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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어린 신부’ 맞은 조연우

“나보다 더 속 깊은 아내, 무용가의 꿈 포기하고 내게 와줘 고마울 뿐이에요”

글 김유림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 ■ 장소협찬 데일스포드

입력 2010.09.16 10:12:00

데뷔 후 작품 속에서 줄곧 연상녀들과 연기 호흡을 맞춰 온 조연우가 현실에서는 무려 열여섯 살 연하의 신부를 얻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른스럽고 현명한 아내. ‘꿈인가 생시인가’ 그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하다.
‘어린 신부’ 맞은 조연우


신애라·채시라·하희라에 이어 이번에는 이승연이다. 연거푸 연상녀들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조연우(39)는 “촬영장에서 누님들을 깍듯이 모시는 게 비결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요즘 그는 MBC 새 아침드라마 ‘주홍글씨’에서 까칠한 방송국 PD로 출연 중이다.
“그동안 완벽한 조건을 갖춘 ‘실장님’, 가련한 여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키다리아저씨’ 역할을 주로 했는데, 이번에는 남성다운 면이 더 강한 캐릭터예요. 아직은 극중 인물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해 실제 제 모습이 많이 투영돼 마음에 안 들지만 서서히 나아지리라 생각해요. 화내고 소리 지르는 걸 잘 못하겠더라고요(웃음).”
천성이 부드럽고 따뜻한 이 남자. 집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12월 결혼한 조연우는 당시 아내와의 나이차가 무려 열여섯 살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는 결혼발표 전 여자친구와 처가집 식구들에게 “절대로 인터넷 기사 댓글을 봐선 안된다”고 당부 또 당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그는 상심한 여자친구를 위로해주느라 진땀 꽤나 흘려야 했다.
조연우(39)·차세원(23) 부부는 2008년 지인들의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조연우의 상황은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그리 좋지 않을 때였다. 드라마 ‘이산’ 이후 이렇다할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해 불안해하던 중 뜻하지 않은 소식도 접했다. 평소 친누나처럼 따르던 최진실이 사망한 것. 최진영과의 친분으로 최진실과도 친하게 지낸 그는 발인식 때 최진실의 영정사진을 들기도 했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누나가 저를 친동생처럼 많이 챙겨줬어요. 감독을 만나는 자리에는 항상 저를 불러서 ‘우리 연우 잘 부탁한다’며 인사도 시켜주곤 했죠. 누나가 꼭 제 매니저 같았어요. 연예계에서 만난 사람 중 이렇게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죠. 그랬던 누나가 하루아침에 떠나버려서 상심이 컸어요.”

‘인생상담’ 해주다 결혼에 골인
실의에 빠져있던 그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여자친구 덕분이다. 모임에서 만난 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내던 중 조연우에게 힘든 일이 닥치자 두 사람의 마음은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친하게 지내는 오빠 동생 사이에서 갑자기 연인사이로 발전하자 모든 힘든 상황이 행복이란 장막에 가려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귀엽고 예쁘다고만 생각했어요. 아내도 저를 편하게 잘 따랐고요. 만나면 아내가 저한테 주로 고민을 털어놓고, 저는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해줬어요. 그때도 아내에게 호감이 있긴 했지만 너무 어리니까 감히 어떻게 해볼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어느 날은 ‘저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하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하지’하고 한참 고민하게 됐어요. 결론은 ‘상상도 하기 싫다’였죠(웃음). 제 마음이 확고해지자 아내도 자연스럽게 따라와줬어요.”
하지만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차씨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차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 중이었다. 부모 입장에서 아직 학생인 딸이 자기보다 열여섯 살 연상의 남자와 사귄다는 게 마음에 들 리 없었다. 고향인 울산에서 한 걸음에 서울로 올라온 차씨의 어머니는 그를 보자마자 결혼까지 생각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잠시 스쳐갈 인연이면 이쯤에서 끝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몇 시간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머니의 마음은 조금씩 풀어졌다고 한다. 결국 이날 어머니는 “앞으로 1년간의 시간을 주겠다”며 한 발 물러난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사귀는 내내 별 말씀이 없으셨는데, 최근에 들으니 어머니가 기도를 많이 하셨다고 해요. 인연이 아니면 빨리 헤어지게 해달라고요(웃음). 물론 저희가 잘 지내도록 응원의 기도도 많이 하셨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장모님은 바로 결혼 얘기를 꺼내셨어요. 제가 좀 더 준비해서 내년에 하겠다고 하자, 결혼은 서로 부족한 걸 채워줄 때 더 의미 있는 거라면서 부담을 덜어주셨죠. 장모님 덕분에 노총각 딱지를 빨리 뗄 수 있었어요(웃음).”

‘어린 신부’ 맞은 조연우


프러포즈는 조연우 자신의 집에서 했다고 한다. 무려 2백50개의 초에 불을 붙이고, 장미꽃으로 하트도 만들었다. 또 연애할 때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로 편집하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과정을 메이킹 필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프러포즈가 마음의 짐으로 다가왔어요. 어떻게 해야 감동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장미꽃으로 만든 하트에서 무릎을 꿇고 반지를 줬는데, 제가 다 눈물이 나더라고요(웃음).”
결혼식 준비도 전적으로 그가 맡아서 했다. 여자친구는 졸업을 앞두고 공연 준비로 바빴기 때문이다. 동아무용콩쿠르에서도 입상 경력이 있는 차씨는 학교에서도 주목 받는 인재였다. 조연우는 “어린 나이에 꿈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기꺼이 나와 결혼해준 아내가 고맙다”고 말했다.
“아내가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장모님의 역할이 컸어요. 여자로서의 삶의 의미, 가정이 주는 행복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아내 역시 나이는 어리지만 저보다 더 어른스럽고 배려심이 많아요. 아이를 갖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줘서 고마워요. 올 가을에도 공연 제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임신을 계획하고 거절했어요. 내년에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결혼한 지 9개월이 지난 두 사람은 어느덧 ‘부부싸움 해결’ 전문가가 됐다. 신혼 초 사소한 일로 부딪치면서 그때마다 화해하는 법을 터득한 덕분이다. 조연우는 “부부싸움은 ‘왜 싸웠는지’보다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애할 때도 다투지 않다가 결혼하자마자 싸울 일이 생기니까 처음에는 서로 많이 놀랐어요. 하지만 한번 크게 싸우고 나면 얻는 것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아내한테 부부싸움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했어요. 마음 속에 꽁하고 담아두는 것보다 서로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면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서른 넘어 시작한 연기, 마음 비우자 찾아온 행운
조연우는 서른 살 늦은 나이에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그 전까지는 패션모델로 활동했는데, 처음 모델 일을 시작할 때 도 스물여섯, 이미 늦은 나이였다. 그의 동기로는 김성수, 오지호, 유지태 등이 있다. 하지만 활약은 동기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았다. 화보 촬영이며 유명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날이 많았다. 연기자로의 변신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어느새 서른이더라고요. 모델 일은 오래하기 힘들기 때문에 서서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연예계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안정적이고 평범한 길만 찾고 있었죠. 그러던 중 친하게 지내던 선배누나가 영화 오디션을 한번 보지 않겠냐고 해서 얼떨결에 따라 갔다가 합격했어요. 그때 영화가 여균동 감독의 ‘미인’이에요.”
그는 ‘미인’에서 빵집주인 역을 맡아 단역으로 출연했다. 연기자가 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동료 모델들에 비해 그의 출발은 꽤 순조로웠다. 이후 그는 전속계약금 대신 연기트레이닝을 받는 조건으로 신생 매니지먼트회사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혹독한 연습생 생활이 시작됐다.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각오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만 잃어갔다.
“1년 가까이 고민하고 연기를 하기로 했을 때는 ‘모든 걸 버리고 올인하자’는 마음이었어요. 모델 시절 화려한 생활도, 친구관계도, 집안에서의 장남 역할도요. 매일 아침마다 커다란 가방에 트레이닝복과 책을 넣어 버스에 올랐어요. 회사에 도착하면 다른 연습생들과 한강공원에서 50바퀴를 돌면서 운동을 한 뒤 점심 식사를 하고 사무실에서 연기수업을 들었죠. 영화 보고 감상문을 쓰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감정훈련’이라고 해서 캄캄한 곳에서 음악 틀어놓고 엉엉 우는 연습도 했어요(웃음). 그렇게 1년을 보냈는데 점점 자신감만 사라지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더 두려워지더라고요. 초라한 제 자신이 싫어서 얼굴을 반쯤 가리는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다녔어요.”

‘어린 신부’ 맞은 조연우


급기야 그는 거의 출연이 확정됐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다른 배우로 교체되는 설움을 경험하고 ‘포기’를 선언했다. 한동안 외부와 연락을 끊고 반 폐인으로 살던 그는 소속사 직원이 그 대신 지원한 아시아나항공 광고 모델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같이 촬영하던 모델 중 나이 많은 형이 있었는데, 촬영 끝날 때쯤 친해졌어요. 서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제가 패션모델 출신이고 연기 준비하다 쉬고 있다고 했더니 본격적으로 광고 모델로 나서는 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따로 만났더니 저를 자신이 아는 사진작가에게 데려가 프로필 사진을 찍게 하고, 그 사진을 들고 광고 에이전시를 찾아다니면서 저를 소개해줬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섭외 전화가 물밀듯이 들어왔어요. 그 전에는 그렇게 애써도 안 되던 일이 마음을 비우니까 순조롭게 진행되더라고요(웃음).”

아내에게 멋지게 보이려 자기관리도 철저히 해
순식간에 그는 광고계에서 알아주는 주연급 모델로 성장했다. 은행, 아파트, 통신사 등 분야를 막론하고 그가 출연한 광고가 네다섯 개씩 연달아 방송될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였다. 통장 잔고는 늘어가고,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그러던 중 2003년 드라마 ‘올인’에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다.
“밤 12시에 오디션을 보자고 전화가 걸려왔어요. 찾고 있는 인물이 일본 야쿠자 보스라고 하더라고요. 2년 정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제 프로필을 보고 전화를 한 거였어요. 바로 방송국으로 가서 대본 몇 번 읽고 그 자리에서 합격했어요.”
‘올인’을 끝내고부터는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침드라마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에 이어 ‘불량주부’에도 캐스팅됐다. 하지만 연기력이 문제였다.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에 순식간에 ‘밑천’이 드러나고 만 것. ‘연기를 잘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무렵 그는 사극 ‘이산’을 만났다. ‘이산’은 그에게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한다.
“이병훈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악역 아닌 악역을 원한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그 전까지 줄곧 ‘실장님’ 캐릭터만 해왔기 때문에 이번 드라마로 변화를 주고 싶었고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게 되고, 또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선배님들로부터 연기지도도 받고, 감독님은 NG를 몇 번씩 내도 화 한번 안내시고 차분하게 지도해주셨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아침에 눈 뜨면 빨리 촬영장에 나가고 싶었을 정도였어요.”
조연우는 결혼 후 자기관리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연기자로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함도 있지만 어린 아내에게 어울리는 멋진 남편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한다. 평소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어릴 때는 수입의 절반을 외모 가꾸는 데 투자했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광고모델로 한창 수입이 좋았을 때는 저한테 쓰는 돈이 아깝지 않았어요. 3백만원을 벌면 1백50만원은 피부과에 썼죠. 일주일에 한번씩 꼭 마사지를 받고, 화장품도 가장 좋은 걸로 썼어요. 간간히 레이저치료도 받고요. 요즘도 꾸준히 관리하는 편인데, 결혼하고 나니까 집에서도 아내가 챙겨줘서 피부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웃음).”
과묵할 것 같은 이미지를 깨고 조분조분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했다.
“사실 결혼 발표하고 한동안 욕을 너무 많이 먹었어요.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16이 들어간 건 안 할 거예요(웃음)”

여성동아 2010년 9월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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