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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향기로운 삶

우리 문화 지킴이 정몽준 의원 아내 김영명 예올 이사

글 김명희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10.09.15 16:11:00

재벌이라는 간판 뒤에 숨었더라면 삶이 훨씬 더 편안했을지도 모른다. 정치인의 아내로 또 네 아이의 엄마로 바쁘게 살아온 정몽준 의원의 부인 김영명씨 이야기다. 우리 것을 지키고 외국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고자 시작한 문화보존 모임 예올도 어느새 8년째를 맞았다. 자신을 재벌가 안주인에 가두지 않은 그와의 진솔한 만남.
바깥세상은 30℃를 웃도는 폭염인데, 묵직한 나무 대문을 밀고 들어선 한옥에서 올려다본 사각 하늘엔 청아한 기운이 담겨 있다. 마당 한쪽 폭신한 흙바닥을 딛고 선 대나무에선 시원한 향내가 나는 듯하다. 자연과 계절을 거스르지 않는 속에서도 여유가 묻어나는 곳, 문화재단 예올이 자리 잡고 있는 가회동 한옥의 풍경이다. 이곳에서 예올 이사인 김영명씨(54)를 만났다. 김씨는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59·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아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김씨는 키가 170cm를 넘는데다 인상이 서글서글하다. 외교관이던 친정아버지(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영향 덕분인지 세련된 매너, 시원시원한 말투가 상대를 편안하게 한다.

전통문화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 회원은 모두 가족 같아

우리 문화 지킴이 정몽준 의원 아내 김영명 예올 이사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대선 후보, 국회의원 등 남편이 직함을 바꿀 때마다 ‘맞춤형 내조’를 해온 그는 어느 순간, 누구의 아내도 좋지만 자신만의 일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우리 문화보존 모임인 예올이다. 예올은 김씨와 그의 언니인 김녕자씨(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부인) 등이 주축이 돼 2002년 문을 열었다. 잘못된 문화재 영문 표기, 간판 등을 바로잡자는 소박한 취지에서 시작한 예올은 참가자들의 열정과 주변의 호응이 어우러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 강좌, 장인 후원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 예올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96년 2002 한일월드컵 유치가 확정됐는데 경기장 짓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축구를 보러 왔더라도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가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그런 눈으로 보니 부족한 면이 띄더라고요. 문화재 영어 간판도 잘못된 게 많고 또 문화재에는 울타리를 쳐놓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해놓았는데 그런 점도 안타까웠고요. 그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뜻이 맞는 분들과 시작하게 됐죠.”
▼ 홈페이지를 보니까 간판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 강연도 여는 등 활동 범위가 꽤 넓은 것 같던데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우리 문화를 지키려면 먼저 제대로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문화 강연을 시작했어요. 외국 대사, 대사관 직원, 외국 기업의 한국 주재원들도 회비를 내고 참여하도록 했죠. 회비는 의무감을 갖게 하려고 받고 있어요. 공짜면 강의에 빠져도 아쉬워할것 같지 않아서요(웃음). 답사도 가요. 문화재를 둘러보고 고쳐야 할 것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관계 기관에 정중히 알려드리고, 수정을 부탁해요. 지금은 2012년 여수엑스포에 맞춰서 여수 문화재 간판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데 곧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또 1년에 두 분씩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는 장인들을 후원해왔어요. 이인세(소반장) 서신정(채상장) 박성규(칠피장) 유세림(도예가) 선생님 등이 이 프로그램을 함께하셨죠. 올해부터는 옹기장인 이현배 선생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이사님도 답사 같은 공개 활동에 적극 참여하나요.
“될 수 있으면 안 빠지려고 해요. 사실 주부들은 그런 기회가 별로 없는데 답사 가면 배우는 게 많아요. 안내해주는 분이 계시니까 설명도 자세히 들을 수 있고요.”
▼ 사생활이 노출되는 걸 꺼려하는 보통 재벌가 안주인과는 좀 다른 행보입니다. 일반인과의 모임이 서먹할 텐데요.
“누구든지 예올 회원이 되면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문화를 조금 더 아름답게 지키자는 같은 뜻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봐요. 보통 버스 한 대로 가니까 많아봐야 서른 명 정도인데 하루 종일 같이 지내고 오니 참 좋죠.”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 홍라희 여사 등은 ‘아름지기’라는 문화보존 모임을, 최태원 SK 회장 부인 노소영씨는 ‘미래회’라는 봉사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올이 이런 재벌가 안주인들의 모임과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예올에는 그런 분이 별로 없는데 저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아이들 아빠가 회사를 떠난 지 20년이 넘어서…. 미래회는 기도 모임을 함께 하던 몇몇 분이 ‘좋은 일을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회원이 다 오픈돼 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래도 모두 좋은 일을 하는 모임이니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고 정보도 교환하면 좋겠어요.”

아빠 덕분에 덩달아 공인급이 된 아이들, 때로는 힘들어하지만 이젠 자랑스러워해
김씨에게는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라는 애칭이 있다. 정몽준 의원이 월드컵 유치를 위해 뛰어다닐 때 외국어를 잘하고 사교성이 좋아 FIFA 집행위원들이 붙여준 것이다.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20년 가까이 외국에서 산 덕분에 영어에 능통하다. 힐러리 클린턴의 출신 대학인 웰즐리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정몽준 의원과는 78년 정 의원의 넷째 형수인 이행자씨 소개로 만나 1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이행자씨는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시어머니이기도 하다.
김씨는 정몽준 의원과의 사이에서 기선(28) 남이(27) 선이(24) 예선(14) 2남2녀를 두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겐 미안한 점이 많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선거운동 하랴, 지역구 챙기랴 외부 활동을 많이 한 탓에 살뜰하게 챙기지 못했기 때문. 아이들은 공인인 아버지 덕분에 덩달아 ‘공인급’으로 사는 것에 대한 불만도 토로한다. 그래서 그는 집안에서는 해결사다.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주는.
▼ 부친께서 외교관으로 활동하던 시절, 어머니께서도 우리 문화 알리기에 애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주일대사, 주미대사, 외무부장관 등을 지내셨기 때문에 외국 손님을 맞을 일이 많았는데 그때 어머니가 한국을 알리는 데 굉장히 신경을 쓰셨어요. 지금은 신선로나 구절판이 흔한 음식이 됐지만 당시엔 귀한 음식이었는데 어머니가 그런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시곤 했죠. 외할머니가 통영 대가족 맏며느리다 보니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셨다고 해요. 또 외국 왕실이나 대사관에 식사 초대를 받아서 갔다가 고유 문장이 새겨진 식기에 음식을 담아 내오는 걸 보시고는 어머니도 식기에 태극 문양을 찍어 손님에게 내놓으셨어요. 요즘엔 태극 문양 식기가 일반화 됐더라고요.”
▼ 이사님 요리솜씨는 어느 정도인가요. 친정어머니를 닮았다면 상당한 수준일 테고, 살림 경력도 꽤 오래됐는데.
“신혼 초에는 요리학원도 다니고 배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아이들 아빠가 김치찌개, 된장찌개, 된장국, 김치만 맛있으면 아무 불평 없이 잘 들어요. 남편 때문에 요리 솜씨가 안 는 거 같아요(웃음).”
▼ 한식을 좋아하면 외국에 나가서는 고생을 하겠어요.
“가는 곳마다 한식당부터 찾아요. 손님도 한식당에서 맞고요. 남편은 한식 전도사인데 외국 분들께 상추에 싼 불고기에 된장을 얹어 먹는 걸 가르쳐주면 무척 좋아하세요.”
▼ 이사님도 외국 손님을 맞을 기회가 많을 텐데, 직접 요리도 하나요.
“손님이 적을 때는 직접 하기도 하지만 많을 때는 제가 접대를 해야 하니까 요리를 할 수는 없고, 메뉴 짜고 시장 보는 정도만 해요. 외국 분들은 공통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요. 불고기는 무조건 다 좋아하시고 갈비·잡채·구절판·모둠전도 반응이 좋아요. 청국장·북엇국 등은 낯설어서인지 잘 소화를 못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 어떻게 하면 한국 음식을 더 잘 알릴지, 아이디어도 많겠어요.
“공예품도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롭게 우리 생활에 적용을 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우리 것이 아닌 이상한 무엇이 되는 것처럼 음식도 그렇더라고요. 정말 훌륭한 변화는 그 맛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더하는 건데 그게 어려워 조심스럽죠. 저는 집에서 손님 치를 때 되도록 옛날식에 가깝게 하려고 해요. 일단 장을 볼 때 고기는 고기대로, 생선은 생선대로 단골 가게에서 믿을 만한 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만들 때는 미리 만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만들어 따뜻하게 내놓죠.”



우리 문화 지킴이 정몽준 의원 아내 김영명 예올 이사

정몽준 김영명 부부는 올해로 결혼 31년째를 맞았다.



▼ 재계의 그 어느 가정보다 사생활이 노출돼 있는데, 그런 점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요.
“남편이 공인이니까 가족도 덩달아 공인급이 되는 거죠. 저는 아내니까 괜찮지만 아이들한테는 미안한 면도 있어요. 자기가 선택해서 공인이 된 게 아니라 아빠 때문에 덩달아 그렇게 된 거라서.”
▼ 자녀들이 그런 생활에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나요.
“남편이 초선으로 정치 입문한 때가 88년인데 그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뭘 잘 몰랐어요. 그런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민감해지더라고요. 특히 우리 큰딸이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어요. 인터넷에서 아빠에 관한 안티 글을 보면 많이 속상해하고 그걸 또 믿었죠. 그 당시 ‘왜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트레이닝 센터도 없나’라는 비판 글이 올라오면 ‘왜 아빠는 이런 것도 안 해?’라는 식이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아빠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건 이제 졸업을 한 거 같아요. 그래도 요즘도 아빠와 같이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그것은 좀 불편해하는 거 같더라고요.”
▼ 아이들과 외출도 자주 하나요.
“가족 모두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일년에 몇 번은 같이 가는데 공공장소에 가면 남편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인사도 해야 하고…. 아이들은 자기네들이 중심이 아니라 힘들어해요. 한번은 크리스마스 예배 때 제가 고집을 부려 아이들과 함께 갔는데 여러 사람에게 인사를 하다 보니 아이들은 하나도 챙기지 못했어요. 그때 제가 좀 반성을 했어요. ‘내가 욕심이 과했구나!’라고요.”

“현대가 연애결혼은 시아버지 덕분, 아이들이 평생 함께할 좋은 사람 만나면 좋겠어요”
혹자는 김씨에 대해 ‘정몽준 아내’로만 불리기에는 아까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남편과 살면서 그때그때 일이 있었고, 그 일에 충실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외부 활동을 활발히 했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으나 인터뷰를 하면서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역시 아내와 엄마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는 그는 ‘이제는 너무 커서 징그러운 막내를 대신할 귀여운 손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 장남 기선군과 두 딸이 결혼 적령기가 됐죠. 결혼은 아직 이른가요.
“아니요. 저는 좋은 사람 있으면 빨리 가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결혼은 멋모를 때 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 말이 정답인 것 같아요. 특히 여자들은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데 제가 해보니 20대와 30대 때가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왕이면 우리 아이들한테도 빨리 결혼하라고 하는데 아무도 시집 장가 갈 생각을 안 해요.”
▼ 바라는 며느리상이나 사위상이 있다면.
“제가 바라는 건 아무 소용없고, 자신들이 좋아야죠. 다만 요즘은 헤어지는 커플이 많으니까 신중하게 평생 같이 살 배우자를 찾으면 좋겠어요. 젊은 사람들은 진부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관계라는 건 인내 없이 유지하기 힘들어요. 시대가 바뀌었으니 무조건 참고 살라는 얘기는 못하겠지만 아이들도 어느 정도 그런 게 필요하다는 걸 알면 좋겠어요.”
▼ 세간에 ‘현대가는 연애결혼을 선호하고 이혼은 절대 안 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 얘기가 있나요? 저도 그러면 좋겠어요(웃음). 아버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버님이 형님들 때부터 짝을 지어주신 게 아니라 각자 편안하게 짝을 찾아서 잘 살라고 하셨거든요.”
▼ 이사님은 스물넷에 결혼해 주부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70년대라는 시대상황을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딸들은 어떤 삶을 살기 바라는지.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여성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거 같아요. 남편도 여성이 정치에 많이 참여해야 국회에서 싸움도 안 한다고…,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웃음). 특히 요즘 여학생들이 공부를 야무지게 잘한다고 남학생 엄마는 남녀공학을 꺼리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우리 큰아들이 남녀공학을 나왔는데 공부 면에서는 손해보는 게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좋았던 것 같아요. 외모에도 신경 쓰고 성격 면에서도 좀 덜 거칠다고 할까, 순화되는 면이 있더라고요. 딸들은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만 전념 하기보다는 능력과 재능에 따라서 자기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래도 결혼을 한 뒤에는 아이들 위주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키우는 건 우리 미래 사회를 키우는 거잖아요. 전 명함도 직장도 없지만 주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우리 문화 지킴이 정몽준 의원 아내 김영명 예올 이사


▼ 지난해가 결혼 30주년이었는데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나요.
“결혼기념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여행은 저 혼자 다녀왔어요. 저희 결혼기념일이 또 큰딸 생일이에요. 큰딸 낳을 때 예정일보다 2주 늦어져 유도분만을 했거든요. 그때는 ‘부모 결혼기념일과 같이 축하하면 좋겠다’ 해서 날짜를 그렇게 잡았는데 지나고 보니 제가 머리를 좀 잘못 쓴 것 같아요(웃음).”
▼ 여행은 왜 혼자 다녀오셨어요. 혹시 부부싸움을 하셨나요.
“아니요, 부부싸움 아니고요(웃음). 제가 결혼하고 나서 남편과 외국엔 많이 다녔지만, 한 번도 혼자 여행을 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여행을 겸해서 잠깐 사진을 배우고 왔어요.”
▼ 30년 만의 첫 휴가인 셈이네요.
“네. 짧은 휴가를 받았어요,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왜 30년이나 기다렸냐고 그러더라고요. 결혼한 지 10년 안 되셨죠? 제가 이렇게 바람을 넣어도 되나? 저처럼 30년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10년쯤 됐을 때 한번 도전해보세요. 엄마든, 아내든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단 하루라도 그렇게 다녀오면 재충전이 돼요. 가족 간 정도 더 깊어지고요. 저희 딸들에게도 꼭 한 번 해보라고 할 거예요.”
▼ 선배 주부로서 후배 주부들에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지혜’를 들려주신다면.
“남편이 아주 예전에 인터뷰에서 ‘부부는 서로 긍휼히 여겨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때는 저도 어릴 때라 배우자를 불쌍히 여기라는 게 이해가 안됐어요. 그런데 살면서 ‘그게 참 깊은 뜻이 있는 말’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부부가 한평생을 같이 살면서 힘든 일이 얼마나 많아요. 긍휼히 여긴다는 말에는 사랑과 이해 외에도 모든 어려움을 다 뛰어넘는 인간적인 연민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 이사님은 언제 의원님이 긍휼하게 여겨지나요.
“나이 드니까 짠해요. 젊을 때는 모르다가 나이 들어서 남편 뒷모습을 보면 ‘어쩌다 머리가 저렇게 하얘졌나. 얼마큼 생각이 많기에…’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박사과정 공부할 때 머리가 한 번 세더니 큰 선거 하면서 또 한 번 그렇게 되더라고요.”
▼ 정 의원님은 무뚝뚝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애정표현은 잘 하나요.
“겉모습이 딱딱해 보여서 어떤 분들은 ‘머나먼 당신’이라고도 하는데 속은 안 그래요. 저보다 아이들에게 더 잘하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도 자주 하고…, 남편 자랑하기 쑥스럽지만 바탕이 선한 분이에요.”
▼ 예올 활동 외에 관심을 갖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지요.
“30대까지는 그림을 그렸는데 나이가 드니까 챙겨야 할 것도 많고 현실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대안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 사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더라고요. 사진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자연과 인물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 즐거워요.”
▼ 나중에 의원님보다 더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는 거 아닌지.
“전 꿈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웃음). 아이들에게는 항상 좋아하는 걸 찾아서 하라고 하는데 정작 저는 그렇게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조금 있어요. 이제 은퇴도 준비해야 하고 그때를 대비한 소일거리도 필요한데 그게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니까 슬슬 준비를 시작한 거예요.”

여성동아 2010년 9월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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