 문화 차이로 인해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깨달음도 적었다. 한국 사람들은 친한 친구라면 시시콜콜한 일까지 참견하고,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따끔하게 충고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는 것을 ‘신유(진정한 친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것.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만지거나 이웃집을 방문해 냉장고 문을 연다든가 저녁 시간에 불쑥 전화를 하는 등의 행동은 대단한 실례인데, 그도 일본 생활 초기에는 이러한 기본 매너를 몰라 일본 친구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한국은 한국대로 정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좋고, 일본은 일본대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가 좋아요. 그런데 이런 양국의 문화 차이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조심스러워요. 한국에서 일본의 좋은 점을 말하면 ‘윤손하 일본 여자 다 됐네’라고 말씀하는 분도 있고, 반대로 일본에서 제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하면 마치 모든 한국인이 그런 양 확대 해석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한번은 ‘한국 사람들은 매일 김치를 먹는다’고 말했다가 다음 날 신문에 한국 사람은 김치 못 먹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기사가 난 적도 있어요.”
‘…도쿄 이야기’로 지난 10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정리한 그는 당분간 아들 시우 키우는 일과 드라마 ‘도망자’ 촬영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한다. ‘추노’의 곽정환 PD가 연출을 맡아 9월 말부터 방영되는 ‘도망자’에서 그는 주인공 지우(비)를 암살하려는 일본인 교수 역을 맡았다.
“시우가 배포 크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울타리 안에서만 키울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일본에 와서 좌충우돌하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넘어져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인데 그건 정해진 길을 따라 가거나 누가 시킨다고 해서 결코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여성동아 2010년 10월 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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