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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EX TALK

섹스도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글 신동헌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입력 2010.09.07 14:25:00

배움에 대한 열정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이것 공부만큼은 약하다. 바로 섹스다.
‘가까이 두고 때때로 익히면’ 삶이 업그레이드되는 섹스 교과서를 소개한다.
섹스도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프랑스풍 하녀복이 묘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하녀’.



우리는 ‘벤치마크(benchmark)’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원래는 ‘기준점’이라는 뜻인데, 앞서가는 업체의 경영 방식을 면밀히 분석해 자사의 경영과 생산에 응용하고 따라잡는 경영 전략을 뜻한다. 앞서가는 뭔가로부터 배운다는 건 무척 좋은 일이니 벤치마크란 단어가 많이 나올수록 좋은 거다. 가끔 ‘벤치마킹’이라는 미명 하에 ‘이미테이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면서 발전하는 거니까 나중에 독자적인 뭔가를 이루어낸다면 탓할 것만은 못 된다.
인간은 갓난아이 때부터 아버지 어머니를 보며 흉내내고, 초등학생이 되면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이런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중학생이 되면 유명 연예인의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을 흉내내 보기도 하고, 멋진 선생님을 보면서 장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선택받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면서 배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섹스에 한해서는 전혀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군가의 흉내를 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애초에 섹스라는 행위가 매우 은밀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행위를 보고 흉내낸다는 게 이상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영상 매체가 발달해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에도 남들의 행위를 벤치마킹하는 데는 별로 익숙하지 않다. 자신의 경험으로만 성행위의 다양성을 추구하다 보면, 지지리도 재미없는 섹스 라이프를 살 수밖에 없다. 남들의 경험, 도전 등에서 영감을 얻지 않고 다양한 쾌감을 느끼려면 꽤나 문란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이의 섹스를 벤치마킹하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서점에서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는 체위 관련 서적, ‘카마수트라’나 ‘소녀경’등 고대 성교육서, 그리고 인터넷의 바다에 널리고 널린 포르노 필름까지…. 그러나 애초에 섹스를 벤치마킹해볼 생각을 못했던 사람이라면 그런 자료로부터 배우고 흉내낸다는 데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교과서는 다름 아닌 영화다. 포르노 영화가 아니라 진짜 영화. 이미 오락의 단계를 넘어서 예술의 한 장르로 평가받고 있는 그 영화 말이다.
가령 최근 흥행한 ‘하녀’는 매우 좋은 예다. 극 중에서 전도연이 입고 나온 프랑스풍 하녀복은 전 세계 남자들의 로망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제복’은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대학 시절 줄맞춰 걸어가는 ROTC의 엉덩이를 여학생들이 훔쳐보듯, 남자들은 스튜어디스를 훔쳐보고 여직원들을 훔쳐본다. 집에서 하녀복을 입고 있으란 말도 아니고, 어색하게 섹스 직전에 스튜어디스 복장으로 갈아입으라는 말도 아니다. 빳빳하게 다린 흰색 앞치마와 적당히 짧고 꽉 끼는 치마 차림으로 충분하다. 분위기 좋은 어느 저녁, 앞치마를 두르고 남편 앞에서 뒷태만 조금 보여줘도 게임은 끝난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뭔가를 정복하고 싶고, 신분 상승을 갈망하는 욕구가 있다(고등학생들이 칼싸움 게임 레벨 올리기에 집착하는 걸 보라). ‘제복’이란 어떤 제도권 내에서 규율을 따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렇게 규율 속에 억압된 상대를 연상케 하는 ‘코스튬 플레이’는 그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런 행위가 풍속 업소에서 펼쳐지면 변태 성행위겠지만, 부부 사이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게다가 진짜 제복도 아니고 그냥 분위기만 흉내내는 거니까 남사스러울 것도 없다.

‘하녀’ ‘나인하프위크’ 판타지에 충실한 섹스 교과서

섹스도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86년 개봉 당시 파격적인 섹스신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나인하프위크’.



그리고 86년 개봉한 영화 ‘나인하프위크’를 기억하라. 그 영화는 정말 충격이었다. 생크림과 체리로 희롱하는 장면, 의외의 장소에서 나누는 갑작스런 섹스. 킴 베이싱어와 미키 루크라서 멋있었던 거라고? 천만에. 요즘 미키 루크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우리 옆집 아저씨가 그보다 훨씬 잘 생겼다. 섹스가 아름다우냐 추하냐는 분위기와 사랑, 그리고 열정의 문제이지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나인하프위크’의 섹스를 흉내내는 건 당신이 아이스크림이나 체리를 디저트로 즐길 경우에 가능하다. 오징어나 수박으로는 그런 분위기가 안 난다.
이 영화에는 식탁에서 섹스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식탁은 신혼이 지나고 나면 좀처럼 섹스 장소로 사용되지 않는 장소이기는 한데, 나중에 치울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않는다면 꽤 괜찮은 돌발 섹스 장소다. 최근 영화 중에서는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밥 먹다가 섹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줄거리 속에서는 부인을 괴롭히는 나쁜 남편의 행위로 묘사되지만, 일반적인 부부관계라면 결혼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갑자기 밥 먹다가 성욕이 생겨난다는 건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청춘 시절에 자연스러운 성욕을 누르며 살아야 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니, 부부 관계에서라도 이런 의외의 섹스를 즐기면 좋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이런 영화에는 도입부만 보여주지 실제 섹스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실컷 희롱하고 나서 평소대로 키스-가슴-배 순서대로 진행된다면 그처럼 맥 빠지는 일도 없을 거다. 머리-가슴-배는 곤충의 몸을 구분하는 용어지 섹스 순서 안내가 아니다. 이 다음 단계로 가장 좋은 교과서는 포르노 필름이다. 컴맹이라도 인터넷만 할 줄 알면 포르노 필름은 널리고 널렸다.
포르노는 고민할 것도 없이 연예인 다이어트 비디오 보듯 보면 된다. 모든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고, 남성들의 판타지, 그리고 여성들의 판타지를 고루 만족시키기 위해 고도로 연구된 자세들이다. 지나치게 오버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지 말고, 어떤 움직임이 상대방에게 좋은 반응을 가져오는 지를 보고 배우는 거다.
만약 당신의 배우자가 컴퓨터에 야동을 쌓아놓고 있다면, 그걸 보면서 연구하면 더 좋다. 남자들의 야동 다운로드에는 각각의 패턴이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성,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섹스만 골라놓게 마련이다. 그걸 보면서 당신의 파트너가 남 몰래 갖고 있는 환상을 파악해 두면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승부다. 벤치마킹 후 그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가장 좋은 예를 남길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교감이다. ‘나인하프위크’를 보고 흉내 좀 내보겠다고 먹던 아이스크림을 상대방에게 바르며 희롱을 걸었더니 “이 여자가 제 정신이야?”하고 나온다면 일이 진척될 리가 없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사이인 만큼 더 세심하고 진득한 교감이 필요하다. 섹스는 삽입과 오르가슴이 전부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나 마찬가지니까.
신동헌씨는… 라틴어로 ‘카르페 디엠’, 우리말로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좌우명대로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있다. 결혼 4년째로, 죽을 때까지 아내를 지루하지 않게 할 자신에 넘친다.

여성동아 2010년 9월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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